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여운 것들> 2024. 3. 6.개봉 96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엠마 스톤), 미술상, 분장상, 의상상.

처음 본 요로고스 란티모스 영화. 이 감독의 영화를 처음 알게 된 건 <더 랍스터>. 짝찟기가 소재여서 전혀 보고 싶지 않았다. <가여운 것들>을 보게 한 가장 근 동력은 <추락의 해부>의 산드라 휠러를 제치고 <가여운 것들>의 엠마 스톤이 무려 2번째 여우주연상을 받았기 때문. 도대체 어떤 연기길래!!!!!!!!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하남자 오브 하남자를 연기하는 마크 러팔로!! 엄청 웃겼고 많이 웃었다. 


영화를 볼 당시에는 매우 강렬했던 이미지들이 이젠 흐릿하다. 여성주의 여성해방의 관점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건 뭐 감상을 쓸 거리 없고, 너무 당연해서. 여성들이여 하남자와의 섹스에시간과 체력을 낭비하지 말라! 대신 책을 읽어라!! 정도??


p.s.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요로구스 란티모스 감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송곳니>와 <더 랍스터>를 봤다. 

감독에 대한 3자평: 천재다! 

2자평: 천재!!




<파묘> 2024. 2. 22. 개봉 현재(4월 6일 토) 누적관객수 1,116만명. 이번 주말 지나면 누적관객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

이 영화가 순식간에 천만관객 흥행할 줄 누가 알았을까? 적어도 난 극장에서 예고편을 볼 때만 해도 몰랐다. 별 기대 없이 <가여운 것들> 보러 간 김에 곱싸리로 본 영화인데, 재미있어서 깜짝 놀랐다. 극장을 나와서 관객수 검색을 해보고 더 놀랐고!! 영화<기생충>도 <서울의 봄>도 1000만 관객을 돌파하기 위해서 연명치료처럼 개봉연장을 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관객의 취향은 참 알 수 없는 것!

무엇보다 난 이제 한석규와 최민식의 시대는 저물었다고 생각하기에 2014년 <명량> 이후 10년 만에 1000만 관객 영화의 주인공이 된 최민식을 보고는 '역시 다작 존버만이 정답'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ps. 이도현 배우는 이번에도 여주의 칼춤 도우미 ㅎㅎ




<패스트 라이브즈> 2024. 3. 6. 개봉. 96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이 영화의 화려한 이력이 아니었다면 나는 절대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구질구질한 주제는 정말 싫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만약에 내가'를 많이 생각하고 사나? 그런 '만약에'에 미련이 많나? 나는 한 인간의 소서사는 얼마든지 변화 가능하지만 그게 대서사를 바꿀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서사는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마치 테드 창의 단편 <당신 인생의 이야기> 같군. 


해성이가 착각하는 게 있다. 해성은 나영이가 the나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거 아니다. 해성은 성격이 그런 것일 뿐이다. 어느 나영이든 해성이는 인생에서 아련한 나영이, 소영이, 미영이를 품고 살았을 것. 그게 이민이든 제주도로의 이사든 죽음이든 간에 해성이의 성품이 '아련한 인연'을 믿는 타입. 만약에 나영이가 이민을 가지 않아서 둘이 연애를 하게 되었다면 해성이는 그의 인생에서 또 다른 아련한 인연을 만들어 그걸 맘에 품고 '만약에 우리가' 하면서 물고 빨고 그리워하면서 살았을 것이라고 나는 장담한다.


ps. <퍼스트 카우>의 쿠키가 나와서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은 것처럼 좋았다!! 상남자와 하남자 역을 동시에 하는 쿠키.


ps2. 나에게 결혼이라는 것은 나영의 결혼 이상도 아니다. 즉 내가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는 적당한 사람을 필요한 타이밍에 만나 법적으로 맺어져 인생의 필수템을 득하는 것. 나영의 대서사는 결혼이 아니라 뉴욕 시민이 되는 거였다는 거. 나영이 자력으로 뉴욕 시민이 될 수 있었다면 소서사인 결혼은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 


ps3. SNS로 얼마든지 사람을 찾을 수 있는 시대에 '아련한 인연'이라고 하는 게 얼마나 해괴한지...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처럼 전화번호를 적어 준 쪽지를 잃어버려서 하염없이 운명의 장소에서 운명의 상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면 ㅋㅋㅋㅋ 운명의 상대가 어딨어. 운명의 상대를 믿는 자에겐 그게 운명의 상대인 것이고, 운명의 상대를 믿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겐 내가 배고플 때 나타난 빵 같은 거지. 그게 깜빠뉴든 소시지피자 빵이든 뭐든 허기를 채우면 되는 것. 운명의 상대를 믿는 자 = 산타를 믿는 어린이


ps4. 인연=오리엔탈을 좋아하는 양인들 취향이란 참... 샐러드에 오리엔탈 소스 많이 뿌려 드셈. 


ps5. 이 영화에 실망해서 <조용한 이주> 안 보기로 함. 당분간 이민 한인이 만든 영화는 쉬어야겠다. 나는 한국적인 게 싫다고...


<듄 2> 2024. 2. 28. 개봉

드니 빌뇌브와 티모시 샬라메가 아니었다면 보지 않았을 거라 100% 장담한다. 우선 이런 SF는 내 취향이 아니고... 배경은 사하라 사막, 의상은 아프카니스탄.... 베네 게세리트들이 입은 검정 부르카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날 제발 이런 거로 고문하지 마라!!!!!!! 스파이스=석유라고 생각하면(실제로 작가 역시도 이런 비유로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함)...우주에서도 사막 여성은 히잡 복장을 하는 게 1960년대식 상상력의 한계로 받아들이면서 영화에 집중하려고 했으나 베네 게서리트이 대장 샬롯 램플링이 부르카 입고 등장하면 모든 몰입이 깨어짐 ㅠㅠㅠㅠ 어쩔 거냐고


영화 <해리 포터>를 보고 이건 매우 잘 만든 2시간짜리 예고편이다!!!!라고 생각한 나는, 영화 <듄>역시도 잘 만든 예고편에 지나지 않을 거라고 의심하고 있다. 소설을 읽지 않고서는 느닷없이 등장하는 인물과 인물 집단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 특히 베네 게세리트 집단에 대한 정보를 영화를 보면서 파악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장면에 압도되어 대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게 된 달까... 알면 들리지만 모르면 들리지 않는 대사로서의 정보들이 많은 듯.


베네 게세리트 집단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어서라도 일단 듄3 나오기 전에 책을 읽어야 겠는데... 우선 순위에 있는 책들을 제치고 읽을 가치가 있나 싶기도 하고.


나는 듄2는 맹신과 복종에 대한 블랙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스틸가(하비에르 바르뎀)를 어쩔 것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순수 100%의 눈빛으로 오 역시 구원자 하는 그 감탄사들 ㅋㅋㅋㅋ 하비레르 바르뎀 나올 때마다 영화 장르는 블랙코미디로 바뀜 ㅋㅋㅋㅋㅋ 


ps. 이 영화는 공짜표가 생겨서 동네 극장에서 먼저 봤다. 나는 4D 아이맥스, 음향 등의 상영 기술(환경)이 영화의 완성도에서 더 중요시되는 게 싫기 때문에 별 미련 없이 동네 극장에서 봤는데.  동네 극장은 내 예상보다 스크린이 더 작았다. 여긴 극장인가 100인치 비디오방인가 ㅜㅜ 내 시간, 내 첫 감상이 망했다는 생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여 그렇다면 제일 큰 곳에서 보자 싶어서 cgv센텀 스타리움관에서 두 번째 감상을 하게 된다. 첫 감상을 스타리움관의 초대형 스크린에서 했었다면 감흥이 더 컷을 거도 같지만, 두 번째 관람이라서 그런지 그저 그랬다. 


<스코어: 영화 음악의 모든 것> 2017.10. 19. 개봉

이 영화는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영화의전당 무료상영으로 봤다. 예전에는 넷플릭스에 있었는데, 지금 검색해 보니 감상 가능한 OTT는 없는 듯. 이 영화를 예매하던 때만 해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7년 전 영화를 보기 위해 굳이 시간을 내서 극장까지 가는 품을 들여야 할까 하는 이해득실을 따졌으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극장에 간 이유는 이걸 집에서 넷플릭스로 본다면 과연 내가 이 영화를 다 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분명 한 30분 정도 보고 나서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다 못 보게 될 게 뻔했다. 또는 영화를 다 봤다면 영화를 다 보는 것에 사용한 인내심이 극장에 가는 품보다 더 컸을 거라는 계산하에 극장행을 택했다. 극장행을 택한 내 선택은 훌륭했다!


매우 훌륭한 다큐였지만, 극장이 아니었다면 한 번에 다 보진 못했을 거라 장담!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메모하자면

1) 영화음악은 마지막 남은 오케스트라 음악이다라고 했던 모 음악 감독의 말

2) 와인색 벨벳 재킷, 오색의 스트라이트 양말, 아랍의 타일 문양의 무늬의 바지를 입고 인터뷰하는 짐머는 은근 패피. 

3) 영화음악을 만드는 음악가들의 집요함을 보면서 '아아 세상에는 역시 천재들이 너무 많아'라는 생각을 또 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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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7 20: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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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8 14: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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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행위이론에 의하면 "당신은 체포되었습니다" "나는 이 배를 이렇게 명명하노라" 혹은 "약속하겠어" 따위의 서술문은 모두 수행문이다. 발화자가 이 행위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그 말을 입 밖에 내서 말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행위의 경우, 앞으로 어떤 말이 나올지 알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않는다. 결혼식 하객들은 누구나 "이제 이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실제로 목사가 그 말을 할 때까지 결혼의 의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수행문적 언어에서, 말하는 것은 그것을 실행하는 것과 등가인 것이다.

<네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같은 감독의 영화여서였을까 <듄 2>를 보면서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가 계속 생각났던 건. 베네 게서리트와 남부의 예언을 수행하기로 결심한 폴 무아딥 우슬.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에서였던가 집단생활을 하는 20대 남녀들이 아무 거부 없이 교주가 짝 지워주는 상대와 결혼해서 애 낳고 살던 걸 본 게. 그때 나는 저게 어째 저럴 수 있나 믿어지지가 않았는데, 폴이 폴 무아딥 우슬이 되는 걸 보면서 '아 이거나 그거나 맹신과 복종은 같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구원자 폴 무아딥 우슬을 보면서 마냥 행복해하는 스틸가(하비에르 바르뎀)를 보라. 이제야 나는 사이비종교와 세상 모든 종교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믿으면 행복해 지나니!!! 믿지 않는 자, 의심하는 자 챠니를 보라. 이 영화에서 불안하게 흔들리는 동공을 가진 건, 불행한 건 챠니뿐이다!!!


<듄>에 선예언 후구원이 있다면 나에겐 선계획 후실천이 있다. 나는 나의 교주이자 나의 신도이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에게 예언을 하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는 내 몸에게 예언하고 있다. 소변이 마려워도 '아직 아니야, 난 2시간 30분마다 화장실에 갈 거야, 그러니 버텨!'라든가 '오늘은 저녁에 영화 볼 거니까 졸리면 안 돼. 그러니 버텨!'라든가 '오늘 저녁은 홈트 하는 날이야, 무조건 하는 거야. 약한 마음먹지 마.'라든가 더 나아가서는 '나는 언제 사망할 것인가 음... **살까지 살다 죽자. 그러니 몸 버텨!!' 하고 예언하기 시작했다. 


돌고 돌아 라캉. 자기 예언이 곧 근본환상이자 대타자 아니겠는가!


몸의 물리적 요구를 뇌가 지배하는 연습 중! 충동에 따라 행동하는 것보다 충동을 내가 정한 계획된 시점에 충족시키는 것이 쾌감이 더 크다. 전 인류가 도파민에 지배당해서 즉각적인 욕구충족에 중독된 이 시대에 나는 내 계획대로 간다. 마치 빛처럼! 목표점을 정하고 최단시간거리로 나아가는 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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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7 07: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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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7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07 11: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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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활동은 빅씨스 모닝홈트 1탄. "오늘 운동은 쉬는 시간 없이 진행됩니다. 음악 들으면서 내가 제일 멋지다는 기분으로 10분 움직여 주세요. 자, 시작합니다." 매일 아침 '내가 제일 멋지다는 기분으로'를 되뇌면서 하루를 연다. 이 10분 홈트를 하고 나면 오늘 하루도 살아갈 수 있는 정신력이 완충된 듯한 기분이 들어서 좋다. 


노화 노년 의료계의 BTS 정국이라고 할 수 있는 정희원 교수의 각종 유튜브 영상을 종종 듣는다. 듣고 있으면 허무감이 내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느껴진다. 그럴 때면 생후 50일도 되지 않은 조카의 사진을 찾아보곤 한다. 2024년생의 일생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AI와 결혼하려나??' (19**년대 생인 나마저도 최근엔 고세구 팬서비스 영상에 반해버렸으니!!!) 죽음(사망)이라는 목표점을 향해 가는 인간의 생이라는 게... 허무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 한 거 아닌가?

최근에 혼자 생활을 하던 할아버지(취미는 자전거 타기)가 치매 증상이 심각해져서 요양원에 입원했는데 입원 15일 만에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할아버지의 나이는 89세였다. 시골에서 자연인처럼 혼자 살던 할아버지는 요양원 생활에 적응 못했고, 호흡곤란이 왔고, 그렇게 사망했다고 한다. 이 죽음의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할아버지의 딸에게 들었다. 최근 치매를 주제로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희원 교수는 치매 예방을 위한 4가지 활동을 말했다. 잠을 충분히 잘 것, 운동을 충분히 할 것, 사람들과 교류할 것, 독서 등의 인지활동을 할 것. 음... 나에게 가장 부족하 건 사람들과의 교류... 그 다음 부족한 건 운동... 매우 잘 하고 있는 건 충분한 수면과 독서 등의 인지활동!!


사람의 건강이라는 건 총점이 아니라 과락이라는 걸 또다시 알게 되었다. 과락인 부분이 1개 발생하면 그것이 사람을 모조리 잡아먹고 최종 목표점인 죽음에 골인한다는 걸. 


내 몸이 어떤 병을 목표점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면 나는 건강 따위 고려하지 않고 막살았을 것이다. 막산다는 건 끼니를 거르고(먹는 게 제일 귀찮다), 운동을 하지 않고(왜 인간은 몸으로 존재해야만 하는가!! 고세구일 순 없었던 거니??) 원 없이 하루종일 영화를 보거나, 재미난 소설을 읽거나 하는 것.

 

나의 방탕은 인지활동에 일생을 아낌없이 탕진하는 것!!!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나 자신을 먹이고, 운동 시키고, 잠 재우고 하는 것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그걸 다 하고 나서 남는 체력과 남는 시간에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일기를 쓴다. 그래서 매우 허무하다. 살기 위해 사는 삶. 이런 기분을 긍정으로 바꾸는 주문이 "내가 제일 멋지다는 기분으로 10분 움직여 주세요."다!


ps. 아무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되는 게 아니다. 50대에 생에 첫 소설 집필과 동시에 노벨문학상. <닥터 지바고>읽던 중학생 때의 나는 소설 쓰기와 체력이 무슨 상관인지 몰랐다. 그래서 50대에 소설을 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몰랐다. 그냥 50년 정도 살았으면 경험치와 지식의 누적량이 엄청날 테니 당연히 소설 한 편 정도는 근사하게 쓸 수 있는 거 아냐? 했었다 ㅋㅋㅋㅋㅋ하지만 이제는 안다!!!!! 50대가 되면 연필을 쥘 근력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장편을 쓸 정도로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허리가 부재한다는 것을.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체력짱이었던 것!!! 내가 이 시대의 러시아 청소년이었다면 이 소설을 읽고, '와놔 라떼 소설' 하면서 비아냥거렸을지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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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무조건 궁금해야 한다. 세 번째 소설 <고스트라이터즈>에서 나는 한 캐릭터의 입을 빌려 이 진실을 밝힌 바 있다. 이야기는 재미있어도 흥미로워도 안 되고 궁금해야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는 게 넘치는 세상이다. 유튜브 알고리즘만 따라가도 하루가 가버린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언제라도 뒤로 밀려날 수 있다.

하지만 궁금한 이야기라면? 그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계속 읽을 수밖에 없다. 궁금증이 풀려야만 책을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다.

<김호연의 작업실 / 김호연>


이 책을 읽고 나서 동시대의 한국 소설(등단작 또는 공모전 당선작)의 수준(??)이 궁금해졌다. 도서관의 813 구역에서 2023년 당선작 타이틀이 있는 책 두 권을 빌렸다. 제목은 공개하지 않겠다. 이유는 소설이 너무 별로였기 때문이다.


내가 밥을 먹으면서 보는 유뷰트 일상 브이로그가 있다. 밥을 먹으면서 보는 이유는 딱 그 정도로만 집중하면 때문이다. 그 유튜버가 카페에 앉아서 굵은 책을 앉은자리에서 다 읽는 장면이 있는데, 나는 그 장면이 늘 의심스러웠다. 책을 도대체 어떻게 읽길래 저렇게 빨리 다 읽는단 말인가. 초등학생용 동화책도 아닌데... 하다못해 <마당을 나온 암탉>도 다 읽는 것에는 저것보다 오래 거릴 거 같은데라고 늘 생각했는데, 내가 빌린 책이 <마당을 나온 암탉>보다 더 술술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

 '아 이런 책을 읽은 거였구나.'


독서를 치아청결 관리에 비유하자면, 내가 즐겨하는 원하는 독서는 스케일링 같은 것이다. 독서 행위가 내 뇌에 낀 치석 같은 걸 제거해 주는 역할을 할 것. 그래서 나는 한 페이지 읽는데 5분 정도 걸리는 책을 읽는 걸 좋아한다. 1시간 내내 읽어도 12페이지 읽을 수 있는 그런 책. 그런데 내가 읽은 소설은 양치질은 커녕 가글이었다. 그냥 책 한 권 읽었다 하는 느낌이상도 이하도 없는 책이었다. 2배속으로도 봐도 단 한 장면도 놓칠 게 없는 그런 유튜브 영상을 보는 듯한 독서였다. 이 정도까지 수준을 낮추어야 '시장성'이 있는 거구나!!!


김사과 신간 알림을 보자마자 김사과 신간 <하이라이프>를 구매했다. 대충 훝어만 봤는데도 맘에 들었다. 촌스럽지 않아!!! 


촌스러운 소설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다. 하염없이 응답하라 1988하고 있는 소설. 2023년에 발표된 소설인데, 여전히 라떼는 말이야 하는 소설. 소설 계의 국힘당이다. 성석제의 <투명인간>(2014. 6월 출판) 도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2007년 9월)같은 라떼 소설은 그만 보고 싶다. 이 책들이 출판되었을 때 읽었고, 싫었다. 뭐 어쩌라고? 그렇지만 <투명인간>은 현대까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읽을 만했지만, 성석제가 주인공의 누나에 대해서 너무 담담하게 서술한 점에서 빡이 차 올랐다. 시발 고생한 건 남동생이 아니라 누나라고!!!!!!!!!!!! 남자 작가의 남자라서 힘들다 징징대는 소설이 너무 읽기 힘들다. 니가 김연수든 성석제든 그 누구라도 싫다. 대신 리모와 캐리어가 등장하는 <달까지 가자>, 옥수수 수염차가 나오는 <불편한 편의점>, 페이스북과 유튜버가 나오는 김사과의 요.즘.시.대 소설이 좋고, 자주 읽고 싶다!!!! 요.즘.소.설!!!


ps. 촌스러운 문청 대학원생이 주인공인 소설은 그만 읽고 싶다. 진짜 어쩌자는 건데?? 얼마 전에 꽤 잘나가는 작가의 소설집을 읽고 한국 등단 소설 작가(나름 문학하시는!!)들은 다들 샤넬도 애플도 인스타도 k pop도 없는 어디 수도원에서 집단생활하나 싶었다. 소설에 요즘 사람의 삶이 없고, 자신들의 대학원생의 삶 뿐이다. 진심 공감 안 됨. 


소설 습작하면서 학원 국어 강사하는 주인공 등장하는 소설 개극혐이다. 절대 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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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인생의 이야기>

201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빛은 이전의 지점을 향해 출발한 다음 나중에 진로를 수정할 수는 없어. 그런 행위에서 야기된 경로는 가장 빠른 경로가 아니니까. 따라서 빛은 처음부터 모든 계산을 끝마쳐야 해."

나는 마음속으로 이 사실을 곱씹었다. 광선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선택하기 전, 자신의 최종 목적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207

운동에너지나 가속도처럼 인류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물리적 속성은 모두 주어진 한 시점에서 어떤 물체가 가지는 성질이다. 그리고 이런 성질은 순차적이고 인과적인 사건 해석으로 이어진다. 어떤 순간은 다음 순간을 낳고, 원인과 결과는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작용'이나 적분에 의해 정의되는 다른 것들처럼 헵타포드들이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물리적 속성들은 일정한 시간이 경과해야만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목적론적인 사건 해석으로 이어진다. 사건을 일정 기간에 걸쳐 바라봅으로써 만족시켜야 할 조건, 최소화나 최대화라는 목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처음과 가장 마지막의 상태를 알아야 한다. 원인이 시작되기 전에 결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도서관 서가를 훑다가 우연히 빌린 책 <당신 인생의 이야기>(영화 <듄 2>가 개봉한 김에 생각나서 빌린 거. 아님).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원제 arrival 2017년 2월 개봉)를 처음 본 건 개봉일로부터 약 9개월이 지난 때, 인천->로마행 비행기 안에서였다. 기내 좌석 등받이에 설치된 작은 모니터를 통해서 이 영화를 봤다. 비행기라는  밀폐된 작은 공간에서의 기내 모니터는 상대적으로 매우 거대하게 인식된다는 것을 <드래곤 길들이기>(2010년 5월 개봉, 그해 7월 기내 영화로 있어서 봤다. 나리타->시드니행 비행기)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4D 아이맥스(본 적 없음)를 의심하고 있다. 그게 정말 그렇게 흥미로운 영화감상 경험인가?? 지나치게 매운 것을 맛이라고 할 수 없듯이, 지나치게 많은 오감을 자극하는 영화는 이미 영화가 아니다? 정도의 내 주장...(<듄2>의 상황(배경) 전환이 너무 많아서 영화 진행에 초집중하지 않는다면 제작진이 작정하고 만든 눈요기 거리-모래벌레 스키 장면 같은-만 잔뜩 감상하게 되는 꼴)


영화 <컨택트> 감상에서의 좋은 기억과 함께 <네 인생의 이야기>를 읽어 나갔다. 빛의 굴절에 이런 심오한 과학과 철학이 담겨 있었는지 이제야 알았다. 그와 동시에 나는 결과를 정한 후 그 결과를 위해서 모든 행위를 하는 빛이라는 존재와 사랑에 빠졌다(이것을 나의 근본환상으로 삼고 싶다...라고 하면 영화 <듄 2>의 한심한 남부 근본주의자들하고 똑같은 건가?? 언젠가 나타나고야 만다는 구원자에 대한 예언을 맹신하기에 현재의 모든 고난을 받아들일 수 있는 어리석어 보이는 자들... 하지만 그것 말고 무슨 다른 수가 있단 말인가!)


자신의 최종 목적지, 나의 최종 목적지. 즉 나는 내가 언제 어떻게 죽는지 정확히 알고 싶다. 매사 선계획 후실천으로 살아온 나로서는 요즘처럼 내가 언제 어떻게 죽을지에 대해서 희망고문 당하느니 그냥 죽는 날짜를 받아 놓고, 속 편하게 살고 싶다.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의 주인공 루이즈 뱅크스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를 자연수로 이해한다. 나에게 나이는 분수에서의 분자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분모를 가지느냐에 따라 값은 달라진다. 나이뿐만이 아니다. 자산 규모나 겉으로 보이는 형식적 행복(?)에 대해서도 나는 각자의 분모를 염두에 둔다. 


배우 윤여정이 75세에 한국최초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았다고 해서, 배우 최민식이 10년 만에 다시 곧 1000만 관객 달성 <파묘>를 찍었다고 해서, 이런 걸 근거로 내가 존버하면서 고진감래 해야 할까?? 김연아나 빌리 아일리쉬 같은 사람도 있는데??? 요한 요한슨은? 지금 이 일기도 요한 요한슨의 <컨택트> ost를 들으면서 쓰고 있다. 커리어의 최고점을 향해 상승하고 있는데 왜 죽음을 택했을까... 약 47년 6개월을 살고 죽음을 선택함. 왜 어떤 사람은 끝없는 영생을 바라고, 어떤 사람은 도무지 죽을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내가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절대 죽지 않을 거 같은데) 살기를 그만두는 걸까?


어차피 죽을 날이 정해져 있는 거라면 나는 내가 건강 때문에 희생하는 많은 것들을 하지 않고, 특히 운동!!!!!, 읽고 싶은 책이나 죽도록 읽고 싶다, 혹은 영화 감상.



ps. 영화 <듄> 시리즈가 그 어떤 최첨단 기술로 기교를 부린다 해도 영화 <컨택트>(arrival)를 능가하진 못할 것이다. <듄>은 외계 행성인데 너무 지구 같고(가부장제라는 근본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중세도 아니고 걍 고대로마 같은 느낌), <컨택트>는 지구인데 너무 외계. 내가 드니 빌뇌브라면 <듄>보다는 <컨택트>를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할 거 같은데... 하지만 모든 필모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ㅋㅋㅋ 당연 <시카리오>지!!!!! 인간은 복수라는 최종 목적지로 나아가는 존재지요 하하하 할 거 같다!!!!!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빛이라면 쓸데없이 너무 긴 <듄>보다는 80페이지 정도의 분량에 우주를 녹여낸 <네 인생의 이야기>라는 최소 시간을 택하고 나아갈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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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3-2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컨택트가 더 좋아요! (시카리오도) 그런데 드니 영화를 영화관에서 본건 처음이라 ㅠㅠㅠ 듄2 영화적 체험 너무 압도적!!!
원작 소설 읽어야갰습니다!!! 동생의 정보애 따르면 듄의 이야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합니다!!ㅋㅋㅋ 주인공이 안야조이라고 ㅋㅋㅋ

먼데이 2024-03-23 20:49   좋아요 1 | URL
제가 들은 정보로도 듄 1, 2 는 6권 중 1권 이야기라고 해요. 저도 <듄>을 읽지 않았는데, 솔직히 영화로 이야기 전달이 가능한 이야기인가 하는 의문이 매우 많이 들어요. 그래서 일단 책을 읽어야겠다 싶어 인근 도서관의 상태를 모조리 검색했는데, 예상대로 모두 1권이 대출중(심지어 예약불가) ㅋㅋㅋㅋ 기분 나빠져서 2권부터 내가 대출해 버릴까 하다가 참았음.

전 <왕좌의 게임>도 책으로 먼저 읽었거든요. 선독서 후드라마시청이었는데 책에서 얻은 정보가 없었더라면 많은 장면에서 그 장면의 연출 이유를 알 수 없는 장면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드라마 시청만으로 이 드라마가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뭘 알고 재미있다고 하걸까 하는 의문이 내내 들었어요. 드라마가 재미없어서 시즌1 정도 존버 하면서 본 거 같아요.

그런데 <듄 3>을 드니 빌뇌브가 할까요? 내가 드니라면 안 할 거 같아요. 1, 2에서 할 만큼 했고 난 이제 다른 영화로 다른 시도를 해볼랍니다 빠이빠이 할 거 같은데... <시카리오>도 1편만 찍고 속편은 안 찍었잖아요 ㅎ

공쟝쟝 2024-03-23 21:36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 이 글, 댓글을 통해 추측하면, 왕좌의 게임은 읽어야하고 ㅋㅋㅋㅋㅋ 그리고 영화 듄은 드니의 듄이며 ㅋㅋ 컨택트역시 테드창의 소설과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 어떤 감독은 그의 세계가 원작의 그것을 넘기도 하죠. 저는 인류세시대와 겹쳐 영화 읽어서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직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이 다음의 자본과 투자 혹은 업계가 그를 선택할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의미에서 최선을 다해 1.2 만든 것 같고요. 관객1은 행복했어요. 정말로.

잉크냄새 2024-03-23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분자로 생각하는 발상이 참신하네요. 결국 1로 수렴하기 위한 삶이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