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읽기란 무엇일까, 왜 읽는 것일까를 다시금 고민해 봅니다. 대중문화 스터디 시작 전 그리고 시작 직후에는 알량한 이론에 기대고, 비대한 자의식으로 평가하고 재단하고 비판하는 것이, '비평가'로서의 임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읽기'가 과연 소통될 수 있는 것일까라는 고민은 뒷전이었던 것일 수도 있다고, 단지 자기만족이었을 뿐이 아닌가라고 반성합니다...

비평으로 재단하고, 폭로하고, 까발림으로서,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 그런 자기만족. 그리고 이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나는 대중문화에 '심취'하여 '생각없는' '타자'들과는 다르다는 우위...

그렇다면, 다시 '계몽'이라는 구도로 넘어가게 되겠지요.. 그리고 결국 이 '계몽'이라는 것은 힘싸움일 것입니다. 그것이 '논리'로 밀어붙이는 것이든, 자신의 상징자본 등으로 은근히 분위기 조성하고 압박하면서 '이런 식으로 생각해야지, 지식인이지, 생각있는 사람이지..' 등으로요. 계몽이 제국주의와 같이 갔던 것은 역사적 우연성이 아니라, 제국주의의 필연적인 사상적 형태로 계몽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이 좋아한 영화를, 왜 좋아하는 지, 이해하고 공감해보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더 '나은' 것을 발견하는 것, 또는 다른 사람들도 느끼고 있지만 '언어화'하지 못한 것들을 언어화 하는 것. 이를 통해 이 '나은 것'으로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것... 

이 또한 '계몽'이라 할 수 있겠지만, 굳이 그 단어를 쓰기보다는, 관심과 이해, 그리고 소통 등의 말로 바꾸어 보고 싶습니다. 주의깊게 하는 말을 듣고, 그 속의 '미'를 찾아내는 일..

비평의 자리가, 이성의 자리가 점점 위태로운 시기, 이러한 소통에의 노력으로서의 비평이, 또 다른 소통의 매개인 예술을 보다 풍부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좌파'라는 정체성이, '소통할 수 없음', '오만함' 등으로 사람들에게 떠올려지는 이유를, 다시금 곱씹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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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2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6-22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향해 하는 얘기는 분명 아닐텐데 (제 서재는 거의 찾는 사람이 없으니!),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그동안 비슷한 행태로 죄지으며 살아온 사람에게 일침을 놓는 좋은 얘기군요. 계몽이면 마냥 좋게만 생각했더니 "제국주의의 필연적인 사상적 형태"라! 늘 주의하며 되세겨볼만한 말이군요.

기인 2007-06-2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 계몽을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겠지만, 계몽의 어두운 면들을, 그 상처들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