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기다려 봐. 볼거야. 

휙휙 채널을 돌려대는 옆지기를 툭툭 치며 정작 내가 보려고 했던 것은. 

물론 잉글랜드와 독일의 16강전이 진심으로 궁금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중년의 알랭들롱을 연상시키는, 그 필드에서도 검은 가디건을 시크하게 받쳐 입고
검은 긴 앞머리를 흩날리며 작전지시를 하는 그 감독이었다. 

평론이란 고루하고 깐깐한 훈장이
'웅혼하다', '유현하다' 같은 진부하고 어려운 한자어로
똑같은 얘기를 은근슬쩍 공그르기 하는
졸림을 유발하는 독백이라 생각했던 이들에게(나포함) 

작품을 곱게 조물조물해서 그 결마다 배어 있는
작가의 숨결을 그러모아 우리의 진부하고 그날이 그날같은 삶의 여백에
하나하나 끼워넣어 다시 돌려주는 그런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사려깊게 보여준 평론가 신형철의
<몰락의 에티카>를 읽다 칠백 페이지를 넘는 이 평론집의
매력에 취하여, 


그러나 이윽고 그가 아직도 아내의 밥이 아닌,
어머니의 밥을 먹고 있다는 고백에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는
그 응큼한 마음과도 통한다. 

그렇다면
지독하게 예쁜 신입여직원의 프로필을 줄줄 읊던 

그 유부남 직원에게
갸가 남친이 있답니다,라고
바람을 좀 빼주자 

결혼할 남자는 아닐거야,라고
자위하는 그 모습에 경악했던
그 축축한 기억도 

결국 그와 나는 오십 보, 백 보 차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나는 응큼한 여자였다 보다.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10-06-28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책이 그리 좋은가요?
평론집은 잘 안 읽게 되던데, 블랑카님 그리 말씀하시니 끌리네요. 으흠...

blanca 2010-06-28 15:45   좋아요 0 | URL
저도 평론집이 많이 팔렸다고 해서 의아했는데 흑...이거 읽으면서 진짜 놀라고 있습니다. 다만 분량의 압박이-..- 지루하지 않고 줄그을 문장도 너무 많고. 의외로 재미있어요. 그런데 스텔라님! 우리 프레이야님과 함께 미녀 삼총사인 거예요? ㅋㅋㅋ

stella.K 2010-06-28 16:08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마기님 말씀에 의하면 영광스럽게도 그렇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러면 우리 셋이서 막 서로 질투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래야 경쟁이 돼서 미의 가치가 올라가지 않겠어요?
서로 너무 좋아라하면 푹 퍼져서 안 되는데...
이거 클났습니다. 블랑카님을 질투해 말아?ㅋㅋㅋ

근데 정작 프레이야님은 아직도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요.ㅜ

비로그인 2010-06-28 16:00   좋아요 0 | URL
알아요 알아~~~
프레이야님도 알고계셔~~ㅋㅋ.

stella.K 2010-06-28 16:08   좋아요 0 | URL
엇, 그래요?ㅎㅎ

2010-06-28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6-28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미녀들이 응큼하기까지 하면 곤란한데요...
이 세상 남자들 다 채가려고? 하기사... 요즘 같아서는 다 가져도 될거 같기두 해염! ^^

blanca 2010-06-29 09:48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ㅋㅋㅋ 이건 단지 마기님이 추측하신 거에 불과하잖아요^^;; 응큼한 건 맞아요.ㅋㅋ

자하(紫霞) 2010-06-28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녀에다 응큼하고 세상 남자들까지 다 채가시면 정말 안됩니다.
전 설 곳이 없어요~

stella.K 2010-06-28 18:2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베리베리님, 걱정말아요.
세상엔 꼭 미녀만 잘 살라는 법이 없어요.
귀여운 사람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blanca 2010-06-29 09:50   좋아요 0 | URL
베리베리님 ㅋㅋㅋ 알고 봤더니 베리베리님이 초절정 미녀였던 거 아닐까요? 저는 단지 응큼하기만 하구요 ㅋㅋㅋ 이런 반전 있음 안되는데--;;

전호인 2010-06-2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조숙녀보다는 때론 응큼한 여자가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ㅎㅎ
요조숙녀도 나름의 매력은 있지만 그래도 나이먹어가면서 응큼해지는 것도 권할 만 하지요. ㅋㅋ
저도 응큼한 남자이고 싶어요.

blanca 2010-06-29 09:50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남자들은 본래 응큼한 거 아녀요? 긁적, 긁적^^;;

전호인 2010-06-29 15:31   좋아요 0 | URL
어휴.
본능은 있을지 몰라도 본래라는 것은 없습니다.
수컷의 본능?
써놓고 보니 이상하네.ㅜㅜㅋㅋ

루체오페르 2010-06-29 16:18   좋아요 0 | URL
성욕구에 관련해 남녀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면 인간의 정신과 육체에 대해서도 생각할것이 많죠,
남성이 여성보다 성욕구가 훨씬 많고 커서 문제도 많습니다, 성범죄뿐만 아니라 폭력,과격성으로도 이어지기에...그런데 나이가 들면 그 정도가 확 꺽인다고 하더군요. 비교해서 여성은 좀더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요. 급격한 호르몬의 감소때문에 갱년기에 발열,우울등의 증상도 나타나고요. 산후우울증이 나타나는 이유중 하나가 몸을 꽉 채우고 있던 태아가 나가고 자리가 비면서 심적 공허감, 태아와의 정신적 유대유착관계를 증진시키고 행복과 모성애를 느끼게 하는 옥시토신의 급격한 감소 때문이죠. 10,20대 건강왕성한 남자라도 테스토스테론이 부족or억제면 여자보다도 무덤덤하고 고령이라도 넘치면 왕성하겠죠. 블랑카님의 댓글에 토를 다는게 아니라 블랑카님과 전호인님의 댓글을 보니 일반적인 인식이 떠올라서요. 남자들을 변태,음란하다고 무조건 백안시하는 심한 경우는 물론 극소수지만 너무 심하게 몰아대진 않았으면 하는 변명 아닌 변명,대변 아니 대변 이랄까요.ㅎㅎㅎ; 인류가 유지되온데는 이런 이유도 있는거 아닐까 싶네요.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에 성적인 여러문제로 소모되는 에너지를 원하는데 쓸수있다면 도움이 클텐데...알고보면 남자도 슬픈 동물입니다.^^; 호르몬에 좌우되는 우리의 육체..는 그렇다치고 정신까지 그런것보면 육체보다 과연 정신이 위대한건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아,무슨 말을 하는건지ㅋ 실례했습니다.^^;

ps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이성이 있기에 인간이라면 지키는게 당연할걸, 참지못하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들에겐 이런것들이 절대 변명이 될수없죠. 저는 그들을 xxx 취급합니다ㅋ

stella.K 2010-06-30 10:47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 존경합니다.
남자분이시면서 적확한 표현을 쓰시내요.ㅋㅋ(나도 응큼한가?ㅜ)

루체오페르 2010-06-2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고 유쾌한 페이퍼네요.^^
블랑카님과 몇분께서 독일 감독 이야기,칭찬 하셨던게 생각나서 보니 이런 것이...

http://www.youtube.com/watch?v=a52b0qvBQjU

빨간 약을 드시겠습니까? 파란 약을 드시겠습니까? ㅎㅎ

blanca 2010-06-29 14:52   좋아요 0 | URL
루체님! 저 완전 충격받았습니다. 흑흑. 그거 먹은 거 맞죠! 싫어졌어요--;; 파는 것 까지는 어떻게 해도 먹기까지 하는 건--;;

루체오페르 2010-06-29 16:31   좋아요 0 | URL
ㅎㅎ 빨간 약을 드셨군요!
저도 빨간 약 먹는걸 즐겨합니다.^^; 주소남기면 보통은 보실테고 블랑카님의 로망을 지키기위해 말것인가 고민했는데 왠지 죄송하네요.^^;

안그래도 해외에서 먼저 이슈가 됬는데 심리학적으로 불안할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가 발현된것 같다는 분석이 있더군요. 여튼...좀 충격 ㅋ; 뭐 그럴수도 있...나요?ㅎㅎ

2010-06-29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9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2 0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