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망고 아일랜드
이진화 지음 / 푸른향기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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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망고 아일랜드>는 여행사진집이다. 우연히 그리스 풍경사진에 꽂혀 스무 살에 사진을 시작했다는 작가는, 그동안 다녀온 보라카이, 홍콩, 마카오, 방콕, 끄라비, 다낭, 호이안, 발리를 담아내었다. 짤막한 글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지는 않았지만 주기적으로 해외로 나가고 싶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 속에서 벗어나 낯선 나라에서 느끼는 것들에서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의 안정감을 나는 최우선으로 둔다. (대한민국의 곳곳을 다니는 국내여행 역시 무척 좋아하지만) 국내여행과 다르게 해외여행은 신경쓸 것도, 경계를 해야할 것도 많기 때문에 안정감보다는 마음이 붕 떠있는 상태가 더 많았던 까닭이다. 말로는 편안해,라고 말하지만 진짜 편안함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였다. 그 안정감이 찾아올 때, 여행을 복기시키며 비로소 진정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을 다닐 때마다 그날그날 쓴 일기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날 무엇을 했는지부터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들었는지, 날씨는 어땠고, 순간순간 어떤 감정들을 느꼈는지를 때로는 뭉툭하게 때로는 세세하게 기록한 일기장. 내게는 그때 썼던 고작 몇 줄의 글자들이 다시 그때로 나를 돌려보내곤 한다. 나는 오롯이 그때를 회상할 수 있고, 그 시간 속에서 나는 평온하다. 안정감이 주는 평온은 참으로 벅차다.

 

그런데 코로나가 확산이 되면서 더 이상 해외여행을 염두에 두지 않게 되었다. 언젠가 가겠지 하고 매달 모았던 돈들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나서도 나는 해외여행을 갈 자신이 없다. 코로나 이후의 여행은 많은 것을 바꿔놓을 것이 분명하다. 긍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나는 부정적인 측면을 감내하고서라도 여행할 자신이 아직까지는 없다. (음, 그런데 종식 후에는 마음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사진집을 보면서 그 마음들이 조금씩 어긋나고 흐트러졌다. 시간이 날 때마다 내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지내고는 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시간들을 가지고 싶다는 소망이 일었다. 지난번에 남동생를 만났을 때 마카오 얘기를 했었다. 포르투갈을 다시 갈 수 없다면 마카오라도 가야겠다는 말을 남동생이 기억하고 말을 꺼낸 것이었다. 한번 땡기러(크크) 가는 김에 에그타르트나 양껏 먹고 올까? 우리는 아마 마카오에 가게 되지 않을까? 하며 웃기도 했다. 사진집에는 마카오 분량이 적어 조금 아쉽기는 했다.

 

이 중에서 작가가 가장 좋았던 곳은 방콕이었나 보다. 방콕에 대한 사진과 글을 보면서 다른 것보다 조금 더 빛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콕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었는데, 50번은 더 오고 싶은 곳이라니, 헤롯의 스콘은 어떤 맛일까, 에프터눈티는? 쿤나 코코넛 과자는? 덕분에 조금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나는 사진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진에 대한 불신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사진이라는 것은 사각 프레임일 뿐이라서 프레임에서 벗어난 곳은 어떨지 모른다는 것과, 사진은 변형(보정)이 가능하기에 온전하지 않다는 것, 또 사진 그 자체는 온전히 누군가의 기억과 추억이라서 쉽게 공감할 수 없기에 단순하게 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 서포터즈 활동에서 자유 도서 중에서도 굳이 사진집을 고집한 것은 평소보다 힘을 빼고 타인의 여행을 엿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명절 연휴가 길었다. 무슨 일이 있어 길었던 것이 아니라 시간적으로 길었다. 그래서 그런지 여느 때보다 여유가 생겨 느슨하면서도 게을러진 상태로 사진집을 보았다. 아, 작가는 이 여행들을 모음으로 만들 때 참 좋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진을 넣을지, 사진을 넣었다 뺐다가 하며 얼마나 행복한 고민을 했을까 생각하니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가끔 j가 “뭐해?”라고 물어볼 때 “응, xxx에서 행복해했던 내 사진 보고 있어.”라고 말을 할 때가 있는데, 그곳에서 모옷~쌩긴 얼굴을 하고 먹고 있는, 웃고 있는, 즐거워하는 내 사진을 볼 때마다 묘하게 행복해진다. 아무래도 나는 오늘 또 행복해하는 나를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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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 코로나19로 남극해 고립된 알바트로스 호 탈출기
김태훈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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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엔 같이 세계 일주를 떠납시다.”

하지만 그들은 마흔이 되어서도 떠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_ 과로로 쓰러져 응급실에 누운 날, 아직 두 다리가 튼튼하고 배낭을 짊어질 힘이 있을 때 그 계획인 세계 일주를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크고 작게 아팠던 사람이라면 미래와 별개로 순간의 소중함을 알기에.

그리고 마지막 일정으로는 계속해서 마음에 두고 있었던 남극 여행 티켓을 1,000불이나 내린 가격에 추가로 할인을 받아 예약을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섀클런의 항로를 따라서 남극을 여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설적인 남극 탐험가 섀클런 탐험대의 항로를 따라 여행을 하고, 22일 후 아르헨티나의 도시 푸에르토 마드린으로 귀항 예정이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남극 여행은 참으로 신비로웠다. 바다 새의 일종인 펭귄을 보는 일도, 펭귄의 종류는 18종류지만 실제 남극에서 서식하는 펭귄은 6종류(황제, 임금, 아델리, 젠투, 턱끈, 마카로닝)뿐이라는 것도, 하얀색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푸른색이고 아랫부분은 짙은 남색이라는 빙하도, 남극 바다에 풍덩! 빠지는 폴라플런지도, 아문센과 스콧의 이야기도.

 

 

 

 

 

 

하지만 남극 14일차, 남극 탐험이 중지됐다. 2020년 3월,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기였다.

169. “지금 이 시간부로 즉각 남극 탐험을 중지합니다. 우리는 이 배의 입항이 예정되어 있는 아르헨티나가 국경을 봉쇄하기 전까지 최대한 빨리 되돌아가야 합니다. 최대한 서둘러 우리의 입항이 예정된 도시 푸에르토 마드린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우리의 배는 평상시 두 개의 엔진으로 이동하지만, 지금 이 시간부터는 비상 엔진 두 개를 추가로 가동하여 엔진 4개를 모두 켜고 최대 속력으로 귀항지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3일간 전속력으로 드레이크 해협을 건널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승선한 크루즈는 포클랜드 섬, 푸에르토 마드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차례로 입항을 거절당했고, 그들은 곧이어 우루과이의 수도인 몬테비데오로 향했다. 우루과이에서는 입항을 허가해 주지는 않았지만 배에 본국으로 가는 항공 티켓을 가진 승객은 하선 후 경찰차로 공항(출국장)까지 데려다주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러니까 우루과이를 떠나는 출국 티켓이 있다면 하선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172. 도대체 세상에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하지만 래리는 사람들에게 약 50명의 비 호주권 승객들이 스스로 항공권을 검색해 보는 것을 멈추어 달라고 했다. 50명 정도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항공권 검색 사이트에 접속해서 몬테비데오를 떠나는 항공표를 조회하면 항공권의 가격이 올라갈 테니, 자신의 표를 사기 위해 티켓의 가격을 올리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것이었고, 자신이 모든 사람에게 가장 좋은 표를 내일까지 끊어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래리에게 받는 티켓들은 대사관이나 지인을 통해 알아본 겻과 경로뿐만 아니라 가격도 2배 정도 높았다. 굳이 추천하지 않는 경로를 2배나 높은 가격으로 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래리가 말한 것처럼 이기적인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기다렸고... 나흘 후, 자신이 찾은 표는 좋은 것 같지 않으니, 너희의 표는 너희가 직접 알아보는 게 좋겠다고 래리는 통보했다.

 

 

읽던 도중 설마설마했는데, 욕지기가 나왔다. 영화 <부산행>에서 김의성의 행동을 욕하면서도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생존에 대해 생각하며, 생존과 관련하여 긴박하고 급박한 상황에서는 ‘나의 판단’밖에 믿을 게 없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가 어렵사리 구한 정상적으로 대한민국으로 오는 티켓이 영어-스페인어로 통역하는 과정에서 예정되었다는 말이 취소되었다는 말로 오역이 되면서 그들은 다시 배에 남았다. 그때의 억울함은 어떻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이때가 되니 읽는 나도 좌절된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잠시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책을 덮고, 아직 그때 받았던 고통이 생생하게 다가올 텐데 어떻게 글로써 내보일 용기를 냈을까 싶었다. 그런데 역시나, 저자도 몇 번이나 책을 쓰는 것을 중단해야 했다고 한다. 당시의 고통을 잠시 묻어둔 것뿐이지, 다시 꺼내는 순간부터 새로운 고통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기에 그 마음을 가만히 읽어보는 것으로 위로해 줄 수밖에 없었다. 당시의 상황, 당시의 간절함, 당시의 눈물과 울분, 억울함, 그리고 서로에게 건네는 말들이 떠돌았던 크루즈에서, 탈출(이라는 말을 써도 된다면)한 것을 축하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일 테니까.

 

 

 

배에 승선한 사람 중 한국인 두 명을 위해 각국의 대한민국 영사님들의 도움과 지인들의 도움이 저자뿐만 아니라 읽는 독자로 하여금 희망과 정서적 지지를 맛보게 하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게 없이 조마조마했던 그들의 생존기는 그렇게 막이 내렸다. 아직 그때의 코로나가 지금도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많이 늦었지만, 그들의 귀국을 축하하고, 매우 환영한다. 안전한 우리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그간 지치고 힘들었던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는 날들이 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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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땅
김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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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으음, 염소 한 마리!”

“한 마리요? 난 염소를 세 마리나 버리고 왔어요. 어쨌든 아주머니가 나보다 덜 억울하겠어요.”

“덜요?”

“아주머니는 염소를 한 마리만 버렸지만 나는 세 마리나 버렸으니까요.”

“내 염소가 얼마나 포동포동 살이 쪘는데요.”

“내 염소들은 부지깽이처럼 말랐을까봐서요?”

(…)

한 마리 버린 사람도, 세 마리 버린 사람도, 자신이 가진 염소를 전부 버렸으니 누가 더 억울한지 따지는 건 우습고 부질없어……

누군가가 나를 위로한답시고 “넌 그래도 누구보다 낫네. 누구는~”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말이 위로가 되기는커녕, 반발심만 올라왔을 뿐이었다. 나는 그것을 표현할 수 없었는데 그 표현을 이곳에서 찾았던 기억이 난다. 슬픔이 목 끝까지 차오를 때에 이 책을 읽다 눈물이 자꾸만 나는 유약한 마음에 금세 덮어버리고 수개월 동안 엄두가 나지 않았었는데, 이제야 다시 처음부터 읽어갔다.

12. 오줌 지린내, 눅눅해진 건초가 썩는 냄새, 구릿한 살냄새, 케케묵은 목화솜 냄새, 땀과 때에 찌든 옷 냄새, 보드카 냄새, 담뱃잎 타는 냄새, 염장 청어 냄새가 뒤섞여 열차 공기 중에 떠돈다.

1937년 소련에 의해 조선인 17만 명이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를 해야만 했던, 정체성이 없는 상태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이 책을 통해 감히 다 알 수는 없지만 내 집을, 내 고향을, 내 나라에서 강제 이주를 당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설움이 만년설처럼 마음에서 녹지 않고 점점 쌓여만 갔다. 아마 여러 지역을 부유하며 정체성 없이 떠도는 나를 생각했던 것이 분명하다. 열차 가장 먼 곳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그들이 내뱉는 말의 발자국이 마음 구석구석에 아로새겨진다. 그들이 내뱉는 언어는, 행동은 억지스럽지 않고 담담하다.

남편이 돌아오지 않았는데 기다리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 아내의 심정과 자신을 따라 열차에 탑승한 러시아인 아내를 보는 남편의 심정도, 아이를 열차로 버려야... 하는 아버지의 심정도.

삶을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삶을 사는 걸까, 살아내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살 수밖에 없는 걸까.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가 끝내 나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삶을 살기도 하고 살아내어야 하기도 하며 살 수밖에 없기도 하여 애달프다.

어쩌면 삶은 용변의 자유로움과 허기를 채울 수 있다는 것에서도 안락함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낀다.

136. “얘야, 참새들은 자신이 왜 세상에 태어났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단다. 그래서 참새들은 늘 그렇게 신이 나 있는 거란다.”

참새와 인간은 다르니까요,라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253. “우린 살아야 해요.”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데요?”

“왜요?”

“네, 왜요?”

“살아 있으니까요.”

“살고 싶잖아요.”

우선 살고 봐야 하니까.

그저 사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인 사람들이기에.

117. “제비들은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갔겠지요.”

“봄이 오면 또 날아오겠지요.”

“네, 사랑을 하려고요.”

“우리가 떠난 것도 모르고요.”

우리는 어디엔가 씨를 다시 뿌린다. 씨를 뿌리고 그 작물을 수확하며 그것을 먹고산다. 그것이 옳았는지 옳지 않았는지에 대한 문제는 유보하기로 한다. 살아야 하는, 살아내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삶이라고 다 같은 삶이 아니니까.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이방인의 삶. 이방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가엾음을 알기에 마음이 혼란하다.

108. “여보, 지난 일이야.”

“지난 일이요? 가슴에 남아 있으면 지난 일이 아니에요.”

한국사를 단편적으로 공부를 했던 지난겨울의 한 달이 있었다.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함보다 나의 얄팍한 지식에 한탄을 하며 공부를 했었는데, 공부를 하면서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주 들여다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가 모르는, 혹은 알면서도 모르는 체하는, 혹은 알고 싶지 않아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곰곰이 따져보면 나는 한국사를 다시 단편적으로나마 들추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시간만이라도 몸과 마음 모두 멀리에 있는 그들을 생각하게 되니까.

다시 앞장으로 돌아온다. 내 새끼들, 먹을 복이 있어서 평생 배불리 먹고살아라. 울컥, 고요해졌던 마음이 이내 다시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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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PASSCODE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기출문제집 800제 16회분 심화(1ㆍ2ㆍ3급) + 무료 동영상 강의 - 최신 기출 800제 16회분(제56~41회) 최다 수록!(별책 부록 PASSCODE 빅데이터 50가지 테마 미니북 제공)
한국사수험연구소 지음 / 시대고시기획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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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 동안 한국사를 단편적으로 공부를 했었다. 점점 더 흥미가 생겼지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같이 보자는 J의 말을 단호하게 뿌리쳤다. 내가 하는 공부가 단순히 암기하는 공부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J는 한국사 시험을 봐야 하는 이유는 없었지만 본인이 너무 나태해지는 것 같다고 뭔가 성과를 내고 싶어했기에 시작하게 되었다.

마침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기출문제집을 시대고시기획에서 2022 특별 기획판으로 냈다고 하여 관심이 갔고 그 책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재작년에 식물보호기사를 준비할 때 시대고시로 준비했었는데 별 무리 없이 1차에 합격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빅데이터 테마 미니북이라고 하여 휴대용으로 가지고 다닐 수 있게끔 얇게 정리되어 있는 미니북이 있다. 심심할 때 봐도 재미있게 볼 수 있어 옆에서 나도 끼어들어 눈을 굴리기도 한다. 그런 내게 J는 너 안 한다며~~~라고 말하면서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고. (흥) 어쨌든 잘 정리가 되어있어 나도 종종 눈 요깃거리로 보고 있다.



다른 문제집도 그렇듯, 문제집과 해설을 별도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찢는 방식은 아니어서 더 깔끔하다.

또 신기한 건, 기출문제보다 해설이 더 두껍다는 점이었는데,

정답 분석(정답이 보이는 핵심 키워드, 길잡이, 해설), 선택지 풀이, 암기 key 등이 있어 좀 더 이해를 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무엇보다 컬러풀한 이미지로 좀 더 눈이 덜 피곤하겠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이제까지 공부를 하면서 그림을 본 게 좀 오랜만이라 신선하기도 하고... 나는 너무 글자만 있는 딱딱한 공부만 했나... 암튼 신선하다. 문제뿐만 아니라 해설도 올컬러라서 산뜻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료 동영상 강의가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무료 동영상 강의유튜브 시대에듀 채널시대플러스 홈페이지(sdedu.co.kr/plus)에 있고,

문제집 기출문제 회차별은 회차 옆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확인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면 강의는 건너뛰고 기출문제만 풀면 되겠지만,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짚고 넘어가는 게 좋으니까 동영상 강의를 찾아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J의 공부를 응원한다!

이왕 할 거면 1급을 목표로 하지그래? (공부도 안 하는 난데 왈가왈부 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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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칸타빌레 - '가다' 없는 청년의 '간지' 폭발 노가다 판 이야기
송주홍 지음 / 시대의창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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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기 이전에 J가 먼저 이 책을 읽었다. 쓰고 보니 먼저라는 말은 좀 이상하다. J와 함께 독립서점을 찾았을 때 J는 이 책을 읽고 싶다고 하며 뽑아 들고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다. 그리고 다 읽지 못했기에 그 책을 사서 나왔다. 그는 그 책을 읽으며 내게 자주 물었다. 삿보도가 뭔지 알아? 오함마가 뭔지 알아? 반생이가 뭔지 알아?... 아니 여보 내가 동바리라고 알려줬는데 그걸 삿보도라니... 그 책 뭐야 싶어서 뒤따라 읽게 된 것이었다.

전직 기자가 형틀 목수로 전향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읽었다.

노가다를 언젠가부터 고단하다, 노곤하다로 읽게 되었다. 고단한 삶을 끝마친 뒤에 찾아오는 노곤함이랄까. 하지만 그들의 삶을 나는 알 수 없다. 함께 현장에서 얼굴 보고 인사해도 우리는 각자의 일을 할 뿐이니까. 나는 그들의 삶에 깊숙이 관련되지 않으려 하니까. 하지만 나 역시 노가다판에서 일을 했었고, 앞으로도 향후 몇 년간은 할 것 같기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었던 점은 분명하다.

2020년 어느 날의 일이었다.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데 앞서가던 두 사람을 보며 한 여성이 아이에게 “공부 안 하면 저 사람처럼 된다."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뒤에 따라가던 우리는 듣지 못했다. 차장님은 그 말을 이미 진물 나도록 들었다고 하셨지만, 이후로 정확히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나가서 점심을 먹을 때면 가깝더라도 차를 타고 가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원청 소속이었지만 그들에게는 그것과 관계없이 더럽고 어렵고 힘든 일이었겠지.

그런데 불현듯, 건축과를 지원하겠다는 내 말에 아빠가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나는 니가, 더울 땐 시원한 데서 일하고 추울 땐 따뜻한 데서 일했으면 좋겠어.” 건축에는 여러 세부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말씀하셨겠지만, 건축이라는 것은 그런 이미지였다. 하지만 이렇든 저렇든 역시 듣는 입장에서는 유쾌하지 않음을 넘어 속이 쓰린 이야기다.

그렇지만, 나 역시 그들의 편에 서지 않을 수 없다. 갈팡질팡하다가 중간에 섰다가 결국 다시 기울어버리다가 다시 곧게 허리를 편다.

저 목공이에요, 저 철근공이에요, 저 타일공이에요, 저 석공이에요, 저 미장공이에요.

자신의 직업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사람들의 반응은 고작 아~ 노가다~? 하는 반응이다. 왜 노가다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기가 힘들까.

나는 현장에서 있으면서 자주 어지러웠다. 노상방뇨는 기본이요, 마루를 깔아놨는데 내 공종이 아니라고 해서 마루에 침을 찍찍 뱉질 않나, 싱크대나 마루에 똥을 갈겨놓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많다. 분명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은 것을 알면서도 보고 들을 때마다 알록달록한 프레임이 덧씌워지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일부를 전체라고 일반화시켜서는 안 되겠지만, 전체의 일부라는 점은 틀린 것이 아니니까.

다른 부분들은 그렇게 읽어나갔다. 아는 부분은 아는 대로, 모르는 부분은 모르는 대로.

그러다가 변호하고 싶은, 변명하고 싶은, 화를 내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또 길게 써봐야 할 것 같다.

260. 노가다 판엔 ‘시어머니’ 같은 사람이 있다.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사사건건 쫓아와서 잔소리하는 귀찮은 사람. 바로, 안전관리자다. 안전관리자는 원청에 속한 직원이다. 현장의 모든 안전을 책임진다. 현장 규모에 다라 다르긴 할 텐데, 보통 열 명 정도가 수시로 돌아다닌다.

1. 안전관리자는 시어머니가 아니라, 당신의 안전을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이다.

2. 안전관리자는 원도급과 하도급의 기준이 좀 다르지만 공통으로 120억 이상이면 선임 대상 현장이다.

3. 현장 규모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아파트 현장의 경우 원도급에서만 2-3명이면 적당하다.

10명이 돌아다니는 경우라면 발주처에서 내린 안전감시단이 포함되었을 경우다.

263. 이 모든 게 정말 눈 가리고 아웅이다. 나는, 내가 안전난간대 설치하면서도 이런 생각을 했다. 이런다고 떨어질 사람이 아 떨어질까? 말하자면 이런 안전 대책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까 싶었다. 물론, 그렇게라도 해야 하는 건 맞다. 그렇지만 보다 근본 원인 분석과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매번 절절히 느끼곤 했다. 좀 건방지게 얘기하자면 노가다 판 현실은 X도 모르는 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내놓은 대책 같은 느낌이랄까.

(…) 빠릿빠릿 안 하면, 하나씩 들고 다니면, 오야지한테 일 못한단 소리를 들을 테고 그러다 보면 잘릴 수도 있다. 그런데 뛰지 말란다고 안 뛸 수 있겠냐는 말이다. 생계가 달린 문젠데.

(…) 오야지 입장에선 안전관리자가 잔소리한다고 한 묶음씩만 뜰 수 없다. 자재를 빨리 떠줘야 인부들이 일을 빨리 할 수 있고, 그래야 한 푼이라도 더 많이 벌 수 있는데? 그러니 눈치 봐가며 두 묶음씩 뜬다.

(…) 어쨌거나 이 ‘불법 다단계 하청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인부들은 뛰어다닐 수밖에 없고 안전사고는 언제든 터질 수밖에 없다. 안전관리자 20명 배치할 거 30명 배치한다고 해서 터질 사고가 안 터지지 않는다.

(…) 10년이면 강산이 변해도 몇 번은 변할 세월이고, 기술이 발전했어도 한참을 발전했을 텐데 말이다. 결국 안전 대책이 아무 의미 없었단 얘기다.

(…) 책상에 앉아 고민할 게 아니라 현장에 와서 보고 듣고 느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아니냐고. 그렇게 했는데도 10년째 사망자 수가 줄지 않았다면 진짜 무능한 거고, 그렇게 안 했으면 지금이라도 당장 현장에 와 보시라고.

저자를 응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화가 많이 났던 부분들이다. 그냥 안전에 관한 그 페이지 전체가 화가 났다. 단지 각자의 위치가 달라 서로의 위치에서 화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당신의 건강과 안녕을 누구보다 바란다.

나는 대전에 본적을 두고 있지만, 태생적으로 말이 빠르고(충청도는 돌 굴러와유우yyy 라고 말할 만큼 느리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니까) 거침이 없다. 거침이 없다는 말은 겸손하지 않다거나 거만하다는 것이 아니라 할 말을 다 하는 편이라는 것과 동일하다. 특히 직장에 있을 때 그렇다. 그래서 자주 오해를 샀다.

2015년에 함께 일하던 새끼 반장으로부터 싸가지가 없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말투가 그게 뭐냐고. 이 대리처럼, “반장님 이것 좀 해주이소~”라고 말을 해야 자기들이 하기 싫던 마음이 풀어져서 할 거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들은 내가 살고 있던 지역의 사투리를 쓰고 있었지만, 나는 고향의 말씨를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핀잔을 종종 들어야만 했다. 그러면 내가 그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 반장님 안전모 좀 써주세요 제발~ 질질질 해야한다는 의미인가. (이 미친)

고용노동부에서 오래전부터 안전모를 쓰지 않거나 안전지침을 어기는 근로자에게는 과태료를 문다고 하고 이와 별개로 안전규정을 세 차례 위반하면 퇴출도 당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고용노동부의 권한인 거고.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현장 점검을 나온다는 것은 달갑지 않음을 넘어 비상사태 중 하나다. 그냥 참 잘했어요 찍어주는 것은커녕, 과태료 하나라도 물지 않고 그냥 가는 법이 없다. 오죽하면 “다 잘했는데 우리가 그냥 가면 안 돼서요. 과태료 이거 두어 개만 합시다.”라고 말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요식행위가 따로 없다.

중대재해처벌법만 보더라도 사고가 나면 우선적으로 사용자의 안전 관리 책임을 묻는다. 형사처벌까지 가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근로자를 제재하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근로자가 안전화를 안 신고 발에 못이 박혔다거나 안전모를 안 쓴 상태에서 비래되었을 경우에도 사용자의 책임이다. 안전대책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자기의 생명을 지키려면 최소한의 안전보호구는 다들 하셨으면 좋겠다. 이건 근로자든 관리자든 현장을 드나드는 모든 이들이 실천해야 하는 문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안전관리자는 시어머니가 아니라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모든 이들의 건강을,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이다. 하루의 무사한 안녕을 기원하는 사람이다.

H차장님이 지금 아내분과 결혼한 스토리를 말씀하신 적이 있다. 소개팅을 하는 날이었는데, 그날따라 콘크리트 타설 시간이 늦어져서 늦게 퇴근을 하게 되었다고. 그러다 보니 작업복도 갈아입을 시간이 없어서 그대로 가셨다고 했다. 자신의 행색이 부끄러웠던 차장님은 “미안해요.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없어서...”라고 얼버무렸는데, 그분이 그러시더란다. “일하고 온 건데 뭐 어때요.” _ 듣는 내가 다 감동이었다. 감동이라고 표현하는 것의 속뜻은,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면 나는 그러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저자는 일이 끝난 뒤에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우리는 불유쾌한 시선을 거두어야 한다.

“뭐 어때요. 일하고 온 건데.”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비계공에 대해 생각했다. 결과물이 없는 비계공.

하지만 꼭 있어야하는 비계다. 비계 없이는 모든 공종도 무사할 수 없고 원만할 수 없다.

+) 책에는 직영을 하도급에서 둔다고 설명했는데, 때에 따라서는 원도급에도 직영을 두는 곳도 있다.

원도급의 공사팀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으로 여러가지 일을 도맡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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