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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 제1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62
김진희 지음, 손지희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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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잣돈 갚기 프로젝트라는 제목만 보고, 나는 이게 무슨 경제동화 정도 되는 줄 알았다. 개인적으로 목적에 치우쳐 동화의 맛이 없는 책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책을 옆에 두고도 손에 잡지 못하다가 며칠 전에야 읽기 시작했다. 앗, 그런데 이게 경제동화가 아니었다. 그러고보니,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 정도 되면, 그렇지 않을 거라 짐작이라도 했어야 했건만.

 

이 책은 첫장면부터 주인공인 동우가 교통사고로 죽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게다가, 평소에 돈을 뺏고 괴롭히던 김준희가 반항하며 도망가는 것을 쫓아가다 일어난 일이었다. 첫페이지에 이 모든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유체이탈을 한 동우의 눈 앞에 죽은 자신의 모습이 보이고 동우를 찾아 온 저승사자와 만난다.

 

어린이 책치고는 꽤 빠른 전개와 충격적인 시작이다. 동우는 자신과 사주가 같은 동명이인때문에 억울한 죽음을 맞았지만, 저승에 온 이상 그냥 돌아갈 수는 없다. 동우는 자신의 곳간에서 노자를 지불하고 다시 이승으로 돌아올 수 있는데 동우의 곳간에는 노자를 지불할만한 것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노자를 빌리고 이승에서 노자를 갚기로 하고 돌아온다.

 

여기까지 읽고 나니, 얼마 전에 우리집 아이와 함께 한국만화박물관에서 보았던 '만화, 신과 만나다'라는 전시가 생각났다. 그 전시에서 아이는 원귀도 만나고, 우리집을 지켜주는 다양한 신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었다. 거기서 넋전이라는 것도 배웠는데 죽은 자가 저승에서 쓰는 돈이었다. 말하자면, 죽은 자들의 곳간에 있다는 그 돈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람이 죽으면 상여에 노잣돈을 꽂아주기도 하는 데 그 돈이기도 할 것이다.

 

동우는 다시 깨어난 후 저승에서의 일은 기억해내지 못하고 예전에 하던 행동대로 한다. 그 행동이라는 것이 친구의 돈을 뺏거나, 친구 집에 가서 마음대로 자기 물건인양 사용하거나, 급기야 가장 친하다는 친구 집에서 돈을 훔치기까지 한다. 사실, 초등학생들이 이렇게까지 하나 싶다가, 요즘 아이들이 그러고도 남지 하는 생각에 미치니 가슴이 답답하였다.

 

동우는 저승에서의 일이 하나 둘씩 기억이 나기 시작하는데, 자신이 노잣돈을 빌린 대상이 김준희라는 사실에 놀란다. 왜 하필 그 아이일까? 자기가 죽을 뻔 했던 것도 바로 김준희가 도망가는 걸 붙잡다가 일어난 일인데, 준희에게 노잣돈을 갚아야 자신이 살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노잣돈을 갚을 수 있을지 고민하던 동우는 태호 집에서 훔친 돈을 주거나 자신의 점퍼를 팔아서 돈으로 갚으려고 하지만, 노잣돈은 줄어들지 않는다.

 

동우는 왜 죽었다가 깨어났을까?

죽었다가 깨어난다는 것은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전의 동우가 새로운 동우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동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는 친구를 괴롭히고 돈을 빼았으며 살아가던 동우가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를 다시 재정립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억지스럽지 않으면서 주제를 잘 녹여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준희 뿐만 아니라 태호와의 관계도 그러하다. 동우가 성재네 패거리에게 보복을 당하는 모습을 볼 때는 우리 아이들이 한 번 나쁜 길로 빠져들었다가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 수 있었다.

 

노잣돈을 갚기 위해서 저승사자는 상대를 잘 관찰하라고 힌트를 준다. 친구관계가 어긋나 있을 때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상대는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필요하다. 초등학생인 주인공의 행동을 보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친구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배울 것이다.

 

동우가 준희의 돈을 빼앗고 태호가 당하는 것을 모른 척 하면서도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자신이 동네형들에게 돈을 빼앗기고, 차에 치여 죽어가는 고양이를 살려내고 성재네 패거리에게 배신자라고 보복을 당할 때쯤 되어서야 동우는 준희나 태호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초등학생들이 설마 이러겠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어쩌다 일어나는 그 일이 내 아이에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고, 상대를 잘 관찰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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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4-23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시골 면소재지 아이들하고
면소재지 초등학교 놀이터에서 만나는데
아이들 말씨가 생각보다 훨씬 거칠어요.

중학생쯤 되면 무시무시할 만큼 되더군요.
시골에서도 이런데 도시에서는 어떠할까 싶기도 해요.
참... 말로 하기가 그렇습니다...

하양물감 2015-04-23 16:28   좋아요 0 | URL
말은 마음의 거울이라 하는데, 말씨가 그래서야 어찌 마음이 똑바를 수 있을까요?
가슴이 먹먹합니다.

해피북 2015-04-23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들은 이야기지만 초등학교 아이들이 거의 중학생 아이들같은 행동을 한다고 하더라구요 하양물감님 글 읽으며 답답하기도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생기네요ㅜㅅㅜ

하양물감 2015-04-24 13:47   좋아요 0 | URL
그렇긴 한데, 그래도 아이들을 믿어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