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 Incepti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개봉전부터 아니 이미 시사회를 통해서 극찬을 달렸던 '인셉션'이 이번주에 개봉하면서 역시나 평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다. 적어도 나를 포함해서 넷상에 기록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영화에 대해서 나름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안되는 이 묘한 분위기.. 이미 16살에 초안을 떠올리고 25년을 꿈꿔온 프로젝트는 2000년작 <메멘토>를 통해서 세상에 이름을 알린 '크리스토퍼 놀란'감독.. 전작 배트맨 시리즈와는 차별화를 둔 2008년작 <다크나이트>로 방점을 제대로 찍은 그 '놀란' 감독이 자신의 이름처럼 놀랄만한 신작 <인셉션>을 들고 보무도 당당하게 나타났다. 

그런데, 이 영화는 2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으로 만들어진 헐리웃 블록버스터급의 영화라는 홍보도 있지만 영화의 큰 주제인 '꿈'이라는 어찌보면 흔하디 흔한 소재를 놀란 감독의 특유의 메시지를 담아 거대하고 담대하게 그만의 스타일로 버무려 그려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화두가 되고 있다. 사실, 인간은 누구나 꿈은 꾼다. 그 속에서 인간은 무한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현실과는 다른 세계 아니면 현실과도 같은 모습으로 우리네 심상의 투영을 '뇌'라는 머신?에 맡겨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것은 눈을 감고 잠든 순간 의식이든 무의식든 표출돼 모호함과 이중성에서 우리는 또 다른 세계를 맞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만이 꿈꾸며 존재하는 세상과 세계.. 그런데, 이 꿈속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침투해 지배하고 바꾸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바로 여기서 이야기의 출발이 나오는 것이고, 영화적 상상력에 의해서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는 그림으로 그것이 바로 이 영화 <인셉션>이 던진 화두이자 플롯이다. 먼저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로 타인의 꿈과 접속해 생각을 빼낼 수 있는 미래사회.‘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생각을 지키는 특수보안요원이면서 또한 최고의 실력으로 생각을 훔치는 도둑이다. 우연한 사고로 국제적인 수배자가 된 그는 기업간의 전쟁 덕에 모든 것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임무는 머릿속의 정보를 훔쳐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머릿속에 정보를 입력시켜야 하는 것! 그는 ‘인셉션’이라 불리는 이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강의 팀을 조직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게임, 하지만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



이렇게 영화는 꿈에 접속해 타인의 생각을 빼내 이식과 주입시키는 조작을 한다. 그 행위의 추출자는 '코브'로 컴퓨터 시스템으로 치면 '해커'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도구가 여기서는 '드림머신'으로 나오고 그 기계를 통해서 코브가 모은 주인공들 이른바 '드림팀'은 꿈속의 탐사를 떠난다. 그런데, 단지 꿈속에서 몽환적인 항해라면 그렇게 대단하지 않을 수 있다. 보통의 최면술로 자기 안의 꿈을 꾸듯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꿈속의 꿈이라는 설정.. 바로 꿈속에서 또 꿈을 꾸고, 꿈속의 꿈속에서 또 다시 꿈을 꾸는등 단계별 다층적인 구도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종횡무진 꿈탐사를 펼친다.

더군다나 현실에서의 5분은 첫 번째 꿈속에선 1시간이고, 꿈속의 꿈에서는 몇 개월이고, 꿈속의 꿈속의 꿈속에서는 몇 년이라는 설정 등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설정에도 불구하고 집중을 하지 않으면 무엇이 현실이고 꿈인지 모를 정도로 난잡?한 구도가 이면에 깔려있다. 또한 영화 초중반까지는 이런 꿈에 침투하기 위한 단계별 배경 안내를 해주는 그림은 다소 지루함이 있다. 그것은 마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강좌를 듣듯 꿈속의 전문?용어들.. 현실인지 꿈속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자기만의 도구인 '토템', 꿈을 공유하다가 깨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기억만이 가라앉은 밑바닥의 그곳 '림보', 꿈에서 강제로 깨어나게 하는 강한 충격 '킥' 등.. 잠깐 놓치면 헤어나기 힘든 구조다.

하지만 중반 이후 블록버스터의 위용을 자랑하듯, 도시가 접히는등 시가전은 물론이요, 영화 <매트릭스>에서 보듯 무중력 상태에서 격투씬과 설원에서 시원한 한바탕 총격전, 해안절벽의 붕괴등, 분명 눈요기감의 그림들은 볼만하다. 단, 이런 비주얼이 초중반과 상충돼 보이는 그림들의 연출로서 블록버스터로 가기위한 의도적인 연출이라는 생각도 든다. 여튼, 드림팀의 수장 '코브'는 기업 합병을 막기위한 후계자의 꿈속에 침투해 그 안에서 자기안의 또다른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임무 달성을 위해서 무던히도 노력한다. 하지만 그 노력의 끝은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헤매는 블랙홀처럼 빠져들며 허우적댄다.



결국, 완벽하게 꿈을 설계됐다고 생각했던 이들의 계획은 생각치도 못했던 변수로 인해 틀어지기 시작한 가운데.. 영원히 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무의식에 갇혀버릴지도 모르는 생애 최악의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과연 이들은 이 불가능한 게임에서 반드시 살아 나갈 수 있을까.. 또한 코브는 주어진 임무를 마치고 꿈속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 아니면 여전히 그 꿈속을 헤매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마지막 결말에서 놀란 감독은 관객에 상상에 맡기듯 화두를 툭 던져버렸다. 이것이 지금 꿈일까 아닐까 식으로 말이다.

그것은 마치 장자의 '나비의 꿈'에서 장자가 나비가 됐던 꿈에서 깨보니 내가 나비였는지 나비가 나였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고 말했던 '호접몽'(胡蝶夢)과 같은 다분히 철학적인 분위기로 그려내며 그것을 영화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감독의 역량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물론 그런 연출은 감독 스스로 늘 꿈이라는 소재에 흥미를 느끼며 꿈속 세계는 생각하는 대로 창조되는 공간이라고 언급한 그의 모토가 저변에 깔려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영화상에서 작전의 무대가 될 꿈을 설계하고 현실 속 시공간의 개념이 사라진 제 3의 세계를 만들어낸 그 기발한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꿈의 세계를 창조하며 다층적이고 견고하게 시각화 시켰다는 점에서 분명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영화적으로 꿈을 풀어낸 방식에는 꿈이 도리어 부메랑이 된 느낌으로 꿈 속의 꿈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이야기 구조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꿈과 현실의 모호함과 의아함을 자아내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는 열린 결말과 '킥', '토템', '림보' 등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꿈의 개념들이.. 단순하고 명쾌한 헐리웃 블록버스터를 나를 포함해서 좋아하는 이들에게 크게 어필이 될지는 의문이다. 즉, 쉽게 대중적으로 확 와닿는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물론, 영화 전문가들 눈에는 좋게 보일지 몰라도..

즉, '꿈'이라는 판타지적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꿈속의 꿈이라는 다층적 침투조를 만들어낸 감독의 역량은 인정하나 그 복잡한 꿈속의 이야기가 마치 블랙홀처럼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싶다. 물론, 헤어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여기에서 만큼은 그 꿈은 꿈으로서 이루어진다는 역설이 깔린 함의를 던졌다. 그것은 마치 블랙홀처럼 빠져드는 그 미지의 꿈속의 세계.. '꿈의, 꿈에 의한, 꿈을 위한''꿈의 탐사적 오딧세이'는 그렇게 우리네 꿈속을 지금도 흔들고 있다.

눈을 감는 순간에는 언제나 말이다. 레드 썬~~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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