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과일가게
이명랑 지음 / 샘터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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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것은 아니 행복이란 것에  대해 주의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현실이 별로 행복하지 못하다는 뜻 일지도 모른다. 이름마져도 너무 유쾌할 것 같은 이명랑의 에세이를 도서관에서 집어들었다. 작가의 이력이 특이하다는 말을 어디선가  읽은 것 같아 어떻게 사는 사람일까 궁금해지기도 해서 이다. 글을 읽으면서 작가에게 성장과장 속에서의 어떤 상채기는 모두다 자양분이 되어 언젠가는 어떤 형식으로든 표현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시장통에서 가난하게 자란 그녀가 겪었던 어떤 아픔들이 나에게 따뜻한 위로로 다가오는 것 같다. 대학에 들어가서 친구들에게 느꼈던 나와는 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이질감, 철들지 않았던 언젠가는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했던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쳤다. 지긋지긋한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다시 그 시장통에서 과일가게를 하면서 그 모든 것들을 감싸안았다는 그녀의 말에 그 누구보다 그게 어떤 심정인지 알것 같아 가슴이 아려온다. 아픔을 아픔 그 자체로 감싸안는 것 그건 그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월에게 맡기면 저절로 해결되는 그런 것들이 있음을 나이가 들면서 깨닫게 된다. 그녀는 참으로 씩씩하다. 그런 과일 장수가 파는 과일은 싱싱하게 힘이 나게 하는 그런 것이겠지. 그런 행복한 과일가게에서 씩씩한 사과 한알 사서 먹고 힘을 내고 싶어진다. 봄이 오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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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장의 사진 - 내 마음속 사진첩에서 꺼낸
박완서 외 지음 / 샘터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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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작가들이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사진을 놓고 짧게 쓴 글들을 모은 책이다. 나에게 이런 청탁이 들어온다면 나도 아마 어렸을 적 젊은 엄마아빠와 조그만 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내놓았을 것이다. 사진속의 나는 아주 조그만 꿈 많은 아이였을 테지. 이곳엔 왜 갔을까. 내 표정은 왜 이럴까. 등등의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의 나래를 펴볼것이다. 사진이 주는 의미는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대개가 추억의 증거이니까 말이다. 빛바랜 사진들속에 정지된 그 순간의 기억. 살아가면서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쌓여가는 가는 것은 기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많이 배운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자기가 보고 듣고 느끼는 대로 기억은 적히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책을 읽으며 자신의 한장의 사진을 뽑아 추억을 아로새겨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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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의 탄생
니겔 로스펠스 지음, 이한중 옮김 / 지호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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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물원을 정말 좋아했다. 지금도 물론 좋아한다. 유희의 장소로서 사람이 많아서 시끄럽지도 않고, 적당한 자연이 있고, 일상에서는 볼 수 없는 신기한 동물들이 있다. 연인과 친구와 나는 정말 2년에 한번꼴은 서울대공원엘 갔었다. 어렸을 적 사진중에도 엄마와 동생과 함께 동물원에서 찍은 사진이 있다. 그곳은 정말 넓었고 햇빛에 눈이 부셔 찡그린 반바지 차림에 챙이 있는 모자를 쓰고 기린 앞에서 찍은 사진은 내게 유년기에 동물원이란 곳이 어떤 곳인지 그 이미지를 결정해버린 결정적인 증거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동물원의 역사는 참으로 비참하다. 보호, 교육, 계몽, 심지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희생되어야 했던 동물들의 삶은 내 유년기 속의 추억의 그곳이 더 이상 아니다. 동물원은 철저한 경제주의의 이익 사업이었고 인간의 이기심의 산물인 것이다. 철창안에 갇힌 동물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 인간들을 위해 동물우리는 마치 그곳이 자연속인 것처럼 꾸며진다. 북극곰에게는 벽면에 얼음그림이 더럽지만 바다인 것 같은 물이 침팬지 고릴라같은 유인원에게는 정글같이 꾸며진 조악스런 우리들. 언젠가 동물들이 있는 우리안의 바닥이 시멘트여서 동물들의 발이 까지고 피가 나는 것을 본적이 있다. 눈병이 심하게 걸린 물개와 힘없이 널부러져 있는 동물의 왕자 사자 호랑이들. 사람들은 그들을 향해 외친다. 야 쟤네들 팔자 늘어졌네 잠만 자는구나 야, 여기좀 쳐다봐 돌맹이나 과자들을 던진다. 그들의 관심을 유도해볼 셈으로..

이런 행동들이 얼마나 이기적인 것인가. 인간이 아닌 생명을 가지고, 그 생명을 우리안에 가두고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기를 바란다. 너희들은 우리 인간보다 열등한 종이니까, 그런 대접을 받아도 되고 이런 곳에 있는 것이 얼마나 황송한 것인가 라고. 그들은 그곳에서 행복하지 못하다. 하지만 그들이 애초에 있었던 것으로 돌아가서 행복하게 살기에도 너무 늦었다.
나는 다시 동물원에 갈 것이다. 봄빛같이 가벼운 옷을 입고서 기린을 보고 낙타를 보고 개미?기를 보고. 다만 느끼는 것이 다르겠지. 동물원에 대한 아련했던 추억이 빛이 바래고 그들의 슬픈 눈빛들만 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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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5-02-26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끼리 시체 위에서 자전거를 타던 사냥꾼의 사진이 떠오릅니다 동물원이라는 근대적 유희 때문에 동물들이 오락의 객체로 전락한 슬픈 역사를 기록한 책이라고 기억합니다 그런데 좀 지루했어요

스파피필름 2005-02-26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은근히 지루했어요. 이상하게 사진도 많고 어려운 내용도 아니었는데 책장이 유난히 잘 안넘어가더라구요..
 
남자의 탄생 -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
전인권 지음 / 푸른숲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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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이 부제이다. 사실은 한국 남자 뿐만 아니라 여자 까지 포함되는 한국인의 정체성 형성과정 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듯 싶다. 저자는 자신의 유년기를 사례(?)로 들면서 한국 남자가 어떻게 탄생되는가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중년이 되었는데 뭔가 문제는 생기고 그것에 대한 해결책은 쉽게 찾아지지 않게 되어 이런 분석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원인은 자신이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랐고 현재의 자신이 그렇게 형성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저자의 경험은 한국의 일반적인 평범한 가족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가정교육일지도 모르겠다. 나역시 책을 읽으며 나의 어머니 아버지가 나와 내 동생을 그런식으로 교육하였음을 동감했으니까 말이다. 나 역시 우리 가정환경(?)과 부모님의 교육방침(?)을 분석해보아야 할 필요를 느꼈고 이 책이 주는 큰 수확은 아마도 자신들의 가정환경과 문제점등이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일 것이다.

1.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각기 성격과 특성이 너무 다른 삼형제를 어머니가 사랑하는 방식은 달랐다고 저자는 말했다고 한다. 그런 사랑으로 인해 형제들은 각각 동굴속의 황제가 되어가는 우를 초래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의 어머니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 어머니는 우리 두 남매에게 그런식의 애정은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동생보다도 네가 큰애니까 최고다 식의 대접을 받아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반대로 동생에게 그런 애정을 쏟은 것 같지도 않다. 결국 동생과 나는 둘다 다행히(?)동굴속의 황제는 되지 않은 것 같다. 어머니에게 내가 동생보다 더 큰 존재라는 우월감보다는 동생은 동생대로 동생이니까 더 큰 사랑을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동생 역시 그렇게 생각했을까. 혹시 큰 애인 나를 더 부모님이 위했다고 생각한다면 낭패인데.. 언제 한번 물어봐야할까 사실 물어보니까 뭐한 질문이긴 하다. 우리가 훨씬 나이가 든 뒤에라면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 한국 어머니들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정평이 나있으니까.
중간 중간에 인상적인 부분을 몇군데 집어 보겠다. 어머니는 항상 내가 이렇게 말하곤 했던거 같다. 너는 몸이 약하니까 더 건강해 신경써야 한다. 너는 몸이 약하니까... 이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나만 보약을 지어준다거나 동생 몰래 더 좋은 걸 먹인 적은 없지만, 어머니의 이 말에 점점 나는 스스로를 몸이 약한 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약한 건 맞는 말이긴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에 생각해보니 두가지 점으로 접근해 볼 수 있을 듯하다. 나는 몸이 약하니 스스로 건강을 챙기자, 다른 하나는 오히려 그 말이 주는 역효과로 나는 몸이 약하니까 자신감도 없다. 사실 전자보다는 후자가 요즘은 더 크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따지면 모든 가정에 몸약하지 않은 자식 하나가 없을 것 같다. 나는 내 자식에게 그래서 결코 너는 몸이 약하니까 따위의 말은 하지 않으련다.
또 하나는 지하철에서 남자아이가 쉬가 마렵다고 하자 당황한 어머니가 가방에서 무슨 통을 꺼내서 쉬를 누게 하고 매우 만족스런 광경을 목격했다는 부분이다. 만약 그 아이가 여자아이 라면 그 어머니가 당당하게 오줌을 누이게 했을까.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하지 않을까.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남자아이들은 바지도 안입고 발가벗겨서 돌아다니게 놔두는데 여자아이들은 그렇게 키우지 않는 현실들도 그렇다. 얼마전에 친구의 육아일기에서 사내아이가 자신의 성기를 가리키면서 고추라고 말했다는 것을 써놓은 것을 보았다. 물론 그 친구는 별 생각없이 썼을 테지만, 나는 그 글을 읽는 순간 생각했다. 여자아기가 자신의 성기를 가리키면서 말을 했을때 그걸 글로 똑같이 쓸수 있었을까 하는..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그 당시에는.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우리 사회에 자리잡고 있는 뿌리깊은 남녀 교육 방식의 차이에 대해서 무엇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고 답답하는 것이다.


2. 동굴속의 황제로 만들어져간다.

가정에서의 많은 가르침이 사람들을 동굴속의 황제로 만들어가게 한다. 우리 자식이 세상에서 제일 잘나고 똑똑하고 멋지다. 어디서 주눅 드는 꼴은 못본다. 아이는 결국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자라게 된다. 흔히 쓰는 말중에 너 뭐뭐 해봤어? 라는 말을 자주 한다. 너 미국가봤어? 너 이 책 읽어봤어?
마치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만 대화가 되는 교양인으로 간주하는 그런 말투는 동굴속 황제들의 전형적인 말투이다. 나 역시 이런 말을 자주 했었는데 앞으로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말해야겠다.

3. 우리에게 미래는, 현실을 질식시키는 미래이다.

우리 사회의 교육은 아니 정확하게 말해 학교는 상급학교를 진학하기 위한 일련의 준비하는 과정이다. 정말 우리에게는 중학교때부터 상급학교를 잘 진학하는 것만이 최고의 목표였다. 좋은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서 또, 대학교 입학은 말할 것도 없다. 대학 입시가 자신의 인생을 모두 좌우할 것 같았던 숨막혔던 고등학교시절..우리에게 현실은 언제나 찬란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질식할 것 같은 준비기간이었다. 현실속의 교육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뭔가 다음 단계에서는 그런 것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반영된 우리나라의 문제점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왜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언제나 무언가 준비해야만 할까. 준비된 인간을 강요하는 한국이라는 사회가 나는 오늘 너무도 싫어진다.


이 책은 정말 현실적인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가정생활, 나의 가족, 관계라는 허울로 짊어져야 할 숙제들, 그리고 나의 현실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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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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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대로 감각에 관한 여러가지 것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촉각, 시각, 청각, 후각, 미각, 공감각 에 대해서 그 감각에 관련된 우리몸의 특정 기관에 대한 설명, 과학적으로 그러한 감각을 느끼게 되는 원리, 예술속에서 발견되는 감각등에 대해 여러가지 예를 들면서 설명하고 있다. 각 장을 읽으면서 나는 그 감각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청각을 읽을 때는 내 귀에 귀 기울였고 후각을 읽을 때는 더 다양하고 미세한 냄새까지 맡아지는 것 같았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에는 다양한 감각들에 대한 묘사가 나오고 그런 것이 어떤 시간과 기억을 찾아가는 실마리가 된다. 사고로 후각을 잃은 사람이 후각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문득 아무런 고민없이도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맛이라는 것은 미각뿐 아니라 후각에 의존하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고 한다. 향수를 선물하는 것은 기억의 액체를 주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향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향수를 한번 뿌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그 냄새로 기억될 것이다. 들을 수도 말하지도 못한 헬렌켈러는 말과 사물의 개념사이에서 방황했다고 한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어른의 말소리를 듣고 따라하고 사물의 개념에 대해서 배우고 자신이 아는 부분을 차츰 넓히는 과정들이 어느 한 감각에 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양치질을 한뒤 오렌지주스를 마시면 쓴 이유는 미뢰를 덮고 있는 점막에 지방과 비슷한 인지질이 들어있는데 치약속의 세정제가 지방과 유지를 분리하기 때문이다. 음악은 한 사람의 정신세계를 편안하게 치유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인용이 나오는데 좋아서 밑줄그어 보았다. "감정은 사적이다. 우리는 복숭아 잼 단지처럼 자신의 감정에 마개를 닫아 선반 맨위에 보관한다. 그리고 위기가 닥칠 때마다 그것을 끄집어내어 노래를 통해 감정을 덮고 있는 뚜껑을 열어젖히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감각을 느끼는 것은 아주 사소해서 어쩌면 그 자체를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나의 모든 감각기관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보고 말하고 듣고 냄새맡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나는 주말 아침 9시쯤 창으로 비춰지는 따스한 햇살을 피부에 느끼고 부스스 깨어난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는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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