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옹철의 묘한 진료실 - 슬기로운 집사 생활을 위한 고양이 행동 안내서
김명철 지음 / 비타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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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에나쁜고양이는없다 #고양이 #문제행동 #치료 #수정 #원인분석 #문제해결 #김명철

#고양이를부탁해 #동물농장 #고양이자문 #수의사

<미야옹철의 묘한 진료실> - 김명철

애묘인이 늘어나고,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집사라고 합니다.

고양이는 개와는 달라서 키우는 방식도 다르다고 하죠.

키운다기보다는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고 할까요.

사람과 함께 하기 시작한 역사가 무척 긴 동물이지만

우린 아직도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아요.

개와 고양이 두 종이 사람과 살아가면서 터득한 생존법이 다르고,

사람 역시도 그들과 살아가기 위해서는 조금은 다른 삶을 살아야 합니다.

제가 고양이를 좋아하게 된 것은 어릴 때 봤던 만화 때문이에요.

장화 신은 고양이의 한 장면.

최근 3D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만들어진 모습이긴 하지만

2D로 어릴 때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줄거리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도 사진의 모습이 한 장면으로 기억에 각인되어 있죠.

#사랑스럽고 #귀엽고 그 누구라도 이 모습을 보면 빠질 수밖에 없죠.

좋아하면 키우고 싶은데 개인적인 문제로 고양이를 키울 수 없어요.

고양이뿐만 아니라 털이 있는 동물들을 키울 수 없죠.

아무리 약을 먹어도 동물 털로 인해 건강이 나빠지거든요.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어떻게든 고양이 집사가 되는 거예요.

실제로 고양이와 함께해본 경험이 없어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습니다.

고양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다 가지고 있었죠.

1. 고양이는 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2. 고양이는 혼자서도 잘 지낸다.

3. 고양이는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

4. 고양이는 훈련시킬 수 없다.

5. 고양이는 까칠, 도도, 시크한 성격이다.

6. 고양이는 개에 비해서 애교가 없다.

7. 고양이를 키울 때 신경 쓸 것이 없다.

등등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어요.

<미야옹철의 묘한 진료실>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편견을 모두 깼습니다.

편견뿐만 아니라 제가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것이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책은 고양이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집안에서 함께하던 고양이들의 문제행동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고양이를 먼저 이해하고 나면 고양이의 문제행동이라 생각하는 많은 것들을 고칠 수 있다고 하죠.

책의 첫 장 고양이는 어떤 동물인지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P.26 - 27

고양이는 예민해서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해 고양이가 싫어하면 조금이라도 더 좋아하는 방향으로만 맞춰주려고 합니다. 결국 고양이는 낯선 자극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 싫어하는 것은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 까다로운 고양이가 됩니다. 무조건 맞춰주는 것이 고양이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싫어하는 것을 참아냈을 때 긍정적인 보상을 주어 싫어도 참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고양이가 예민한 동물이긴 하지만 집에서 함께 하기로 했다면 고양이에게 모든 것을 맞춰줄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아니 다 맞춰주다가는 고양이를 더욱더 예민하게 만들어 싫어하는 것을 참을 수 없게 된다고 하죠.

마치 범죄 영화에서 오로지 즐기기만 하는 재벌 3세 같은 느낌의 고양이가 될 것 같아요.

강아지는 주인에게 맞춰주는 게 무척 자연스러운 동물이에요. 눈치도 빠르고 애교도 무척 많죠.

아무리도 무리생활을 하던 늑대의 DNA가 남아 있기에 고양이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잘 적응하는 편이죠.

나중에 보니 좋아하는 단 한 종류의 사료만 먹다 보니 그 사료가 단종 되었을 때,

밥을 못 먹어 죽기 직전까지 굶은 고양이가 있다고 해요.

 

P.39

고양이는 자신이 괜찮을 때만 쓰다듬거나 놀아주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다가올지, 말지 관계의 주도권은 전적으로 고양이에게 맡겨야 합니다.

낯선 사람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피하고 숨으려는 것은 고양이에게 일반적인 반응이라고 합니다.

'개냥이'라고 고양이지만 개처럼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도 있는데, '개냥이'는 특별한 경우라고 하네요.

그래서 고양이는 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이 만들어졌데요.

딱히 관심이 없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크게 반응하지도 않고 위협을 주지도 않기 때문에

고양이가 스스로 탐색하고 안전하다 느껴 다가오는 거라고 하니 고양이는 아직 야생 DNA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 무척 신기합니다.

고양이는 상대적으로 야생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했으면 이젠 본격적으로 집안으로 들어옵니다.

고양이의 문제행동들을 살펴보죠. 왜 그럴까? 티브이에서 봐도 참 많은 종류의 문제행동을 접하게 되는데

책을 보면 대다수의 원인이 고양이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해 발생한다고 하네요.

P.58

"고양이가 왜 자꾸 밖으로 나가려 할까요?"이 질문은 "집 안 환경이 얼마나 고양이를 무료하게 만들고 있나요?"로 바꿔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고양이의 문제행동이 어떤 것이든,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집 안 환경입니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고양이가 사람과 함께하게 된 역사를 집어 보면 농경의 시작부터라고 합니다.

농산물이 많아지니까 쥐도 많아지고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도 많아지고, 고양이는 그렇게 사람의 구역에서 스스로 생존을 시작하면서부터 사람과 함께 했다고 하죠. 개와 다른 것 중 하나는 고양이가 #영역 동물이라는 거예요.

그렇기에 #공간 이 무척 중요하다고 합니다.

 

P.61 - 62

고양이가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다섯 가지 요소가 집 안에 모두 마련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해봅니다.

첫째, 다양한 높이의 수직 공간

둘째, 사료, 물 등의 먹는 공간

셋째, 화장실

넷째, 휴식처 및 숨는 공간

다섯째, 스크래처

고양이를 길러보기 위해서 알아본 적이 있어요.

고양이에게 꼭 해줘야 하는 것들, 조금만 검색해 보면 위의 다섯 가지 필수 사항을 만나게 되죠.

집사라면 모두가 꼭 챙겨야 하는 필수 요소이기에 그냥 있으면 되는가 싶은데 중요한 것은 고양이의 습성에 맞게 설치되어 있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책의 세 번째 장이 바로 이것을 이야기하죠.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잘 모르는 것들'

P.113

개에게 산책이 있듯이 고양이에게는 사냥놀이가 있습니다. 고양이에게 사냥놀이는 단순히 남는 시간을 보내는 여가 활동이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필수 활동입니다. 하루 중 최소 30분은 고양이와 사냥놀이를 해야 합니다.

고양이에게 사냥놀이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여가시간이 아니라 꼭 해야 되는 생존 조건이라고 합니다.

사냥놀이를 통해서 야생성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쌓이는 에너지를 분출하는 필수 활동이죠.

많은 문제행동들이 사냥놀이 때문에 발생한다고 해요. 고양이는 참는 걸 잘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괜찮지만 시간이 흘러 어느 날 한순간에 쌓이던 스트레스가 폭발하면서 문제행동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사냥놀이 외에도 사료, 화장실, 자율 급식, 간식, 중성화 수술, 아픈 티 내기 등등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잘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 하나씩 집어 주네요.

이 번 파트의 마지막 팁 하나

그것은 바로 간식입니다.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최고의 간직은 마지막까지 아껴두기!!!

꼭 교정해야 할 문제행동이 있을 때 요긴한 무기가 될 수 있기에 고양이가 정말 좋아하는 간식이 있다면 꼭 아까두기를 권한다고 하네요.

마지막 파트

"당신의 고양이는 지금 행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앞에 쭉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언급하면서 정리하는 부분인데요.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고양이에게 야생성이 충족되는 삶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이것만 충족시켜주면 행동학적 문제들은 대부분 해결된다고 해요.

1. 집 안 환경을 야생처럼 풍부하게 꾸며줄 것.

2. 사냥놀이를 재미있게, 주기적으로, 충분히 해줄 것.

3. 사료 급여 시 먹이 퍼즐을 적극 활용할 것.

어때요? 충분히 충족시켜 주고 있나요?.

책을 읽으니 그냥 생각나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습니다.

길냥이는 평균 수명이 3년, 집 냥이는 10년에서 15년 그 이상도 살수 있다고 해요.

아무래도 길냥이는 24시간 쉼 없이 긴장하고 살기 때문에 수명이 짧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 냥이는 생존에 필요한 대부분을 집사가 충족시켜 주죠. 기본적으로 먹는 걱정은 없으니까요.

저는 집 냥이를 키울 수 없어서 가끔 만나는 길냥이가 무척 반갑습니다.

몇 년 전에는 퇴근길을 꼭 함께 해주는 길냥이를 만났죠. 처음에는 윤기 있는 털에 애교 있는 게 주인 있는 고양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태생부터 길냥이네요. 워낙 어릴 때부터 봤기 때문일까요. 약 4년째 퇴근길을 함께 하고 있어요. 길냥이의 평균 수명이 3년이라는데 평균수명을 훌쩍 넘었는데도 건강하게 잘 다니고 있어 무척 신기합니다.

하는 행동이 꼭 '호위무사'같아서 '무사'라는 이름도 붙여줬어요.

볼 때마다 '무사~'하고 부르니까 이젠 '무사~'가 자기를 부르는 이름인 걸 아나 봅니다.

퇴근시간이 조금 늦어지거나 해서 보이지 않으면 '무사~'라고 부르니 어디선가 나타나기도 해요.

이 번 겨울에는 한동안 보이지 않아 걱정했는데

얼마 전부터 퇴근길에 다시 보이기 시작하니 반갑고 안쓰럽고 다행스러운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네요.

먹이 하나 주지 않았지만

매일 밤 함께 하는 단 5분에서 10분의 시간, 어쩌면 얼마 남지 않은 생의 마지막까지 함께 하고 싶은 것은 제 욕심이자 작은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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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너는 노땡큐 - 세상에 대들 용기 없는 사람이 뒤돌아 날리는 메롱
이윤용 지음 / 수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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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제 너는 노 땡큐> - 이윤용

오랜만에 내린 단비가 맞이하는 주말 책 한 잔의 여유를 부립니다.

"세상에 대들 요기 없는 사람이 뒤돌아 날리는 메롱"이라는 부재가 너무 딱 들어맞는 그런 책입니다.

책을 읽을 때면 꼭 표지부터 적혀있는 글씨는 다 읽어 보는 습관이 있어요.

책을 펼치면 날개면 부터 시작해서 들어가는 글 목차 등 책에 담긴 모든 것을 읽죠.

그러다 보니 책을 읽기 전에 저자의 정보를 먼저 알고 어떤 글을 썼을까 기대하게 됩니다.

저자는 라디오 작가입니다.

'용기 없어 사고 못 치는 순둥이로, 라디오가 좋아 일에 매달리는 일벌레로 살다가, 세상의 쓴맛과 인간관계의 독한 맛을 경험하고 이제는 흐트러진 날라리로 살고 싶은 싱글 여성'이라고 소개하고 있죠.

여기서부터 책에 대한 기대는 한껏 올라갑니다.

어떤 사연이라도 잘 다듬어 재미있게 전달하게 하는 라디오 작가가 날리는 메롱이라니 상상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책은 처음부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요.

자기 계발서도 아닌, 그렇다고 무언가를 연습시키는 훈련서도 아닌

말 그대로 메롱 같은 꾸물거림이 담긴 책.

구성부터 무척 재미있습니다.

마치 내게 온 문자처럼 소제목을 달았어요.

 

소제목 아래

문자에 담긴 이야기를 펼쳐 놓는 솜씨가

아주 짧은 V로그를 보는 것 같아요.

문자에 담긴 감정까지 생생하게 느끼다 보니 '어! 나도! 비슷한 경험이'란 생각일 들죠.

책을 읽으며 같이 분노했다가도 '나'를 돌아보게 만들기를 반복하며 책 한 권을 다 읽고 보니,

주말 드라마를 몰아본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윤용작가처럼 삶의 내공은 부족하지만

저에게도 쌓여있던 것들이 많았나 봐요.

알게 모르게 있던 스트레스가 '메롱'으로 털어지는 느낌.

뭔가 감성적이면서도 개운합니다.

많은 이야기 중에서

고르고 골라 밑줄 친 것들을 남겨요.

 

두 번째 이야기 <무례한 걱정>에 일부입니다.

편안하게 읽어가다가 딱 이 부분에서 과거 많은 일들이 생각났어요.

대부분은 대학생활의 기억입니다.

간혹 '걱정'한다며 상대의 심장에 비수를 꽂기도 했고,

'걱정'이란 이름으로 날아든 비수에 마음에 상처 입기도 했죠.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이라도 한 번쯤은 더 생각해 보기로 했어요.

무례하게 간섭하고 끼어드는 것은 아닌지, 원하지 않는 걱정으로 무례하게 굴지 않기로 해요.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과감하게 끊어버리기도 해봐요.

 

잘 모르기에 신경 쓰지 않는다.

잘 안다는 착각으로 너무 많은 신경을 쓰고,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밑줄 그었습니다.

"편견에 발톱 세우기, 다양함에 귀 기울이기"

두 가지만 잘 한다면 세상을 좀 더 부드럽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감정을 끊어낸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입니다.

슬픈 감정은 더욱 어렵죠.

가끔은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고 금방 다른 일로 웃는 사람들을 볼 때면

혹시 '조울증'이 있는 건 아닌가. 싶었죠.

이번 이야기를 읽으면서 쉽게 즐거울 수 있는 게 멋진 일이란 것을 배웠습니다.

슬플 때는 그 슬픔에 집중해서 원 없이 슬퍼하고, 기쁠 때는 기쁨에 집중해서 한없이 기뻐할 수 있기에

저 같이 오랫동안 끌고 가는 사람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였던 것이죠.

느끼는 것은 같을 텐데, 그때 그 순간에 집중해 보기로 다짐하며 밑줄 그었습니다.

 

어떻게 위로를 하고 위로받아야 할지 모르는 순간들이 있어요.

가끔은 위로가 필요한데 위로해줄 사람이 없을 때면 무척 외롭기도 하죠.

이번 이야기에서는 일상의 작은 한 마디에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위로해요.

'오늘, 수고했다.'한 마디 말로.

'정규직 취업'이 새해 소망으로 자리 잡은 지 수 년이 지났어요.

올해도 이 소망은 유효합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 소망만큼은 소망으로 소멸하지 않고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또 다른 소망 하나를 품어 봅니다.

어디에든 쓸 수 있고, 소멸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소망 하나를.

드라마의 영향이 너무 큽니다.

기존의 공식을 벗어난 드라마,

등장인물부터 엄청났기에 무척 기대하고 봤던 드라마,

드라마를 보면서 지금 이걸 봐도 되나 후회하기도 했지만 결국 끝까지 다 챙겨 본 드라마.

그리고 쓰인 버킷리스트 '휴게소에서 라면 먹기'

딱 보자마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에 반갑고 놀랐습니다.

뭐 내용을 보면 '테스트'가 되었지만, 그래도 버킷리스트에 남겨 둡니다.

휴게소에서 라면을 먹더라도 낭만일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가만 들여다보면 지금의 일을 스스로 놓을 자신도, 들어온 일을 쿨하게 거절할 용기도 없는 사람.'

저 역시 그런 것 같아요.

놓을 자신이 없기에 계속 붙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죠.

그런데 놓아버리면 당장의 생계가 걱정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무언가가 딱 나타나 공백 없이 이어졌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첫 취업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부디 첫 직장 무조건 정규직으로 가길 바랍니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첫 일을 시작하면 정규직 되는 것이

아무 경력도 없는 사람보다 더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생계 걱정에 쉽게 내려놓지도 못하죠.

용기가 없기도 하지만 한두 달 수입 없이 버틸 수 없는 사람에게는 그저 상상일 뿐인 '용기'가 됩니다.

삶을 놓으면 그건 죽음뿐이니까요.

딱 보면 누구나 공감할 것 같아요.

나이 탓일 것 같죠?.

가만 보면 상당수가 어릴 때부터 그랬다는 것.

우리 같이 반성해요.

무조건 스타벅스여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 싶지만

많은 사람들이 무조건 스타벅스여만 한다고 합니다.

연말이면 저도 여기저기서 쿠폰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봐요.

저는 다행히 주변에 스타벅스가 없기도 하고, 커피도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니라서 누가 부탁하거나 하진 않아요.

아! 그럼에도 어쩌다가 스타벅스 가게 되면 꼭 쿠폰을 찍어서 보내달라는 사람이 있긴 하네요.

연말 스타벅스 전자 쿠폰으로부터

부탁을 가장한 명령까지 생각합니다.

부탁일까 명령일까. 기준은 '거절'여부 같아요.

쉽게 거절할 수 있다면 부탁, 이런저런 상황과 핑계를 대더라도 결코 거절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

'명령'이죠. 나이가 들수록 부탁 같은 명령을 하진 않는지 생각해요.

그리고 주변에 부탁 같은 명령을 하는 사람에게 살포시 이 책을 선물하기로 해요.

딱 191쪽에 책갈피를 꽂아 함께 주는 거죠.

꼭 읽어보라는 당부와 함께요.

끊을 수 없는 관계라면 이런 시도는 괜찮겠죠.

 

선례의 무서움을 알기에 밑줄 그었습니다.

막무가내인 사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사람.

안되는 게 어디 있냐며 화를 내며 상사 또는 최고 책임자를 다짜고짜 찾는 사람.

공공기관 민원실에서 특히 많이 보이는 무례한 사람들, 때문일까요.

대한민국에는 꼭 화를 내고 소리를 높이고 높은 사람을 찾아야 일이 해결된다는

이상한 선례가 있어요. 또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예외가 되는 선례도 있지요.

개인의 일부터 시작해서 모두의 일까지.

거절하는 연습을 해봐요.

나쁜 선례는 없어지고, 좋은 예들만 남는 그런 거절을 연습해요.

 

제게 가장 필요한 용기입니다.

그래요. 저 앞으로 당당하게 지적할 거예요!

우리 선은 넘지 맙시다 서로.

내 속만 썩어가는 거, 진짜 못하겠어요.!!!

하지만... 상상뿐이겠죠...

현실에서 이랬다가는 생계의 위협이 될지도.

#이제너는노땡큐 #이윤용 #독서 #수카 #다산책방 #다산북스

#주말 #일상 #리뷰 #글 #책추천 #메롱 #용기 #공감 #위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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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제국의 몰락 - 엘리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가 집대성한 엘리트 신화의 탄생과 종말
미하엘 하르트만 지음, 이덕임 옮김 / 북라이프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리뷰

#엘리트 #제국

두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막연하게 엘리트라고 하면 처음부터 잘 사는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우리에게 엘리트란 두 가지 모습이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엘리트입니다.

정치 엘리트는 항상 범죄 스릴러 드라마와 함께 하고

경제 엘리트는 대부분 신데렐라의 로맨스를 그리죠.

또 하나의 모습은

뉴스에서 등장합니다.

경제, 정치, 사회를 막론하고 불법적인 일로 뉴스에 나오는 모습.

누가 무엇을 어떻게 잘 했다는 뉴스보다는 어디의 누가 누구와 유착했다.

배임. 탈세. 조작. 폭행. 등의 사건 사고들로 가득하죠.

그래서일까요? 엘리트는 판타지처럼 환상 속에만 존재하고 현실은 믿을 수 없는 '무엇'이죠.

책은 서양에서 엘리트의 등장부터 어떻게 그들만의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고

그들과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담았습니다.

엘리트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우선 "엘리트"라는 용어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어요.

다양한 곳에서 다양하게 사용하기 때문이죠.

저자는 하트피엘의 "사회적·정치적으로 가장 높은 지위를 차지하는 특징을 지닌 소수."라는 정의로 오래전부터 엘리트에 대한 사회적 동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합니다.

책의 첫 장은 엘리트에 대한 설명입니다.

엘리트는 어떻게 만들어 질까요?

처음에는 그냥 운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를 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만들어졌고 공고해졌을 엘리트 계층이겠죠.

서양에서도 역시 전쟁 이후 지금의 모습으로 공고해지기 시작했을 거예요.

과거부터 귀족일 수 있겠지만 전쟁이 많은 것을 바꿔 놓았으니까요.

그들이 제국을 만들어 온 방식은 아주 간단합니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사람이 필요하죠. 새로운 사람을 뽑을 때 그들과 가장 가까운 사람을 뽑습니다.

면접이 있는 아주 중요한 이유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금의 모습으로 고착되죠.

우리 역시 채용비리 때문에 많이 혼란스럽잖아요.

직업이 대물림된다고 뉴스에서도 보도하기도 하죠.

그런 것이 요즘에 생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 그전부터 존재하던 거였어요.

다만 지금 세상에서야 드러나고 그 벽에 금 가기 시작한 것이죠.

두 번째 장은 #불평등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엘리트들은 어떻게 불평등을 심화했을까?

법이라는 수단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급여를 많이 받는 것은 당연하고 노동자가 많이 가져가는 것은 어떤 수단을 통해서 힘들게 만들었죠.

오래전부터 보통 사람들에게는 가차 없는 법은 유독 그들에게만 관대한 이유도 있겠지요.

4차 산업혁명 시대 AI 법관을 바라는 이유는 사법정의가 실현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도 있죠.

아무리 공정하게 한다고 해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비슷한 것에는 마음이 쓰이지 않겠어요.

개인적인 배경으로 인해서 사회적 배경이 만들어지고, 그 배경들로 인해서 원하는 자리에 누구보다 쉽게 앉을 수 있고 대부분은 자신의 급여를 스스로 정하는 위치에 있기도 합니다. 그들은 그런 게 당연하다 생각할 거예요.

그렇게 쌓이는 재산에다가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재산, 주식이나 부동산으로부터 생기는 소득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죠. 가난한 사람들 역시 같은 이유로 계속 가난을 벗어 날 수 없게 됩니다.

세 번째 장 '공익보다 사익'에서는 세금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 탈세를 하는 그들, 탈세가 당연한 일이지만 어쩌다가 걸리면 스스로 운이 나빴다 생각하는 그들. 공익은 아마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네요.

마지막 장에서는

엘리트 제국의 분석을 넘어 하나의 질문을 합니다.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정치는 가능한가"

가능할까요? 답은 '가능하다.'입니다만 조건이 있어요.

무려 300 쪽이 넘는 분량의 글을 통해 하고 싶은 말 하나

국제적으로 그들에게 과세를 하는 거예요.

"거대 국제 법인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각 나라의 국내 기업이나 국민에 대한 과세 역시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정치적인 아이디어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맞서 성공적이고 현실적이며 실행 가능한 대안이 제시될 때, 대중과 엘리트를 단순하게 대립시키는 우익 대중영합주의의 바람이 한풀 꺾이게 될 것이다."

이 책의 결론은 이 두 문장 아닐까 싶네요.

마지막 말은 "현재는 불가능하게 보일지라도 독일 역시 정치의 근본적인 변화는 가능하다."거든요.

연구자의 특징일까요? 아님 대중서이기에 대안 제시를 미룬 것일까요?

저자는 지난 시간 엘리트 제국이 만들어지고 유지되어 오고 공공하게 되는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이상한 일 역시 우리들만 몰랐던 당연한 결과라고 하죠.

많은 페이지에서 말하는 엘리트와 엘리트 계급.

책의 마지막을 읽으면서 기대는 큰 실망이 되었어요.

부패한 엘리트들이 사회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하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하는 답.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맞서는 대안이 제시될 때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

또 경제 엘리트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원천징수를 하다는 아이디어. 이것들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만들고 법을 바꿔야 하는데. 앞에서 분석했던 엘리트들이 공고히 있는 한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네요.

책보다는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그 방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촛불'이라는 경험! 대한민국이 그 누구보다 빠르고 멋지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힘 아닐까요.

 

밑줄

 

 

P.56

공식적인 직위에서 물러난 억만장자조차도 순수하게 사적 이익과 취미만을 위해 재산을 사용하는 연금 수령자가 아니다. 그런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대다수는 변함없이 자신의 자산 관리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으며 중요한 경제적 결정에 적어도 간접적으로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므로 자산 규모로 볼 때 이들은 단순한 백만장자들과 달리 여전히 비즈니스 엘리트라고 할 수 있다.

P.70

어떤 사람의 고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2가지 요소가 핵심이 되는데, 명문 대학교 출신 여부와 개인적 배경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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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단계의 집중 면접을 거쳐서 최종 결정이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분명한 기준 하나가 있다.

지원자의 성격이 회사에 잘 맞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기존에 입사한 이들과 문화적으로 가장 비슷한 사람을 찾는 것이나 다름없다. 면접관은 자기 자신의 성격을 지원자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 쉽다.

 

P.83

심사관들은 중상류층 지원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특징. 즉 열정이나 교양, 개방성과 다재다능함을 가장 높이 평가하고, 단순함이나 올곧음, 피상적, 부끄러움, 어리숙함 등 평범한 계층의 지원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특징은 가장 낮게 평가한다.

P.96

권력은 사람들을 기다리게 할 수 있는 힘이다.

은행의 권력자를 만나려면 기다려야 한다. 15분, 20분 혹은 30분 정도. 권력자는 중요한 일이 너무나 많고, 사람들은 그를 알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기 때문이다. 당사자 역시 사람들이 문을 열고 걸어 들어오는 것이 나니라 기어들어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권력자는 사람들에게 접근할 때 거리를 두고 관망한다.

그것이 권력이다.

P.146 - 147

상류층 소득 자산의 급증, 이와 맞먹는 빈곤층의 심각한 증가에 대한 주된 책임은 미국과 영국 양국의 정부에 있다.

대처 정부는 전통적인 영국 복지 정책의 대규모 감축 게획과 중단을, 레이건 정부는 엄청난 규모의 공적 부채 증가와 무기 증축과 함께 2가지 핵심 조치를 단행했다. 세금 감면과 시장규제 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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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세율은 거꾸로 된 방향으로, 다시 말해 아래에서 위로 거대한 재분배를 창출해냈다.

P.164

부의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보다 훨씬 심각하다.

P.167

가족 간에 대물림되는 재산은 부의 집중도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독일 사회의 이동성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최상위 층의 안정성은 가장 높다. 부자의 부모는 대부분 부자였고, 그 자녀도 아마 부자가 될 것이다. 이 효과는 부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나머지 인구에게도 자산과 소득의 이동성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P.192

언론은 항상 중소 가족기업을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이 옹호하는 것은 주로 대기업이다.

P.196

상류층으로 구성된 정부는 상류층에 유리하게 정부를 꾸려간다.

P.218

상위 10%의 소득자들이 총 소득세의 절반 이상을 지불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시장 소득의 40%를 차지하는 반면 나머지 하위 인구의 절반은 17%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언급되지 않는다.

P.282

"세계주의적"엘리트들에 의해 자주 소환되는 자유주의는 조심스럽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그토록 자유주의를 칭송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자유주의인 경우는 오직 '시장의 자유'에 한해서다.

P.289

"빈곤층을 희생시키는 정치적 결정의 명백한 불균형"으로 인해"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계층이 자신들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보며 점점 더 정치에 등을 돌리고, 따라서 더욱 부유층이나 상류층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회적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P.330

애플, 이케아 등의 기업이 룩셈부르크나 기타 조세 피난처에 있는 명목상 법인에 지불하는 로열티 또는 이자를 원천징수세 형태로 독일에서 올린 소득에 관세하는 것이다. 그러면 기업은 룩셈부르크에 있건 다른 어디에 있건 세금을 내야만 한다.

P.331 - 333

최근 수십 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맞서 성공적이고 현실적이며 실행 가능한 대안이 제시될 때, 대중과 엘리트를 단순하게 대립시키는 우익 대중영합주의의 바람이 한풀 꺾이게 될 것이다. 또한 정치에 실망해 돌아선 대중이 다시 한 번 의미 있는 정치적 헌신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할 힘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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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재 독일의 대연정은 모든 면에서 기대와는 어긋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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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비록 현재는 불가능하게 보일지라도 독일 역시 정치의 근본적인 변화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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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2019-03-09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파란북이 2019-03-10 18:18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연애의 감정학 How To Break Up Like A Winner K-픽션 24
백영옥 지음, 제이미 챙.신혜빈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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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감정학> - 백영옥

바이링궐 에디션 K-픽션 시리즈를 통해 백영옥 작가님의 단편 소설을 읽었습니다.

바이렁궐 에디션은 한국의 문학작품을 다양한 시리즈로 영문으로 번역해 세계에 소개하는 시리즈로 영어공부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시리즈마다 다 표지색을 다르게 하여 알아보기도 쉽고 짧은 분량과 가독성 높은 편집 디자인으로 가볍게 가지고 다니며 읽기 좋은 책이죠. 전자책보다는 잉크 냄새 가득하고 책장을 넘길 때는 '쓱~'하는 소리가 나는 종이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 봤을 거예요.

"애인의 애인에게",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아주 보통의 연애", "빨강 머리 앤이 하는 말"등의 작품으로 사랑과 이별을 글로 풀어내는 데는 탁월한 작가라는 것을 확고히 했습니다.

장편과 소설집으로 먼저 만났기에 짧은 글에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우려도 있었습니다.

짧지만 단단하다, 탄탄하다 단편인데 풍부한 장편을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한 번쯤은 했던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시대에서부터 성장하며 사랑과 이별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소설 속 이야기에 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짐작을 했지만 막상 찾아온 이별이 주는 충격은 결코 쉽게 해소할 수 없습니다.

기간이 얼마나 되었든 상관없이 힘들게 하죠. 한동안 아무것도 안 하기도 하지만 이별 직후 오히려 더욱더 아무렇지 않아 보이기 위해 바쁜 날을 보내기도 하죠. 소설 속 '태희'의 행동이 그래요. 무슨 감정인지 정확히 모른 채 더 바쁘게, 힘들게, 일과 공부, 운동, 여행에 몰두하게 되는 것.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별 덕분에 '내'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더 좋은 것처럼 행동하고 SNS에 일상을 올리게 되는 일.

작가는 SNS로 대표되는 '초연결' 사회의 연애를 태희와 종수의 이별을 통해 보여줍니다.

미니홈피 시절에도 타고 들어가 몰래 엿보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꾸미기도 했었지만 이별로 모든 것이 끊어지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둘이 끊었다고 해도 완전히 끊어질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 만들어버린 새로운 모습의 이별을 생각했습니다. 원치 않아도 강제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고 서로 공유하는 게 많아질수록 끊는 것이 더욱 어렵기에 깊은 관계는 오히려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썸'이란 말이 탄생한 것도 SNS의 영향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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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

"적응하면 좋아지는 게 아니다. 적응하면 무뎌진다. 무뎌지면 아프지 않고, 아프지 않으면 괜찮아진 거라 착각한다."

익숙해져 무뎌지고 아프지 않아 좋아졌다 착각하는 것이란 말이 소설의 처음부터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연애와 이별은 새로운 상황에 무뎌지는 것의 반복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좋은 것도 나쁜 것도 그냥 무뎌졌기에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p.24

"'어쨌든'이란 말이 있어 다행이었다.

어쨌든, 밥은 먹자.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니까. 어쨌든, 잠은 자자. 내일 출근은 해야 하니까. 어쨌든 괜찮아진다는 말부터 꺼내놓으면, 어쨌든 괜찮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어쨌든'이란 말에 위로가 되었던 일이 떠올랐어요.

할 일이 있어 참 다행이었고, 같이 있어준 친구들이 무척 고마웠던 때. 갑자기 왜 떠올랐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딱 이맘때의 일이기에 떠올랐을 것 같기도 하네요. 몇 번의 경험에 '어쨌든'이란 말이 주는 위로의 힘은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살아가죠. 어쩌면 별거 아닌데 인생에서 전부이기도 하는 '사랑'은 참 어렵습니다.

p.30

"SNS 생태계에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모두 제각각 매력적인 사람들이다. 그곳이 실제의 '내'가 아니라 '되고 싶은 나'를 전시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p.32

"고장 나지 않는 제품이 아니라, 고쳐 쓰고 싶은 제품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완벽한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노력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상대가 바뀌길 바라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의 생각을 바꿀 만큼 가치 있는 상대를 만나는 일 말이다."

사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너무나도 어려운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아니 '연애'란 또 하나의 스펙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p.42

"이별을 통보하긴 쉬워졌지만 이별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아졌다."


 

p.50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모른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원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p.68

"끝난 줄 알았던 사랑이 다시 시작됐다면 그건 사랑이 아닌 다른 감정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시기심인지 모멸감인지 집착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p.74

"연애는 나인 줄 알았던 내가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다. 그 변화가 마음에 든다면, 참을 만하다면, 그 연애는 얼마간 이어진다. 그러다가 '나인 줄 알았던 나'와 '그가 보는 나 사이'의 갈등이 더 이상 좁혀지지 않을 때 끝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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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테라오 겐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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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 테라오 겐

낯선 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몇 장 넘기지 않아 #만주국 이라는 이름, 테라오 겐의 할아버지가 장관의 비서로 일했다는 이력 때문에 거북감도 있었습니다. 읽기 싫다는 마음에 며칠은 쳐다보지도 않았죠.

아르테 #책수집가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첫 부분 때문에 평생 읽을 일도 없었을 책입니다.

서평 마감 기한이 있어 내키지 않지만 읽어간 책. 결국 끝까지 읽었습니다.

첫 부분을 넘기고 나서는 한 번도 쉬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끝가지 읽게 되었습니다.

시간에 쫓길 것 같아 며칠 염두에 뒀거든요.

그런데 단숨에 읽어 버렸죠. 너무 좋아서 여러 번 읽었다기보다는 낯선 글에 당황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편견 때문에 좋지 않은 시선으로 읽었고,

읽다 보니 일본 특유의 드라마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 읽고 나서 리뷰를 남겨야 하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 잡히지 않아 다시 읽었죠.

두 번째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집중했고 세 번째 읽을 때 겨우 테라오 겐의 삶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할아버지의 이력을 밝힌 것은 사상의 영향이 아니었어요.

일본 군국주의를 찬양까지는 아니더라도 비호하는 느낌이라도 있을 것 같았는데 기우였죠.

읽으면서 저도 많이 반성했습니다. 그 시대 생각보다 괜찮은 자리처럼 느껴지는 장군의 비서관 자리,

말도 안 되는 일과 계획을 했을 것 같은 사람의 자식도 죄인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할아버지는 그때 장관의 비서관이었다.'가 전부입니다.

아버지는 당시에 어린 나이었고 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힘겹게 일본으로 돌아왔다고 해요.

환경적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아주 최소한의 언급이었죠.

테라오 겐의 어린 시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삶을 설명해야 했고, 아버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할아버지의 상황도 알아야 했습니다. 테라오 겐의 아버지는 1945년 전쟁이 끝날 무렵에는 무척 어린 나이었다는 것이죠.

가진 것 하나 없는 상태로 살아야 했고, 테라오 겐은 아버지의 삶을 비판하면서도 이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렸던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성장 배경과 삶의 과정을 담을 수밖에 없었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책의 반 이상은 테라오 겐의 성장기에 아버지 이야기로 채워졌습니다.

테라오 겐의 성장과정에서 신념이 만들어지는 배경이기도 하죠.

노동의 가치를 중시하고 힘겹게 살아온 아버지의 삶,

새로운 무언가를 즐기며 도전과 모험을 통해 성장하는 어머니의 삶.

그 상반되는 가치를 겪으며 성장한 테라오 겐의 신념.

세상을 바꿀 수 있기를 진심으로 원했기에

진심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테라오 겐의 이야기

인생 전부를 걸로 역전할 수 있었던 그 이야기에 그가 만들어낸 #발뮤다 라는 이름과

발뮤다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조금을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 발뮤다를 아시나요?

제가 아는 것은 겨우 토스터 하나뿐이었습니다.

일본의 기업은 생각보다 친숙하기 다가오지 않아서 부러 찾지 않는 한 너무다 유명한 기업들만 알고 있지요.

그것도 전범 기업이나 극우 기업들을 알고 있어요. 혹시라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려고 알아 뒀었죠.

그러다 보니 모르는 기업이 너무나 많습니다.

일본에 유명하다고 해도, 한국에도 너무 유명해서 모를 수 없을 것 같은 기업들도

모르는 기업이 꽤 많습니다.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놀라곤 하죠. 아무래도 관심사에 겹치는 것도 없기에 더욱 몰랐던 것 같아요. 다만 제가 토스터를 알게 된 것은 아침의 대부분은 토스트를 먹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한 상 가득 차리는 게 부담이기도 했고, 자취하면서 밥보다는 빵으로 빠르게 먹는 게 좋기도 했던 게 습관이 되어 버렸죠. 그러다 어느 날 조금은 맛있게 먹는 방법이 없을까 싶어 토스트 만드는 법을 여러 가지 알아보고 시도해봤던 게 습관이자 취미가 되었어요. 그냥 간단하게 대충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기분에 따라서 토스트로 요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관심이 가다 보니 빵 굽는 방법부터 다양한 토스터와 프라이팬을 찾아봤고, 얼마 전에 그 무시무시한 '죽은 빵도 살려낸다.'라는 발뮤다더토스터를 알게 되었죠.

제가 아는 발뮤다는 #발뮤다더토스터 딱 하나뿐이었습니다.

디자인보다는 실용성에만 초점을 맞췄기에 구매하진 않았어요.

성능에 비해 기대 이하라는 후기들이 포기하는 데 도움을 줬죠.

좋은 점도 많지만 '청소하기 어렵고 죽은 빵도 살리는 정도는 아니다!' 이런 후기가 참 많았어요.

에필로그를 보니 토스트기 때문에 위기를 넘겼다고 했는데

그렇게 혁신적이었나 싶었죠.

책을 읽고 나서 찾아보니 국내에서는 토스트기보다는 선풍기가 평이 더 좋았습니다.

자연풍에 조용함이 최고의 장점으로 비싼 가격이 흠이지만 가격을 감안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첫 폐업의 위기에서 탄생한 선풍기, 두 번째 망할 뻔했던 위기에서 구해준 토스터,

테라오 겐의 성공 비결은 어쩌면 망할 것 같은 그 순간 아니었을까 싶네요.

위기의 순간 테라오 겐의 진심이 발휘되어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생각이 떠오르고

결국 세상에 만들어 내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기업 발뮤다.

이렇게 쓰고 보니 테라오 겐이 하고 싶은 말은 위기의 순간 혁신을 이뤄낸

자신의 방법을 공유하고 싶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에게는 자서전이며, 위기의 순간을 맞이한 사람에게는 살아남을 방법이 있을 거라는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세상에 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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