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근 2년 전부터 , 이 책에 대한 풍문을 띄엄띄엄 들었다.
한번 읽어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급기야 영화가 나오고, 그 영화조차 놓친 뒤에 이제야 읽게 된 이 책.

기다림이 길었기 때문일까, 그래서 기대가 아무래도 컸던 때문일까,
생각보다 신선하지가 않았다.

물론, 재미있고 재치있고 풍자적이고 그럼에도 가볍지만은 않고,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력이 있고, 게다가 누구나 재미를 한번쯤 보았음직 한 프로야구를 소재로 하여 익숙하게 몰입하게 해주고, 등등. 칭찬 거리가 많이 보인다.

그럼에도,
신선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왜냐고 물으면, 이렇게 삐딱하게 말하리라.
‘신선하려고 너무 애쓴거 같아 보여서, 그리고, 교훈적인 이야기에 신물난 나머지 너무도 안 교훈적이려고 같은 말 변조를 많이 하다보니, 그것마저도 설교하는 것 같아 거부감 살짝 들어서’ 라고.

*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시간도 공평하게 주어진다.
그런데 불행한 사람이 있고, 시간에 늘 쫓기는 사람이 있고, 이 시간이 없고 불행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자본주의 시대에 사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그래, 오케이.
그래서,
비아냥만 하는걸 넘어서 안타까워진 박민규씨는 자상하고 긴 대안을 제시한다.
누구나 공감할만한 - 즉 만화 아니면 책이란 물건은 상종도 않을 사람들까지 감안해서 – 이야기로 도대체 왜 그렇게 사느냐고, 더 쉽고 더 편하고 더 낙천적인 방법이 있다고, 그리고 그건 마음만 달리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이해가 안간다면 이렇게 설명해주겠노라고, 알아 먹겠느냐고.

내가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탓인 지도 모르겠으나, 그래서 좀 꼽다.
그래서 솔직히 이런 대안이 다는 아니다 라는 생각 뿐 아니라, 소설이 굳이 왜 남들 사는 방식에 대해 그렇게 운운해야 하는 지 잘 모르겠다.
아니, 그는 운운하려고 한 게 아니겠으나 결국엔 그렇게 보이기 때문에, - 사실 이 책의 앞부분이 뒷부분보다 훨씬 힘을 갖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이 소설은 베스트 셀러는 될랑가 몰라도, 역사에 남을만한 작품은 되지 못할 거 같아서,
박민규씨의 글재주가 약간 아깝다.
다음에는 좀 더 건필하시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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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민규는 00이다
    from 음... 2008-05-05 12:34 
    샤워를 하면서 문득, 생각했다. 박민규는 신라면이다, 라고. 박민규는 카스테라이다, 라고 했으면 그가 그렇게 원했던 '달콤하고 따뜻하게 추운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작가가 되는 거겠지만, 다 읽고 나니, 깊은 사고도 없이 나 같은 독자는 샤워하는 동안에 아주 무심결에, 박민규는 신라면이다, 로 결론 지어 버리는 거다. 억울할까, 아닐 거다. 카스테라가 되고 싶어한 박민규가 신라면이 된다는 것이 뭐 어떤가. 신라면은 내가 알기로 농심에서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