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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 최인호 유고집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도서관장으로 재직하면서 암 선고를 받고, 공로 연수에 들어간 지 2개월도 채 되지 않아 돌아가신 분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가끔 그분을 뵐 때마다 비쩍 마른 몸과 황달처럼 노랗게 된 얼굴, 손을 보면서 가슴 아팠고, 아직 혼사를 치르지 않은 자식 셋을 두고 어떻게 눈을 감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30여년 공직생활의 마무리를 하고자 마지막 날까지 힘든 몸을 이끌고 출근하셨다는데 그런 책임감이 죽음을 앞두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스치듯 했다.

그러나 고 최인호 선생의 눈물앞부분에 적혀 있는 나는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가로 죽고 싶습니다라는 글을 읽으면서 관장님도 환자가 아닌 사서직으로서 마침표를 찍고 싶어한 간절한 바램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암 선고를 받고 5년여의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하는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하느님께 의지하고, 마지막까지 작가로 살고 싶어한 고 최인호 선생의 신앙 고백이며 유고집이다. 카톨릭 신자로서 암을 선고 받고 수술하며 겪는 힘든 과정을 고통의 축제로 표현한 승화된 삶에 숙연해졌다. 암을 선고 받으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하는 절망과 원망, 자포자기를 겪고 나서야 겸허히 받아들이게 된다는 어느 암 환자의 고백이 떠오른다.

책에는 괴테의 파우스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윌리엄 섹스피어의 햄릿’, 윌리엄 포그너의 에밀리에게 장미를’,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등 문학과 그림을 넘나드는 다양한 주제를 풀어 놓았다. 그를 보내며 쓴 추모글에는 이해인 수녀님, 김재순 샘터사 고문, 김주연 문학평론가, 이장호 영화감독, 김홍신 작가, 정호승 시인, 김연수 작가 등 그와 생전에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그는 따뜻하고 소년 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어른이었다.

 

작가의 주치의였던 강진형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그를 활달하고 다정하고 장난기 많은사람으로 기억한다. 투병 중에 이런 사람으로 비춰지기는 어려울텐데 타고난 긍정적인 성격과 깊은 신앙심이 고통을 감내하는 성숙한 사람으로 승화한 듯 하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도 멋진 글 쓰셔서 언젠가 그 글을 볼 수 있기를........빕니다. 영면하소서

 

주님. 내 입에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소리쳐 나올 때는 내 마음 전체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게 해 주시고, 내 입에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소리쳐 나올 때는 내 마음 전체가 고마운 마음으로 가득 차게 해 주소서. 내 입에서 사랑합니다라는 말이 소리쳐 나올 때는 내 마음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차게 해 주소서. 물이 가득 채워져 잔이 흘러 넘치듯, 내 마음이 먼저 가득 넘쳐 그 흘러넘치는 마음이 비로소 말이 되어 나오기를 나는 간절히 소망합니다. 

                                                                                                   p.231

 

나는 요즘 정말 힘든 고독을 느끼고 있네. 86년 동안 살면서 느껴 보지 못했던 그런 절대 고독이라네.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 주는데도 모두가 다 떨어져 나가는 듯하고, 하느님마저 의심되는 고독 말일세. 모든 것이 끊어져 나가고 나는 아주 깜깜한 우주 공간에 떠다니는 느낌일세. 세상 모든 것이 끊어지면 오직 하느님만이 남는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 주시려고 그러시나 봐. 하느님 당신을 더 사랑하게 하려고 그러시는 거겠지?

                                                                                                   p.237 (김수환 추기경님 말씀 중에서)

 

이런 종교적 우화가 있습니다. 하느님이 지상에 내려와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 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쉽사리 발견할 수 없는 곳에 숨기로 하셨습니다. 하느님은 바다 속에 숨을까 아니면 깊은 산 속에 숨을까 망설이시다가 마침내 인간이 자신을 가장 발견하기 힘든 숨바꼭질의 장소를 발견하셨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마음속이었습니다. 인간은 하느님이 너무나 가까운 곳에 숨어 계심으로 해서 오히려 하느님을 보지 못합니다. 우리의 눈이 사물을 볼 수 있지만 눈 자체는 볼 수 없듯이, 우리의 칼이 무엇이든 벨 수 있지만 칼 자체는 벨 수 없듯이, 하느님이 바로 내 마음안에 계심으로 해서 우리는 하느님을 쉽사리 발견해 재니 못하는 것입니다.

                                                                                                    p.241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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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4-02-11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가로 죽고 싶습니다. - 작가다운 결언이네요. 눈물나요.
세실관장님 주변에 그런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이가 있었군요.
신간평가단 열정적으로 해내시는 세실님께 큰 박수 올립니다^^*

세실 2014-02-13 09:31   좋아요 0 | URL
참 애절하면서도, 고통을 종교적으로 승화한 그분의 강인함이 감동스럽습니다.
멋.지.죠!!
제게 멘토였던 사서 선배님이 수년전에 암으로 돌아가셨을때는 정말이지....많이 울었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 고통은 참 크더라구요.
신간평가단....이제 절대 못하겠어요. ㅋㅋ 책임감으로 몸부림치고 있답니다.
안하길 잘하셨어요^^

페크pek0501 2014-02-13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출근인데다, 하루에 왕복 1시간 30분의 운전을 하는데다, 게다가 신간평가단 활동까지...
세실 님, 그러시다 병나시겠어요. 저는 세실 님 앞에 명함도 못 내미는 사람...
저는 그렇게 안 살아도 바빠 죽겠는걸요. 늘 시간이 모자라고 말이죠.
그런데 저는 그런 세실 님을 알고 지내는 게 자랑스럽고 좋아용... ㅋ

세실 2014-02-14 10:44   좋아요 0 | URL
오늘 같은 금요일 운전이 제일 힘들어요. ㅜㅜ
가급적 목요일에는 약속을 잡지 않고 집에 일찍 들어가서 반신욕 하려고 노력한답니다.
사무실에서 오후에는 한두시간 정도 책 읽는 여유도 누려요. 피할수 없다면 즐겨라~~~ ㅎ
어머나....이런 감동이~~
저도 글을 참 맛.있.게! 쓰시는 페크님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