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심란한 마음에 루이즈 페니의 "치명적인 은총 (A Fatal Grace)"를 펼쳤다. 동화 속  마을 같은 캐나다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과 가끔씩 벌어지는 불미스러운 사건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저자 서문을 보니 이런 말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작품들의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 합니다. 나는 이 작품들을 쓰면서 W.H.오든의 시 'Melville'의 다음 두 행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선(善)의 존재는 새로운 지식일지니,

공포의 기세가 꺾여 직시할 수 있으리.'

 

이 얼마나 강렬한 메시지인가요?

내 작품들은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음울한 공포는 우리들 각자의 마음 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중략) ... 그리고 친절에 대한, 선택에 대한, 우정과 친밀함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도요. 오랫동안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만약 당신이 내 작품들로부터 단 하나만 얻어간다면, 바로 이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이 존재한다는 것을요.

 

 

왜 눈물이 났을까. 그냥 서문을 읽으면서 눈물이 났다. 세상에 善이 존재한다면, 이 시간 지금 한국에서 제일 먼저 발견될 수 있으면 좋겠다. 공포의 기세가 꺾일 수 있도록.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사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정부를 비난하고 체계의 빈약함에 울분을 터뜨리고 말도 안되는 무뇌아같은 어른들에 대해 분노하고 구해지지 않은 수백 명의 사람들을 둘러싼 숨겨진 음모들을 말한다. 나는, 거기에 내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지 않다.

 

그런 것들은 아마, 나중의 일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일들이 다 정리되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을 구해내고 그래서 단 한 가족이라도 마음의 평안을 얻고 난 이후... 할 일들이다. 지금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고 위험관리 체계를 뜯어고치자고 말하고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관료들의 속성을 비난한다는 건... 소모다. 그 에너지도 다 모아서 살아 있기를, 피끓는 청춘들이 제발 그 힘으로 살아 있기를 기도해야 하는 시점이다. 너무나 후진 나라나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지만, 그것도 다 뒤로 미루고 하늘에 계신 모든 신에게 빌어야 할 때란 말이다.

 

善이 존재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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