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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ㅣ 반올림 3
수지 모건스턴 지음, 이정임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11월
평점 :
올해 중학교 1학년 담임을 맡게 되어 전부터 점찍어 두었던 이 책을 급하게 사서 읽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14살 소녀. 중학교에 제대로 입학할 수 있을지 불안불안해 하는, 순진하면서도 조숙하고 자의식이 강하면서도 적극적이기도 한 아주 보통의 평범한 소녀이다.
기대에 가득 차서 들어간 중학교. 하지만 중학교는 생각했던 것만큼 자유스럽거나 어른 대접을 받는다거나 즐거운 곳이 아니다. 매일같이 과목별로 주어지는 끝도 없는 숙제들, 공부에도 학교에도 관심이 없는 같은 반 친구들, 무섭고 잘난척하는 선생님들.. 주인공인 마르고는 이런 상황 속에서 스스로 반장에 지원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좋은 추억도 만들고,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하면서 한 해를 보낸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중학교의 모습은 - 아마도 프랑스의 80년대 중학교 모습인 듯한데 - 지금의 우리 나라 중학교 모습과 꽤 비슷한 부분이 많다. 국어, 수학, 사회, 역사, 과학... 등 이런 수많은 과목들을 왜 배워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속시원한 대답을 해주지 않고 무조건 공부만을 강요하는 모습이라든지, 정부나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주어진 교육과정에만 맞추어 이루어지는 지루한 수업이라든지, 형편 없는 급식의 질이며 급식 환경이라든지, 아이들이 어리다고 무시하는 교사들의 태도라든지.. 등. 내 중학교 시절도 생각나게 하고, 동시에 늘 안쓰럽게 여기는 지금의 우리 학교 아이들도 생각나게 하고.
마르고가 보낸 중학교 1학년은 비록 실망스러웠을 지라도 정말 치열했다. 그런 치열함 때문에 이 책은 어쩐지 감동스럽다. 한 가지 더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작가의 유머러스한 문체다.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고 매우 재미있었다. 평범한 중학교 학생의 일상이 담긴 이 책을 읽으면서 또래 학생들은 주인공의 생활에 공감을 느끼면서 즐거울 것이고, 나같은 어른들은 '학교'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를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읽으면서 아주 즐거웠지만, 어른인 주제에 아이들에게 이 정도 학교밖에 못 만들어 주느냐는 자괴감에 왠지 씁쓸했던 책. 우리반 아이들에게도 추천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