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는 새로운 창 W
MBC W 제작진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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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4월 29일 서구 언론의 시각, 자본의 논리와는 철저히 분리된 우리만의 국제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첫 방송을 시작한 것이 바로 MBC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 11시 50분마다 방송하는 <W>이다. MBC에서는 <W>World-Wide-Weekly의 첫 글자 W를 대표하는 것으로 W가 국제 분야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MBC의 공영성을 대표할 수 있는 시사 프로그램이라는 의미로 프로그램 제목으로 사용하였는데 실제 그들은 직접 몸으로 위험을 무릅쓰며 촬영하였기 때문에 Walking-Warrior의 약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방송 시간이 늦은 시간이고 평소에 TV를 '바보 상자'로 여겨 잘 보지 않기 때문에 관심이 없었는데 지인의 추천으로 TV가 아닌 책으로 <W>를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TV 프로그램을 책으로 옮기는 경우 원본만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예컨대 대본을 옮기는 것에 불과하고 삽입된 사진 역시 TV에 나온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선명도가 떨어져 완성도에서 문제가 있는 책을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이 책은 비교적 완성도는 괜찮은 편이다. 출판사와 편집자의 유능함이 좋은 책을 만들어 낸 것 같다. 다만 다른 TV에서 책으로 옮긴 책들과 마찬가지로 주제별로 묶지 않고 단순히 나열식으로 배열한 점은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이 책에 담긴 것들은 제목 그대로 "세계를 보는 새로운 창"을 보여주고 있다.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쓰촨성 지진 현장과 싸이클론이 휩쓸고 지나간 버마(나도 앞으로 군사 정부을 인정하지 않는 다는 뜻에서 미얀마라고 쓰지 않고 버마라고 쓸 것이다.) 현장이 담겨 있다. 특히 버마 현장이 처참했는데 미리 인도 정부에서 경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아 사망자 및 실종자가 13만 4000여 명에 달하는 큰 피해를 입었다. 마치 우리 나라가 태풍 사라에 의해 큰 피해를 입었을 때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아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큰 인명 피해를 입었던 것과 유사하다. 그리고 특히 중국 정부와 버마 정부가 서로 대체 방식이 틀린데 버마 정부는 군사 정권에 위협이 될까봐 국제 구호 단체의 입국을 불허하고 태풍이 지난 후 10일 후에나 군정 최고 지도자가 현장을 방문했으며 구호 물품으로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쌀 한 컵이 전부 였다. 또한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국민 투표를 하여 국회의 25%를 군에게 배정하는 개헌안을 통과 시켰는데 이를 보면 군사 정권이 국민의 생명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래도 유신 헌법에 의하면 국회의 1/3을 대통령이 지명했는데 '유신 헌법'에 비하면 버마의 신 헌법은 양반으로 보인다.

 

 다음 이야기는 팔레스타인 문제이다. 미국 부시 대통령이 임기 내에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부시가 거짓말 하는 것이 하루 이틀인가? 믿을 사람을 믿어야지 미국은 이스라엘 편임이 분명한데 어떻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개의 독립 국가를 세운다는 약속을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결국 부시는 이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고 여전히 대립은 계속 중이다. 다만 그 중에서 이스라엘이 장벽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조각 조각 내 놓은 정책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는데 이스라엘의 목적은 분리 장벽을 통해 팔레스타인들이 마을에서 마을로, 마을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것을 막아 독립 국가를 세우는 것을 막고 분리 장벽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의 유통이 안 되어 일자리를 잃어 그들이 스스로 그곳을 떠나게 하려는 의도라고 생각된다. 말로는 안전을 위한다면서 꿩도 잡고 알도 먹는 일석이조의 탁월한 계략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팔레스타인에도 진정한 평화가 오기를 소망한다.

 

 다음엔 '아이티'에 대한 이야기이다. 얼마 전 엄청난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나라인데 그곳에서는 이른바 '진흙 쿠키'라는 것이 주식이었다. 이는 진흙에 약간의 소금과 마가린을 첨부하여 만드는 것인데 생물학을 한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휴양도시에 사는 부유층 아이들은 이것을 아예 모르고 있다는 점이고 아이티의 보건국장이 진흙 쿠기가 건강에 직접 해를 끼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며, 다만 보건국장으로서 사람들에게 이것을 먹으라고 권장하지 않을 따름이라고 말한 것이다. 참고로 이런 아이티 보건국장의 입장은 우리나라 식약청이 MSG나 식용색소와 같은 식품 첨가물에 대해 취하는 입장과 동일하다…. 그리고 아이티는 원래 3모작을 하여 충분히 식량 자급이 가능한 나라였으나 세계화로 인해 경쟁력 없는 농업을 개방하여 식량을 수입하다가 근래 닥친 곡물 가격 폭등으로 인해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면 우리 나라가 최소한 쌀 만큼은 자급자족하려고 하는 것이 타당한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이어서 노르웨이의 지상 낙원 교도소가 소개되었는데 노르웨이는 "모든 재소자는 반드시 우리 이웃으로 돌아온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억압적이지 않고 자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교도소를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출소 1년을 앞두고는 시내 아파트 1층에 재소자를 모아 사회 적응 훈련을 시키고 있다. 그에 비해 미국 같이 억압적 교도 정책을 취하는 나라에서는 범죄 발생률이 줄지 않고 있으며 우리 나라 역시 약 절반 정도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형무소(形務所)가 교도소(矯導所)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아직 우리 나라 역시 개방형 교도소는 20년째 시범 운영 중이다. 국정원에 들어서면 과거 김종필이 쓴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라는 표석이 있었는데 교도소에도 '모든 재소자는 반드시 우리 이웃으로 돌아온다.'라는 글귀를 써 놓는 것이 어떨까?

 

 이어서 스웨덴의 석유 자급 노력이 나온다. 스웨덴은 2020년까지 난방에서는 0%, 산업과 운송에서는 각각 40~50%까지 석유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혁신적인 계획을 발표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놀라운 점은 볼보 자동차에서 만든 플렉시퓨얼 자동차(FlexiFuel Car)인데 에탄올을 비롯해 5가지 대체 연료를 사용할 수 있고 어떤 연료를 넣든 차 내부 센서가 연료의 종류를 자동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효율 면에서 의문이긴 하지만 정말 탁월한 발명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여전히 바이오 연료(BioFuel)에 대해서는 여전히 씁씁할 생각을 감출 수가 없다. 바이오 연료의 대표인 에탄올은 곡류를 통해 얻는데 전세계에 굶어 죽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사람이 먹는 곡물 가지고 차 연료를 만든다는 아이러니에 어안이 벙벙하다. 특히 근래 있었던 곡물 파동은 브라질이 1억 톤의 곡물로 에탄올 증류 공장을 가동한 탓이라는 주장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일단 굶어 죽는 사람이 없앤 후에 먹을 음식 가지고 연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 가지 질문. 단위 질병으로 가장 많은 죽음을 낳는 병이 무엇일까? 암? 독감? AIDS? 등이 떠오를 테지만 정답은 말라리아(Malaria 이탈리아 어로 나쁜 공기라는 뜻)다. 전 세계에서 매년 5억 명 이상이 이 병에 감염되고 매년 200만 명 이상이 사망한다. 사실 선진국에서는 방역 체계가 잘 되어 있어서 말라이아 감염 환자의 수가 극소수이다. 그러나 아프리카가 동남아시아에서는 수 많은 사람들이 말라리아에 의해 사망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 왜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을까?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다. 말라리아는 독감 등과 달리 virus에 의해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세균에 의해 감염되고 모기→간→혈액 순으로 형태를 바꿔 감염 시키기 때문에 백신과 치료제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렵다. 또한 현재 치료제는 인위적으로 신체 내 활성 산소의 농도를 높여 말라리아균의 서식을 어렵게 하는 기작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노화 촉진이라는 부작용을 가지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환자가 많으니 치료약 만들면 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말라리아 환자 대부분은 가난한 나라 국민으로 치료약을 구입할 돈이 없다. 그러므로 다국적 제약 회사가 말라리아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슬프지만 명확한 사실이다. 즉, 힘들게 치료약을 만들어 제약 특허를 받아도 특허권 재정을 통해 치료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타미플루 공급에 대해 우리 나라 특허청장이 타미플루 공급이 부족할 경우 재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언론에 흘리고 제약회사가 타미플루 공급을 늘린 예가 있었다. 이와 같이 기업은 이익이 나지 않는 곳에는 관심이 없다.

 

 얼마 전 Window 7이 발매되었고 조만간에 스타크래프트2가 발매되어 또 다시 컴퓨터 업그레이드 붐이 일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러나 기존에 사용하던 컴퓨터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고 있는가? UN 환경 계획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매년 5000만 톤의 전자 쓰레기가 발생하는데 그 중 70%가 중국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비록 계약 상으로는 그대로 재활용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부품을 분해하여 금을 추출하고 있다. 이는 심각한 중금속 위험이 된다. 이에 대해 세계 각국은 1992년 6월 바젤 협약(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처리에 관한 국제 협약)에 따라 유독성 폐기물의 국제 이동을 금지하고 있으나 미국은 자국 기업들의 반대로 비준을 유보하고 전자 폐기물 수출을 합법화하고 있으며 역시 교토 의정서(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관한 의정서)에서도 2001년 3월에 탈퇴하였다. 결국 미국은 환경 보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직 자국 산업 보호에만 관심있을 뿐…. 사실상 바젤 협약이나 교토 의정서에서 최대 전자 폐기물 수출 및 온실 가스 배출 국가인 미국이 가입하지 않으면 효용이 없음에도 미국은 국익을 위해 환경 보호에 대한 국제적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이런 미국이 과연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이 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책 제목 그대로 세계를 보는 새로운 창이 생긴 듯 하다. 평소 <W>를 즐겨 보는 사람이나 혹은 시청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 책은 여러분께 서구 언론의 시각, 자본의 논리와는 철저히 분리된 새로운 창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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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어보를 찾아서 5 - 거인이 잠든 곳
이태원 지음, 박선민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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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현산어보를 찾아서>의 마지막 권을 읽게 되었다. 1권부터 읽기 시작해서 5권까지 읽어 오면서 많은 고비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 책의 편집에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원래 글쓴이인 이태원 선생님은 이 책을 10권 분량으로 만들 예정이었으나 여러 제약 사항 때문에 5권으로 만드셨는데 그러다보니 체계가 없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이 책에는 '정약전' 삶의 흔적을 찾아가는 줄거리와 '현산어보'에 기록된 흑산도의 생물을 현대 생물과 비교 분석하는 줄거리 이렇게 두 가지로 크게 나누어져 있는데 이 두 가지가 서로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따로 따로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현재 <청어람 미디어> 출판사는 좋은 인문/사회 과학 책을 출판하고 있으나 이 책이 출판될 당시만 해도 군소 출판사로 유능한 편집자를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2권쯤 읽다가 고비가 오게 되는 것 같다.

 그나마 1권과 5권에서는 정약전, 정약용 형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어 뭔가 흐름을 느낄 수 있지만 2권~4권까지는 그저 생물 어류 도감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지'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개정판을 내면서 시간의 흐름 순서대로 재배열하고 실려있는 여러 생물들을 종류별로 묶어서 소 챕터를 만들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편집상에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글쓴이의 많은 노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 누구도 읽지 않는 <현산어보>를 대상으로 현대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쓰겠다는 결심을 하고 수많은 발품과 노력을 들인 끝에 이 책을 내게 되었으며 이 책을 바탕으로 정약전에 대한 연구와 현산어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글쓴이 이태원 선생님의 노력으로 잊혀질뻔한 정약전과 현산어보에 재조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분명 이 책을 읽으면서 편집상에 불만을 가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은 책'이라 함은 독자가 읽기 좋은 책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잊혀져가는 무언가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연구의 시발점이 되는 책 역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현산어보를 찾아서>는 좋은 책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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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生生 심리학 - 생활 속에서 써먹는, 살아 있는 생생 심리학 1
이소라 지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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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심리학 서적은 유일하게 출판계에서 불황을 모르는 것 같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심리를 궁금해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불확실하고 불안한 현대 사회에서 심리학을 통해 불안한 감정의 해법을 찾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만큼 굉장히 많은 심리학 책이 서점에 범람하고 있다. 이제는 심리학 역시 '레드 오션'이 되다보니 이런 저런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책 판매 경쟁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하지만 심리학 책의 내용은 대개 대동소이하다. 심리학에서 커다란 발견이나 실험은 이미 과거에 대부분 있었으며 그런 위대한 실험이나 발견을 언급하지 않는 심리학 책은 심리학 서적이 아닐 것이다. 그러다보니 나 역시 심리학 책 10권 정도 읽은 후로는 심리학 책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려고 서점에 가서 심리학 책을 찾던 중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심리학 책은 흥미롭다. 그러나 평소에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라면 심리학 책이 흥미롭다 하더라도 손을 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기존의 심리학 서적과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글쓴이의 그림을 통해 매우 쉽게, 중학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쉽고도 중요한 심리학적 발견이나 실험은 빼먹지 않고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광대한 심리학을 우리가 관심있는 것 위주로 55개를 뽑아내어 설명하고 있는 점 역시 쉽게 심리학에 접근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학습에 관련된 심리에 대해 잘 나와있는데 일반적인 심리학 책이 주로 '연예'에 많은 쪽을 할당하고 있는데 반해 학생들이나 학부모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기와 학습 수행률은 역 U자 관계이다'라는 점이나 '스스로 발목 잡는 셀프핸디캐핑(Sel handicapping)', '잡념 퇴치법, 메모'같은 것은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다만, 아무래도 학부생이 쓴 책이라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카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남종호 교수가 감수한 만큼 그런 위험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이런 위험성보다는 그림을 통해 쉽게 심리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장점일 것이다. 평소 심리학에 관심이 있으나 책에 울렁증이 있거나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잘 모른다면 심리학 입문서로서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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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어보를 찾아서 4 - 모래섬에서 꿈꾼 녹색 세상
이태원 지음, 박선민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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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다시 <현산어보를 찾아서>를 손에 잡았다. 이 책은 총 5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권 한 권의 두께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대략 500쪽 분량이다. 그러므로 총 2000쪽 분량인 것이다.) 3권까지 읽고 잠시 접어두었다가 마음과 시간에 여유가 생겨서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록 굉장히 오랜만에 읽은 책이지만 이 책은 정말 글쓴이의 노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4권에서는 앞 권에서와 달리 해양생물보다는 정약전, 정약용 형제의 유배 생활이나 그들의 사상에 대해 많이 살피고 있다. 앞부분에서는 유배 가는 길을 살피고 있는데 특히 정약전, 정약용 형제가 겪어야 했던 옥고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오늘날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도 있고 고문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지만(사실 우리나라도 20년 전까지는 공공연하게 고문은 자행되었었다.) 그 당시 정약용, 정약전 형제가 당해야 했던 옥고와 고문은 정말 상상이상이었다. 하지만 분명 당시 조선의 법령은 그렇게 비인도적인 것은 아니었으나 말단 관리에까지 이런 의도가 전달되었을리는 만무하였다고 글쓴이는 말하고 있다. 사실 오늘날에도 교도소의 인권 문제는 사각지대임이 분명한 것 같다. 과거 인권연대 사무총장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교도소 인권은 선진국에 비하면 굉장히 부족하다고 열변을 토했던 기억이 있다.

 이어서 동림사 독서기에서 정약용은 아래와 같이 약전 형에게 말한다. “중이 중노릇 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부모 형제 처자의 정을 느낄 수도 없고, 술과 고기를 먹을 수도 없으며, 음탕한 소리를 늘어놓거나 아름다운 여색을 즐길 수도 없는데 어찌하여 저들이 고통스러운 중노릇을 하고 있겠습니까? 진실로 그와 바꿀 만한 즐거움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형제가 학문을 시작한 지 이미 여러 해가 되었는데, 일찍이 이곳에서 맛본 것 같은 즐거움을 또 느낀 적이 있었습니까?” 즉 이렇게 아름다운 산천에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 커다란 즐거움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인데 오늘날 우리나라 학생들의 현실은 이와 전혀 다른 듯하다. 공자께서는 “지지자(知之者) 불여호지자(不如好之者), 호지자(好之者) 불여낙지자(不如樂之者)”라고 말씀하셨지만 과연 즐겁게 공부하는 사람이 현재 있는지도 궁금할 다름이다.

그 외에 글쓴이는 정약전이 지구가 둥글다거나 조석에 대해 연구했다고 하거나 현산어보의 생물 분류 체계가 린네의 현대적 분류 체계보다 부족했던 것에 대해 조선의 쇄국 정책 때문에 지식의 교류가 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열심히 속된 말로 쉴드를 쳐주고 있으나 이런 반론에 대해 일리가 있지만 이미 정약전보다 100여 년 전에 뉴턴은 <프린키피아>를 통해 만유인력을 밝혀내어 조석의 비밀을 풀어낸 것에 비하면 변명이 조촐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동료 모임인 <죽란시사>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나 역시 이런 저런 모임이 있는바 정약전, 정약용 형제처럼 이런 아름다운 모임이 되길 바란다. 이제 길었던 <현산어보를 찾아서>도 마지막 권만 남겨두고 있다. 정약전의 마지막을 5권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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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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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하면 원래 이 책을 구입할 생각은 없었다. 사실 <유시민>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굉장히 공격적이고 사납게 보인다는 것과 의원 선서할 때 정장을 안 입고 와서 다른 의원들의 질책을 받았다는 것(사실 정장을 안 입고 왔다고 선서를 못하게 하는 것도 웃기다. 그만큼 우리 나라 '구캐우원 아기들'은 권위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다.), 또한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있다는 점, <100분 토론 100회 특집>에서 '진중권 교수'와 함께 엄청난 달변을 자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00분 토론에서 보기 전까지만 해도 부정적 인상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평소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을 책이었지만 KOEX 반디앤루디스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손이 가게 되었다. 그런데 맨 첫 장을 넘겼을 때 <유시민의 사인>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맨 처음에는 복사한 것인줄 알았는데 전체 책 중에서 딱 3권만 사인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초판 1쇄 작가 사인본의 유혹에 못 이겨 지름신의 가르침을 받들게 되었다. 참고로 유시민의 사인은 "생각은 힘이 쎄다"라는 메세지였다. 그냥 단순히 이름과 날짜만 적는 것이 관행인데 이렇게 메세지가 있는 것 또한 신선했고 이 책을 읽는 내내 메세지대로 '생각'하면서 읽으려고 노력했다.

 이 책에서 관통하는 한 가지의 주제는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데 우리 나라의 민주주의는 아직 피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중에 그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 이른바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것''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헌법을 현재 2MB 정부는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자기 자랑과 노무현 정부에 대한 변명'이다. 초반에는 주로 후불제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많으나 뒤로 갈수록 2MB 정부에 대한 비판이 강조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책 내용을 살펴보면 유시민이 나름 생물학적 지식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3000년 전 인간과 현대인 사이에는 뚜렷한 생물학적 진화가 없으며 오직 도구와 제도, 문화만 진화했다는 것을 지적했는데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동감한다. 다만 <진화 생물학>에서는 유전자-문화 공진화를 주장하는데 과거에는 유전자가 진화를 이끌었다면 인간의 두뇌가 물리학적 한계에 도달한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진화가 느린 문화가 유전자의 진화를 쫓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다시 유전자-문화가 서로 같은 수준까지 진화한다면 다음 진화는 무엇이 앞서 나가게 될까?

 그리고 국방부 불온도서와 이에 헌법소원을 신청한 군법무관에 대한 칭찬이 있는데(p.113) 이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있다. 나는 2005년 1월 달에 전역을 한 달 앞두고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란 책을 사서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정보장교가 샅샅이 살펴보고 군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다고 뺏어 버린 것이 아닌가?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현재도 이런 세대에 뒤떨어지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 교육시킨다고 진실이 가려질까? 과거 '유신 교과서'로 공부한 유시민이 이렇게 '좌파'가 된 것을 보면 진실은 가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얼마 전에 국방부에서 군법무관을 징계했는데 그 결과 그들은 판,검사가 될 수 없고 3년간 변호사 자격이 제한되게 되었다. 정말 멋진 대한민국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대학생으로 되돌아 간다면 하고 싶은 일을 간략히 적어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p.289) 즉, 유시민은 '영어와 수학, 라틴어, 한문을 공부하고 철학과 물리학 분야의 고전을 읽을 것이며 우주와 세계의 질서, 국가와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데 필요한 지식 탐구의 도구를 풍부하게 갖추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라고 했는데 나도 이제 얼마 안 남은 젊은 동안 이런 도구를 갖추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수학은 다시 공부할 생각이고 라틴어는…

 그러나 에세이 형식이다보니 주제가 난잡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2MB 정부에 대한 비판만 있는 점은 아쉽다. 좀 악의적이다 싶을 정도인데 어차피 2MB 정부를 선택한 것은 '국민'(참고로 난 아니다)이고 어찌되었건 5년은 지나야 하는 것이니 좀 더 충고 위주로 썼으면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물론 나 역시 '국개론'(국민 개병신론)에는 안타깝지만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돌베게 출판사>는 좋은 인문/사회 서적을 내기로 유명한 곳이고 편집자인 김희진씨 역시 유능한 사람이므로 읽어도 돈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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