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 The Man from Nowher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세상을 등지고 자기 스스로 조그만 전당포라는 감옥에 갇혀사는 남자. 그는 세상과 소통을 거부한다. 하지만 그에게 유일하게 말을 걸고 친구가 되고자 했던 한 소녀가 있다. 그 어린 소녀만이 그에게 유일한 소통의 매개체였지만 그는 동굴을 벗어나 세상밖으로 좀처럼 뛰쳐나오지 않는다. 단지 그 소녀가 '아저씨'를 절박하게 부르기 전까지 말이다. 과연, 그 아저씨는 그 소녀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또 아저씨에게 소녀는 어떤 존재였을까.. 이런 물음을 시작으로 아저씨의 감성액션을 마음껏 표출한 영화 <아저씨>다.

알다시피 기존 전작들 <킬러들의 수다>, <태극기를 휘날리며>, <마더>등을 통해서 역할 변화를 시도했지만 아직까지는 미소년의 이미지가 많았던 원빈.. 그가 이번에는 아저씨로 분연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보는 동네의 펑퍼짐한 배불뚝이 아저씨가 아니다. 덥수룩한 헤어스타일에 무표정한 모습에도 분위기가 사는 그런 엣지있는 아저씨다. 보편적인 칭호였던 '아저씨'가 한 순간에 그를 통해서 판타지로 변모한다. 그래서 영화는 이 비범하고 엣지있는 '아저씨'의 무미건조한 일상을 좇는다. 그런데 그 일상이 만만치 않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불행한 사건으로 아내를 잃고 세상을 등진 채 전당포를 운영하며 외롭게 살아가는 전직 특수요원 태식(원빈). 찾아오는 사람이라곤 전당포에 물건 맡기러 오는 사람들과 옆집 소녀 소미(김새론) 뿐이다. 엄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언제나 혼자 있는 소미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태식은 소미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던 중 소미의 엄마가 범죄에 연루되고, 범죄조직은 소미를 인질로 잡아가고 만다. 태식은 소미를 구하기 위해 범죄조직과 거래를 하게 되고, 이로 인해 경찰마저 태식을 추격하게 된다.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범죄조직의 중심에 다가서면서 베일에 싸여있던 태식의 비밀스런 과거도 함께 드러나게 되는데...



이렇게 영화의 줄거리를 보면 기존의 범죄 액션물에서 많이 봐온 그림이다. 평범하게 아니 세상과는 담쌓고 사는 한 사람이 있고, 그러다 주변의 인물이 살해되거나 납치되는등 위험에 처해지면서 그의 특수한 전력이 들어나고 급기야 실력발휘를 하며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그런 흔하디 흔한 범죄액션물 말이다. 이것도 그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렇게 단순히 범죄 액션물로 치부되기에 아까운 그런 아우라가 느껴진다. 원빈은 전작 <마더>에서 보여주었던 저능아의 모습에서 180도 이미지를 바뀌며 스크린을 압도했다. 저 눈빛처럼 말이다. 역시 배우는 눈빛이다.

그 눈빛은 바로 세상에 남겨진 유일한 내편이자 친구였던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한 응징이자 강렬한 처단을 암시하는 눈빛이었고, 피칠갑이 돼 안보일 때까지 그의 응징은 계속되었다. 내일이 아닌 오늘만 보고 살아가는 그였기에 말이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아저씨와 한 소녀.. 그 소녀의 엄마가 마약조직에 연루되고 그 장물이 자신의 전당포에 맡겨지면서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된 아저씨.. 급기야 그 물건때문에 소녀마저 인질로 잡히고 이에 아저씨 '차태식'은 세상밖으로 나선다. 친구가 된 소녀 '소미'를 구하기 위해서 그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그의 감성액션은 쉴새없이 펼쳐진다.

극중 전직 특수요원 출신답게 그의 액션은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단순히 치고 박는 수준이 아니다. 스피드하면서도 지극히 사실적이다. 즉, 액션의 설명을 인용해보면 '때릴 때 동작이 화려하지 않고 때리는 사람과 맞는 사람 사아의 간격을 최대한 짧게 만들어서 액션이 최단거리에서 나가며 짧고 강렬한 직선 동작의 액션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전통 무술인 부르나이 실라트, 필리피노 칼리, 아르니스등 기존에 소개되지 않은 무술액션으로 보는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또 이것은 기존 한국 액션 영화에서 한번도 본적이 없는 그림들이다. 그래서 원빈은 이를 위해 몇 달을 무술연습에 몰두했고, 직접 모든 액션을 소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액션만 가지고 말하면 이 영화는 슬퍼진다. 그 액션속에서 소녀를 구하기 위한 일념의 눈빛 그리고 무표정하고 임팩트한 짧은 대사와 중저음에 가까운 목소리.. 역시 분위기 사는 킬러답다. 아니.. 마틸다를 구한 레옹처럼 그는 소녀의 수호신이자 키다리 아저씨였다. 과연, 세상을 등지고 살던 아저씨 '차태식'은 세상밖으로 뛰쳐나와 인질로 잡힌 소녀 '소미'를 구할 수 있을까.. 못 구한다면 이 영화는 많이 불편해질 수도 있기에 보는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엔딩을 마음껏 제공했다.

그런 모습은 마치 슬래셔급 공포영화처럼 잔혹한 영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선혈이 낭자하다. 단순한 액션이 아닌 날카로운 칼날 액션과 총기액션, 사람의 급소만을 몇 번 접이식?으로 공격해 죽이는 우리에게 소개되지 않은 동양 무술액션을 펼치는 인간 병기 '차태식'.. 바로 남성액션의 극치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원빈이 고생한 보람이 있었고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렇게 영화는 액션 느와르를 표방하며 도끼로 정수리를 찍고 칼날을 입속에 집어넣는등 잔혹한 액션까지 선보여 감각적인 칼날속에 강렬하고 임팩트한 액션의 쾌감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런 액션속에도 드라마적 요소가 살아있다. 한 남자와 소녀사이의 소통을 통해서 보여지는 셈세한 감성을 자극시켜 슬픔을 극대화시켰다. 그래서, 몇몇 여자분들은 심지어 울기까지 했는데.. 그것은 아마도 그 아저씨와 소녀의 관계속에 설정된 어두운 아픔의 기억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른다. 이제 세상에 남겨진 유일한 내편이 된 아저씨와 소녀.. 그 둘은 이제 유일한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전작 <열혈남아>를 통해서 선 굵은 드라마로 나름의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정범 감독은 이 영화에서 아저씨와 소녀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결국 태식을 구하는 건 소미이다. 어둠 속에 있던 태식을 밖으로 끌어내는 것도, 절망으로 모든 것을 놓으려 했던 태식에게 다시 삶을 찾아준 것도 모두 소미이다" 라고.. 즉, 자신을 세상 밖으로 끌어낸 소녀를 통해 절망에서 구원받는 한 남자의 울림이 있는 드라마를 보여주고자 한 감독의 의도라 할 수 있다. "아저씨까지 미워하면 이 세상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 한 개도 없어..."라는 소미의 대사처럼 말이다.

결국, 이런 메시지를 보더라도 영화는 한 남자가 자신과 유일하게 소통한 한 소녀를 위해서 모든 것을 거는 사람의 '진심'에 관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의 액션조차도 온몸으로 절박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장치로서 활용돼 드라마의 흐름을 유지한다. 또한 영화의 초반부가 과묵한 은둔자와 소녀의 일상을 쫓는 드마라가 주였다면, 중반이후엔 태식이 범죄조직과 대결하는 액션장르로 급변하게 되는데 이것은 전반과 후반이 상충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원빈의 과묵한 이미지와 강렬한 액션은 태식이라는 캐릭터에 효과적으로 오버랩시켜 결국 드라마와 액션의 시퀀스를 버무려 상당한 쾌감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이다.

비록 그것이 잔혹한 액션에 묻혀 거북하다 할지라도 또한 흔한 복수극 응징의 그림이더라도.. 오직 원빈만이 할 수 있는 과묵한 감성 액션의 느와르는 분명 한국 액션영화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액션속에 피어나는 사람과의 소통 그것이 불균질해 보여도 무언가 기묘하고도 매력적인 힘이 느껴지는 그런 <아저씨>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현실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그런 아저씨이지만.. 그런 아저씨를 누구나 한번쯤 꿈꾸지 않을까?...........

ps : 특히 이 영화 엔딩 클로징에 나온 음악 'Mad Soul Child''Dear'는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극 분위기를 한층 돋구는 촉매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솔트 - Sal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먼저, 국내용이 아닌 외국 포스터로 나온 저 그림을 보시라.. 강렬하고 섹시한 미래 여전사로 좀비와 뱀파이어를 무찌른 영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히어로 '밀라 요보비치'를 보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트레이드 마크가 되버린 저 두터운 입술때문에 우리는 그녀가 '안젤리나 졸리'임을 알 수 있다. 명성을 안겨준 대표작 <툼레이더> 시리즈를 통해서 헐리웃 여전사로 등극하고, 또 지금의 남편이 된 브래드피트와 찍었던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서 주부첩보원을 연기하더니 2008년작 <원티드>를 통해서 그녀는 강렬한 액션 이미지로 한층 포스를 날렸다. 

하지만 이 작들은 남성 스타들의 전유물로서 그녀가 주조연을 같이 했다면.. 2년만에 들고나온 신작 <솔트>는 바로 원톱을 내세워 기존의 작품들을 모두 아우르는 존재감적 종합선물세트를 선사했다. 더군다나 영화 초반 나오는 북한군 때문인지 홍보를 위해 이주에 방한까지 한 그녀.. "난 본드걸이 아니라 본드가 되고 싶다"며 007 출연도 거절한 그녀가 유일하게 선택한 영화.. 아니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졸리식 액션 느와르.. 기존의 전사적 이미지가 아닌 진짜 액션속 첩보원으로 분한 그녀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국가를 위해 엄청난 공을 세운 전력의 CIA 요원 '에블린 솔트'(안젤리나 졸리). 첩보를 주겠다며 전향한 러시아 정보원을 취조하던 중 그 정보원에게 이중첩자로 지목당한 그녀.. CIA 요원의 명예와 보이지 않는 조직의 포위망을 피해 도주한 그녀는 남편을 구출하고자 자신을 쫓는 동료들보다 한발 앞서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그동안 공작원으로서 익힌 모든 기술을 동원하는데.. 결국, 조직과 동료들에게 추적당하는 솔트.. 그런데, 그녀의 진짜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그런데, 영화의 서막은 북한군에게 취조와 고문을 당하는 솔트를 보여준다. 그리고 동료 윈터(리브 스라이브)가 만신창이가 된 그녀를 빼내면서 솔트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먼저, 이 영화는 기존의 첩보물 시리즈로 잘 알려지고 유명한 <본 시리즈>의 시퀀스를 십분 차용한 느낌이다. 즉 내가 누구이고 나의 목표물은 무엇이며 나는 누구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가.. 이 영화 <솔트>도 이런 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사실, 영화를 보기전 졸리가 선보인 액션 첩보물로만 알았는데.. 이 장르에 '스릴러'라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건 보고나서 알았다. 그렇다.

이 영화는 액션도 액션이지만 스릴러적 요소가 있다. 스포일 수도 있지만 영화 초반에 나오기에 밝힌다면 물론 트레일러 영상에도 나온다. 취조를 하던 러시아 요원으로 인해 단박에 신분이 CIA요원에서 러시아 요원으로 밝혀지면서 그녀는 궁지에 몰린다. 바로 그녀를 잡아들이려는 CIA 요원들.. 하지만 그녀는 맥가이버식 폭탄제조로 그곳을 벗어나고 이때부터 그녀의 사투가 벌어진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정말 러시아 스파이로서 궁극의 목표인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한 것일까.. 계속 그녀의 동선을 쫓으며 위험천만한 액션을 보인다.

맨발로 건물의 외벽을 거뜬히 타는가 하면 시가전 추격전에서 달리는 트럭 지붕 위에서 유조차로 몸을 던지는 고난이도 액션은 물론이요, 한번 잡히고서 경찰차로 호송중에 탈출하는 모습등 총싸움과 격투기는 기본이고, 지하 엘리베이터 장면에서 펼치는 아찔한 점프까지.. 매 순간 졸리의 액션은 이어지니 이런 역을 어느 여배우가 하겠는가.. 이 부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액션으로만 점철된 영화가 아니다. 분명 그런 솔트를 비추며 그녀의 첩보원으로서 삶을 좇는다. 바로 냉전시대 구소련의 KGB 요원중에서도 특수요원으로 발탁돼 어린시절부터 키워진 인간 비밀병기들.. 그녀가 바로 그런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여기 미국 CIA요원으로 잠입해 이중첩자로서 활약을 하며 위기에 몰린 자신은 물론, 국가를 위해서 아니 자신을 위해서 목숨을 담보로 한 사투를 펼치는 것이다. 물론, 그 속에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외적 관계 모색에서 탈냉전 시대에 아직도 암약중인 이중 스파이에 대한 그림을 그리며 어찌보면 진부한 소재이지만 나름 스릴감있게 펼쳐냈다. 그것은 이 작품을 연출한 '필립 노이스' 감독의 역량으로 대표적 정치 스릴러물로 호평받은 <긴급명령>, <패트리어트 게임>을 통해서 이미 입지를 굳히며.. 이번 작품을 통해서 '졸리'라는 여전사의 대표배우와 함께 자신의 전공을 살려 헐리웃 블록버스터급으로 확장한 결과물인 셈이다.

아무튼 보는내내 스릴감에 진땀이 나기 보다는.. 별다른 수식없는 연속적인 액션속에서도 왜 그녀는 러시아 스파이가 되었을까.. 그리고 왜 그녀는 양국의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을까.. 정작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또 CIA시절 그녀와 함께 한 동료는 어떤 존재였는지등.. 그런데, 이런 것들이 기존 이중 스파이의 고뇌처럼 식상한 소재이긴 하다. 하지만 기존에 다루거나 본 느낌하고는 조금은 달라보인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정체를 들켜서인지 아니면 누명을 벗기 위해서인지 모를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 선 그녀의 진짜 정체를 시작부터 끝까지 주목을 시켰다는 점이다.

그것은 마치 영화상에서 솔트의 외모가 금발과 흑발을 대변하듯 이중적 캐릭터를 연기하며 마치 선인과 악인이 공존하는 매력적 캐릭터의 정체를 스토리의 축으로 했다는 점과, 그 축을 마지막 반전의 키워드로 이야기의 구조적 매력을 통해서 비밀스런 비밀요원을 쫓는 재미를 배가시켰다는 것이다. 그것은 종국에는 그녀만이 감추웠든 비밀요원 본성의 발현이기도 한 셈인데.. 물론, 결과는 마지막에 나온다. 정작 솔트가 원하는 궁극의 삶은 무엇이었는지 말이다. 어찌보면 그녀의 그런 첩보적 삶은 계속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작품도 시리즈도 간다는 것일까.. 그런데, 정작 모를 일이다.
모두 다 해치워야 하기에 말이다. 여튼, 졸리 짱~~ 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셉션 - Incepti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개봉전부터 아니 이미 시사회를 통해서 극찬을 달렸던 '인셉션'이 이번주에 개봉하면서 역시나 평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다. 적어도 나를 포함해서 넷상에 기록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영화에 대해서 나름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안되는 이 묘한 분위기.. 이미 16살에 초안을 떠올리고 25년을 꿈꿔온 프로젝트는 2000년작 <메멘토>를 통해서 세상에 이름을 알린 '크리스토퍼 놀란'감독.. 전작 배트맨 시리즈와는 차별화를 둔 2008년작 <다크나이트>로 방점을 제대로 찍은 그 '놀란' 감독이 자신의 이름처럼 놀랄만한 신작 <인셉션>을 들고 보무도 당당하게 나타났다. 

그런데, 이 영화는 2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으로 만들어진 헐리웃 블록버스터급의 영화라는 홍보도 있지만 영화의 큰 주제인 '꿈'이라는 어찌보면 흔하디 흔한 소재를 놀란 감독의 특유의 메시지를 담아 거대하고 담대하게 그만의 스타일로 버무려 그려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화두가 되고 있다. 사실, 인간은 누구나 꿈은 꾼다. 그 속에서 인간은 무한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현실과는 다른 세계 아니면 현실과도 같은 모습으로 우리네 심상의 투영을 '뇌'라는 머신?에 맡겨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것은 눈을 감고 잠든 순간 의식이든 무의식든 표출돼 모호함과 이중성에서 우리는 또 다른 세계를 맞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만이 꿈꾸며 존재하는 세상과 세계.. 그런데, 이 꿈속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침투해 지배하고 바꾸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바로 여기서 이야기의 출발이 나오는 것이고, 영화적 상상력에 의해서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는 그림으로 그것이 바로 이 영화 <인셉션>이 던진 화두이자 플롯이다. 먼저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로 타인의 꿈과 접속해 생각을 빼낼 수 있는 미래사회.‘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생각을 지키는 특수보안요원이면서 또한 최고의 실력으로 생각을 훔치는 도둑이다. 우연한 사고로 국제적인 수배자가 된 그는 기업간의 전쟁 덕에 모든 것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임무는 머릿속의 정보를 훔쳐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머릿속에 정보를 입력시켜야 하는 것! 그는 ‘인셉션’이라 불리는 이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강의 팀을 조직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게임, 하지만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



이렇게 영화는 꿈에 접속해 타인의 생각을 빼내 이식과 주입시키는 조작을 한다. 그 행위의 추출자는 '코브'로 컴퓨터 시스템으로 치면 '해커'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도구가 여기서는 '드림머신'으로 나오고 그 기계를 통해서 코브가 모은 주인공들 이른바 '드림팀'은 꿈속의 탐사를 떠난다. 그런데, 단지 꿈속에서 몽환적인 항해라면 그렇게 대단하지 않을 수 있다. 보통의 최면술로 자기 안의 꿈을 꾸듯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꿈속의 꿈이라는 설정.. 바로 꿈속에서 또 꿈을 꾸고, 꿈속의 꿈속에서 또 다시 꿈을 꾸는등 단계별 다층적인 구도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종횡무진 꿈탐사를 펼친다.

더군다나 현실에서의 5분은 첫 번째 꿈속에선 1시간이고, 꿈속의 꿈에서는 몇 개월이고, 꿈속의 꿈속의 꿈속에서는 몇 년이라는 설정 등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설정에도 불구하고 집중을 하지 않으면 무엇이 현실이고 꿈인지 모를 정도로 난잡?한 구도가 이면에 깔려있다. 또한 영화 초중반까지는 이런 꿈에 침투하기 위한 단계별 배경 안내를 해주는 그림은 다소 지루함이 있다. 그것은 마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강좌를 듣듯 꿈속의 전문?용어들.. 현실인지 꿈속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자기만의 도구인 '토템', 꿈을 공유하다가 깨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기억만이 가라앉은 밑바닥의 그곳 '림보', 꿈에서 강제로 깨어나게 하는 강한 충격 '킥' 등.. 잠깐 놓치면 헤어나기 힘든 구조다.

하지만 중반 이후 블록버스터의 위용을 자랑하듯, 도시가 접히는등 시가전은 물론이요, 영화 <매트릭스>에서 보듯 무중력 상태에서 격투씬과 설원에서 시원한 한바탕 총격전, 해안절벽의 붕괴등, 분명 눈요기감의 그림들은 볼만하다. 단, 이런 비주얼이 초중반과 상충돼 보이는 그림들의 연출로서 블록버스터로 가기위한 의도적인 연출이라는 생각도 든다. 여튼, 드림팀의 수장 '코브'는 기업 합병을 막기위한 후계자의 꿈속에 침투해 그 안에서 자기안의 또다른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임무 달성을 위해서 무던히도 노력한다. 하지만 그 노력의 끝은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헤매는 블랙홀처럼 빠져들며 허우적댄다.



결국, 완벽하게 꿈을 설계됐다고 생각했던 이들의 계획은 생각치도 못했던 변수로 인해 틀어지기 시작한 가운데.. 영원히 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무의식에 갇혀버릴지도 모르는 생애 최악의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과연 이들은 이 불가능한 게임에서 반드시 살아 나갈 수 있을까.. 또한 코브는 주어진 임무를 마치고 꿈속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 아니면 여전히 그 꿈속을 헤매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마지막 결말에서 놀란 감독은 관객에 상상에 맡기듯 화두를 툭 던져버렸다. 이것이 지금 꿈일까 아닐까 식으로 말이다.

그것은 마치 장자의 '나비의 꿈'에서 장자가 나비가 됐던 꿈에서 깨보니 내가 나비였는지 나비가 나였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고 말했던 '호접몽'(胡蝶夢)과 같은 다분히 철학적인 분위기로 그려내며 그것을 영화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감독의 역량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물론 그런 연출은 감독 스스로 늘 꿈이라는 소재에 흥미를 느끼며 꿈속 세계는 생각하는 대로 창조되는 공간이라고 언급한 그의 모토가 저변에 깔려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영화상에서 작전의 무대가 될 꿈을 설계하고 현실 속 시공간의 개념이 사라진 제 3의 세계를 만들어낸 그 기발한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꿈의 세계를 창조하며 다층적이고 견고하게 시각화 시켰다는 점에서 분명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영화적으로 꿈을 풀어낸 방식에는 꿈이 도리어 부메랑이 된 느낌으로 꿈 속의 꿈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이야기 구조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꿈과 현실의 모호함과 의아함을 자아내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는 열린 결말과 '킥', '토템', '림보' 등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꿈의 개념들이.. 단순하고 명쾌한 헐리웃 블록버스터를 나를 포함해서 좋아하는 이들에게 크게 어필이 될지는 의문이다. 즉, 쉽게 대중적으로 확 와닿는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물론, 영화 전문가들 눈에는 좋게 보일지 몰라도..

즉, '꿈'이라는 판타지적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꿈속의 꿈이라는 다층적 침투조를 만들어낸 감독의 역량은 인정하나 그 복잡한 꿈속의 이야기가 마치 블랙홀처럼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싶다. 물론, 헤어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여기에서 만큼은 그 꿈은 꿈으로서 이루어진다는 역설이 깔린 함의를 던졌다. 그것은 마치 블랙홀처럼 빠져드는 그 미지의 꿈속의 세계.. '꿈의, 꿈에 의한, 꿈을 위한''꿈의 탐사적 오딧세이'는 그렇게 우리네 꿈속을 지금도 흔들고 있다.

눈을 감는 순간에는 언제나 말이다. 레드 썬~~ 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법사의 제자 - The Sorcerer's Apprentic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책이나 영화에서 판타지적 소재중 하나인 '마법'처럼 좋은 이야기꺼리도 없다. 손에서 에네르기 장풍이 나가고 땅에서는 변신과 축지법을 하늘에서는 마음껏 날으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모습들.. 그래 다 좋다. 적어도 꿈과 희망을 싸랑하는 어린이들에게는 "와~~" 하는 순간이다. 그 유명한 '해리포터' 시리즈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는 판타지적 영원한 소재로 우리네 상상력을 자극시켰다. 적어도 헐리웃 영화에서 판타지류의 단골소재라면 해리포터처럼 '마법'일 것이다.

그리고 이 마법은 계속 진일보하면서 고대속 중세속 현대속 또 마지막 미래까지 계속 마르지 않는 샘처럼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다. 그런 이면에는 아마도 마법을 부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자리 잡은 것이 아닐까.. 자신은 물론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졌을때 구할 수 있는 그 무한의 마법술.. 그 마법술이 이번에는 뉴욕 맨하튼 한 복판에서 벌어졌으니 바로 <마법사의 제자>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영화 <마법사의 제자>는 전세계적으로 나름 성공했던 어드벤처물 흥행작 <내셔널 트레져> 1, 2편의 주역이었던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와 존 터틀타웁 감독,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을 맡아 완성한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블록버스터로 오래된 선과 악의 대결, 즉 마법을 통해 인류를 구원할 자와 인류를 지배하려는 악당이 맞붙으며 그 한가운데 뛰어들게 된 마법사와 그의 제자가 겪는 모험담이라고 소개했던 이 영화..

전작 <내셔널 트레져>를 통해서 어드벤처 액션 모험담을 제대로 보여준 케이지 형님이 다시 주연을 맡으며 실력좋은 위대한 마법사 '발타자'로 나온다. 그리고 그는 수제자 '데이브'를 거둬 어둠의 마법사 '맥심'과 멋진 한판 대결을 벌인다는게 이 영화의 시놉시스다. 뭐.. 기존에 이런 유의 판타지 '마법'시리즈 영화들처럼 선과 악이라는 구도는 크게 달라 보일게 없다는 생각이다. 얼마나 참신한 소재로 판타지스럽고 액션너블하게 그리는 것이 관건일뿐.. 그런데, 볼때마다 신선한게 없이 식상할 뿐이다. 내용 전개도 거의 비슷하고, 여기 이 영화는 그런 답습에 제대로 방점을 찍었다. 

 

   
  아주 오래전 어느 마법사가 있었다. 그 마법사들 가운데 선한 자와 악한 자가 그렇게 싸우다가 서로 호리병에 갖히는 신세가 된다. 세월이 한참 흐른 후 봉인이 풀리듯 그들이 세상에 나온다. 그러면서 선한 마법사는 스승님의 유지를 받들어 제자를 찾아 나서고 어느 찌질한 제자를 거두어 그에게 마법술을 가르친다. 그런데, 그 제자는 처음에는 싫어하지만 너만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기에 무작정 뛰어든다. 그러면서 그 찌질한 제자는 점찍어 놓았던 여친과 사이가 좋아지고, 급기야 스승과 제자는 악으로 대표되는 마법사를 엣지있게 물리친다. 하지만 스승은 그 과정에서 죽지만 이제는 실력있는 제자가 스승을 다시 살리면서 해피엔딩.. 결국, 사랑에 골인한 그 제자와 여친의 딥키스로 마무리 된다. ㅎ
 

이와 같이 이 영화의 줄거리를 보듯이 기존에 봐왔던 판타지 마법 소재들의 클리셰들이다.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그런 예측가능한 그림들을 전혀 비켜가지 않은 채 그대로 보여주었다. 역시나 인간의 무한 상상이 만들어 낸 판타지적 마법의 세계는 다 똑같았단 말인가.. 그래도 그 마법을 통해서 인류를 구원하는 영웅이 등장한다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그런 영웅류하고는 다르다. 그냥 한 소년이 마법을 통해서 여친 공략의 성공기일뿐..

더군다나 니콜라스 케이지때문에 기대했던 영화는 전작 <킥 애스>를 보는 듯한 구조가 얼핏 느껴짐 속에 비주얼적 마법스런 판타지도 그저 그럴뿐.. 새로움이 없이 참 아쉬운 영화가 아닌가 싶다. 결국, '마약같이 빠져드는 마법의 세계, 마법같이 한번 쓰면 다시 쓰게 되는 마약'처럼.. 마약과 마법은 뗄수 없는 그런 행위적 표출의 공통점이 있다. 아닐 수도 있지만.. 여튼, 다 좋다.

이제는 새로운 마법을 보여줄때가 됐다. 비주얼도 좋지만 식상하지 않는 참신한 소재를 원한다. 그래야 보는이로 하여금 그 마법을 통해서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얻는게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이렇게 무더운 여름 날에는 말이다. "괜히 봤어.. 괜히 봤어.. 뾰로롱~~" 해리포터 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7월 3주
이끼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판에서 명성을 가져다 준 '투캅스', '공공의 적', '실미도'등으로 잘 알려진 연출자 '강우석' 감독이 전작들처럼 사회풍자식의 대중성있는 코미디 액션이 아닌 이번에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그것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서스펜스를 가득 탑재한 스릴러물이다. 어찌보면 첫 시도하는 장르연출인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윤태호 원작의 인기 웹툰 <이끼>를 영화화했으니 말이다. 어찌보면 영화와 만화는 비주얼적 측면에서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장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원작의 아우라가 좋고 제목처럼 음습한 분위기에 제대로 된 스릴러 웹툰을 보여주었다는 호평이 많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강우석식 대중성을 가미한 스릴러를 표방한 영화답게 그림이 나온 느낌이다. 극중 유해진 때문에 간간히 실소를 자아내기도 하는데.. 아무튼, 난 아쉽게도 원작을 보지 못한 채 오로지 줄거리만 알고 2시간 반이 넘는 그 마을로 '농촌스릴러' 여행을 떠났으니.. 그 마을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한번 살펴보자.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20년간 의절한 채 지내온 아버지 유목형(허준호)의 부고 소식에 그가 거처해 온 시골 마을을 찾은 아들 유해국(박해일),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고 마침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껴왔던 해국은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마을에 남기를 원하는데.. 그의 선언에 마을 사람들은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낸다. 단 한 사람 천용덕(정재영) 이장을 제외하고, 한번 살아보라고 말하는 이장의 말에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금새 돌변하고 컽보기에는 평범한 시골 노인 같지만, 섬뜩한 키리스마로 마을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듯한 이장과 그를 신처럼 따르는 마을 사람들 결국, 해국은 이곳에 사람들이 모두 의심스럽기만 한데...



이렇게 어느 한 청년이 뜻하지 않게 아버지의 죽음때문에 한 마을을 찾게되고, 그 아버지의 죽음이 무언가 석연치 않음에 마을에 칩거하며 죽음의 원인 파헤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과 사고를 그린 영화다. 그런데, 영화는 아버지의 부고로부터 시작되지 않는다. 때는 거슬러 올라가 1978년 어느 가을.. 지금으로부터 30여년전 유해국의 아버지는 기도원 원장으로 절실한 크리스찬이었고 죄 많은 사람들을 신(神)께 인도하는 착한 목자였다. 바로 그의 삶은 오로지 구원이자 구원만이 살길이었다.

이런 그가 돈을 횡령했다는 모함으로 공공의 적 '강철중'처럼 막가파식 천 형사(정재영)에게 잡혀가 고초를 껵고 결국 수감생활까지 한다. 그리고 천은 유씨에게 제안한다. 우리 한번 같이? 살아보자고.. 리고 세월이 흘러 산 속의 요새같이 생긴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 30여년을 같이 살았던 유씨가 죽는다. 이장부터 해서 마을사람들은 어찌된 거냐며 안타까워 하는데.. 이 부고 소식을 듣고 찾아온 유씨의 아들 유해국.. 장례만 치르고 다시 서울로 올라갈 줄 알았던 그가 마을에 남겼다면서 이장부터 다른 사람들은 해국을 경계한다. 그것도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듯이 말이다.

바로 이장의 지시가 있었으니.. 그는 전직 형사 출신으로 끄나풀도 많고 불린 재산도 많아 이 마을을 좌지우지하는 신(神)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그의 말 "이 마을에선 내가 시작이자 끝이다."처럼 말이다. 이렇게 한 마을의 신적인 존재이자 날선 카리스마의 소유자인 비밀스런 천용덕 이장을 비롯해 극중의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중심을 이룬다. 특히 이장의 켵에 수족처럼 따라다니는 오른팔로 동네 대소사를 모두 책임지는 순박한 마을 청년 김덕천(유해진)..

그리고 과거 살인 경력으로 천 형사 손에 이끌려 또 유목형 목자에게 인도돼 참회의 삶을 살고 있는 전석만(김상호)과 하성규(김준배), 하지만 둘은 참회라는 속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본연의 악의 본성을 드러낸 인물이 되고 만다. 그리고, 이 마을에서 유일한 여성 주민이자 슈퍼 주인 이영지(유선), 그런데 그녀는 여기 사건과 관계없는 듯 보이지만 그녀는 제 3자의 시선으로 이 사건을 목도하는데.. 그리고 주인공 유해국때문에 지방으로 좌천된 박민욱(유준상) 검사, 박검사는 유씨를 미워하지만 범인은 검거때문에 그와 손을 잡는다.



이렇게 이 마을은 유해국을 내쫓으려는 순간부터 무언가 음습하고 비밀스런 분위기로 전환된다. 그리고, 유해국은 아버지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면서 맞딱뜨리게 된 살해의 공포, 그리고 그 모든 현장을 목도한 한 여자와 이런 사건을 높은 성에서 내려다 보는 전지전능한 영주처럼 지시내린 이장, 그리고 그런 이장에 맞서 죽기전까지 구원의 삶을 끝까지 놓치 못하면서 자기안의 또 다른 본능에 시달려온 해국 아버지 유목형.. 결국 유씨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아니 30여년전 시작된 유씨와 천씨 둘의 관계는 어찌돼서 이렇게 파국을 맞이한 것일까..

과연, 아들 해국은 아비를 누가 죽였는지 또 그 죽음의 원인은 무엇인지 밝힐 수 있을까.. 결말에 밝혀지지만 결말도 좀 함의적 연출이라 뭐라 말하기가 그렇다. 아무튼, 영화상의 큰 대결구도는 어찌보면 유목형과 천용덕 이장으로 압축될 수 있고, 30년전부터 시작된 악연이 이어져 오며 같은 하늘 아래 한 곳에 모여살면서 하나는 신께 구원의 길을 찾아 신이 되려는 사람과 하나는 그런 신이 아닌 인간의 신으로 군림하며 살려는 사람의 욕망이 충돌하면서 빚어진 비극적 이야기 <이끼>.. 

그것은 인간사 가장 더러운 진면목들이 여기 낯선 시골 마을에 뭉쳐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그런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베트남전, 부동산 투기, 수상쩍은 기도원, 경찰과 검찰로 대표되는 공권력의 폭력 행사, 자력구제할 수 없는 소녀를 마을 남자들이 집단으로 강간하는 사건까지.. 어느 한 구석에는 반드시 '걸려든다'는 이 불편한 진실들로 포장된 더러움이 결국 파멸과 구원의 양 갈래로 치닫으며 바위틈속에 착 달라붙어 낀 이끼처럼 욕망이 꿈뜰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욕망은 지워도 지워지지 않게 음지의 습한 곳에서 계속 자라나며 인간의 욕망을 옭아매고 있다. 결국, 그것이 구원과 파멸의 길일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영화 <이끼>가 주는 메시지는 제목처럼 사람은 이끼처럼 살아가는 욕망의 덩어리라 말하고 있다. 여기 천용덕 이장과 마을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런 연출은 기존의 강우석식 작품들과는 또 다른 깊이있는 사람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는 그의 의도대로 다소 어둡게 극을 전개시켰다.

또한 극의 중반까지 스릴러적 긴장감을 유지하려는 흔적속에 곳곳에 얹혀진 특유의 유머를 통해 '진실의 게임'으로 치닫는 드라마적 요소를 보다 효과적으로 몰입과 이완을 교차시키는 능숙한 연출을 선보인점은 돋보였다. 하지만 원작과는 다른 느낌으로 묵직함대신 헐거운듯 조여주는 대중성을 가미한 스릴러로 그렸기에, 사실 본연의 스릴러로 보기에는 어렵다.

더군다나 중간중간에 뜬금없이 튀어나온 유머는 어찌보면 장르적 쾌감을 분산시킬뿐.. 전체적인 구도도 서스펜스가 음습한 스릴러보다는 이낀 낀 사람들의 욕망을 드라마적으로 표출한 '선과 악'의 대결구도에 어느 한 마을의 비밀스런 이야기 정도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어찌보면 더 대중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영화 <이끼>.. 2시간 반이 넘는 런닝타임이 지루하진 않았지만, 2시간 정도로 연출해 스피드하고 스릴감있게 전개했다면 '바위틈에 낀 묵은 이끼'처럼 더 음습했을텐데 아쉽다. 이것이 나의 평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