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 The Man from Nowher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세상을 등지고 자기 스스로 조그만 전당포라는 감옥에 갇혀사는 남자. 그는 세상과 소통을 거부한다. 하지만 그에게 유일하게 말을 걸고 친구가 되고자 했던 한 소녀가 있다. 그 어린 소녀만이 그에게 유일한 소통의 매개체였지만 그는 동굴을 벗어나 세상밖으로 좀처럼 뛰쳐나오지 않는다. 단지 그 소녀가 '아저씨'를 절박하게 부르기 전까지 말이다. 과연, 그 아저씨는 그 소녀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또 아저씨에게 소녀는 어떤 존재였을까.. 이런 물음을 시작으로 아저씨의 감성액션을 마음껏 표출한 영화 <아저씨>다.

알다시피 기존 전작들 <킬러들의 수다>, <태극기를 휘날리며>, <마더>등을 통해서 역할 변화를 시도했지만 아직까지는 미소년의 이미지가 많았던 원빈.. 그가 이번에는 아저씨로 분연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보는 동네의 펑퍼짐한 배불뚝이 아저씨가 아니다. 덥수룩한 헤어스타일에 무표정한 모습에도 분위기가 사는 그런 엣지있는 아저씨다. 보편적인 칭호였던 '아저씨'가 한 순간에 그를 통해서 판타지로 변모한다. 그래서 영화는 이 비범하고 엣지있는 '아저씨'의 무미건조한 일상을 좇는다. 그런데 그 일상이 만만치 않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불행한 사건으로 아내를 잃고 세상을 등진 채 전당포를 운영하며 외롭게 살아가는 전직 특수요원 태식(원빈). 찾아오는 사람이라곤 전당포에 물건 맡기러 오는 사람들과 옆집 소녀 소미(김새론) 뿐이다. 엄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언제나 혼자 있는 소미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태식은 소미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던 중 소미의 엄마가 범죄에 연루되고, 범죄조직은 소미를 인질로 잡아가고 만다. 태식은 소미를 구하기 위해 범죄조직과 거래를 하게 되고, 이로 인해 경찰마저 태식을 추격하게 된다.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범죄조직의 중심에 다가서면서 베일에 싸여있던 태식의 비밀스런 과거도 함께 드러나게 되는데...



이렇게 영화의 줄거리를 보면 기존의 범죄 액션물에서 많이 봐온 그림이다. 평범하게 아니 세상과는 담쌓고 사는 한 사람이 있고, 그러다 주변의 인물이 살해되거나 납치되는등 위험에 처해지면서 그의 특수한 전력이 들어나고 급기야 실력발휘를 하며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그런 흔하디 흔한 범죄액션물 말이다. 이것도 그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렇게 단순히 범죄 액션물로 치부되기에 아까운 그런 아우라가 느껴진다. 원빈은 전작 <마더>에서 보여주었던 저능아의 모습에서 180도 이미지를 바뀌며 스크린을 압도했다. 저 눈빛처럼 말이다. 역시 배우는 눈빛이다.

그 눈빛은 바로 세상에 남겨진 유일한 내편이자 친구였던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한 응징이자 강렬한 처단을 암시하는 눈빛이었고, 피칠갑이 돼 안보일 때까지 그의 응징은 계속되었다. 내일이 아닌 오늘만 보고 살아가는 그였기에 말이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아저씨와 한 소녀.. 그 소녀의 엄마가 마약조직에 연루되고 그 장물이 자신의 전당포에 맡겨지면서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된 아저씨.. 급기야 그 물건때문에 소녀마저 인질로 잡히고 이에 아저씨 '차태식'은 세상밖으로 나선다. 친구가 된 소녀 '소미'를 구하기 위해서 그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그의 감성액션은 쉴새없이 펼쳐진다.

극중 전직 특수요원 출신답게 그의 액션은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단순히 치고 박는 수준이 아니다. 스피드하면서도 지극히 사실적이다. 즉, 액션의 설명을 인용해보면 '때릴 때 동작이 화려하지 않고 때리는 사람과 맞는 사람 사아의 간격을 최대한 짧게 만들어서 액션이 최단거리에서 나가며 짧고 강렬한 직선 동작의 액션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전통 무술인 부르나이 실라트, 필리피노 칼리, 아르니스등 기존에 소개되지 않은 무술액션으로 보는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또 이것은 기존 한국 액션 영화에서 한번도 본적이 없는 그림들이다. 그래서 원빈은 이를 위해 몇 달을 무술연습에 몰두했고, 직접 모든 액션을 소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액션만 가지고 말하면 이 영화는 슬퍼진다. 그 액션속에서 소녀를 구하기 위한 일념의 눈빛 그리고 무표정하고 임팩트한 짧은 대사와 중저음에 가까운 목소리.. 역시 분위기 사는 킬러답다. 아니.. 마틸다를 구한 레옹처럼 그는 소녀의 수호신이자 키다리 아저씨였다. 과연, 세상을 등지고 살던 아저씨 '차태식'은 세상밖으로 뛰쳐나와 인질로 잡힌 소녀 '소미'를 구할 수 있을까.. 못 구한다면 이 영화는 많이 불편해질 수도 있기에 보는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엔딩을 마음껏 제공했다.

그런 모습은 마치 슬래셔급 공포영화처럼 잔혹한 영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선혈이 낭자하다. 단순한 액션이 아닌 날카로운 칼날 액션과 총기액션, 사람의 급소만을 몇 번 접이식?으로 공격해 죽이는 우리에게 소개되지 않은 동양 무술액션을 펼치는 인간 병기 '차태식'.. 바로 남성액션의 극치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원빈이 고생한 보람이 있었고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렇게 영화는 액션 느와르를 표방하며 도끼로 정수리를 찍고 칼날을 입속에 집어넣는등 잔혹한 액션까지 선보여 감각적인 칼날속에 강렬하고 임팩트한 액션의 쾌감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런 액션속에도 드라마적 요소가 살아있다. 한 남자와 소녀사이의 소통을 통해서 보여지는 셈세한 감성을 자극시켜 슬픔을 극대화시켰다. 그래서, 몇몇 여자분들은 심지어 울기까지 했는데.. 그것은 아마도 그 아저씨와 소녀의 관계속에 설정된 어두운 아픔의 기억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른다. 이제 세상에 남겨진 유일한 내편이 된 아저씨와 소녀.. 그 둘은 이제 유일한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전작 <열혈남아>를 통해서 선 굵은 드라마로 나름의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정범 감독은 이 영화에서 아저씨와 소녀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결국 태식을 구하는 건 소미이다. 어둠 속에 있던 태식을 밖으로 끌어내는 것도, 절망으로 모든 것을 놓으려 했던 태식에게 다시 삶을 찾아준 것도 모두 소미이다" 라고.. 즉, 자신을 세상 밖으로 끌어낸 소녀를 통해 절망에서 구원받는 한 남자의 울림이 있는 드라마를 보여주고자 한 감독의 의도라 할 수 있다. "아저씨까지 미워하면 이 세상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 한 개도 없어..."라는 소미의 대사처럼 말이다.

결국, 이런 메시지를 보더라도 영화는 한 남자가 자신과 유일하게 소통한 한 소녀를 위해서 모든 것을 거는 사람의 '진심'에 관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의 액션조차도 온몸으로 절박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장치로서 활용돼 드라마의 흐름을 유지한다. 또한 영화의 초반부가 과묵한 은둔자와 소녀의 일상을 쫓는 드마라가 주였다면, 중반이후엔 태식이 범죄조직과 대결하는 액션장르로 급변하게 되는데 이것은 전반과 후반이 상충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원빈의 과묵한 이미지와 강렬한 액션은 태식이라는 캐릭터에 효과적으로 오버랩시켜 결국 드라마와 액션의 시퀀스를 버무려 상당한 쾌감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이다.

비록 그것이 잔혹한 액션에 묻혀 거북하다 할지라도 또한 흔한 복수극 응징의 그림이더라도.. 오직 원빈만이 할 수 있는 과묵한 감성 액션의 느와르는 분명 한국 액션영화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액션속에 피어나는 사람과의 소통 그것이 불균질해 보여도 무언가 기묘하고도 매력적인 힘이 느껴지는 그런 <아저씨>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현실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그런 아저씨이지만.. 그런 아저씨를 누구나 한번쯤 꿈꾸지 않을까?...........

ps : 특히 이 영화 엔딩 클로징에 나온 음악 'Mad Soul Child''Dear'는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극 분위기를 한층 돋구는 촉매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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