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들 - 규장각 보물로 살펴보는 조선시대 문화사
신병주 지음 / 책과함께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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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들'의 차례를 보면, 대략 많이 들어는 본 것들이 반이요, 그렇지 못한 것이 반이다. 그런데 다만 이름만 안다뿐이다. '규장각?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이것이 나의 현재이다. 그래서일까? 규장각 속 조선의 보물들을 만나는 행복에 젖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들었다.

또한 책을 읽는 내내, 암기식 역사 교육의 한계를 절실히 께닫게 되었다. 이 책은 규장각 보물들을 통해 조선의 문화사를 소개한다지만, 나는 시험을 위한 단순 암기를 통해 접한 보물들의 실체와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규장각에서 관리하는 우리의 문화 유산들을 크게 7가지로 나누었으며, 대표적인 것들을 대략 5가지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어필과 의궤'라는 것이 나에게 가장 낯선 보물들이었다. tv 역사 다큐를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여러 그림들이 기록화와 의궤 속 장면들이었다. 의궤를 통해 광해군 시대를 엿보는 내용이 가장 흥미로웠다. 실용외교의 대표적 인물, 광해군을 의궤 속에서 재확인하는 장면은 어렵고 낯설기만 했던 의궤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조선 시대, 특히 조선 후기를 세계와 단절된 폐쇄적이고 답답한 시대라는 인식에서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영어학습의 중요성만큼 조선시대역시 외국어 학습과 역관의 체계적인 교육이야기(노걸대, 박통사, 첩해신어, 통문관지), 박제가의 북학의, 박지원의 열하일기, 19세기의 풍요로운 한양의 생생한 보고서 한양가, 그리고 민영환 일행(김득편과 윤치호)의 세계일주 이야기(부아기정과 환구음초)가 있는 2장 전통과 세계의 만남을 소개한 내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박제가에 대한 이야기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였고, 암울하고 억압의 시대인 19세기 속 한양가는 다양하고 생동감 넘치는 조선의 모습을 생중계로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거쳐 러시아 황제 즉위식에 참여하러 떠난 민영환 일행의 이야기는 정말 놀라웠다.

'김육(유원총보)이지함(토정유고)'이라는 새로운 인물과의 만남도 즐거웠다. 남명 조식(남명집)와 청장 이덕무(청장관전서)와의 재회(실은 소설 열하광인(김탁환) 속 이덕무가 잊혀지지 않는다.) 역시 즐거웠다.

 

'규장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들' 속에서는 조선의 여러 모습과 여러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보물들의 소중함과 함께 아픈 역사와 마주쳐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에 약탈당한 외규장각 속 우리의 보물들을 하루 빨리 되찾아하는 역사적 사명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제대로 알지 못했던 유물들을 만나, 기존 역사 교과서 속 이름뿐이었던 우리의 소중한 보물들의 진가를 확인하고 내 마음 속에서도 역시 소중하고 값진 보물들로 새롭게 꽃피는 시간이었다. 이 책을 덮을 때 쯤이면, 우리 역사, 전통, 그리고 유물들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어쩌면 단순 암기식 교육은 '나의 게으름을 위한' 핑계일 뿐이다. 좀더 적극적인 삶의 태도의 필요성을 느낀다. 그리고 앞으로 많이, 자주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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