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다 이책
작품을 즐기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일단 그림을 보고 그 그림에서 오는 분위기, 그림 속 담긴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방법이 있겠고, 또 다른 하나는 그 작품을 그린 이의 삶을 이해하면서 그림을 보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순간적으로 작품과 맞닥뜨렸을 때를 패스트푸드라 한다면, 작가에 대한 이해가 충분할 때 느껴지는 감동은 슬로푸드가 아닐까 싶다. 천천히 그리고 깊숙이 눈에서부터 중추에까지 감동을 전달해주는 그 맛에 우리는 화가의 일대기를 알고 싶고, 그들의 전기를 손에 쥐고 있는 것이다.
한 화가를 이해한다는 측면에서 이 책 <다비드의 야심과 나폴레옹의 꿈>(김광우 지음)은 무척 생소한 서술방식을 가졌다. 일반적으로라면 ‘한 화가가 태어나 이러이러한 작품을 만들었고, 어디에서 죽었다’로 끝나는 것이 정석일 텐데, 이 책은 정석에서 살짝 빗겨나 화가 다비드와 황제 나폴레옹을 묶어 서술했다. 창작은 예술가의 재능뿐 아니라 그가 처한 시대적 환경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예술가의 일대기와 그에게 깊은 영향을 준 사람을 커플로 묶어낸 것이다. 또한 ‘프랑스 화단의 나폴레옹’이라 불린 천재화가 다비드와 그의 조력자이자 전 유럽을 뒤흔들었던 나폴레옹을 완벽한 영웅으로 비약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프랑스 역사 속에서 한 개인으로서 살아간 그들의 삶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 굳건한 의지나 신념은 제껴둔 채 좌파와 우파를 오고가며 부를 축적하는 데 눈을 번뜩였던 다비드, 최고의 화가 다비드에게 그림을 요청했으나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하는 바람에 다른 화가에게로 주문을 돌린 나폴레옹. 이런 모습들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이러한 서술방식과 함께 340점이 넘는 컬러 명화들이 수록된 이 책은 2003년 9월 출간 당시 일간지는 물론, 잡지사, 서점 등에서 떠들썩하게 소개 되었지만 독자들의 호응은 냉랭했다고 한다. 점점 축소되는 우리 나라 출판계 사정을 볼 때, 그리고 쉽고 편안한 글과 인기있는 소재에만 집중되는 상황을 살펴보았을 때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수도 있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다비드 대신 인기 있는 다른 화가들을 제시했더라면 이 책이 제시하는, 시대와 예술가를 함께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맛있는 음식의 요리법이나 장수하는 건강비법을 나누는 것도 즐거운 일이거늘,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시각을 나눈다면 얼마나 즐겁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은 너무도 아깝다.
만만찮은 두께(527쪽)와 생소한 주제가 부담스러울지도 모르지만, 화가를 이해한다는 입장에서 슬로푸드를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한번 잡아본다면 즐겁게 읽어나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 도록에서는 볼 수 없는 화가의 작품들을 생생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살펴볼 수 있으며, 그 두 사람의 생애를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실을 벗어나지 않은 예술을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화가 다비드와 황제 나폴레옹, ‘그들은 과연 천재인가 기회주의자인가, 아니면 시대의 영웅인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신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해답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이 책은 그동안 목소리 큰 서술자의 시선에 휘말리거나 화려한 수식어에 젖어 있던 독자에게 두 인물에 대해 평가하고 비평할 수 있는 자율적 독서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슬로푸드로 되찾는 건강처럼 독서의 눈과 미술을 이해하는 폭을 이 책을 통해 찾아갔으면 한다.
김한영/미술문화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