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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서야 <금쪽같은 내새끼>라는 프로를 봤다. 내새끼라는 말은 참 웃긴다. 마치 내로남불처럼. 자식새끼라고 하면 욕이 되지만 내새끼라고 하면 애정이 가득 담긴 말이 되니 웃기지 않을 수가 없다. 그 프로를 보면서 든 생각은 '금쪽이 너도 참 태어나서 고생이 많겠다...' 라는 것... 


나는 내 아버지를 어떤 발달장애 혹은 학습장애로 의심하는 중이다. 그런 장애가 없지 않고서야 사람이 저렇게 행동을 할 수는 없는 법이라는 게 내 주장이다. 그래서 <금쪽같은 내새끼>를 본 것이다. 내 아버지의 어린 시절을 찾아서... 그런데 몇 개 보고 났더니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보기를 관뒀다. 금쪽이들이 너무 안쓰럽기도 했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서 부모가 되어버린 금쪽이를 부모로 가진 내가 참 안쓰러워서 볼 수가 없었다. 

내 아버지가 그런 장애가 있는 사람인 걸 알았다면 나는 그 사람의 언행에 대해서 그렇게 화를 낸다거나 서운하다거나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화를 냈던 건 어떻게 정상인이 그럴 수 있냐 였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정상적인 부모가 그럴 수 있냐는 것이였다.

예전에 어떤 패션 잡지 유튜브에서 연예인 가방 보여주기 영상이 있었는데 박하선이 자기 딸한테 모든 걸 다 줄 수 있다고, 눈도 줄 수 있다고 하는 말을 듣고 피식했다. 눈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눈을 줄 수 있다고 하는 거지 하면서 피식했다. 오은영 박사는 부모의 이기적인 언행을 사랑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도 나는 피식했다. 그래 사랑이긴 하지, 자기애. 내 어머니는 늘 자식 걱정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엄마는 나를 걱정하는 거야, 그런 자식을 둔 엄마 자신의 처지를 걱정하는 거야?" 까놓고 말하면 부모의 자식 걱정은 자식이 사고를 쳐서 부모 인생을 위태롭게 할까 봐 하는 걱정이다. 나도 내 부모의 건강을 걱정한다. 부모가 건강하지 못하면 그 간병을 내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간병을 아닐지라도 소소하게 원무과적인 업무라도 내가 해야 할 텐데 일단 귀찮다. 

 엄마나 여동생은 아빠가 나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아냐는 투로 종종 말하는 나는 "그건 아빠 자신이 되고자 하는 부모 역할을 수행하는 것일 뿐, 내가 원하는 부모 역할이 아니다. 내가 아빠의 부모 역할 놀이에 참가해줘야 하는 이유가 뭔데?"라고 항변한다. 

자식을 낳는다는 것은 부모가 맘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을 낳는 것이 아닌데, 대부분의 부모들은 부모 역할 놀이를 하려고 자식을 낳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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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반숙에 소금 뿌리고요, 하나는 완숙에 케첩 뿌려요. 우리는요, 맨날 그렇게 먹어요."


"그 동네에 살 때요, 시장 모퉁이에 꽈배기 파는 집이 있었는데요, 오빠가 거기서 꼭 꽈배기를 사왔거든요. 내가 좋아하니까 먹으라고 여기 이 상에 딱 이렇게 놔두거든요. 내가 밤중에 일어나서 먹기도 하고요, 아침에 일어나서 먹기도 하고요. 내가 꽈배기를 디따 좋아하는데 그 집 꽈배기가 진짜 맛있었거든요. 근데 거기가 열한시 반이 넘으면 문을 닫아요. 그래서 오빠가 그거 사려고 꼭 열한시에 치킨집에서 나와요. 사장 아저씨도 그거 알아서 오빠가 일하고 있으면 빨리 꽈배기 사러 가야지, 그러고 그랬거든요. 그때 그다음 날 아침에 꽈배기가 여기 이렇게 딱 있었거든요."


어떤 삶은 이유 없이 가혹한데, 그 속에서 우리는 가련한 벌레처럼 가혹한 줄도 모르고 살아간다. 


권여선 <레몬>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지겹고 시시해서

오랫만에 공들여서 화장을 하고(마스카라를 하고 속눈썹을 한올 한올 말아 올렸다는 말)

발렌티노 매장에 가서 아직 공식 홈페이지에는 업데이트조차 되지 않은 신상 팔찌를 샀다.

발렌티노의 미덕은 대기가 없다는 것이다.

사이즈가 제법 있는 금빛 스터드가 번쩍번쩍 하는 게 5미터 거기에서도 여기 발렌티노요 할 듯했다.

아주 맘에 든다.


착용 사진을 보냈더니

여동생은 개목걸이 같다고 했고, 발렌티노라는 브랜드도 첨 들어 본다고 했다. 

남동생은 그 돈이면 차라리 애플워치를 사지라고 했다.


나는 팔이 2개고 오른팔은 마우스 사용을 위해서 남겨둬야 하니까

남은 건 왼팔 하나 뿐인데, 

애플워치를 왼팔에 끼면 팔찌는 어디에 껴야 하나? 

(미밴드는 이제 잘 때만 낀다. 미밴드 있다고 해서 내가 더 걷는 것도 아니더라.)

애플워치 같이 실용적인 것만 추구하는 태도가 우울과 홧병과 울화의 근원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사치와 낭비를 하지 않고도 행복할 수가 있단 말인가?


요즘 나는 직구도 하지 않는다. 그냥 매장 가서 이것저것 해보고 결국엔 신상으로 사버린다. 그렇게 쇼핑백을 달랑달랑 들고 다른 매장도 기웃기웃 하면서 물건 구경하고 사람 구경하면 기분이 좀 화사해진다. 예쁘게 화장하고 잘 차려입은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좀 좋아진다. 


고가의 소비와 행복을 연결짓는 것은 낡은 개념이며, 우리는 지나치게 일하고 생산하며 그렇게 번 돈을 소비하는데 쓰는 한심한 인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많다.

하지만!

마감이 훌륭한 물건을 몸에 직접적으로 걸치고 있는 것 자체는 실제적인 행복이다.

그걸 부정할 수는 없다.


나는 돈이 안드는 작고 소박한 행복을 생각할 때면 권여선의 소설 레몬에서의 계란 후라이와 꽈배기가 생각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유감스럽게도 이 소설 속 남매의 삶 속에는 이 정도의 소박한 행복 말고는 없었던 것이다. 즉, 사치스런 행복은 없었던 것이다. 


나는 계란 후라이와 꽈배기와 발렌티노가 공존하는 행복 속에서 지내고 싶다.

가능한가?

설마 그럴리가. 

인생이 그렇게 인자하지 않으니까.

양자택일인 것이다.

가난하게 살면서 안분지족하던가

일중독자가 되어서 사치로 스트레스를 풀던가

둘 중 하나 밖에 없는 게 인생.


그 둘 모두 아닌 경우도 있긴 하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멸시하며,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질투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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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2 17: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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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2 21: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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