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사랑을 말해줘'은 표지가 이쁜 책 중에 하나다. 작가 '요시다 슈이치'에 대한 신뢰와 함께 이번에도 지나칠 수가 없는 책이었다. 그리고 표지가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듯하다. 삐뚤게 쓰여진 제목과 붉은 하트와 반창고같은 형상!

 이 책은 사랑과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현대인들의 소통의 어려움, 그리고 인내와 노력의 필요성을 역설한다고 해야할까?

 

사랑하는 남녀 슌페이교코가 있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슌페이는 어떤 비밀스러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취재하고 있는 중이고 교코는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우연한 만남을 통해 슌페이와 교코의 사랑, 짧은 이별과 재회의 이야기가 있다. 소리가 필요없는 연인의 모습을 통해 소통의 다양성과 어려움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지금의 생각없는 지껄임과 같은 책임없는 말하기에 대하여 뒤돌아보게 된다.

 

또, 얼마전에 읽은 '사요나라사요나라'는 살해사건 취재의 현장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면, 이번에는 다큐멘터리의 제작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슌페이가 비밀스럽게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바미안 대불 폭파사건이다. 예전에 방송을 통해, 대불 폭파 사건을 본 적이 있다. 절벽에 새겨진 석불, 그것이 종교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파괴되는 과정과 그 후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한층 긴장감과 생동감이 느껴졌다.

 

개인적인 사랑이야기와 세계사적인 사건에 대한 취재가 어울러지면서 묘한 전개를 가지고 있다. 또한 지난 해의 숭례문 화재사건과 아프리카에서 숭례문 화재사건을 시청하는 광경('하쿠나마타타 우리같이 춤출래?'속)이 떠오르면서 새삼스레 문화재의 소중함이 사랑이야기 속에서 더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하였다.

 

사람 사이의 소통의 문제가 개인적인 문제에서 사회적인 문제, 그리고는 세계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작은 책 속에 담겨있다. 분명 사랑이야기로 책을 들었는데, 사랑 이외의 삶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산책 후, 길고양이를 통해 베품에 대한 이야기와 낮잠자는 교코를 통해 잠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베푼다.

베푸는 기회를 얻는다.

베푼다.

베푸는 기회를 얻는다."(51쪽)

 

"...... 아무튼 최근에 나 자신이 잠이 와서 자는 게 아니라, 자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수면을 취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53쪽)

 

역시 요시다 슈이치다. 너무도 흥미롭게, 그리고 나를 뒤돌아보며, 시간을 잊어버린 채, 책과 함께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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