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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쳐졌으면 하는 몇가지.... 2004/06/22 12:14

하나.

 

머리 속에서만 가지고 있던 것이었으나, 어제 신문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와 있었다. 종교단체가 세운 학교에서는 일률적으로 그 종교에 대해서만 일정한 교육과 평가, 그에 따른 제한이나 혜택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생각을 가진 한 고3학생의 얘기다.

 

난, 종교가 없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들으면 기분 상할 지도 모르지만, 종교는 삶을 살아가는 데 그리 유익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단서를 붙이게 되는 데는 좋은 분들도 있기 때문이지, 그런 이유를 빼고 일반론으로 말하면 종교는 글쎄올시다..쩝..특히, 막나가는 부시같은 말종같은 종교인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으나, 종교 그 자체부터 그 걸 믿는 사람들까지 암튼 그렇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그 종교를 믿지 않거나 또는 종교를 갖지 않으려는 이들에게까지 단지 그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종교 관련 수업을 받게 하는 것은 잘못이다.

 

덧붙여, 난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교회나 그런데 다니지 말았으면 한다. 놀러 가는 거라면 몰라도 아이에게 그 종교를 믿게끔 하는 행동과 말을 부모가 하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열린 마음을 가지지 못한 부모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 부모야 그 종교가 지상 최고의 가치를 지닌 것이겠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아이들더러 당신이 믿는 종교를 무조건 받아들이게끔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옳고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 때 서로 대화를 하면서 그가 선택하도록 하였으면 한다.

 

둘.

 

오늘 보니 사법개혁안이라는 것이 나왔다. 꼭 그와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대략 관련이 되는 것이기도 하긴 하겠다. 이미 정부도 문제점을 인정하면서 대책을 내놓았던 것이기도 한데, 왜 사법연수원생들의 월급을 세금으로 주냐 하는 것이다. 그들의 연봉은 대략 1800만원 정도라고 들었다. 그들은 대개 다 변호사로 나간다. 결국 그들은 직업을 얻기 위한 자격증을 얻기 위한 시험을 본 것 뿐이며, 또한 그것을 위해 교육을 받고 있는 것 뿐이다. 

 

근데, 왜 그들에게 국가가 돈을 주면서 교육까지 시키는가 ? 다른 자격증은 그렇다면 왜 국가에서 돈을 주지 않는가 ? 각종 공인 자격증은 국가의 정책적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 다른 공인 자격증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한테는 왜 그런 혜택을 주지 않는가 ? 변호사는 다르니까 ? 아! 변호사는 신분 상승을 위한 자격증이라서, 아님 아! 아주 공인된 라이어라서 ? 공공성이 있는 업무라고 ? 아! 그렇구나. 맞나요 ? 그럼 뭐야 ? 대체 합리적인 근거가 없잖아.

 

그렇게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법을 공부한 사람들은 말이다. 그러나, 보라. 그것이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헌법에 위반하는 것이라고 감히 주장하는 변호사를 본 적이 있는가 ? (있소 ? 있구나..미안하오..진작 말할 것이지..) 지금도 그들에게 돈이 나가고 있다. 그것을 막으려고 법무부, 대법원, 변협, 심지어 진보적 법조 집단  그 누구도 감히 나서지 않았다. 에고, 연수원생들도 나서지 않는구나. 그들이 바로 정의와 평등을 말하는 법조인들이다.

 

덧붙여, 2006년도부터 사법시험의 외국어과목을 영어 하나로 통일된다고 한다. 즉, 토익 등 공인된 시험의 점수표를 내야만 사법시험을 볼 수 있다는 거다. 이런, 우라질~ 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공부하려면 독어, 불어, 일어가 영어보다 더 필요하지 않나 ? 자기 나라에 없는 책은 일본가서 찾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은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 그런 생각으로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헐~~ 집어 치우라고 한다. 이런, 우라질이 있나. 쩝..

 

셋.

 

국공립대 등록금은 왜 싼가 ? 국공립대니까 ? 그럼 사립대는 왜 비싸지 ? 아! 사립대니까 ? 사립대나 국공립대 구분되는 게 있나 ? 시험봐서 들어가는 것 똑같지 않나 ? 근데, 왜 국공립대는 국가에서 돈들여주지 ?

 

아! 돈 없는 애들 공부시켜 주는 게 목적이니까 ? 그런가 ? 정말 그래 ? 국공립대 다니는 애들 돈 없어 ? 그런 애들만 뽑아 ? 아니잖아. 그럼, 사립대 다니는 애들은 돈이 있던 없던 상관없고 ? 

 

그렇다면, 사립대에도 국립대만큼 예산지원을 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 국공립대 다니는 애들이 사립대 다니는 애들보다 더 국가를 위해서 뭐라도 더하는 것 있어 ? 없잖아. 근데, 왜 국공립대만 예산 지원을 해 주는 거야 ? 이거 뭔가 이상하지 않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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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4-06-22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생각이신 거죠? 퍼온 게 아니라...

1. 종교에 관해.
제가 미션스쿨만 10년을 다녔죠. 처음 6년은 추첨에 의해 간 거였습니다.
마지막 4년은 내가 원해서 간 곳이었으니, 일주일에 한 번 채플, 기꺼운 마음으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중고등학교 때는, 학교목사님이랑 참 많이 싸웠습니다.
제가 원해서 온 학교 아니다, 그러니 난 예배시간에 들어가기 싫다 했더니, 교목선생님, 하나님이 널 뽑으신 거라고... 하시더군요. 하여튼 중학교 땐 사사건건 싸웠는데, 같은 재단의 학교 고등학교에 또 가게 되었죠.
집에서 장장 1시간 거리. 서울로 따지면 강남에서 강북 가는 거리였죠. 집에서 제일 먼 학교. 그래서 고등학교 때는 안 싸웠습니다. 벌받았나 싶어서...ㅠㅠ 그냥 성경 양 맞았습니다. 이 과목, 성적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양, 가를 맞으면 우등상 못받습니다. 제 발목을 끝까지 잡더만요 ㅠㅠ

2. 사법연수원 급여
저 역시 주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비싼 학비를 내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수원 시설 유지비며 교수들, 직원들 급여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돈 내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처음 1년은 모두 돈 내고 배우고, 그 다음에 갈 곳이 정해지면, 공무원에 임용될 사람은 돈을 내지 않더라도, 변호사할 사람은 역시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천명 시대인 지금, 변호사는 이미 공익을 위해 활동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지요.

3. 국공립대 등록금과 사립대에 관하여.
이점은 지금까지 한번도 생각을 안해본 문제로군요. 사립대도 국립대만큼 예산지원을 해 주든지, 국립대도 사립대만큼 돈을 내든지...해야겠군요.ㅠㅠ
최소한 국립대 도서관은 지역사회에도 개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호랑녀 2004-06-22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남편이 쓰신 글이로군요...
참, 남편되시는 분... 똑똑하시네요 ^^

숨은아이 2004-06-22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칭찬하신 말씀, 전해줘야겠어요. ^^; 대학에 대해선, 저나 남편이나 몽땅 국공립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돈 때문에 대학 못 가는 사람 없게, 프랑스나 독일처럼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선인 2004-06-22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대학이 미션스쿨이었습니다.
단 한학기도 채플학점을 못 따 졸업못할 뻔 했죠. ㅋㅋㅋ

숨은아이 2004-06-22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채플 학점을 못 땄는데 용케 졸업하셨군요.

조선인 2004-06-24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학점당 겨울방학 동안 예배 1번, 책 3권의 독후감을 내야 하는데(저의 경우 예배 8번, 책 24권 -.-;;) 교목과에 가서 협상을 해서 예배 1번, 책 12권으로 타협을 봤지요. 그나마도 막상 다 못써서(기독교 관련 서적만 12권을 보라고 하네요. 헉) 9권의 독후감만 제출했다지요. 게다가 지정된 책이 아닌, 엉뚱한 걸 써낸 것도 2개. ㅋㅋㅋ 교목과에서도 넌 작정한 애같다 하며 봐줘서 무사히 졸업했답니다. ㅎㅎㅎ
 

울 남편이 다음에서 쓰는 별명이다. 다음에는 "칼럼"이라는 개인용 게시판(블로그랑 비슷...)이 있는데, 이 사람이 여기다 가끔 쓸 만한 글을 올린다. 특히 내 마음이 끌리는 글을 따로 보관해둔다는 생각으로 여기 옮기기로 한다. 원 글이 있는 다음 칼럼 주소는  http://ncolumn.daum.net/cyseok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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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래 전에 절판되었기 때문에,

마이리뷰에 쓸 수가 없군요. 상품 검색이 안 되니.

그래서 마이페이퍼에 올립니다.

***

2003. 5. 1

 

네스또 파즈의 일지 <동지를 위하여>, 형성사, 1983


"볼리비아 한 젊은이의 사랑과 죽음"이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형성사에서 1983년 3월에 펴낸 책입니다.
1983년이라. 제가 몸담았던 대학의 여성주의 교지도 그 해에 창간호가
나왔고, 그래서 며칠 뒤면 20주년 기념 모임을 연다더군요.
115쪽짜리 작은 책-B6 판형, 예전의 시집 크기입니다.
책값은 1500원이네요.

제가 이 책을 손에 넣은 것은 1998년 12월 마지막날.
대학로에 있는 대현서점의 점포 정리 50% 할인 판매 때입니다.
창고 어디쯤에 오래 처박혀 있었겠지요.
흰색 표지에 묻은, 지워지지도 않을 거무튀튀한 때와
누렇게 바랜 내지(아마 이런 종이를 서적지라고 할 텐데)가
이 책의 나이를 말해 줍니다.

헌책방이나 재고 서적 정리 행사 중에 남아메리카의 혁명운동에 관계된
책을 만나는 경우가 곧잘 있습니다. 70년대, 80년대에 사회의 변혁을
꿈꾸었던 사람들에게 그만큼 가깝고도 간절하게 읽혔을 역사.
현재 진행중이었을 혁명.
재작년쯤 전세계적으로 체게바라 선풍이 분 것도
30-40대들이 같은 시대를 살았던 혁명 영웅을 그리워했기 때문일 거예요.

요새 대학생들은 교재나 실용 지침서,
리포트 내기 위해 읽는 책말고
어떤 책을 읽나요?

철학이나 전공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그리고 교양을 높이기 위해 읽는 책말고는 또
어떤 책을 읽나요?

제가 아는 사람들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나
<피어라 들꽃>, <전태일 평전> 같은 책을 읽었죠.

이 책, <동지를 위하여>는 저보다 10년쯤 일찍
세상에 태어난 분들이 읽었을 것입니다.
그다지 깊고 너르게 책을 읽지 못한 저는 잘 모르는 세계입니다.
제가 남미에 관해 아는 건 영화 <미션> 정도?
그것도 고등학교 다닐 적에 봤기에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요.

이 책, 사랑하는 아내에게 썼다 해서 무조건 "...하오, 했소"로 끝나는
무미건조한 번역, 가끔 문장의 의미가 이해 안 되는 직역으로
독서를 불편하게 하지만,
1945년생으로 70년에 대학을 졸업했으며,
예수회 수사였던 번역자(김명식)가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옮겼을지
생각하며 읽을 만합니다.

이 책은 바로 1945년 볼리비아에서 태어나,
1970년 볼리비아 민족해방군의 일원으로 게릴라 투쟁을 하다가
고립되어 굶어 죽은 가톨릭 신학도, 네스또 파즈Nestor Paz,
일명 프란치스꼬의 일지이기 때문입니다.

아내 쎄실리아 아빌라Cecilia Avila, 일명 쎄시Cecy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쓰여 있는데, 두 사람은 1968년 4월 14일 결혼했고,
함께 볼리비아 군부 정권의 거대한 폭력에 맞서는 조직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1970년 7월 17일 프란치스꼬는 게릴라 부대에 참여하고,
쎄시는 가족과 함께 지원 활동을 벌입니다.
프란치스꼬는 그 해 10월 8일(체게바라가 죽은 지 꼭 3년 되는 날이라고
합니다) 사망했고, 쎄시는 네스또가 죽은 지 2년이 채 안 되는
1972년 3월 23일 볼리비아 민족해방군의 집회에서
정부군의 포격을 받아 사망합니다.

1970년 8월 1일의 일지에는,
처음 두 번 정부군과 전투를 벌이고 이 사람이 느꼈을 '충격과 공포'를
전하는 글귀가 있습니다.
"나의 전반적인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했소. 아마 그것은 폭력,
임무 수행, 투쟁의 의미, 희생의 가치, 우리 부대의 효율성 등,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근저에 맴돌고 있는 당신의 부재에 관계된
것일 거요. 그것을 생각하면 내 마음은 비통에 잠기게 되오.
그렇지만 나는 성장했소. '옛 사람'의 모델을 버리고
그것을 '새로운 인간'의 모델로 전환시킨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웠소.
모든 성장은 고통을 의미하오."

투쟁의 의지를 다지는 것과 실제 전투 상황에서 피를 튀기는 것,
내가 죽지 않기 위해 남을 죽이는 것은 천양지차일 거예요.
저는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그 길에 나섰다는 이 사람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었을까요.

하지만 이 사람은 이렇게 다짐하지요.
"우리는 역사와 진리의 한가운데에 있소. 주님께서는 당신의
얼굴을 내보이시고 있소. 아니 그렇다기보다 현실이 우리에게
주고 우리 스스로 직조한 실로 우리가 주님의 얼굴을
짜고 있소."(8월 6일)

8월 6일자 일지는 이렇게 끝납니다.
"양말과 옷을 말리면서 아침 식사를 짓는 석탄불 옆에 앉아 있소.
어제 나는 18일 만에 처음으로 목욕을 하고, 몸에 소독약을 뿌리고,
양말을 갈아신고, 할 수 있는 빨래를 했소.
이 모든 일들을 하면서 나는 당신의 매우 섬세한 충고를 기억했소."

자, 남반부의 볼리비아에서 7, 8월이면 한겨울이지요.
한겨울 안데스 산맥의 산악 지대에서 70여 명 되는 사람들이
마을을 피해 훈련과 행군을 합니다.
이 사람들에게 일상의 모든 것, 씻고 깨끗한 옷을 입고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10월 2일, 결국 패배한 후 해산을 결정하지요.
그날 프란치스꼬가 쓴 마지막 일지에는
"이제 쓰기가 어렵소. 내 자신을 표현하기조차 힘드오.
가족들, 형제 자매들을 생각하고 있소.
이제 곧 그들을 껴안게 될 거요.
무엇보다도 처음 며칠 동안은 먹고 먹고 또 먹고만 싶소."
라고 쓰여 있습니다.

싸우다 죽고 싶었던 그들,
그러나 결국 고립되어 영양 실조로 사망한 그들.
그들에게는 그게 가장 괴로운 일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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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5-24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004-05-24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4-05-25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께서 계속 들러주시는군요. 제가 더 감사합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4-09-23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적인 책이군요. 책값 천오백원이 무색한... ^^ 80년대에 출간됐던 책이 2000년대 재출간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려고 할까요...

숨은아이 2004-09-24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된 글인데 새로 봐주시니 쑥스럽습니다. ㅎㅎ
 

1.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 중 스펙타클이 최고.(1986년 작품이란 걸 감안.)

정말 그의 영화는 씨디나 비디오 본 걸로 만족하면 안 된다.

 

2. 한 50분 지났나 보다 했는데 어느새 2시간 10분이 훌쩍. 시간 가는 줄 모른다.

 

3. 시타와 파즈는 <미래소년 코난>의 라나와 코난 복사판이다.

파즈와 코난은 힘세고 착하고 용맹스럽고 귀여운 미야자키표 남자 주인공 그대로인데,

시타와 라나는 다른 여자 주인공에 비해 대단히 "여성적"이다.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고, 용감하며, 강하지만,

언뜻언뜻 앗, 웬 공주님을 구하는 기사?와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근데 그 장면이 무지하게 이쁘기 땜에 비판하기 좀 거시기하다.

 

4. 보고 나오는데 어떤 남자애(대학생인 듯)가

"만화영화라 캐릭터들이 귀엽고 예뻐서 재밌는 건데,

스토리라인은 아마겟돈과 비슷하다"고 하던데,

그게 이현세의 아마겟돈(1987년에 시작했나?) 이야긴지

할리우드에서 1998년에 발표한 아마겟돈 이야긴지 모르지만,

어느 쪽이든 두 가지보다 라퓨타가 앞선다.

게다가 전달하는 의미가 다른데?

첨단 과학의 총체라는 라퓨타를 지키는 건 새집을 돌보고

족제비(?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도 그렇게 생긴 동물이 나왔는데)와 같이 노는

로봇이었던 것, 선글라스 쓴 그 남자가 그토록 탐냈던

주조종실(?)까지 나무 뿌리들이 모두 먹어버렸던 것,

멸망의 주문을 외웠을 때 인간이 만든 첨단 문명의 검은 반구는

모두 무너져 내렸지만 라퓨타의 몸체를 이룬 거대한 나무 뿌리는

그대로 남아 하늘 높이 날아간 것, 지금도 하늘에 떠서

꿈으로 남은 것...

 

5. 라퓨타가 떠 있는 지점은 일본 열도 남단의 상공 같다.

마지막에 보이는 그림이, 그곳 같다. 도쿠시마 섬과 혼슈 섬이 이어지고,

혼슈 섬의 오목한 부분에 일본 최대 호수인 비와호(琵琶湖)가 있고.

그런데 그림의 시점이, 남태평양에서 일본 열도 남단을 올려다보는 시선이다.

 

6. 군대가 라퓨타에 도착해서, 그곳의 보물을 마구 약탈하는 장면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저렇게 약탈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시종 군대와 파시즘을 비판해온 미야자키는,

군대란 저런 것이다, 하고 보여주려 했던가?

 

7. 별점? 당연 5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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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05-04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덧붙여) 라퓨타의 엄청난 힘은 재앙이다. 탐욕이 불러온 재앙에 맞서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는, 어여쁜 두 아이를 보고, 내 옆의 옆자리에 앉은 여자분은 막 울더라.
 

2002. 7. 4

 

원제가 千と千尋の神隱し라고 하길래, 千은 '센'이고, '千尋'은 치히로,

그럼 '神隱し'는 뭐야? 싶었지요. '행방불명'이라면 일본에서도 같은 한자어를

쓸 텐데 말이에요.

 

가미가쿠시(神隱し)란  어린아이가 사라진 걸 가리키는 말이래요.

그런데 일본에선 산신이나 텐구(天狗)란 괴물이 이런 일을 잘 저지른다고

생각한대요. 그러니까 가미가쿠시란 그 한자대로 '귀신이 숨겼다'는 뜻이지요.

텐구는 얼굴이 빨갛고 코가 높은 괴물이라는데,

생각해 보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마녀 유바바가

얼굴이 빨갛고 코가 높게 생겼네요. '서양의 마귀할멈'처럼 생겼잖아요.

어린아이가 신들의 세계에 잠깐 다녀오는 일,

<이웃의 토토로>에서도 메이가 그러잖아요?


그런 경우를 뜻하는 말이 우리말에 있나... 없는 것 같아요.

어린아이가 없어졌다, 하면 유괴, 실종, (말 그대로) 행방불명, 뭐 이런

살벌한 말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그런 말이 왜 우리말엔 없을까, 생각하다가

그런 말이 어떻게 일본말엔 있을까 도리어 궁금해졌어요.

어린아이가 잠시 없어지는 일...은 있지요. 놀러 가서 길을 잃기도 하고

식구들 모르게 옷장 속에 숨어들어서 잠들어 버리기도 하고.

그런 일을 신이 숨겼다고 생각하다니, 재미있잖아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의 각본, 감독 작품다운 면모를

보입니다만, 이전에 본 작품들하고 다른 점이 두 가지 눈에 띄었어요.

 

첫째는 치히로라는 여자아이, 다리가 아주 길고 가늘다는 점입니다.

얼굴은 땡그란데... 전의 작품에서는 글쎄, 다리가 긴 편이긴 해도

다른 일본만화에서 보이는 심한 체형 왜곡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동양인 체격을 보기 좋게 잘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치히로의 다리는 유난히 길고 너무 가늘었어요.

요즘 일본 아이들의 체형이 그렇게 바뀌어서 그런 건지.

 

둘째 개인이 구원되는 데 그쳤다는 점.

하야오의 작품뿐 아니라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내놓은 작품은 모두

공동체의 문제 해결을 이야기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공동체의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결말은 치히로의 가족이 원 상태로 돌아가는 걸로 끝나거든요.

돼지로 변한 다른 사람들은?

그리고 아파트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었던 하쿠가

이제 마녀의 제자 노릇을 그만두겠다, 그리고

치히로에게 앞으로 꼭 다시 만날 거라고 약속하긴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될지는 알 수 없어요.

 

뭐, 열 살짜리 여자아이의 가미가쿠시를 소재로 삼은 거니까

그 아이가 부모의 품에 다시 돌아가는 걸로 끝나는 데 그쳤다고도 할 수 있지만.

 

또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습니다.

치히로가 부모를 구하기 위해서는 계약에 의해 마녀의 시험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치히로는 시험을 받아들입니다. 아기 보우가 시험을 무효로 하려고

힘을 쓰고 있었는데... 규칙은 규칙이다, 이건가요?

글쎄, 전 잘못된 계약에 의한 일방적인 규칙은 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

아니면, 그들의 세계에는 그들 나름의 규칙이 있고

우리는 그걸 존중해야 한다는 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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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05-19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가와카미 히로미라는 일본 작가가 쓴 소설집 [뱀을 밟다]에도 가미가쿠시를 소재로 삼은 <사라지다>란 단편이 있습니다. 사뭇 다른 환상을 다룬 소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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