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변화 - 상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연속극의 달인이신 울 엄마의 말씀에 따르면, 사랑이야기가 재밌어지면 나이가 든 것이라던데;;; 정말 그런가, 남의 사랑이야기는 어딘가 진부해도 재밌기 마련이다. 두 여자와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는 다르게 그려진다. 우리 모두의 인생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듯이 사랑도 다른 모습이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사랑을 지겹도록 기다리는가 하면 누군가는 자기가 쌓아놓은 성에 갇혀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누군가는 파괴의 화살을 자기자신에게 쏘아 스스로 피를 흘리고 파멸에 이르게 한다. 그나마 가장 범상한 사랑이 일롱카의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에 나에게 딱 맞는 이성은 없다,고 위로 아닌 위로로 끝내는 일롱카의 사랑은 그래서 현재의 사랑이 완전하지 못하기에 다음 사랑을 찾아 또 헤매이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하고 생각될 정도로 동감이 된다. 헤어진 연인 생각에 죽을 것 같다가도 밥은 먹게 되고 그렇게 하루 이틀 몇달 몇년이 지나면 잊혀지게 되는게 또 사랑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자신의 인생관을 풀어내는 듯한 페터의 이야기 역시 재밌었다. 어딘지 모르게 나와 비슷한 것도 같고 외로움이나 인생을 바라보는 태도가 나와 많이 비슷하다. 마지막 유디트의 이야기는 다소 지루했다. 초반에 뭔가 심지있고 굳건한 사랑을 하는 사람으로 그려지는가 했는데 아니었다.

가을을 타는지 요즘 조금 힘들다. 사람도 만나기 싫고 일터에도 가기 싫고(연휴 후유증...) 컨디션도 꽝이다. 아주 기발하게 재미난 책 없을까.. 어쨌든 <열정>만 읽고 산도르 마라이는 그냥 그랬는데 이 책으로 말미암아 다시 관심을 가져보게 되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2-10-03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전 아직은 나이 들지 않았나 봐요. ㅎㅎ
산도르 마라이의 이 책도 기대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제게 곧 올 책이거든요.^^
스파피필름님, 힘내자구요!!

스파피필름 2012-10-03 20:13   좋아요 0 | URL
하하;; 저는 오늘 우울해서 서점가서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요거 사왔어요.. ㅋㅋ
 
이 또한 지나가리라! - 김별아 치유의 산행
김별아 지음 / 에코의서재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별아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들었는데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이야기와 심리학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놓은 책이었다. 작가에게 문학은 고백의 욕망이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비밀을 (흔히들 치부라고 말하는..) 밝히길 원치 않지만 인간의 심리란게 감추고 싶을 수록 털어놓고 싶은 욕구도 크다고 생각한다. 내가 스스로 나에게 비밀이라고 일컫는 것들, 사실은 알고 보면 남들은 신경쓰지 않는 것일수도 있다. 복잡다단한 가정사나 숨기고 싶은 질병, 생활고 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들 하나씩은 갖고 있지 않은가. 뭐 아님 말고. 그런 것들을 말로 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글로 쓰는 것은 오히려 스스로를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드러내보일 수 있는 힘을 갖게 하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힘을 내자고 소리치는 김별아씨를 볼 수 있었다. 그건 일부분 내 모습이기도 해서 많은 부분 공감이 되었다. 산을 열심히 올라본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나 역시 평지형 인간이다. 산을 오르면서 힘들었던 점들을 상상해본다. 내 숨이 가빠지는 것 같이 나도 산행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작가가 성실하고 적극적인 사람인 것 같아 마음에 든다.

 

진정한 성공은 애초에 간절했던 열망 속에 이미 잠재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더디지만 힘차게 나아갈 때 그 걸음걸음에서 실현된다. p.22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2-09-22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피필름님, 이 책 저도 참 좋다하면서 연초에 읽었어요. 삶은 사는 척 할 수 없고 산은 타는 척 할 수 없다던가요. 그 문장이 기억나요.
넉넉한 가을 누리시길 바라요.^^

스파피필름 2012-09-22 21:47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저도 그 문장이 좋더라구요. ^^
'죽은 척하고 살 수는 있을지 몰라도 사는 척 흉내를 내면서는 단 한순간도 온전히 살 수 없다.' 그 다음 문장이에요^^
 
다다를 수 없는 나라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원제는 ANNAM이라는 베트남의 지명이다. 글쎄다. 완벽하고 완전한 이 얇은 책에 무슨 사족을 덧붙일까 싶지만 번역이 김화영씨라는 점 때문에 가장 책을 열심히 읽었던 2004년쯤 무렵을 떠올리게 해서 몇자 적어 본다. 든든한 번역가가 존재한다는 건 외국소설을 읽는 입장에서는 매우 안심되고 믿음이 가는 일.. 번역을 또 다른 창작이라고까지 하니. 이 아름다운 소설의 공은 김화영씨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도미니크 수사와 카트린 수녀가 변화되는 과정은 지극히 아름답다. 그들은 고국에서는 잊혀지는 존재였지만 새로운 곳에서 삶으로, 낮은 곳으로 내려와 신도 그와 관련한 그 어떤 형식도 잊은 채 진정한 본질, 핵심에 다다랗다. 다다를 수 없는 나라,는 어디인가. 본질, 핵심에 관한 물음, 그에 대한 답일수도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플로베르의 앵무새 열린책들 세계문학 56
줄리안 반즈 지음, 신재실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전부터 앞부분만 읽다가 정지, 또 다시 읽기를 여러 차례.. 이번에야 다 읽었다. 앞부분만 지나면 뒷부분은 비교적 술술 읽히고 재밌기까지 하다. 나는 이 소설이 우리가 문학에서 특히 소설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에 대한 일침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은 허구일까. 소설이 진실이라면 그것은 작가의 삶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을까. 순수한 허구란 것은 가능한가. 허구의 반대는 삶이고 우리의 일상일까. 언제나 삶보다 책읽기가 우선이었던 나는 진짜 내 삶이 아닌 허공의 무엇을 늘 헤매었던 것일까.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한 인간의 삶이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렇다고 한 인간의 삶에서 성공적으로 숨겨진 것 또한 전부는 아니다. 한 인간의 삶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거나 성공적으로 숨겨진, 이제는 믿을 수 없는, 거짓들이 전부는 아니다. 실현되지 못한 것 또한 삶이다. p.151

 

<보바리>를 썼던 작가 플로베르의 삶의 흔적을 파헤쳐가는 것, 물증으로 심증으로 상상하는 그 어떤 합집합도 플로베르의 삶을 완벽히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한가지 말할 수 있는 것, 모든 것을 알려는 것이야말로 사랑의 표시라고 주인공이 말했듯 그가 플로베르에 대해 알고 싶어했던 건 대상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었다. 궁금하지 않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인간에 대해서건 인간이 아닌 대상에 대해서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부쩍 에세이와 여행관련 책을 많이 읽는 느낌이다. 일부러 그랬다. 예전엔 봄이 좋더니 (아마도 여름을 좋아해서) 요근래는 가을이 좋다. 나이가 들었나 보다. 그렇다면 여름이 싫어지고 겨울이 좋아지려나. 다가오는 쌀쌀해진 바람이 싫지 않다. 지구가 자꾸 병들어서 기온이상이 생기고 여름이 점점 광포해지는 것 같아서 싫어지려는 중이다. 이 참에 읽는 이 책은 계속 등장되는 생선들에 바람의 냄새를 내 곁으로 몰고 왔다.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쓸쓸하게 거센 바람, 그 거센 바람에 튼 살을 가지고 살아갈 바닷가 아낙네들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었다. 진수성찬을 상상하다가 이 진수성찬은 그런 녹녹치 않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륙에 사는 우리들이야 힘겹게 여행하고 온 비릿한 것들을 맛볼 뿐이다. 한창훈이라는 작가는 잘 몰랐는데 사실 이 책은 요즘 읽고 있는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라는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박찬일의 책에서 나온 음식들은 그나마 먹어본 상상이 되는 것들인데 이 책에 나오는 비릿한 생선들은 대부분이 잘 모르고 먹어본적도 없는 것들이다. 한번도 못 먹어봤다는 말은 한번도 못 가봤다는 말보다 더 불쌍하다던데! 이렇게 불쌍하게 느껴지는 나... 여튼 작가님의 외모는 훈늉하셔서 인지 페이지 곳곳에 등장하시고 생계형 낚시꾼이라는 애매모호한 말에 궁금증이 증폭된다. 엄마는 아까 저녁에 추석에 대명항에 가자고 하셨다. 우리가족에게 그곳은 여러 의미를 지니는 곳이다.

 인생에 허기질 때 바다로 가자! 뜨끈한 국물 쭉 들이켜면 육지에서 고단한 삶 보상받을까?  한번도 혼자 여행해본 적 없는데 이번 가을에는 저기저기 아랫지방 바닷가로 혼자 훌쩍 떠나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