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감정학 How To Break Up Like A Winner K-픽션 24
백영옥 지음, 제이미 챙.신혜빈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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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감정학> - 백영옥

바이링궐 에디션 K-픽션 시리즈를 통해 백영옥 작가님의 단편 소설을 읽었습니다.

바이렁궐 에디션은 한국의 문학작품을 다양한 시리즈로 영문으로 번역해 세계에 소개하는 시리즈로 영어공부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시리즈마다 다 표지색을 다르게 하여 알아보기도 쉽고 짧은 분량과 가독성 높은 편집 디자인으로 가볍게 가지고 다니며 읽기 좋은 책이죠. 전자책보다는 잉크 냄새 가득하고 책장을 넘길 때는 '쓱~'하는 소리가 나는 종이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 봤을 거예요.

"애인의 애인에게",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아주 보통의 연애", "빨강 머리 앤이 하는 말"등의 작품으로 사랑과 이별을 글로 풀어내는 데는 탁월한 작가라는 것을 확고히 했습니다.

장편과 소설집으로 먼저 만났기에 짧은 글에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우려도 있었습니다.

짧지만 단단하다, 탄탄하다 단편인데 풍부한 장편을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한 번쯤은 했던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시대에서부터 성장하며 사랑과 이별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소설 속 이야기에 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짐작을 했지만 막상 찾아온 이별이 주는 충격은 결코 쉽게 해소할 수 없습니다.

기간이 얼마나 되었든 상관없이 힘들게 하죠. 한동안 아무것도 안 하기도 하지만 이별 직후 오히려 더욱더 아무렇지 않아 보이기 위해 바쁜 날을 보내기도 하죠. 소설 속 '태희'의 행동이 그래요. 무슨 감정인지 정확히 모른 채 더 바쁘게, 힘들게, 일과 공부, 운동, 여행에 몰두하게 되는 것.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별 덕분에 '내'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더 좋은 것처럼 행동하고 SNS에 일상을 올리게 되는 일.

작가는 SNS로 대표되는 '초연결' 사회의 연애를 태희와 종수의 이별을 통해 보여줍니다.

미니홈피 시절에도 타고 들어가 몰래 엿보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꾸미기도 했었지만 이별로 모든 것이 끊어지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둘이 끊었다고 해도 완전히 끊어질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 만들어버린 새로운 모습의 이별을 생각했습니다. 원치 않아도 강제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고 서로 공유하는 게 많아질수록 끊는 것이 더욱 어렵기에 깊은 관계는 오히려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썸'이란 말이 탄생한 것도 SNS의 영향 아닐까 싶어요.


밑줄


 

p.10

"적응하면 좋아지는 게 아니다. 적응하면 무뎌진다. 무뎌지면 아프지 않고, 아프지 않으면 괜찮아진 거라 착각한다."

익숙해져 무뎌지고 아프지 않아 좋아졌다 착각하는 것이란 말이 소설의 처음부터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연애와 이별은 새로운 상황에 무뎌지는 것의 반복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좋은 것도 나쁜 것도 그냥 무뎌졌기에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p.24

"'어쨌든'이란 말이 있어 다행이었다.

어쨌든, 밥은 먹자.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니까. 어쨌든, 잠은 자자. 내일 출근은 해야 하니까. 어쨌든 괜찮아진다는 말부터 꺼내놓으면, 어쨌든 괜찮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어쨌든'이란 말에 위로가 되었던 일이 떠올랐어요.

할 일이 있어 참 다행이었고, 같이 있어준 친구들이 무척 고마웠던 때. 갑자기 왜 떠올랐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딱 이맘때의 일이기에 떠올랐을 것 같기도 하네요. 몇 번의 경험에 '어쨌든'이란 말이 주는 위로의 힘은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살아가죠. 어쩌면 별거 아닌데 인생에서 전부이기도 하는 '사랑'은 참 어렵습니다.

p.30

"SNS 생태계에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모두 제각각 매력적인 사람들이다. 그곳이 실제의 '내'가 아니라 '되고 싶은 나'를 전시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p.32

"고장 나지 않는 제품이 아니라, 고쳐 쓰고 싶은 제품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완벽한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노력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상대가 바뀌길 바라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의 생각을 바꿀 만큼 가치 있는 상대를 만나는 일 말이다."

사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너무나도 어려운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아니 '연애'란 또 하나의 스펙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p.42

"이별을 통보하긴 쉬워졌지만 이별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아졌다."


 

p.50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모른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원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p.68

"끝난 줄 알았던 사랑이 다시 시작됐다면 그건 사랑이 아닌 다른 감정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시기심인지 모멸감인지 집착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p.74

"연애는 나인 줄 알았던 내가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다. 그 변화가 마음에 든다면, 참을 만하다면, 그 연애는 얼마간 이어진다. 그러다가 '나인 줄 알았던 나'와 '그가 보는 나 사이'의 갈등이 더 이상 좁혀지지 않을 때 끝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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