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 - 콘크리트 정글에서 진짜 정글로
제니퍼 바게트.할리 C. 코빗.아만다 프레스너 지음, 이미선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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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그 나이에 난 무엇을 했을까. 아니 결혼이 아닌 다른 것을 선택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세계여행은 어떤가 꿈이나 꾸어 볼 수 있었을까.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 나이에 다른 생각을 했다는 것이. 난 그 나이에 세여자가 생각하는 그런 평범한 삶인 결혼과 육아로 허덕이고 있을 때이다. 나 또한 계획한 결혼이 아니었기에 새롭게 바뀐 제2의 삶에 한참 적응하느라 '결혼이 아니었다면..' 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생각을 해 보며 시간을 보내던 때이다.정말 결혼이 아니었다면,지금은 결혼을 그리 쉽게 생각하거나 하지 않기도 하고 '골드미스' 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결혼적령기라는 것이 없어진 듯한 시대일지는 몰라도 내가 지나온 그 시간엔 친구들이 모두 결혼을 하니 나 또한 결혼이라는 것을 해야만 하는 '당연' 한 삶에 몸담아 할것만 같은 괜한 억압이 있기도 했다. 그렇게 선택한 결혼은 아니지만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나 또한 '자유여행'을 하며 살았을 것 같다. 지금도 구속의 삶에서 벗어난다면 '여행'을 맘껏 하고 싶다.

뉴욕에서 그런대로 잘나가는 삶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보편적인 삶을 살고 있던 그들이 뭉쳤다. 그렇다고 그녀들이 퍽이나 여유로운 가정에서 태어났거나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어서 세계여행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로망' 처럼 간직하고 있던 것들이 함께 하면서 평범한 삶이 아닌 세계여행으로 기울어진 것이다. 물론 여행을 떠나려면 남자친구도 일도 모두 시간과 거리감을 두어야만 한다. 그녀들 다행히 결혼을 하지 않았고 남자친구가 있었던 친구도 있었지만 세계여행이라는 말을 꺼내자 다른 길을 선택한 친구도 있고 자유롭게 떠날 수 있도록 주변정리가 잘 된 듯 하다. 여행은 여유로워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용기' 가 있는 자만이 떠날 수 있는 것 같다.그리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이나 로망'을 가지고 있어야만 떠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자원봉사를 할거야 아님 인도에서 뉴질랜드에서 남미에서 어느 나라든지 그곳에 가면 한가지씩 꼭 해보고 싶다는 어떤 꿈을 간직하거나 가지고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없다고 해도 그녀들이라면 할 수 있다.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중재를 잘 하는 사람이 있고 계획을 잘 짜는 서로가 한가지씩 장점을 가지고 있으니 셋이 뭉쳐서 여행을 하는 맛이 남다를 수 밖에. 한 명이 빠져서도 안된다. 그녀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여행을 한다. 결코 결혼이나 그외 것에서 속박을 당하면서도 얻을 수 없는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새로운 곳을 여행하고 낯선 언어를 공부하고 낯선 곳에서 벌레들과 잠을 자면서도 그녀들은 행복하다. 지금 스물 여덟이라는 나이에 하지 않으면 할 수 없을 것 같은 여행, 친구들처럼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여 안정된 생활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나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세계여행을 그녀들은 하고 있는것이다.

어울릴것 같지 않은 세여자가 점점 여행이 길어지면서 하나로 똘똘 뭉쳐나간다. 어느 순간 흐트러질것만 같으면서도 하나가 되는 방법을 그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터득해 나간다. 그리고 서로를 이해한다.젠,아만다,할리가 한 코너씩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여행에세이라면 사진과 함께 해야 읽는 맛이 더 나는데 이 책은 이야기로만 있어 무척 두껍다. 재미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그것도 아니다. 그들이 경험한 이야기들을 읽어 나가다 보니 뉴욕커라도 평범한 우리 이십대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그녀들 또한 평범한 여성이면서 고민도 비슷하고 내 이십대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점점 여행이 길어지면서 단단해지고 그 속에서 스스로 무언가 찾아서 행동하는 그녀들을 본다. 처음엔 익숙지 않아서 낯설던 것에도 점점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대하고 이방인 이면서도 제대로 자신들의 길을 찾아 가는 그녀들이 부럽다. 왜 난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가져본다.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언젠가는 정말 그런 삶을 한번은 살고 싶어진다.

이 책이 만약에 세여자가 하나가 아니라 따로 따로 이야기를 엮아 나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책도 두껍지 않고 사진이 많이 곁들여져서 읽기도 편하고 좋았겠지만 세여자,친구들이 함께 함으로 인해 이야기가 있고 어딜가나 사건과 사고가 끝이 나지 않는 그야말로 살아 있는 진짜 '여행기' 라서 읽을 수록 재밌다. 사진이 많은 책보다 진짜 여행의 맛을 제대로 살린 듯한 느낌이다.떠나 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떠나 본 자만이 풀어 놓을 수 있는 이야기 보따리가 수도없이 줄줄 나오는 그녀들이 부럽다. 그녀들이 스물여덟에 떠나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머물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결혼을 하고 아이를 한 둘 낳고 친구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을테지. 아프리카 어느 부족처럼 아이들이 많을수록 계급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어도 한 둘 아이들을 키우며 육아에 전념하고 있을텐데 그녀들은 새로운 세상을 보고 새로운 삶을 설계할 수 있는 더 큰 세상을 만나고 온 것이다. 그녀들의 용기가 정말 부럽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진짜 떠나고픈 용기를 가지고 가을여행을 가고 싶다.

'라몬이 열여섯 살에 이 일을 시작했고 같이 이 등반로에서 일하고 있는 쉰네 살 된 그의 아버지가 팀의 최고 연장자라는 사실을 언급했다. 라몬은 항상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자기 몸만 한 짐을 짊어지고 있을 때에도 미소를 지었다. 쪼그리고 앉아서 냄비로 우리의 저녁 식사를 요리하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여행객들을 위한 용품들을 짊어지고 가면서도 그들을 격려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삶이 결코 편하지 않았겠지만 그는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 세상을 좀더 넓게 보다보면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를,그렇다고 그들이 불행한 것은 아니다. 그런 삶 속에서도 라몬처럼 웃음을 잃지 않고 웃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여행을 통해 좀더 깊게 각인하는 새로운 경험이 그들이 지치고 힘들 때 생각날 것이다.그리고 현재가 행복이라는 것을 말해줄 것이다. 여행은 그런 것 같다. 떠나보면 현재의 내 삶이 행복이라는 것을 더 깊게 느끼고 오는 것 같다. 떠나 본 후에야 내 집이 행복하고 좋았다는 것을 알듯이 말이다. 그래도 한번 떠나보고 싶다. 세계여행은 아니어도 잠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시간여행,현재를 좀더 단단하게 담금질 할 수 있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게 만든다. 지금 이십대를 살고 그대가 무언가 망설이고 있다면 읽어보라,그리고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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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 남도답사 일번지, 개정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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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토가 박물관'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는데 내가 알고 있는 문화유산에 대한 것은 얼마나 될까? 아니 얼마나 알고 보고 다니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6>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3>을 읽고 나니 욕심이 생겨 <국보순례>를 얼른 사서 읽었다. 그럴수록 더욱 욕심이 생기는데 필자는 얼마나 문화유산에 대한 생각이 많을까,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에 '1박2일'프로에서 유홍준샘과 함게 '경주 남산' 을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다. 얼마나 좋았던지.한마디 한마디 놓치지 않기 위하여 함께 답사를 떠난 것처럼 귀담아 들었는지 모른다.그러면서 옆에 있는 남편에게 한마디 '언제 꼭 한번 유홍준 샘과 함께 부여답사 여행을 떠나야 할텐데...그게 언제가 될까.' 지난 달에도 그 전달에도 '부여답사' 를 함께 하고 싶었지만 네번째 주말은 기숙사에 있는 딸들이 오기 때문에 집을 비울 수가 없다. 그렇게 하여 늘 바람으로 끝나고 마는 '부여답사' 하지만 내가 포기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꼭 한번 함께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1권 외에 다른 책들도 읽다보니 '문화유산' 에 대한 보는 눈과 태도가 바뀌어가고 있는 나를 본다. 워낙에 이런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고 특히나 산사를 자주 찾기고 그냥 보아 넘기는 것이 아니라 모르면 문화해설사 하시는 분에게 물어 보기도 하고 안내문을 찾아서 읽어보고 꼭 하나라도 얻어 오려고 노력하기에, 아니 좋아하기에 남보다 더 많이는 아니어도 조금더 관심과 열정으로 보고 들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 많은 것들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물처럼 흘러가 버리고 말아 다시 채워 넣어야 하는 그런 반복학습이 필요한 나이 이기에 좀더 관심을 기울이려고 노력을 한다. 그런 내겐 이 책은 정말 더없이 친한 벗이기도 하고 안내자이며 내가 일지 못했던 세상에 대한 눈을 뜨게 하는 책이다.

우리가족이 처음 '해남' 땅을 찾은 것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시절, 봄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데리고 여수 돌산도로 내려가서 천천히 올라오며 이곳저곳을 들르게 되었다. 우리의 여행은 처음엔 남도땅이다.그리고는 올라오는 길에 볼 수 있는만큼 2박3일 혹은 3박4일 동안 여행을 보면서 올라온다. 그렇게 몇 번 여행을 하다보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 갔던 그곳이 모두 기억에 남아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지금 고등학생인 딸들은 그때가 제일 좋았다며 그런 여행을 또 가자고 난리다. 그때 우리가 '다음에 또 와서 보자' 하고 지나친 곳들이 나와 있다. 정말 아쉽다. 하지만 여행은 늘 아쉬움이 남아야 그다음 여행을 또 기약할 수 있는 법이니 슬퍼할 일은 아니다. 가족여행을 하면서도 남도 땅에서 제일 먼저 는에 들어온 것은 풍부한 색감이라고 해야하나 붉은 황토에 초록빛 배추,정말 자연색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곳에서 날아드는 까만 까마귀까지 한 점 그림처럼 눈이 피로하지 않은 야트막한 능선들을 따라 그림이 되고 있었다. 여유로움과 신비로움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어느 한 곳을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운 것이 남도 여행인 듯 하다.  

직접 가서 보지 못했지만 도갑사 도선국사비는 비석 제작에만 17년이 걸렸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얼번에 칠현산 칠장사의 혜소국사비를 보고 왔는데 이 와 생김은 비슷한 듯 하다. 그 비 또한 크기도 무척 컸는데 모두가 다 따로따로 있다. 그 비가 우뚝 서는 날엔 무언가 역사가 달라질 것처럼 비는 아직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도 그 위용이 남달랐다. 그런데 도선국사비는 사진만으로도 대단한데 비를 제작하는데 17년이나 걸렸다니 장인들의 열정이 대단한 듯 하다. 기계화가 아닌 모두가 손으로 쫒아서 만든 것일텐데 남다른 장인정신을 엿본다. 산사에 가면 맞배지붕인지 팔작지붕인지 주심포식인지 다포식인지 배흘림기둥인지 자연목인지 한번씩 읽어본다. 그리고 건축물을 보면 알고 보면 정말 건축물이 내게 말을 하는 것처럼 더 가깝게 느껴진다. 나 또한 번창한 절보다는 오래전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아담하고 소박하고 정갈한 절집을 좋아하기에 웅장한 곳보다는 그런 작은 절집들을 더 찾아 다닌 듯 하다. 무위사 극락보번을 보니 참 단아하면서도 소박하여 좋다. 언제 한번 가서 봐야 할 듯 하다. 측면의 면분활도 넘 좋고 어느 곳하나 소홀히 그냥 지나치지 않은 선인들의 지혜를 엿보는 듯 하다.

남도여행에서 '영랑의 생가'와 '다산초당' 을 다음에 보자고 하면서 지나쳤는데 무척이나 아쉽다. 그 다음에 라는 기회가 여간해서 오지 않고 있으니 그때가 더욱 생각난다. 다산초당은 한승원님의 <다산>과 <초의>라는 작품을 읽으며 더욱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이 책에서 다시 읽다보니 가고 싶어졌다. 영랑의 생가에는 모란이 피는 계절에 가면 좋을 것이고 다산초당엔 그에 즈음하여 함께 가보면 좋을 듯한데 모르고 여행할 때와 책에서 한번 미리 읽어보고 여행할 때는 조금 다르리라 본다. 우리가 남도 여행을 할 때는 동백꽃이 피던 계절에 여행을 해서일까 선운사도 그렇고 여수도 그렇고 동백꽃이 한참일 때라 붉은 빛 동백의 열정을 여행에 담아서 더욱 좋았던 한 부분이기도 하다. 남도하면 '동백꽃' 과 푸른바다가 보여주는 그 풍경이 또한 일품인데 우리 건축과도 동백꽃이 잘 어울리는 듯 하다. 강진과 해남만 해도 가볼만한 곳이 너무 많다. 아니 기억하고 봐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는 정말 크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것들이 들어오고 더 많이 기억된다. 모든 것을 다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여행시엔 꼭 책을 들고 가보고 싶기도 하다.

예산 수덕사와 가야산 주변은 많이 간 듯 하면서도 새롭다. 내가 보는 눈과 다른 눈으로 보여주고 들려주는 수덕사와 보덕사와 남원군묘와 개심사, 개심사는 올 봄에도 다녀온 곳인데도 이렇게 책에서 만나는 내용은 새롭다. 수덕사 또한 몇 번 갔던 곳이지만 시간이 너무 지났다.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다시 간다면 남원군 묘까지 올라가서 모두를 보고 와야 할 듯 하다. 개심사는 이른 봄과 가을에 갔는데 가을 단풍도 너무 좋았다. 겹벚꽃과 겹매가 피었을 때 그리고 목백일홍이 피었을 때 다시 한 번 가리라 한것이 못 가고 있다. 어느 곳이나 사시사철 간다면 또 다른 풍경과 역사를 만날 터인데 한번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없고 가면 갈수록 '착각' 아닌 착각에 빠져 다 알고 있다는 듯 넘겨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책을 읽다보면 그게 아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모르는 역사와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것을,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연계하여 볼 수 잇음을 배운다.

경주의 이야기는 봐도 봐도 끝이 없고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는 곳인 듯 하다. '1박2일' 프로에서도 '경주 남산' 의 7대보물을 찾아 나서며 산행하며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 만으로도 정말 대단했는데 이곳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도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느낀다. 감은사지는 두어번 가려다 포기를 했다. 벚꽃피는 계절에 그곳에 갔다가 너무 많은 여행객들 때문에 거리가 차로 밀려 제대로 여행도 못하고 사람 구경만 하고 왔는데 그때 감은사 삼층석탑을 보러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안정된 자세로 우뚝 솟아 있는 탑의 사진을 보니 얼른 달려 가서 확인하고 싶어진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를 읽다보니 점점 '석탑' 이 좋아진다.예전에는 그리 눈여겨 보지 않던 것들을 눈여겨 보게 되었다. 절집에 가면 돌하나 그냥 흘려 버리지 않고 보게 된다. 그 돌에 숨겨진 역사를 보고 찾아 보려 노력한다.그리고 꼭 한번씩 만져본다. 거칠거칠한 돌에 선조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아 기분 좋을 때가 있는데 석탑도 승탑도 유독 눈에 들어온다. 그것이 돌에서 역사로 우뚝 서기까지 석공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땀방울이 느껴지는 듯 하여 한번 더 보게 된다. 책을 읽으며 많은 것을 기억하고 담기 보다는 그런 것 같다. 역사에 대하여 느끼지 못하던 '행간' 을 느끼고 보게 되는 것 같다.

경주 편에서 '에밀레종' 에 대한 역사를 읽다보니 정말 대단하다. 에밀레 종을 보게 된 것은 중학교때 수학여행이었고 그 때 종소리를 들은 것 같다. 그리고 그 다음 많은 이야기들을 접하게 된 듯 한데 그 모든 역사가 이 책에 담겨 있는 듯 하다. 에밀레종의 분신처럼 다른 종을 주조하고 있다는 다큐멘더리를 보았던 것도 기억이 나는 듯도 하다. 무엇이든 귀하다고 그냥 방치해 둘것이 아니라 '집' 은 사람이 살아야 집도 살 듯이 종 또한 종의 목적을 이루어주어야 비로소 종이 되는 듯 한데 절집 어디를 가도 '종을 치지 마시오' 라는 팻말이 익숙하다. 그런데 내가 행운이었던 것인지 산사에 갈 때마다 귀한 종을 치는 소리를 듣는 기회가 있었다. 속리산 법주사에 가던 날도 전국법회가 있어 타종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무척이나 좋았다. 정말 심장이 찢어질것처럼 깊게 울리는 그 소리에 깜짝 놀랬다. 그런가 하면 안성 청룡사에서도 칠장사에서도 도솔암에서도 많은 절집에서 법회나 그외 일로 타종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왜 그렇게 좋던지, 그 종소리와 함께 하는 춤사위는 어떨까 정말 짐작이 가지 않는다.

내가 가 본 곳이라고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고 나면 책을 들고 한번 더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든다. 내가 간 계절이 아니라 다른 계절에 다른 풍경으로 또 다른 세상을 만나듯 그런 여행을 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수덕사에서 하루 묵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묵은 곳이 수덕여관인지 아닌지 가물가물 하지만 불편해도 좀더 오래된 곳에 한번 묵는 것도 괜찮을 듯 하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그런 곳도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작은 산사나 그외 폐사지도 많이 가봐야 하겠다는 생각도 가져본다.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쳐 가는 곳보다는 좀더 한 곳을 보아도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있거나 하나라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면서 보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지켜야 한다'는 것을 마음자세를 바꾸게 한다. 더 크게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옛것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그렇게 지켜 나갈 수 있도록 여행자도 지킬 것은 지켜주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그저 유희를 목적으로 하는 여행이 아니라 배우고 담는 그런 여행을 한다면 더욱 많은 것이 남는 다는 것을,아니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하나 하나 늘려가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보며 문화재에 대한 애정을 좀더 갖게 만든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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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 사계절 1318 문고 66
황선미 지음 / 사계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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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닌 인생이 있을까.뒤돌아 보면 나의 인생도 그리고 다른 이의 인생도 모두가 소설속 한 부분처럼 여기지는 삶들이다.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빚 때문에 고향을 떠나 평택의 작은 객사리라는 마을에 정착하여 외갓집 식구들과 함께 하며 받는 설음과 그 속에 섞이고 싶으면서도 섞이지 못하고 겉돌듯 하는 삶 속에서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게 한것은 다름아닌 '가족' 이라는 울타리,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판자집인 꺽다리집이지만 그래도 가족이 함께 했으므로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본다.

작가의 다른 소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너무 좋았다. 시골에서 자라서일까 공감대가 같고 비슷한 시기를 거쳤기에 그 부분 또한 내 이야기와 비슷한 것을 느끼면서 어쩌면 카타르시스를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뒤돌아보지 않고 이 책을 얼른 집어들게 되었다. 후회없이. 아픔도 가난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가족이 함께 함으로 하여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고향에서 부유하게 살았지만 빚으로 모든 것을 거덜내고 외삼촌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지만 아버지는 한 달에 한번 집에 올까말까,왜 아버지는 이 상황을 함께 이겨내려하지 않고 집에도 오지 않은 것일까.고향을 떠난 후로 엄마는 억척이 되었다. 시장에서 행상을 하며 살림을 꾸려 나가는 엄마,그대신 집안 일은 맏딸인 내 몫이다. 열 한살인 내가 이 상황을 이겨내기는 버겁기도 하지만 위로 세살 많은 오빠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자신을 총명하다고 알아주는 삼촌이 있기에 그나마 삶의 희망이다.

그래도 가난은 벗어날 수 없는 힘겨운 터널,아무리 엄마가 시장에서 행상을 해도 아버지가 와서 함께 생활을 해 나가도 가난은 벗어날 수 없는 무거운 멍에처럼 가족을 둘러싸고 놓아주지 않는다. 자신의 집도 아니면서 이모할머니의 집을 자신의 집인양 기세등등하게 자신을 골려 먹는 재순이와 그외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지만 늘 외톨이처럼 지내면서도 맏딸로서의 일은 늘 듬직하게 해내는 열 한살 소녀 연재의 삶은 가난해도 오빠를 남의 집에 주지 않아서 돈을 조금밖에 벌지 못해도 아버지가 함께 해서 행복하다. 그 힘든 시간에 아버지마져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하지만 그런 아버지는 벌이도 시원찮은데 추운데서 자다가 입이 돌아가기까지 한다. 그런 가운데 '벼락맞은 대추나무' 효험이 있다하여 오빠와 연재는 벼락맞은 대추나무를 구하러 다니는데 자신을 미워하기만 한다고 생각한 재순이마져 구하러 다니고 있지 않은가.

70년대를 살아 온 사람들은 낯익은 새마을사업이며 초가집등 공감하는 부분이 많겠지만 지금시대의 아이들에겐 낯선 시대가 아닐까 한다. 나 또한 그시대를 거쳐왔고 그런 비슷한 삶도 살았기 때문에 내 유년시절이 많이 녹아 나 있는 듯하여 많은 부분을 공감하며 읽었는데 과연 지금 시대의 아이들은 그 시대를 알까? 아니 이해나 할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집이 없어 남의 집을 전전하며 함께 공동우물을 쓰고 연탄난로를 사용하고 맏이는 부모님이 일을 나가면 밑의 아이들을 부모 대신하여 거두느라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는 그런 일을 이해나 할까.집이 없어 남의 집 처마밑에 서로 색이 다른 판자를 이어 붙여 엉기설기 판자집을 지어 살지만 겨울에는 그마져도 바람 손님이 한자리를 차지하여 입이 돌아갈 정도의 추위와 싸워야 했다면.

비록 빚잔치로 모든 것을 빼앗기고 남의 집에서 단칸방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지만 집안의 대들보는 열 세살인 의젓한 오빠다. 학교에서도 군수님의 상을 탈 정도로 든든한 엄마의 기둥인 오빠,그런 오빠를 남의 집에 주어야 할 정도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결코 가족을 흩트러지지 않게 하는 엄마의 강단함이 맏이인 연재에게도 전해진 듯 하다. 고향에서는 순했던 그녀가 환경이 바뀌면서 앙칼진 재순이에게도 덤벼서 결코 지지 않는 싸움꾼이 되기도 하고 외톨이에서 점점 친구들과 어울릴 줄도 알면서도 아버지를 위해 혹은 엄마와 가족을 위해 한 몸을 바치듯 제대로 한 몫을 해내는 것을 보면서 그런 삶에서도 삐뚫어지지 않고 강단한 삶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유년의 기억들이 영양분이 되어 지금의 그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주지 않았을까.

아픔이 아픔에서 끝나지 않고 다시 꺼내어 보면 가슴 시리면서도 연탄난로의 온기처럼 '따듯함' 이 살아 있는 것은 모두가 함께 이겨내고자 했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내 어린시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지난 기억과 추억속에 폭 안겨 볼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시절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시절 그 온정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지금의 가족과는 너무도 다른 가족의 풍경이기도 하다. 지금 가족이란 어쩌면 자신의 공간에서 자신의 영역을 차지하고 홀로 시간을 나누지 가족이 모두 함께 하며 따듯한 정을 나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옛날에는 작은 방에서 한가족 모두다 모여 옹기종기 한이불 아래 살을 부비며 정을 나누고 그렇게 서로를 살뜰히 챙기기도 했다. 그런 시간이 때론 그립기도 하다. 넘쳐나고 배불렀다면 기억에 오래도록 남았을까? 부족하고 모자랐기에 서로를 챙길 수 있었고 나눌 수 있었으며 집의 소중함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우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에 가슴이 아리자만 아름다운 시간이 되지 않았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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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 시속 370㎞ - 제9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72
이송현 지음 / 사계절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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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고 했다. 비상하고자 하는 꿈을 간직한 날개, 동준의 날개에는 어떤 꿈이 담겨 있고 응사로 거듭난 매잡이 아버지에게는 어떤 꿈의 날개가 있을까? 돈벌이도 안되는 응사로 잘 다니던 회사도 때려 치고 매잡이 응사로 거듭난 아버지,그런 아버지 덕에 370km로 날아 오르지는 못해도 그 속도와 버금갈 정도로 급속도로 가정의 경제가 곤두박질 치고 있어 엄나는 우리 곁을 떠났다. 돌아 오지 않을 것이라 하고는 용인의 친구분이 하는 식당으로 일을 하러 갔다. 그래도 아버지는 응사로의 일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더욱 응사일에 매달린다. 조금만 더 하면 세계인류무형유산에 등재를 할 수 있다며 전통고수자로 받는 월 70만원, 매사료값도 되지 않은 정부보조금을 받아 가며 가정이 허물어지는 것도 모르고 아니 나 동준의 한 인생이 급하강 하는 것도 모르고 매잡이 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나 동준은 청춘사업에도 바쁘고 아버지를 닮아서일까 '스피드' 에 빠져 있다. 만리장성의 배달꾼 안중근형의 오토바이를 겨우 마련한 용돈을 주면서 얻어 타면서 무엇에서도 느끼지 못하는 스피드에 빠져 희열을 느끼고 있다. 그런면에서 아버지와 난 닮은 것일까? 피는 땡기는 것일까? 나와 아버지가 즐기는 스피드는 다른 것이다.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로드스타는 아니어도 그 비스구리한 중고오토바이 하나를 장만하는게 꿈이라면 꿈이다. 하지만 지금은 겨우 중근이 형의 오토바이를 얻어 타면서 그 기분을 만끽하고 있는데 기회가 왔다. 아버지 밑에서 매잡이 일을 배우던 형이 일을 그만두고 자신이 아버지 일을 배우겠다고 나서는 동준,그래 겨울방학동안 새대가리와 함께 하면 중고오토바이는 내 손에 들어오겠지 라고 생각하며 그토록 싫어하던 새대가리의 똥을 치우고 함께 하는 일을 하게 된다.

아무리 짐슴이라도 자시늘 좋아하지 않은 사람은 알아 보는 것이다. 늘 새대가리라고 놀려서일까 말보로에서 이름을 따온 보로녀석이 자신의 왼팔에 근사하게 앉이 않는다. 쉬울 줄 알았던 일이,아니 아버지가 하던 일이 별일 아니라고 여겼는데 점점 함께 하고 하다보니 빠져들게 된다. 자신이 마음의 문을 여니 맹금류이지만 자신과 통한 것일까,아니면 타고난 자질 때문일까 보로 녀석과 하나가 된 듯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부터 무언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그리고 자신의 전부라 여겼던 여자 친구의 비밀도 알게 되고 자신을 뺀 모든 이들의 삶이 행복할 것이라 여겼는데 절친인 똠양꿍을 보아도 엄마가 필리핀 이라는 이유로 그 또한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한다.그런가 하면 나예리 또한 새아빠라는 이유로 자신을 타인에게 자신의 마음의 문을 제대로 열지를 못하고 부담스러워 한다. 그렇다면 나 동준은 어떤가 매잡이 아버지 밑에서 비록 기울어 가는 가세이지만 행복한 것일까? 생일날에 미역국도 제대로 얻어 먹지도 못하면서.

아버지를 닮아 가고 싶지 않았는데 맹금류인 보로와 함께 하다보니 자신 또한 아버지를 닮아 가고 있음을 느끼고 그 속에서 희열을 느끼는 동준을 보고 한사람도 아닌 아들까지 매에 빼앗기는 위기감을 느낀느 엄마, 이혼을 하겠다고 하지만 동준은 엄마와 아버지가 이혼을 안하길 이대로의 가정이라도 지켜지길 원한다. 아버지와 우여곡절 끝에 겨울에 있는 매시연회를 근사하게 치루면서 한 뼘 더 성장하고 성숙한 삶을 보게 된 동준은 새로운 인생관과 세상을 보는 매의 눈처럼 냉철함과 날카로움 그리고 창공에서 세상을 바라보듯 좀더 폭 넓은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처럼 누구도 알아주지 않은 전통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누군가는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을 느끼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동준은 그야말로 이제야 '존재하는 것에는 날개' 가 있듯 비상할 수 있는 눈과 힘과 지혜를 가지게 된다.

돈벌이도 안되는 매잡이 아버지와 사춘기의 아들,잘 버무려지지 않을 것 같으면서 그들은 '스피트' 와 '전통' 으로 잘 버무려져 한 발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간다.전통을 지키려 가정이 위기에 맞았을 때 과연 어른들이 어떻게 대처할까? 했는데 어느 가정이나 아버지보다는 '엄마' 의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 위태위태한 가정도 지켜 나가면서 그런가하면 청소년들의 이야기들이 버무려져 한참 가정을 핑계로 혹은 다른 이유로 아웃사이더가 되려는 친구들이 힘든 시기를 서로의 힘으로 잘 이겨내는 것을 보면서 부모도 필요하지만 친구가 그 시기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늘 서로의 힘이 되어주는 똠양꿍과 똥준, 서로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친구인 그들이 '매' 라는 맹금류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고 세상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는 '날개'를 가지게 된다. 자신이 비상할 수 있는 날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날아보려고 파닥여보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 큰 불행인 것이다. 인생이나 공부나 연애나 모든 것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장해 나가게 되고 그 안에 자신만의 비상법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동준이 보로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처음에 포기를 했다면 영원히 자신은 응사로 거듭나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보로가 새똥을 자신에게 떨어 뜨리던 자신은 먹지도 못하는 소고기를 날마다 먹던 보로와 함께 하면서 매의 마음도 읽고 자신의 마음도 성장시켜 나가게 됨으로 하여 시행착오중에 '비상' 할 수 있는 길을 보게 된 것이다.

'매가 사냥할 때의 속도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고.최고 시속 370킬로미터로 하강하며 꿩이나 토끼를 낚아채는 모습 앞에선 그 어떤 스피드 스포츠도 명함을 못 내밀 거라고 말이다.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시속 370킬로미터 따윈 관심 없다.' 관심이 없었을까,그래도 좋다. 자신이 보아온 환경은 어쩔 수 없는 것, 응사로 갖추어야 할 것들은 이미 배우고 몸에 익혀 왔는지 모른다. 아버지의 삶을 보아 왔기에 자신은 훗날 아버지와 같은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느꼈기에 그는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것이다. '매의 눈동자를 바라볼 때, 나는 아버지의 가슴이 어떻게 뛰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해맑은 눈동자로 매의 눈동자를, 전신을 훑어보는 아버지, 매와 평생을 함께 살고 싶다고, 그 꿈을 지키고 싶다던 아버지, 지금도 꿈을 먹고 살며 비록 출세는 못했지만 성공한 인생이라고 자부하는 아버지, 아버지 인생 성공하셨어요.' 아버지와 함께 하며 비록 가정은 돌보지 못했지만 '응사로의 전통고수' 로는 아버지가 성공한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닫는 동준, '창공을 나는 나의 보로는 열일곱 나의 추억이며 아버지의 또 다른 이름이며 아버지의 전통이며 내 청춘의 새로운 이름이다.' 무엇엔가 미칠 수 있는 것이 청춘인 듯 하다. 자신은 그저 스피드와 바이크에 미쳐 있었다면 아버지는 그것을 넘어 '전통' 을 지켜려고 했던 단단한 분이시다.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런 아버지에게서 삶의 단단한 뿌리를 보게 된 동준의 비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비록 겨울까지만 아버지와 함께 이고 새로운 계절부터는 엄마와 함께 이지만 이 삶도 싫지 않다.

요즘 청소년들은 부모는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는 '도깨비방망이' 쯤으로 안다. 배고픔을 모르고 자라났고 또 그런 시대에 살고 있기에 남보다 못한 것을 이해하지도 받아 들이려고도 하지 못한다. 그런면에서 동준은 의젓하다. 매는 더 높이 비상하지만 자신들의 삶은 그럴수록 곤두박질쳐도 불평하지 않고 받아 들인다. 아니 이 가정이 깨지는 것만 막고 싶다. 왜, 전통을 지키려는 아버지도 이해를 했고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엄마의 입장도 이해를 하기 때문이다. 두사람 사이에서 자신 또한 한가정의 소속임을 느끼고 어느 한 쪽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이해하며 합심해 보려 노력하는 사춘기 청소년 동준, 어린 듯 하면서도 제법 어른스럽다. 자신이 설 자리를 제대로 알고 좌절하지 않고 비상할 수 있는 꿈을 간직한 든든한 아들고 거듭남이 대견하다. 동준이 내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이며 함께 고난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 같아 그들이 날아 오르려는 세상은 더 넓고 청명하기를 그리고 꼭 비상하길 바래본다.목표를 정해 놓고 좌절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보로가 그의 왼팔에 앉았던 것처럼 피가 뜨거워지는 그 순간을 언젠가는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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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체 (반양장) -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64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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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몸만 부쩍 성장을 하는 콩나물처럼 너무 키가 커서 비실비실이다. 아니 정신적인 면이 함께 따라주지 못하여 몸은 어른이면서 생각이나 행동은 애인 청소년들이 많다.거기에 사회는 외모지상주의로 성형이 일반화되어 남보다 조금만 못하면 모든 면에서 뒤처지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그런 속에서 아이들은 외모에 대한 집착도 강하고 키에 대한 집착도 강하다. 하지만 모두가 클 수 없고 모두가 완벽한 훈남 훈녀일 수는 없다. 개인마다 모두 다른 '개성' 이 있고 그 개성이 중시되어야 하는데 개성이나 개인의 능력보다 외모가 중시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렇다면 사회의 통념에 속하는 군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그것이 한참 성장하는 성장기의 청소년이라면 어떨까? 그들이 '난장이' 아니 '난쏘공' 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라야 한다면 마음의 상처가 몹시 클 것이다. 여기 그런 쌍둥이 합과 체가 있다. 그들의 아버지는 난장이다.그 한마디가 가슴에 콱 박힌다.

처음엔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앙 올린 작은 공' 에 대한 오마주일까 했는데 읽다보니 약간은 빌려 왔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엄연한 성장소설이다.자신의 외모에 대하여 그것도 제일 민감한 키에 대하여 아버지와 자신들에게 멍에처럼 씌어진 것에 대한 이야기이니 다소 무거울까 했는데 유쾌하고 통쾌하고 마지막엔 감동까지 선사하니 재밋게 읽을 수 있는,아니 합과 체가 정말 합체가 되어 성장통을 잘 이겨내는 이야기를 따라 가다면 그 속에 우리네 이야기가 있고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웃으면서 가슴 한 켠이 쓰리고 아프다. 가끔 딸들이 자신의 외모에 대하여 키에 대하여 민감한 이야기를 할 때가 '지금' 이기에 더욱 와 닿는다. 왜 자신들은 완벽하게 되고 싶지 않을까.하지만 그게 어디 자신들의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생긴대로 사는 세상에 플러스 되는 세상이니 합과 체가 느낀 가슴의 바윗돌 같은 무게감을 함께 느껴며 읽게 된다.

합과 체의 아버지는 난장이다. 아버지가 어떻게 유랑단을 쫒아 다니며 일을 하게 되었는지 그런 아버지가 미인이라 마찬가지인 엄마를 어떻게 만났는지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합과 체 또한 유전적인 이유로 더이상 키가 크지 않을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늘 1,2번을 도맡아 하는 그들에겐 영원한 1번이어야 할까? 무슨 다른 '비기' 같은 것이 없을까? 그나마 다행히 합은 공부를 잘하지만 체는 그와 반대이니 늘 눈에 들어오는 쌍둥이들이다. 그런 그들이 우연하게 약수터에서 도사님을 만나 계룡산에 여름방학동안 들어가 훈련을 하게 된다. 둘이서.자연속에서 둘의 노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고 훈련하고 이겨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점점 형제는 와해되어 가고 급기야 사람이 되기를 포기한 호랑이처럼 굴을 뛰쳐 나오듯 33일을 채우라는 말을 듣지 않고 24일을 버티다 집으로 컴백홈, 하지만 달라졌을까.아니다 키는 그대로이다. 그렇다면 '비기'라는 것은 있었을까.

합과 체는 계룡산생활동안 자신들은 느끼지 못했지만 스스로 강해졌다는 것을 모른다. 그러다 개학 후 체육시간 농구시합네서 둘의 단결된 힘과 강인한 체력이 드러나게 된다.그리고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쑥 컸다는 것을 체육선생님이 지적을 해준다. 왜 자신들은 자신들이 성장했음을 몰랐을까? 그것은 합과 체에겐 '단신' 이라는 것은 아버지가 난장이였기에 완벽한 단점이었다. 하지만 계룡산생활은 단점을 벗아날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을 키울 수 있는 밑바탕이 되는 생활을 했기에 어쩌면 그들은 몸도 마음도 성장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의 단점을 이겨내기 위하여 열심히 하다보니 그것이 장점'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처음부터 모두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만큼 노력을 덜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모자라기 때문에 남보다 더 노력하게 되기 때문에 남보다 더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이 장점이 될 수 있는,난장이면 어떤가,' 합,체, 니들은 아버지가 가지고 노는 이런 공 말고,너희들의 공을 찾아야 해. 너희만의 진짜 공.' 아버지가 난장이라고 자식들을 아버지처럼 키웠다면 그들은 아버지와 똑같은 삶을 물려 받거나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남들이 난장이라고 놀려도 한번도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자신만의 공을 굴리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아버지는 합과 체는 자신들에게 맞는 공을 찾기를 원했다.

'누구 하나 제 모습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은 없는 법이니라.문제는 다른 사람이 널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네가 너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그거 아니더냐?' 라는 할아버지의 말처럼 하느님조차 완벽할 수 없다고 보는 할아버지는 체에게 용기를 준다. 겉모습이 아닌 자신감을 가지고 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가지려면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들이 그 밑바탕을 만들어 주기 위하여 할아버지는 비기가 있다는 말로 그들이 계룡산생활을 하러 떠나라고 한다. 현재 자신이 있던 위치에거 조금 벗어나 보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볼 수도 있고 찾을 수도 있다. 그 방법을 제시해 주는 할아버지는 진짜 도사인지도 모른다. 조금은 황당함 아닌가 했지만 그속에서 스스로 깨우쳐 나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는 할아버지의 방법이야 말로 비기중에 비기이다. 꼴찌에게 박수가 아닌 합체에게 박수를 보낸다. 키도 분명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중요한 요인이 되겠지만 작다고 하여 늘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작은 것이 더 강점이 될 수 도 있을 때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과 생각 그리고 자신감이다. 한 뼘 키가 자란 만큼 마음도 정신도 성장한 합체,그들의 꿈은 이제부터 별이 되기 위해 날아 오르기 시작했으니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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