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는 여전히 무수히 많은 작가가 밤낮으로 읽고 쓰고 있다. 읽었고, 썼고, 남겼다. 그 숨결과 문장들을 찾아 나서는 길은 일반 여행과 다르게 조금 색다른 문장의 결들을 따라가는 일이었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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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 보니 스무 살 적에 도서관에서 품었던, 교수님도 필사를 다 하셨을까에 대한 답은 굳이 몰라도 될 것만 같다. 세상에는 필사(必死)적으로 필사(筆寫)를 하는 삶이 있기 마련이고, 그 시간은 그때만 가질 수 있는 우주선들의 도킹 같은 것이니 말이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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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오유란 옮김, 베아트리체 리 그림 / 오래된미래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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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읽는 베스트셀러에는 왠지 모르게 '나는 싫어'하는 반발심이 생겨서..(그렇다고 안 읽는 것도 아니면서..ㅋㅋ) 일단 피하고 본다. 그런데 몇 년이 흘러도 궁금하면 결국은 읽게 된다. 그 몇 년이 때로는 십 년이 훌쩍 넘기도 한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이 그런 책이다. 계속 궁금한데 뭔가 딱 읽고 싶지는 않고 (자기계발서를 끊은 지도 오래되었던지라) 그렇다고 이렇게 오래 관심이 가는데 안 읽는 건 또 아닌 것 같아서 결국은 이렇게 책을 들었다. 아직도 절찬리에 판매되는 것을 보니 이 책은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나 보다.


프랑스 도심에 잘 나가는 정신과 의사 꾸뻬 씨는 다른 사람들의 불행을 듣고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 생각한다. 어떨 땐 들어주기만 해도 미소지으며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약에 의존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꾸뻬 씨가 볼 때 정말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 사람보다 행복할 여건을 갖춘 사람들이 더 불행하다고 자신을 찾아오는 것이었다.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불행해 하는 사람들을 보며 꾸뻬 씨는 자신도 불행히짐을 느끼고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그의 여행엔 어디를 어떻게 여행했는지는 서술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실 여러 묘사 등을 통해 어디인지를 유추해볼 수는 있으나 어떤 장소가 특별히 그의 행복 여행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대신 누구를 만나 어떤 일을 경험하고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꾸뻬는 여행하는 동안 주변의 모든 것들에 귀 기울이고 관심이 가거나 행복해 보이는 이들을 보면 대화를 통해 행복으로 가는 길을 하나씩 찾아간다.


행복의 요소 하나하나는 전혀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고 각각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 같지만 책의 끝부분에 이르면 꾸뻬는 이 요소들을 몇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어떤 사람들이 어디에 적용시켜나갈 수 있는지를 제시한다. 그 제시는 책 속 인물들, 꾸뻬의 친구들에게 하는 말인 것처럼 보이지만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고 받아들여졌다. 그러니 이 책은 소설을 가장한 자기계발서이다.


나는 행복한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행복을 위해 다가갈 수 있을까. 내게 있어 행복의 키워드는 "긍정"이다. 가끔 회피를 할 때는 있지만 왠만하면 좋게 생각하려 한다. 행복이 별 건가. 마음이 평안하게 일상을 쌓아간다면 그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완독함으로써 오래 묵은 숙제를 끈낸 마음이 되었으므로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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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09-3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들 다 읽는 베스트셀러 읽기 싫은 마음, 저도 있어요. ㅎ 근데, 늦게라도 궁금해서 꼭 읽게 되죠. 숙제를 끝내서 속 시원한 마음 공감합니다 ^^

ilovebooks 2022-09-30 13:09   좋아요 1 | URL
네~ 요즘은 오래된 책 읽는 숙제하는 기분이에요^^
 

정말 좋은 책이다!
울다 웃다...
이렇게 감정동요 일으키며 동화 읽기는 정말 오랫만!

"보아라. 신분이 높으나 낮으나 신을 신으려면 고개를 숙여야한다. 신을 신는 사람은 모두 거기서 거기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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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4
허먼 멜빌 지음, 레이먼드 비숍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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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의 <모비 딕>이 아주 오랫동안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와 헷갈렸다. <노인과 바다>을 세 번 읽고 나서야 제대로 구분할 수 있었다. 그리고도 오랫동안 나는 <모비 딕>을 읽었다고 생각했다. 그냥 내용을 알고 있으니까 읽었다고 착각한 거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다.


현대지성의 <모비 딕>을, 무려 700페이지에 달하는 완역본을 읽고 나서야 나는 이 작품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구나...라는 사실을 알았다. 페이지만큼이나 너무나 거대한 작품이다. 문장 하나하나 술술 읽히지만 그렇게 술술 읽으면 안될 것 같아서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이슈메일이라 불러다오."...37p


정말 강력한 한 문장이다. <모비 딕>을 한 문장으로 간추리자면 어디에나 알려진대로 에이해브 선장과 흰 고래와의 싸움으로 말할 수 있지만 이 이슈메일부터 잇따라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들은 상징과 비유로(주석이 없었다면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을...ㅠㅠ) 가득하다. 19세기 작품임을 가정할 때 너무나 현대적인 사상 또한 충격적이다. 이교도인 퀴케그에 대한 이슈메일의 애정이나 이슈메일의 서술 속에 등장하는 여러 생각들은 당시를 생각하면 정말 파격적이다.


책의 뒤편 해제를 통해 소설을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는 점도 좋다. 하지만 누군가의 해제를 통해 이해하는 것보다는 역시 스스로 읽고 여러 관점으로 생각해 보고 소설을 파악하는 것이 훨씬 즐거운 일이다. 그러므로 <모비 딕>은 한 번 읽고 마는 소설이 아니다. 읽고 또 읽어 읽을 때마다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고 "흰 고래"가 의미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내 인생의 "흰 고래"는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고전은 언제나 흥분케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고전을 찾아 읽게되는 이유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모비딕 #현대지성 #현대지성클래식 #허먼멜빌 #고전 #명작 #흰고래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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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09-22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참. 저만 헷갈리는 건 아닌가 봐요. 저도 <모비 딕>을 생각하면 늘 헤밍웨이가 떠 오르거든요. 제대로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ilovebooks 2022-09-2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러니까요~ 읽고 나서야 제대로 구분하게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