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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얼굴 - 어느 늙은 비평가의 문학 이야기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김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평점 :
초상화를 보면 왠지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가끔 외국영화에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옆이나 거실에 그 집의 계보를 보여주는 초상화가 걸려 있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이상하다. 마치 죽은 자들을 집에 모신듯한 느낌이 든다. 낯선 풍경이지만 외국에서는 우리네 족보 풍습처럼 보편화된 듯 하다. 이 책은 폴란드계 유대인 비평가인 마르셀 라이히리츠키가 수집한 초상화와 관련된 예술가들의 이야기이다.
역사이래 가장 뛰어난 작가로 뽑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초상화부터 모제스 멘델스존,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호프만, 하인리히 하이네, 안톤 체호프, 프란츠 카프카등 세계적인 음악가와 문학가들을 망라한 다양한 인물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니체는 쩨쩨하지 않았다. 하이네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대범한 면모를 보였다. 그의 철학적 자서전 '이 사람을 보라'의 한 대목을 보자. "최소의 서정시인이란 무엇인지를 내게 알려준 이가 바로 하인리히 하이네다. 수천 년 역사의 온갖 보고를 헤집어보아도, 그처럼 달콤하고 격정적인 음악은 찾아볼 수 없다. 그에게는 신성의 심술이 있었으니, 모름지기 그것 없이 어찌 완벽을 그릴 수 있으랴. (...) 게다가 독일어를 구사하는 그 솜씨라니!"
p. 74
어떤 세대든 '햄릿'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자신의 문제와 고초, 자신의 좌절을 찾고자 한다. 그리고 대개는 찾던 것을 발견해낸다. 바로 이 점이 대단하고 기막히고 놀랍다못해 가히 불가해하며, 바로 이런 까닭에 '햄릿'은 세계문학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최고의 극작품으로 꼽힌다.
p.15
토마스 만은 상냥한 사람이었을까? 호감 가는 성격이었을까? 아, 이런 질문에 단호하게 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 물론 부정적인 쪽으로 말이다. 맞다. 그는 예민하기가 프리마돈나 같았고, 거만하기가 테너 못지 않았다. 그랬다. 그는 극도로 자기중심적인데다가 독선적이었다. 종종 냉혹했고 때로는 잔인하기까지 했다는 것 역시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p. 187
저자가 무인도에 간다면 가져가고 싶은 음반중 하나가 말러의 교향곡 8번이라고 한다. 목탄과 연필 스케치로 그린 구스타프 말러의 초상화가 멋지다.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드는 초상화이다. 다소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요제프 로트는 심오함보다는 우아함을 사랑했고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한다. 그의 작품을 접한 적은 없지만 왠지 친근하게 느껴진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토마스 만은 예민하고, 거만하며, 극도로 자기중심적인 성격이지만 수천 통의 편지에 하나하나 답장을 보냈다. 그러고보니 유명한 예술가중 성격 좋고 호감가는 사람은 거의 없는듯 하다.
이 책에서 예술가를 몇명이나 다루었나 세어보니 41명이나 된다. 예술가의 특징을 잘 묘사한 초상화를 보는 즐거움이 있기는 했지만 많은 내용을 다루다보니 수박 겉핥기식의 이야기 전개에 다소 아쉬움도 남는다. 많은 사람을 다루기보다는 꼭 소개하고 싶은 예술가의 깊이있는 내용을 다루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