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윤상인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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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쏘세키.

[마음] 이후로 , 내 마음 속에서는 톨스토이 같은 작가로 자리 잡은 이 사람의 다음 책은 처음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 찾아왔다.

 

종종 그러하듯,

즉물적, 말초적, 원색적, 즉흥적인 빠른 시간들 속에서 이런 고풍스럽고 느린 물건들은 잠시 빛을 받는 것 같다가도 설 자리를 쉬 잃는 지라,

이번에 내가 친구에게서 강력 권유 받았던 것 만큼의 포스가 없으면 잊고 싶지 않은데도 잊혀지곤 한다.

, 바로 그것이 현대인의 비애라는 생각에 이르자, 잠시 마음에 철철한 울음이 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만, 나는 이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다시 또 냉담하고 무감해진다.

 

읽는 내내,

예의 철철 울음-가슴과 냉담 무감-머리 사이의 필연적 숙명이 나 같은 독자에게 보이지 않는 비수를 꽂는다. 지식인이랍시고, 뭐 좀 안답시고, 따뜻한 눈물 한 방울에조차 인색해지고, 비합리적인 그 무엇도 용납되지 않는 습관에 길들어버린 우리들의 자화상. 뭐 그런 간단한 거다, 표현하자면. 그런데도 역시 비수는 비수로 제대로 꽂아지는 게, 이 작가의 가공할만한 저력인 것.

 

글을 쓴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는다만,

이렇게 잘 쓰려면, 아무래도 갈고 닦는 연습보다는 천부적 소질이 필요할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으로, 그 엄하고도 (나 같은 혹은 주인공 같은 인간에게 도무지 어울리지가 않는)야망찬 미래에 대한 계획이란 걸 잽싸게 접는다.

 

아무튼, 매우 재미있으므로, 제목 그대로 [그 후]가 궁금해지는데

아마도 우리나라에는 출간이 안된 것 같기도 하고 찾아 볼 요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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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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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란건 참말로 애매하면서도 무시하기가 힘이 든 모양이다.

그건 바로 이런거다.

누군가 내게 "얘, 고래라는 책, 재미있어?" 하고 묻는다면,

- 응, 재미있어. 너무너무 !

라고 해도 무방한 이 책에 대해 나는,

- 응, 재미있어, 하지만 좀 더 두고 봐야할 거 같아 , 이 작가는...

라는 식으로 말꼬리를 뺄 거란 것.

 

당연히 내가 무슨 비평가도 아니고,

이러쿵 저러쿵 잘 썼네 못 썼네 심사를 할만한 주제도 못되고,

그냥 느낌을 표현할 뿐인데,

100%의 찬사를 보낼 수가 없는 미적지근한 무엇이 내 목을 간지르니 ...

이건 뭐, 간단히 취향의 문제다 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따로.

 

아무튼 , 그 내용이 흥미진진하기로는 가히 이 자를 따를 자가 없어 보이고,

재미있으면 최고다라는 책에 대한 지론을 가진 나로서는,

읽는 동안에 아무런 불만이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 내자면 읽고나서의 잔잔한 그 무엇이 좀 빠졌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역시, 다음 작품은 매우 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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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2010-01-22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지만 글쎄요 중간중간 등장하는 환타지적 요소 때문인지 적극 권하기가, 뭐랄까 2프로 부족한 듯한 느낌입니다.

치니 2010-01-22 16:46   좋아요 0 | URL
아흑, 무려 2004년 리뷰에 댓글이라니, 무한 감격입니다.
 
고양이는 부르지 않을 때 온다
송우혜.윤명제.전경린 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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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내가 아는 바로도
고양이는 부르지 않을 때 온다.

또 내가 아는 바로도,
사람 역시 부르지 않을 때 온다.

갈망하는 그 무엇,
사실은 모두 비웠을 때에나 온다.

음, 제목 덕을 많이 본 단편집이다.

*

책은
도저히 단순해질 수가 없는 여인들의 사생활과도 같이,
그들의 일 없어 보이지만 속이 꽉 찬 홍시감 같은 수다판과도 같이,
허름하고 어수선한 연말의 여느 술집 속의 정다운 불빛 같이,

뭐 대충 그렇다.

일별할만한 , 솟구치는 명작이 눈에 띄지는 않으나,
대체로 읽을만하단 이야기.

잠이 오지 않을 때 뒤적이기에 딱이고.

이런 책을 읽다가,
요즘 [노동의 종말]을 읽으려니,
한 줄을 읽는데에 두세번이나 눈알 굴려 문맥과 지식을 수용하는 일이, 나름 힘들다고 느껴진다.
그런데 어인 일인지,
그래서 재미가 또 쏠쏠하다.
으아, 재미난 독서 독서 독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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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가 뜬다 - 제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권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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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과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발굴하면서, 한겨레 문학상은 많은 젊은이들에게 꽤 신뢰감 있는 문학상으로 어필 되었었나보다.
[싸이코는 뜬다]를 읽고 나서, 리뷰를 보다 보니, 대개 작가에 대한 비난 보다 한겨레 문학상과 비평가들에 대한 비난 일색이다.

음, 생각지 않았었는데,
그말도 맞다 싶다.
그래도 상이라고 하면 탈만한 이에게 주는것이 인지상정이지.

이 책이 그럴만한 책이라고 보여지지는 않는게 정상이니까.
하지만 권리 씨 말씀 말 마따나, 이 세상에 싸이코 아닌 사람 없으니까, 이런 점도 그렇게 이해해야 하는건가. @@

독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뭐, 개중에는 일본 문화를 속속들이 꿰차고 있는 작가 덕에 나름 재미를 봤던 축도 있겠고,
아니면 이런 저런 채팅 문화에서 길들여졌던 말장난, 어미 장난 따위에도 재미를 봤을 수도 있겠으나,
그래도 이런 건 선데이서울처럼 - 이건 너무 심한 비유긴 하지만 - 읽고 나면 잊혀질 것들이란 것 정도는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ㅋㅋ 항상 이게 중요하지)
권리씨의 가능성 부분을 염두에 두고 읽자면,
(정말 제대로 정진한다면,)
오히려 배수아나 은희경과는 달리 처음보다 점점 나아질 수도 있을 거 같단 생각도 든다.
적어도, 몹시 치열하게 썼다는 느낌이 왔으니까.

음,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이 어린 나이에 큰 상을 받은 사람이... 흠.
그랬으면 좋겠다 ,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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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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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2년 전부터 , 이 책에 대한 풍문을 띄엄띄엄 들었다.
한번 읽어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급기야 영화가 나오고, 그 영화조차 놓친 뒤에 이제야 읽게 된 이 책.

기다림이 길었기 때문일까, 그래서 기대가 아무래도 컸던 때문일까,
생각보다 신선하지가 않았다.

물론, 재미있고 재치있고 풍자적이고 그럼에도 가볍지만은 않고,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력이 있고, 게다가 누구나 재미를 한번쯤 보았음직 한 프로야구를 소재로 하여 익숙하게 몰입하게 해주고, 등등. 칭찬 거리가 많이 보인다.

그럼에도,
신선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왜냐고 물으면, 이렇게 삐딱하게 말하리라.
‘신선하려고 너무 애쓴거 같아 보여서, 그리고, 교훈적인 이야기에 신물난 나머지 너무도 안 교훈적이려고 같은 말 변조를 많이 하다보니, 그것마저도 설교하는 것 같아 거부감 살짝 들어서’ 라고.

*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시간도 공평하게 주어진다.
그런데 불행한 사람이 있고, 시간에 늘 쫓기는 사람이 있고, 이 시간이 없고 불행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자본주의 시대에 사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그래, 오케이.
그래서,
비아냥만 하는걸 넘어서 안타까워진 박민규씨는 자상하고 긴 대안을 제시한다.
누구나 공감할만한 - 즉 만화 아니면 책이란 물건은 상종도 않을 사람들까지 감안해서 – 이야기로 도대체 왜 그렇게 사느냐고, 더 쉽고 더 편하고 더 낙천적인 방법이 있다고, 그리고 그건 마음만 달리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이해가 안간다면 이렇게 설명해주겠노라고, 알아 먹겠느냐고.

내가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탓인 지도 모르겠으나, 그래서 좀 꼽다.
그래서 솔직히 이런 대안이 다는 아니다 라는 생각 뿐 아니라, 소설이 굳이 왜 남들 사는 방식에 대해 그렇게 운운해야 하는 지 잘 모르겠다.
아니, 그는 운운하려고 한 게 아니겠으나 결국엔 그렇게 보이기 때문에, - 사실 이 책의 앞부분이 뒷부분보다 훨씬 힘을 갖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이 소설은 베스트 셀러는 될랑가 몰라도, 역사에 남을만한 작품은 되지 못할 거 같아서,
박민규씨의 글재주가 약간 아깝다.
다음에는 좀 더 건필하시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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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민규는 00이다
    from 음... 2008-05-05 12:34 
    샤워를 하면서 문득, 생각했다. 박민규는 신라면이다, 라고. 박민규는 카스테라이다, 라고 했으면 그가 그렇게 원했던 '달콤하고 따뜻하게 추운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작가가 되는 거겠지만, 다 읽고 나니, 깊은 사고도 없이 나 같은 독자는 샤워하는 동안에 아주 무심결에, 박민규는 신라면이다, 로 결론 지어 버리는 거다. 억울할까, 아닐 거다. 카스테라가 되고 싶어한 박민규가 신라면이 된다는 것이 뭐 어떤가. 신라면은 내가 알기로 농심에서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