철학은 슬기 맑힘이다.

철학은 슬기 맑힘이다 ㅣ 사이의 사무침 1
구연상 지음 / 채륜 / 2009년 3월

몇 해만에 '철학'관련 책을 두드려보았다. 깊이 들어갈 염두가 나지 않아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인상적인 책 제목이 끌렸다. '철학'을 '슬기맑힘'이라고 풀이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도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결코 쉽지않은 선택인 듯 하지만 왠지모를 이 뿌듯함은 무엇일까? 책을 덮으며, 딱 잘라 내가 배운 것인 있다면 '철학'에 대한 관점의 변화일 듯하다. 철학이란 것이 어려운 학문적이 요소가 강하다는 것, 가끔은 호기심에 살짝 기웃거리지만 이내 뒤돌아버렸던 것이 '철학'이란 것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철학을 하나하나 실타래를 풀듯 그렇게 너무도 매끄러운 논리로 술술 풀어 넘어가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철학이 진정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가치있게 하는 실용적인 요소라는 것을 각인시켜주었다. 왠지 이 책을 읽고의 뿌듯함은 내 삶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 자신감 아닐까?

 

한편으론 실제 강의는 듣는 듯한 편안한 서술, 내게 다시 질문하고 이야기를 건네는 듯, 강의를 듣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책은 저자가 강의했던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기에 그 느낌은 생생하였다. 총 2개의 강의로 나뉘어져 있다. 첫번째 강의는 '슬기 맑힘'에 대한 풀이이다. 슬기맑힘에 대한 여러 과정의 접근을 우리말의 풀이로 보여주고 있다. 두번째 강의는 개인에 대한 풀이이다. 개인(individudl)에 대한 풀이를 '못나누미'란 용어로 재해석(개념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풀이의 과정이 어색하다거나 거북하지 않다(물론 저자는 다소 걱정하는 면도 있지만)는 것이 이 책의 가치를 높여줄 것이다.  

 

저자는 '우리말로 학문하기(?)'의 회원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어려운 한자어를 쉬운 우리말로 재해석하고 더 참된 의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책의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 말에 쉽게 동화되면서 말이라는 그릇이 담는 얼, 정신을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가끔 어느 한 동화를 떠올리곤 한다. 제목등은 기억나지 않지만 착한 아이가 말한때는 꽃 금은 보화가 쏟아지고, 나쁜 사람들이 말할 때는 뱀같은 흉측한 동물, 오물이 쏟아지는 그 동화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말의 힘을 느껴본다. 그리고 과연 내 말 속에는 꽃향기가 날까? 아니면 썩은 오믈로 가득할까? 반성하고 반성해보았다.

 

'슬기맑힘'의 풀이를 통해, 좋고나쁨 그리고 나쁨의 근원, 악에 대한 설명, 너 나아가 소진증후군과 정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민중, 대중에서 발전된 지중 그리고 시민의 영역으로 확장된 사람들 그리고 사람의 개체성을 '못나누미'로 설명하는 과정이 하나의 연결고리로 매끄럽게 전개되며 놀라운 흡입력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소진증후군과 지중(智衆)에 대한 설명이다.

실패하는 개인들은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드는 것이 반복되면, 힘을 모두 소진하게 되버리고 마음으로는 더 빨리 뛰려고 하지만 몸은 거의 제자리걸음만 하고, 결국 자꾸 뒤쳐지기만 하는 것은 소진증후군이라 설명하고 있다. 2008년 한국 사회에서는 새로운 대중을 '지중'이라 명하였다. (궁금한 사람은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슬기 맑힘은 슬기의 힘을 키워 나가는 일과 같습니다. 이는 곧 '저마다에게 보다 나은 삶'을 쉼 없이 추구해 나가는 일입니다." (11쪽)

 

"진정한 '못나누미'는 자기 안에 모두를 포괄하는 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서로의 '우리'가 함께 나눔으로써 '하나'가 될 때 세상은 평화롭고 자유롭고 부유하며 지혜로워질 것입니다." (311쪽)

 

한 번 읽는 것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여러번 밑줄을 그으며, 다시 되새기며, 반복해서 읽어도 보았지만, 더 많은 시간을 이 책과 함께할 생각이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또한 정말로 '새로운 경험'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