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없는 토끼 - Rabbit Without 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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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20대 한때 훤칠한 키에 자타공인 잘 생겼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남자와 몇 번 데이트를 한적이 있다. 잘 생기기만 했나? 주변에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평과 함께 선후배의 존경을 한몸에 받던 사람이었다. 하니 내가 드디어 완벽한 짝을 발견한 모양이라며 쾌재를 부른 것도 이해가 되실 것이다. 더군다나 동아리 모임에선 어쩜 그렇게 말도 후덕하게 잘 하던지,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인격이 팍팍 느껴지곤 했다. 하여 전화 오기만 오매불망 기다리다 전화를 받자마자 눈썹이 휘날리게 달려가곤 했던 데이트 현장, 그곳에서 난 기대와 달리 늘 한가지 주제에 매달려 이야기를 나누어야 (?) 했다.< 주제--그는 얼마나 잘 생겼으며 사랑받아 마땅한 인간인가? 왜 모든 여자들은 그를 귀찮게 하는가? > 신기한 것은 내가 어떤 이야기를 꺼내 놓아도 결국엔 그 주제로 흘러 가더라는 놀라운 귀소본능이었다. 내 말하지만 그런 본능이 내재한 사람과 어떻게든 대화를 하려 시도한다는건 우산 들고 쓰나미를 막겠다고 나선 것과 대략 비슷하다. 끝없이 흘러 나오는 그의 찬가를 귓등으로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던 게 기억난다. "와,  빨래 집게로 저 입을 꽉 다물게 할 수 없을까? 입만 다물고 있으면 비주얼은 딱 그만인데 말이야. 이 무신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입에서 하도 쓰레기만 뱉다보니 이젠 얼굴이 쥐처럼 보이는군, 아깝다...쩝;;;;" 적어도 인간하고 데이트를 하고 싶다는 내 소망은 그리하여 그와의 만남에 종지부를 찍고 말았으니... 하지만 결별의 이유를 굳이 말하진 않았다. 어떤 설득력으로도 그가 쥐처럼 보인다는 것을 그에게 이해시킬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나 조차도 비주얼과 내면의 불일치가 들려주는 충격스런 파열음을 처음 경험했던지라, 그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 못했었던 것도 사실이고.
 




 
그 오래전 에피소드가 갑자기 떠오른 것은 이 영화가 그 당시를 생각나게 해서일 것이다. 완벽한 비주얼의 주인공에 감탄하고 있는데, 정작 그가 입만 열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어지는 난감함이 교차하는 영화였으니 말이다. 그렇다. 사진속의 저 남자 틸 슈바이거... 그 멋진 독일 남자가 이 영화를 감독하고 주연까지 했다한다. 아마 각본까지 썼을걸? 싶어 확인해 보니 것도 맞다. 놀랍지도 않다. 곳곳에 틸 슈바이거표라고 도장이라도 찍어 놓은듯 했으니 말이다. 적어도 감독이나 각본자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 낯 부끄런 유치찬란함이 중화라도 될 수 있었으련만, 아마 거기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한 듯하다. 단지 돈을 아끼자는 차원이 아니라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보니 다른 사람들과 타협이 좀체 안 됐을 것이다. 아니 하고 싶었을거란 생각도 들지 않는다. 하긴 칸느상에 빛나는 예술 영화를 찍는것도 아닌데, 좀 유치하면 어떤가? 감독 맘에 들면 그만이지, 안 그래?
 


 
                        < 멋진 외모의 틸 슈바이거와 이 영화에서 가장 맘에 들던 것 중 하나인 귀없는 토끼 인형>
 
줄거리는 간단하다. 가십 전문인 파파라치 기자 루도는 유명 스타의 약혼식을 망친 댓가로 300시간의 봉사명령을 받게 된다. 그가 근무해야 하는 곳은 유치원, 도살장에 끌려가듯 그곳에 간 루도는 그곳을 운영하는 원장이 그가 어렸을적에 놀리곤 했던 안나라는 것을 알게된다. 루도에게 앙심을 품고 있던 안나는 루도를 골탕 먹이느라 동분서주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너무 착한 여자, 루도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곧바로 드러난다. 자칭 원 나잇 스탠드의 달인인 루도는 안나에게 연애에 대해 조언을 해주지만, 정작 안나는 육체만의 관계는 사절이라면서 루도를 비난한다. 생각지도 않게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루도를 보면서 마음이 움직인 안나는 결국 루도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여자를 고려해본 적이 없다는 루도는 우린 친구사이라면서 안나의 말을 일축해 버리는데...
 

뭐, 어떻게 결론이 나게 될 지는 안 보신 분이라해도 충분히 짐작이 되실 거라 본다. 다만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가가 영화를 살리고 죽이는 주안점이 될텐데, 이 영화는 참담할 정도로 어설펐다는 점이 문제겠다. 하긴 그렇게 따지자면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사랑을 느낀다는 것조차 당최 이해 안가는 스토리였지만 어쩌겠는가? 로맨스 영화 주인공인데, 맞건 안 맞건 간에 사랑에 빠져야 함이 공식 아니겠나? 그것까지는 이해하고 넘어간다고 치자. 계면쩍도록 안스러운 것은 이 틸 슈바이거라는 배우, 누군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 인간 같아 보인다는 점이었다. 어떤 멘트를 날려도 여자들은 자신에게 정신을 못 차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 정말이지 못 말리는 자기애지 싶다. 그렇다보니 생각없이 무지막지 날려주는 그 어색한 멘트를 소화해내기가 무척 힘들었다. 고민끝에  음을 아예 없애 버리고 영화를 봤더니 속이 다 시원하더라. 물론 자막이라는 복병이 남아있기는 했으나 무시하고 보니 그래도 한결 나았다. 하여, 이 영화의 장점만 열거하자면 바로 이렇다.
1. 독일산 자동차는 넘 깜찍했다. 노란 택시 조차도 명품 같아 보였으니 말이다. 주인공보다 더 자주 나오길 기대하며 본 소품이 되겠다. 누가 독일 자동차만을 보여주는 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넉근히 1시간 정도는 열중해서 보겠는데 말이지. 독일은 자동차만으로도 멋진 배경이 되는구나 부럽기 한량 없었다. 물론 그들은 전혀 그걸 알지 못하겠지 라면서...그나저나 우린 언제 저렇게 예쁜 차들을 만들어 낼꼬....
2. 주인공이 만든 귀없는 토끼가 귀엽다. & 독일어 억양이 그렇게 귀에 멋지게 들리는 언어라는걸 이 영화를 보고 깨달았다.
3. 영화속 유아원에 다니는 아가들이 귀여웠다.
4.셋을 합하면 내가 왜 이 영화가 비주얼이 볼만하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실 것이다.
5.그래도 초반 성형 중독에 걸린 인기스타 인터뷰 장면 정도는 괜찮았다. 하여간 좋은 장면과 어색한 장면과 튀는 장면과 귀여운 장면등으로 줄곧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불안하기만 한 영화였다. 내가 보기엔 틸 슈바이거 이 감독, 여자와 엮이는 장면 외엔 그래도 꽤 그럴 듯하게 만드는 것 같은데 말이지... 연기도 잘하고 말이다. 앞으로 그가 사회성이 강한 영화를 혹시 만들었다고 하면 한번 볼 생각이다. 의외의 영화가 나올 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 것이 내가 그에게 해줄 최고의 찬사가 아닌가 한다. 그나저나 난 이 리뷰를 왜 이리도 길게 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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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 Inglourious Baste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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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가 이제와서 나찌를 단죄하겠다는 나섰다. 이거 참 신기한 일이다. 그에게 역사 의식이 있다거나 심지어 역사에 관심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다. 딱 삼류 영화에 걸맞는 이야기만 조물락 거리는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뭐라고라? 타란티노가 2차대전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라... 아까운 배우 (브래드 피트) 하나 버리는게 아니겠는가 하는 심정으로 영화를 봤다. 물론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 하나가 칸느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린 상태, 그나마 버리는게 아닌가 걱정했다는 브래드 피트에게 지대한 관심이 있었는가 하면 것도 아니었다. 하여 내가 왜 이 영화를 봤는지 나도 이해가 안 가는 상황에서 내린 결론은 보길 잘 했다는 것이다. 재밌었기 때문이다. 타란티노식 단죄는 어찌나 단순하고 극명하던지... 평소에 나찌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 아라크와 이란과 아프가니스탄과 티벳과 기타등등 제노사이드가 벌어지는 현장의 이해관계를 복잡한 심정으로 헤아리고 있던 나로써는 하나도 골치 아플게 없는 그의 단순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세상에,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함무라비 법전의 계명이 이처럼 속 시원한 것인지 잊고 있었다. 내 비록 점잖은 척하면서 ' 인간이 어찌 다른 인간을 단죄한단 말이요,' 라고 근엄을 떨고는 있었지만 마음 속에선 그런 놈들은 찢어 발겨 죽어도 싸지라는 분노가 잠재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그들에게 남모를 인간성이 존재했을겨, 잘 살펴보면 이해할만한 구석이 있지 않겠남, 내진 내가 그들의 입장이라면 다를거란 보장이 있을까 라는 생각때문에 머뭇댔던 내 나약함이 한방에 날라가는 듯했다. '네가 날 한대 때렸다 이거제? 그럼 너도 한대 맞아야 하지 않겄나?' 라는 지극히 단순한 그의 논리는 너무도 설득력 있어 반가울 지경이었다. 아. 이래선 안되는 건데 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우린 지성적인 현대인이고, 야만적인 상대를 만나 똑같이 야만적으로 나오면 지는 것이라고 누누히 들었음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복수는 성에 차질 않았던 모양이다. 과연 그런 지성적이고 차분한 복수가 어떤 성과가 있겠는가 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한 몫 했을 테지만서도... 하여간에 연쇄 살인범이건 가정 파괴범이건 갱단 두목이건 나찌건 간에 못 된 놈들은 지구끝까지라도 가서 손을 봐주고 말겠다는 그의 신념에 통쾌함을 느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 뻔뻔한 신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그의 단순 무식함에 미소 짓고 있는 내 자신을 계면쩍게 의식하면서...
 

 
<줄거리> 뭐가 좋은지 싱글 거리고 있는 이 사내가 바로 알도 레인 중령이다. 독일을 주름잡고 다니는 레지스탕스의 대장으로써, 우린 포로 따윈 잡지 않는다는 모토하에 보는 족족 나찌를 죽여대는 그들을 가리켜 독일군인은 < 막가파 녀석들--일명 바스터즈>라고  부른다. 미국 유대인인 그가 독일에서 설치게 된 데는 나찌 만행에 힘입은 바 컸다. 독일인들이 하는걸 보아하니 그들에겐 휴매니티( 인류애 )가 없다. 하니 우리도 그들을 인간 대접하지 말자는 단순 명쾌한 논리로 8명의 부하들과 함께 나찌군 처단에 나선 그는 과감한 살해방식으로 인해 곧 악명을 떨치게 된다. 킬링 나찌에 있어선 프로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던 그들은 독일 내의 아마추어 킬러들을 흡수하면서 점차 조직으로써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최대한 많은 나찌를 죽여버리자는 그들의 사명감은 하늘을 찔러 죽음에 대한 공포심마저 없는 그들은 대범하기만 하다. 전시가 아니었다면 정신병원이나 감옥행을 예약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그들의 행보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유대인 사냥꾼으로 악명높은 랜스 소령에게 가족들이 학살당한 과거를 지닌 쇼산나는 몇 년 뒤 파리의 극장 여주인으로 변장해 살고 있었다. 아름답고 냉정한 그녀의 인생은 독일 병사 프레드릭이 관심을 갖게 되면서 다시 한번 꼬이게 된다. 독일군의 전설적인 저격수인 프레드릭은 쇼산나의 매력에 반해 그녀가 원하지 않는 일들을 벌이고 다닌다. 그가 출연한 전쟁 영화의 개봉을 그녀의 영화관에서 하도록 주선해주는 프레드릭, 처음 그의 관심이 마뜩잖았던 그녀는 상영일에 많은 나찌 장교들이 모일거란 소식에 쾌재를 부른다. 평생 벼르고 있던 복수를 할 기회가 왔음을 직감한 그녀는 애인과 짜고 상영일에 영화관을 불살라 버리기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계획을 실천하기엔 너무 많은 변수들이 포진해 있기만 한데, 과연 연약한 그녀가 자신의 복수를 끝마칠 수 있을 것인가?
 


 
치명적인 아름다움과 매력을 겸비한 독일의 여배우 브리짓 하버마스크는 2년전부터 연합군을 돕고 있는 첩자다. 독일 영화 개봉일에 히틀러를 비롯한 많은 나찌 고위급이 올거란 소식을 접한 브리짓은 영화관을 폭파하는데 일조하기로 한다. 바스터즈들과 접선을 위해 파리 근교의 지하 술집을 접선 장소로 택한 그녀는 마침 술집에 놀러온 독일 군인들로 인해 곤욕을 치른다. 바스터즈들의 어색한 독일어 억양으로 시작된 소란은 그녀의 재치있는 기지에도 보람없이 서로에게 총질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부상을 입은 채 혼자 살아남은 그녀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바스터즈의 레인 중령,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히틀러만은 잡아야 한다면서 부하들과 함께 이태리 카메라맨으로 변장해 영화관으로 향한다. 나찌의 눈치빠른 유대인 사냥꾼 랜스 대령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한 채... 드디어 복수를 위해 칼을 갈던 인물들과 나찌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결말을 위한 시나리오는 점점 긴장의 도를 더해 간다. 과연 유쾌하고 귀여운 바스터즈 일행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들도 결국 랜스의 제물이 되고 마는 것일까?
 


 
영화를 본 사람은 안다. 이 장면을 빼놓고 이 영화를 논하면 심히 섭할 거란 사실을... 예술을 하고 있는 알도 중령과 이를 감상하고 있는 부하의 모습을 잡은 것인데, 다소 잔혹한 장면임에도 브래드 피트가 연기를 해서인지 카타르시적인 속 시원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영화야말로 브래드 피트에게 딱 적격의 역이라는 말이 있던데, 진짜로 그랬다. 그가 연기를 잘 한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 영화에서만큼 인상적이었던건 못 본 것 같다. 감독의 의향을 정확히 꿰뚫는 두뇌에 배역을 마치 존재하는 사람인양 만들어 내는 상상력, 대사를 자유자재로 감칠맛나게 전달하는 표현력등 그의 연기를 보면서 왜 내노라 하는 감독들이 그를 캐스팅 하려 애 쓰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건 그가 잘생긴 배우여서만은 아니었다. 영화를 살리는 연기를 해내는 능력 있는 배우라서 그렇지... 대본이 어느정도 받쳐 주기만 한다면 영화가 사는건 문제도 아니겠다 싶어 그가 출연한 영화들을 되짚어 보니 과연 그가 등장한 장면들은 다 빛이 났던 걸로 기억이 난다. 그 영화 자체의 완성도에 상관없이 말이다. 영화속에서 빛이 나는 배우니, 뭐 사람들이 열광하는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앞으로도 그가 출연한 영화는 그를 보기 위해서라고 봐야 겠다 싶었다.
 


 
그리고 또 빼놓아선 안 될 인상적인 인물로 유대인 사냥꾼으로 나오는 랜다 대령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잔인하고 편집적이며 살인을 하면서도 친절한 미소를 흘려대는 이 남자가 어떤 장면에선 귀엽기 그지 없다는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하지만 그는 정말로 그랬다. 한 인간 안에 존재하는 극과 극의 비정상적인 심리를 너무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걸 보면서 칸이 그에게 상을 준 것도 이해가 갔다. 여기에 브리짓을 연기하는 다이앤 크루거나 독일인을 잡는 독일군으로 나오는 틸 슈바이거의 연기도 멋졌으니, 독일 배우로써 나찌를 학살하는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썩 내켰을라나 궁금하긴 했지만, 뭐, 타란티노의 말대로 그들을 영화를 찍는걸 사랑하는 사람들이니까, 상관 있었을까 싶다.
 
한마디로 환타지로 보려하면 얼마든지 환타지로 봐도 되는 영화다. 내 평생을 살아오면서 바스터즈라는 레지스탕스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거기에 당시 미국 유대인들은 나찌의 만행이 사실일라 없다는 생각에 무시했다고 들었다. 무엇보다 히틀러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 타 죽었을리 없으니 이 영화는 전적으로 허구다. 허구를 넘어서 환상 수준이다. 그런데 문젠 이 영화가 환상이라 한들 상관없다는 것이었다. 통괘했으니 말이다. 결국 패하긴 했으나 그전까진 인간 잔혹의 끝을 보여주던 나찌에게 누군가 복수를 했다는 설정만으로도 맘에 확 들었다. 내 정치관이 어떻건, 이 영화가 실제건 아니건간에 그냥 받는대로 주었을 뿐이라는, 그것이 인지상정이 아닌가라고 묻는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엔 없었다. 유쾌하고 건들거리는 유머에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가 볼만 했지만, 간간히 잔혹한 장면이 등장하니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주지하시길 바란다. 괜히 눈 버렸다고 하소연 하지 마시고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감독이 타란티노다. 뭘 기대하면 안 되는지 감 잡고 보시면 불평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는 변한 것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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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친 후에 - Knocked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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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승진의 기회를 잡은 TV리포터 앨리슨은 축하를 위해 클럽에 갔다 백수 벤 스톤을 만난다. 술김에 섹스를 하게 된 둘, 다음날 어색하게 헤어진 뒤 서로를 잊고 산다. 얼마후 아기를 가지게 된 것을 안 앨리슨은 서둘러 아기 아빠를 찾아간다. 벤을 만나 아기를 낳겠다는 선포하는 앨리슨, 벤은 그녀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기로 한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 서로에게 맞춰나가던 둘은 점차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자 투닥투닥 다투게 된다. 자신은 모든 것을 포기했는데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벤을 보면서 얄미워 죽으려 하는 앨리슨, 앨리슨의 히스테리가 극에 달하자 벤은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지는데...

 

원 나잇 스탠드로 아이를 가진 두 사람이 점차 부모로써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던 영화. 씨네 21선정 현대 로맨스 영화 베스트 20편중 하나라고 해서 본 영환데, 글써... 이걸 잘 만든 영화라고 해야 하는건지 애매하다. 무엇보다 욕이 너무 많이 나온다. 상스럽고 성적인 저질 농담도 눈살을 찌프리게 하고...로맨스 영화에 다발성 욕이라니,참 잘 어울리는 궁합이라 아니말할 수 없겠다. 특히 주인공으로 나오는 케서린 헤이글은 그 예쁜 얼굴로 험한 말을 어찌나 자연스럽게 내뱉던지...아름다운 얼굴이 안 보일 정도다. 부모가 되려면 우선 말씨부터 곱게 써야 하는거 아냐? 서양 사람들은 <태교>라는 말을 들어보지도 못했나 보다. 혹자들은 전혀 공통점없는 싱글 둘이 만나 아이를 갖게 되면서 철이 드는 영화라고 보는 것 같던데, 흐...솔직히 아무리 로맨스 영화라지만 이건 해피엔딩으로 끝나기엔 현실성 넘 희박해 보인다. 물론 마지막 장면에서 철이드는 벤을 보면서 다행이다 싶긴 했지만, 과연 보통 사람들중에 아이가 생겼다고 변화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욕 하지 맙시다다. 보기 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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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지터 - The Vis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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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드렁하게 살아가던 한 교수가 시리아 출신의 불법체류 음악가를 만나면서 삶의 활기를 되찾게 된다는 줄거리. 아내와 사별 후 모든 것이 다 귀찮은 교수 월터는 자신의 집에 다른 커플이 들어와 살고 있자 깜짝 놀란다. 그들이 사기를 당했다는걸 알게된 월터는 둘에게 함께 살 것을 제안한다. 이에 시리아 출신의 음악가인 타레은 감사한 마음에 그에게 아프리카 드럼을 가르친다. 드럼을 배우면서 점차 삶의 활기을 찾게된 월터는 타렉이 불법 체류검문에 걸려 수용소에 잡혀 들어가자 자신의 탓이라며 안타까워한다. 타렉의 석방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월터는 타렉을 찾아 어머니 모우나가 찾아오자 마음이 더 급해진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타렉은 추방이 되고, 타렉의 석방을 위해 함께 돌아다니던 모우나는 아들을 따라가겠다면서 출국준비를 한다. 아름답고 정숙한 모우나의 매력에 빠졌던 월터는 그녀를 보낼 수 밖엔 없는 현실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데...
 

사람들의 각각의 사연들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던 드라마. 갖가지 사건들도 골치가 아파도 홀로 사는 것보단 여럿이 사는 것이 더 낫다는걸 보여주던 영화기도 하다. 껄렁하게 강의를 하던 교수, 세상 모든 일에 무관심하던 그가 타렉과 타렉의 엄마를 만나면서 삶의 활기와 남의 일에 연연하는 마음, 그리고 사랑까지 되찾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역시 인간의 온기만이 사람의 열린 마음을 열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한다. 흠이라면 결론이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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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샤인 클리닝 - Sunshine Clea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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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잘 나가는  치어리더였던 로즈는 이젠 청소부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싱글맘이다. 당시 사귀던 쿼터백 맥은 이제 유부남 경찰관, 그녀는 동생 노라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그와의 불륜관계를 이어간다. 동생 노라 역시 나이가 들어서도 아빠집에 얹혀 살고 있는 등 대책없이 살고 있기는 마찬가지, 로즈는 아들을 사립학교에 보내기 위해 큰 돈이 필요해지자 남들이 꺼리는 범죄현장청소에 나서기로 한다. 돈을 잘 번다는 말에 무대포로 나선 둘은 점점 사업가의 꼴을 갖춰 나가기 시작해 <션샤인 클리닝>이란 이름으로 대행사를 차리기에 이른다. 점점 돈이 벌리자 자신감이 붙은 로즈는 동창생들 모임에 나가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러 하나, 그 사이 노라가 집 하나를 몽땅 태워 먹는 바람에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가고 만다. 빚만 진채 사업을 접게 된 로즈는 펄펄 화를 내며 노라를 닥달하는데...

 

화려한 삶을 꿈꾸다 좌절한 뒤 자살한 엄마, 그 현장을 목격한 트라우마로 인해 인생이 한없이 꼬여버린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대책없는 아빠, 성실하지만 자신과 결혼해줄 생각이 없는 유부남에 매여 사는 로즈, 엄마의 시신을 목격한 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생 노라, 그리고 로즈의 엉뚱한 아들등 행복해지려 안감힘을 쓰나 늘 어긋나기만 하는 한 가족의 초상이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었는데, 애처롭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씩씩하게 새 삶을 모색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보게도 해준다. 에이미 아담스와  <미스 리틀 션샤인>의 괴짜 할아버지로 나왔던 알란 아킨, 에밀리 블런트의 연기가 탄탄하다. 아무리 봐도 에이미 아담스는 착한 여자 역이 제격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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