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일지 5월 23일 오전 12도 오후 30도

오늘 한 일 - 고추 지지대 세우기. 고추 곁순 따기, 진딧물 방제

 

오전엔 고추 지지대 세우기 작업을 했다. 2미터 10센티미터의 쇠막대를 두드려 땅 속에 40센티미터 정도 박는 일이다. 하우스에서 돌을 엄청나게 주웠던 데서 예감했듯이 지지대를 박으면서 자주 돌과 마주쳤다. 다시 지지대를 빼고 다른 곳을 찾아 박기도 어려워 그냥 힘껏 내리치다보면 어깨가 뻐근해진다. 고추 4주당 하나씩 박다보니 한 두둑 당 34개, 하우스 한 동 당 170개 정도를 박아야 한다. 지지대를 박는 장비로 힘껏 내리치기를 반복하다 보면 온 몸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말 그대로 비오듯 쏟아진다. 줄줄~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내심 기분을 좋게 만들기도 하지만 계속 반복되다 보면 결국 지치고 만다. 고추 지지대를 박는 한쪽에선 상추 하우스에서 꾸러미 상품을 내보내기 위한 수확 작업이 한창이었다. 3키로그램 박스로 모두 70상자가 수확됐다. 꾸러미로 나가는 것을 보니 뿌듯하다. 작물을 키운다는 것의 기쁨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

 

 

한낮엔 하우스 안 온도가 40도를 육박해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다. 점심을 먹고 두세시까진 잠깐 쉬기로 했다. 세시 무렵에도 하우스는 36도를 가르킨다. 지지대 박기는 너무 힘이 들어 해가 지면 진행하기로 했다. 대신 고추 곁순을 땄다. 그런데 곁순을 따다보니 진딧물이 발견됐다. 3개동 하우스 중에서 유독 한 개동에서 진딧물이 많이 발견됐다. 다른 하우스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방제 작업을 했다. 유기농이다 보니 농약을 칠 순 없고 식물과 광물 추출물을 이용한 붕소가 들어간 약제를 물로 250배 희석해 엽면 시비했다. 독한 약이 아니다 보니 2~3일 후 또한번 시비해야만 한다.

 

 

진딧물을 발견한 사람은 다른 연수생이었다. 나는 곁순 따는데만 신경을 쓰다보니 못보고 지나쳤다. 작물을 키우는데는 세심한 관찰력이 필요하다. 관찰력은 애정의 크기만큼 커진다고 본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난 작물을 키우는 것을 노동으로만 바라본 것 같다. 사랑한다는 것, 관심을 가진다는 것, 애정을 지닌다는 것, 그것은 조그만 변화도 감지할 수 있는 촉각을 가지게 된다는 뜻임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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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5-24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딧물도 먹을 풀이 있어야 하는데, 오직 사람만 먹을 풀을 키워서
내다 팔려고 생각하니 자꾸자꾸 약을 쳐야 하고 말아요.

진딧물 잡는 벌레를 두기보다는
진딧물이 좋아하는 다른 풀이
'거두어 먹거나 내다파는 푸성귀' 곁에서 자라도록 하면
사람들도 일손이 한결 줄어들리라 생각해요.

하루살이 2013-05-24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추같은 경우엔 옥수수를 같이 심는답니다.
옥수수가 달아 그쪽으로 많이 가지요.
또 상추는 진딧물이 적을땐 그냥 놔두어요. 그냥 지금 먹고 있는 것만 실컷 먹으라고요.
하지만 고추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는군요.
그 확장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죠.
어떻게 보면 사람의 욕심에 더해 진딧물의 욕심이 너무 커 화를 자초하는 것일지도 몰라요.
적당하게 나눠먹으면 좋을텐데... 콩 세알의 정신처럼 말이죠.
아무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해선 안되겠죠.
그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