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세계화, 자본은 우리를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 아주 특별한 상식 NN 11
셰린 우스딘 지음, 추선영 옮김 / 이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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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반구에서는 먹을거리를 재배할 귀중한 땅을 빼앗아 담배 농사를 짓는데도 대부분의 이익은 담배 업체가 가져간다. 형편없는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담배 농장 노동자들은 살충제에 중독되거나 생담배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담배는 땅의 영양분을 엄청나게 빨아들이기 때문에 토양의 질이 떨어지고 해충이 활개를 치게 된다. 토양의 힘이 고갈되면 비료도 그만큼 많이 사용하게 된다. 또 담뱃잎을 말리고 처리할 장소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숲을 대량으로 불태우는 개간이 이뤄져 기후변화에도 한 몫 하며 담배 생산에 필요한 다량의 살충제는 토양과 수질 오염의 주범이다.-181-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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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4-03-19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배 뿐일까요..커피도 마찬가지일껄요.

기인 2014-03-19 23:17   좋아요 0 | URL
아 오랜만이네요! 네 ㅎㅎ 착한 소비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번역과 일본의 근대 이산의 책 14
마루야마 마사오+가토 슈이치 지음, 임성모 옮김 / 이산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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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역 <<만국공법>>의 주역인 마틴은 1869년 중국 해관 총세무사인 하트(Robert Hart)의 권고에 의해 청조의 외국어 학교인 베이징 동문관의 학장으로 취임한 뒤, 총리아문의 허가를 얻어 동문관 교사와 외국어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모아 일종의 번역과를 만들고 1888년까지 서양의 국제법, 역사, 자연과학 문헌 등 20여 종의 번역서를 냈다. 마틴 연구자인 코벨(Ralph Covell)은 동문관 시기의 번역방식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번역은 1 우선 마틴 등 외국인 교사가 원작의 대략적인 번역을 중국인 협력자에게 구두로 말해 주면 2 중국인이 그것을 적합한 중국어로 바꾸고 3 이 번역문을 외국인이 원작과 비교하여 그 타당성을 검토한 후 4 최종적으로 중국인 협력자가 문장을 다시 손질하여 완성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Ralph Covell, W.A.P. Martin, Pioneer of Progress in China, Christian University Press, 1978). 이로 미루어 볼 때 <<만국공법>>의 번역 역시 마찬가지의 방식이 아니었겠는가 하는 지적이 있다.-205쪽

중국의 유명한 근대초기 문학 번역가도 이러한 방식으로 번역을 했다고 한다. (이름을 찾아봐야 겠다.) 지난 벤쿠버 번역 워크숍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집단 번역'의 힘은 세다.-코멘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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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그라피 - 텔레비전에 관하여
자크 데리다. 베르나르 스티글러 지음, 김재희 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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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에게 빌려와 알튀세가 사용한 <과잉규정 surdetermination> 개념은 원래는 마르크스의 예상과는 달리 20세기 초반 유럽의 후진국이었던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발생한 이유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려는 목적하에 고안된 개념이었다. 역사유물론의 일반적인 문제설정에서 보자면 이 개념은 역사적 인과관계의 복합성을 해명함으로써, 제2인터내셔널 이래의 진화주의적 경제주의와 헤겔주의적 목적론 양자를 넘어서려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 개념은 처음에느 토대에 대한 상부구조의 반작용(또는 역규정)이나 사회적 심급들의 (상대적) 자율성을 해명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였으며, 이런 의미에서는 <다원규정>, <중첩규정>이라고 번역될 수도 있다.-20쪽

하지만 이후 과소규정 sousdetermination 개념과의 불가분한 연관성이 명시되면서, 이 개념은 훨씬 <해체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즉 두 가지 개념이 상호연관되어 쓰일 경우 과잉규정은 <이행을 가능하게 하는 정세적 조건>으로, 과소규정은 <이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정세적 조건>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이 양자가 동시에 작용한다는 점이며, 이는 이행의 아포리아적 성격을 부각시킨다. 따라서 이는 어떤 체계의 간으성의 근거는 동시에 그 체계의 불가능성의 조건을 구성한다는 데리다의 의사-초월론적 quasi-transcendental 문제설정과 <유사한> 개념적 함의를 가진다(이는 복합적이면서도 중요한 쟁점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논의하기는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데리다가 알튀세의 여러 개념 중 과잉규정 개념을 가장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이 개념은 보통 <과잉결정>이라고 번역되지만, 데리다가 결정 decision과 규정 determination을 체계적으로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용어적 일관성을 위해 <과잉규정>으로 번역한다.-20-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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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45
에리히 레마르크 지음, 홍경호 옮김 / 범우사 / 1999년 12월
품절


육체라는 것은 집게와 클립에 의해 여러 겹으로 덮였던 장막처럼 한 번도 빛을 보지 못했던 기관이 노출되는 것이다. 밀림 속의 사냥꾼처럼 발자국을 더듬어 가노라면 파괴된 조직이나 응어리진 종기나 종양의 틈바구니에서 별안간 거대한 맹수인 <죽음>이라는 것과 부딪치게 된다. 거기서부터 싸움은 시작된다. 침묵의 미친 듯한 투쟁이, 그 싸움에는 오직 가냘픈 메스와 한 개의 바늘과, 그리고 무한히 정확한 솜씨만이 무기일 뿐이다.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극도로 긴장한, 눈이 부시게 흰 육체를 통해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가 핏속에 어릴 때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메스의 칼날을 무디게 하고 바늘을 흐트러뜨리며, 손을 지치게 하는 당당한 비웃음을.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불가사의하고 맥박치는 것, 생명이 인간의 무력한 손에서 홀연히 물러나 부서져서 걷잡을 수 없는 무서운 암흑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릴 때를. 바로 조금 전만 해도 숨을 쉬고 자기라는 존재를 지니고,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 얼굴이 딱딱하고 이름 없는 마스크로 변해 버리고 마는 것을. 그런 의미도 없는, 걷잡을 수 없는 무력함들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설명될 수가 있을까?-26쪽

"제가 천박하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들의 저주받은 생활 속에는 천박한 점이 너무나도 적었어요! 전쟁, 굶주림과 파괴를 지긋지긋하리만큼 체험했지요. 혁명이니 인플레이션이니 해서 말예요. 그렇지만 한번이라도 조그만 안정이라든가, 홀가븐한 기분이나 휴식, 또는 여유 같은 건 조금도 맛본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당신까지도 전쟁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하시니, 정말 우리들의 부모는 우리들보다 훨씬 평온하게 산 것 같아요, 라비크." "그렇소." "우리들 인생에겐 오직 하나의 찰나적인 짤막한 인생이 있을 뿐이에요. 그런데 그것이 그대로 지나가 버린다니...." (...) "저는 하잘것없는 무가치한 여자예요, 라비크. 제가 ž…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고 뽐내고 싶지도 않아요. 저는 다만 행복하고 싶어요. 그리고 세상만사가 이렇게 난해하고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겐 오직 그것뿐예요."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하지, 조앙"-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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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4 - 자연주의와 인상주의, 영화의 시대, 개정판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4
아르놀트 하우저 지음, 백낙청 외 옮김 / 창비 / 1999년 3월
구판절판


말라르메는 첫 단어, 첫 줄이 어디로 어떻게 전개되어갈지 정확하게 모른 채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는 거의 자동적으로 얽혀드는 단어와 시행들의 결정화로서, 서로 꼬리를 물고 나오면서 상호 변용시키는 환상과 연상의 결합으로 형성되었다. '순수시'의 시학은 이러한 창작방법의 원리를 또 수용방법의 이론으로 바꾸어놓고, 시작품 전체를(...) 반드시 알지 못하더라도 시적 체험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 한 편의 시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그 시의 합리적 의미를 파악할 필요가 없거나 혹은 적어도 그것으로는 불충분하며, 나아가서 시작품 자체가 민요의 경우에서 보듯이 어떤 명백한 '의미'를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 그것은 심미주의의 가장 순수한 비타협적 형태를 대변하며 일상적 실천적 합리적 현실에서 완전히 독립된 시적 세계가, 자기 자신의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자율적 자족적인 심미적 소우주가 온전히 가능하다는 기본적인 이념을 나타내고 있다.-237-239쪽

시에 접근하는 특징적인 정신적 태도가 합리적 오성이 아니라는 발견으로부터 말라르메는 모든 위대한 시의 근본적인 특징이란 파악될 수도 측정될 수도 없는 것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생략적 표현방식의 예술적인 이득은 명백하다. 연상의 연쇄에서 어떤 고리를 생략하는 것은 효과가 느리게 진행될 때 잃어버리기 쉬운 속도와 긴장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 그의 시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관념의 압축과 이미지의 비약에 힘입고 있다. 그러나 그의 시가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결코 언제나 예술적 관념 자체에 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자의적이고 유희적인 언어의 취급방식과 결부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오직 난해성 그 자체를 추구하는 이러한 야심은 대중으로부터 고립되려는, 그리고 가능한 한 작은 동호인의 집단에 자기를 제한하려는 시인의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다.

정치적 문제에 대한 외관상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상징주의자들은 본질적으로 반동적이며, (...) 문학에서의 극우파였다. 물론 개개 시인들의 정치적 신념이 다르고 시의 난해성이란 현대문화가 피할 수 없는, 오래 전부터 준비된 발저느이 결과임을 우리가 잘 알고 있기는 하지만, 오늘날의 시가 어렵다는 사실은 부분적으로 말라르메의 시가 어려운 것과 같은 이유에서 역시 비교(秘敎)적이고 비민주적인 느낌을 주며 광범한 대중으로부터 고의적으로 자기를 은폐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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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80 2007-04-05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기인 님 덕분에 하우저를 같이 있게 되는 느낌입니다.
자꾸 '프리 라이더'가 되는 것 같아 매일 돈벌어 가는 기분인걸요. ^^

기인 2007-04-05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