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의 정원
다치바나 다카시.사토 마사루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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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가족들과 밖으로 피서를 나가도 길에서 몇시간을 보내야하니 짜증밖에 나지 않는다. 그래서 최고의 여름 피서법으로 제일 좋은 것은 독서를 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탁 트인 나무그늘이나 선풍기 바람 시원한 거실에서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는 재미는 여느 피서지의 즐거움 못지않게 좋다.

우리나라는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나오고, 인터넷 사용자 수가 세계 최대라고 자랑을 하지만 한국출판연구소 등이 발간한 독서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의 25%가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평균 독서량은 11.9권에 불과하고,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평균 한 달에 한 권 밖에 책을 안 읽는다. 이럴 때 나라도 책을 읽는 것은 얼마나 귀한일인가!

<知의 정원>은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 만나 각자가 읽은 책을 소개하고 비평하면서 독자들에게 고전적인 교양과 신자유주의의 과잉경쟁 시대에서 살아남는 법 등 엔트테인먼터와 실용적인 교양을 맛볼 수 있도록 해주며 독자들을 知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는데, 그들은 이 시대 청춘들의 멘토로 알려진 다치바나 다카시와 일본의 대표적인 논객 사토 마사루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놀라지 아니할 수 없었다. 그것은 다치바나씨가 소장하고 있는 책이 7~8만권이고, 사토씨는 만 5천권가량 된다고 하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한 수 만권의 장서를 보관하기 위해 도쿄 시내에 고양이 빌딩을 지은 것으로 화제가 됐다고 한다.

<知의 정원>은‘이 분야에는 이런 책이 도움이 되고 저 분야에는 이런 책이 좋은 것이고…’와 같은 단선적인 형태의 독서법 권유 도서가 아니다. 두 사람의 대담은 어떤 분야에서 특정의 화두가 던져지면 거기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브레인스토밍의 화법을 따른다.

또 이 책 <知의 정원>에는 ‘우리의 뇌를 단련하기 위하여’ 그리고 ‘지금, 여기를 살아가기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2개의 북리스트가 각각 1장과 5장 뒤에 수록되어 있다. 첫 번째 목록에서는 소장하고 있는 책 중에서 100권씩을 소개하고, 두 번째 목록에서는 현재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문고와 신서 중에서 100권씩을 추천하고 있다. 이 북리스트에 흥미로운 서평과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사료들을 함께 담아낸 저자들은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역설하며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이 책은 지식을 단순히 합목적적으로 흡수하는 방식을 벗어나 현대의 지식세계를 불연속의 세계가 아닌 연속의 세계로 바라보게 하고, 따라서 지(知)의 전체상을 파악할 수 있게끔 도와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진정한 교양’이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다. 각자의 독서론에서 출발해 전방위로 펼쳐지는 두 사람의 대담은 우리 자신들의 사유와 시대적 배경이 더해져 새로운 지식과 교양으로 탄생할 수 있는 과정을 보여 준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책 읽는 국민이 부국을 이룬다”고 했으며, 키케로는 “사람은 책을 읽음으로써 의식의 싹을 틔우고, 성장하여 꽃을 피운다. 서재가 없는 방이야말로 영혼이 없는 육체와 같다.”고 한 말대로 다치바나 다카시와 사토 마사루는 시대의 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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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목숨 걸지 마라 - 지금 당장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것들
리처드 칼슨 지음, 이창식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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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리차드 칼슨은 세계적인 심리치료사이자 초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또한 그는 행복 만들기 전문가이다. 숨가쁜 경쟁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가던 사람이었지만 결혼 직전에 죽은 절친한 한 친구의 삶을 보면서 스스로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변함없는 똑같은 현실이지만 행복하고 충만한 인생을 사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리처드 칼슨의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를 읽었는데 마음의 평화와 건강을 일깨워주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삶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는 100개의 짧으면서도 큰 울림을 주는 글들로 이루어져 있는 책이었다.

인간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인간 삶에 있어 최상의 가치인 행복을 얻기 위해 우리들은 절치부심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행복을 얻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다.

디지털 기술 하나로 세계적 부를 얻은 빌 게이츠와 주식 투자 인수합병의 대가인 워런 버핏, 세계를 마음대로 움직이는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모두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당신은 행복한가? 라고 물었을 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저자는 <행복에 목숨 걸지 마라>를 통해 진정으로 우리의 행복을 가로막고,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발길을 가로막는 방해물들을 버리는 방법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버려야 한다. 실패, 집착, 슬픔, 불행, 질병, 스트레스, 갈등... 이 모든 것들은 우리의 삶을 불행하게 하고, 우울하게 만드는 걸림돌이며 장해물이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없다. 행복 그 자체가 길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행복은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다. 그리고 이미 당신은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전혀’ 내일도 행복할 수 없다. 행복을 추구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배운 삶의 진리 그리고 이미 당신은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내일도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행복과 희망을 찾고 평화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면서 1부에서는 지금 당장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생각들에 대해 나온다. 불행, 재난, 고통, 슬픔, 의심, 두려움, 중구난방, 불완전함, 파괴, 상처, 아픔, 스트레스, 외면 등 모두 사소한 것들이라고 한다.

2부에서는 지금 당장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감정들에 대해 나온다. 화, 불안, 분노, 질병, 궁핍, 비난, 비효율, 무시, 은퇴, 이혼, 단절, 집착은 사소한 행동이라고 한다.

3부에서는 지금 당장 버리면 행복해 지는 사소한 행동에 대해 나온다. 망설임, 걱정, 위선, 실패, 허둥거림, 불신, 저항, 상실감, 갈등, 부정, 조급증, 적대감, 비관주의는 사소한 행동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된 행복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정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참된 행복을 가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진정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하는 자들은 지금 당장 버리면 행복해 지는 사소한 것들을 버리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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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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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던 용인에서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이 일어났었다. 1987년 8월 29일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에 위치한 오대양(주)의 공예품 공장 식당 천장에서 오대양회사 대표 박순자씨와 가족, 종업원 등 신도 32명이 손이 묶이거나 목에 끈이 감긴 채 집단 자살,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이었다. 수사결과 오대양 대표 박순자는 1984년 공예품 제조업체인 오대양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종말론을 내세우며 사교 교주로 행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순자는 자신을 따르는 신도와 자녀들을 회사내 집단시설에 수용하고, 신도들로부터 170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사채를 빌려 쓴 뒤 원금을 갚지 않고 있던 도중 돈을 받으러 간 신도의 가족을 집단폭행하고 잠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집단자살로 추정됐을 뿐 원인이나 자세한 경위에 대해서는 상세히 밝혀지지 않은 채 수사가 마무리되었다.

소설가 하성란 씨가 10여년 만에 출간한 장편소설 ‘A’(자음과모음)는 이 전대미문의 사건을 소재로 빌려와 그 내막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파헤친다. 소설은 한 시멘트 공장 기숙사에서 24명이 동시에 사망하는 의문의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 현장에 있었던 유일한 생존자인 '나'와 진실을 추적하는 신문기자 최영주를 통해 참혹한 사건의 비밀이 드러나는 과정을 그리는데 배경이 2000년대여서 오대양 사건과는 형태만 비슷할 뿐 많이 다르다.

<에이>의 화자 ‘나’는 떼죽음의 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물이다. 소설은 그 ‘나’가 자신이 암흑 속에서 듣고 겪은 그날의 일을 되풀이해서 글로 옮기는 부분과, 사건이 벌어진 지 몇 년 뒤 ‘나’를 비롯한 ‘신신양회의 아이들’이 재회하여 공동체 생활을 통해 신신양회를 재건하는 부분으로 크게 나누고 있다.

신신양회를 재건한 이들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통하는 신신양회 대표 아래 또래의 많은 여성들이 모여 여인들만의 공동체를 꾸려간다. 이곳의 여인들은 ‘A’가 봉투에 찍힌 편지들을 마음에 드는 남자들에게 보내 공동체 삶을 권유한 뒤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 그들의 ‘정자’만을 자궁에 심어 ‘아비 없는’ 아이들을 낳아 남편이라는 존재 없이 건강하고 현명한 아이를 키우며 여인들끼리 평화롭게 사는 공동체를 꿈꾼다. 여인왕국 'A'의 꿈을 이뤄줄 만한 남자들을 골라 주홍글자 'A'의 이름으로 편지를 보내고 접근해 그들 모르게 아이를 낳아 기른다.

이 공동체가 파경에 이른 것은 ‘어머니’라는 이름의 권력자가 지나친 탐욕을 부렸기 때문이고, 엄마들을 집단 자살로 잃고 난 2세들이 다시 꾸린 두 번째 신신양회 또한 ‘기태영’이라는 구성원 대표가 무리하게 사업 확장을 꾀하면서 점점 몰락의 길로 접어들게 되고 그 후 신도 32명이 시체로 발견된다. 그것으로 신신양회의 화려했던 시절은 막을 내리게 된다. 누가 왜 신신양회를 무너뜨리려고 했는지 그 이유는 지금까지도 숙제로 남아 있다. 작가는 “이번 소설은 오대양 사건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는 풀리지 않은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그려보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왜 그들이 집단 자살을 하였는지, 그 여인들의 아이의 아버지는 누구였는지, 사건의 진실을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더위 속에서 읽은 책이 이해가 되고 재미가 있어야 보람이 있는데 이해가 되지 않고 머리만 복잡하니 너무 허전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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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의 하루
홍남권 지음 / 파코디자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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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역사공부를 할 때 안시성 싸움을 배운 적이 있다. 안시성 싸움은 우리 역사에서 고구려가 중국 당 태종이 거느린 수십만 대군을 무찌른 통쾌한 전투로 기록된다.

서기 645년(보장왕4년) 수나라가 고구려와의 싸움으로 패해 기진맥진 할 때 아버지 이연과 함께 당나라건국을 주도한 당태종 이세민은 중국의 가장 위협적인 고구려를 칠 기회를 엿보다가 드디어 정병 10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에 쳐들어왔다. 요하 일대의 개모성, 비사성, 요동성, 백암성을 차례로 함락시키고 안시성을 공격하였다. 고구려의 실질적인 지도자 연개소문은 고구려의 전략적 요충지인 안시성을 구하기 위해 고연수. 고혜진에게 15만 명을 주어 출병하였으나 수년간 전쟁으로 단련된 당나라 군대에 패배하였다. 안시성은 고립무원, 당나라의 군대와 마침내 최후의 일전을 벌이게 되었는데, 안시성의 혈전은 3개월여에 걸쳐 치열한 대접전으로 진행됐지만 성은 끝내 함락되지 않았다. 안시성 싸움의 승리는 성주 양만춘의 전략과 뛰어난 지도력에 힘입어 승리를 한 것이다.

안시성 싸움에는 당시 중국과 우리나라를 주름잡았던 수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중국 제일의 군주로 평가받는 당 태종, 고대 최고의 정략가로 꼽히는 연개소문, 안시성을 지켜낸 안시성주 양만춘 등이다. 하지만 양만춘이라는 이름은 야사에는 등장하지만 정사에는 찾아볼 수 없다.

소설 `안시의 하루`는 한ㆍ중ㆍ일 삼국의 사료와 한시를 적절히 활용해 고구려의 숨결이 살아 있는 안시성을 재조명한다. 당 태종은 왜 토산까지 쌓아가며 안시성을 차지하려 한 것일까, 안시성에 그 무엇이 있었기에, 그 누가 있었기에 당 태종 이세민은 그토록 안시성을 원했던 것일까. 소설은 1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았던 문제에 다가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안시(安市)의 성주, ‘하루’, ‘봄’을 의미한다는 하루는 ‘만춘(萬春)’의 이름이기도 하다. 안시성을 일으키고 지켜온 고구려의 어머니, 평강공주와 그 소박한 궁의 모습, 백성의 삶을 우선하는 정치, 자원의 이성적인 관리는 엄청난 정예의 적군을 소수의 응집된 양민들의 힘이 방어하고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도자의 솔선하는 리더십은 손녀인 하루에게 그 전통과 지혜를 엄하게 이전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 책에서 계백과 온달은 각각 왕자와 귀족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양만춘도 우리 상식에서 한참 벗어난 새로운 인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타로를 따라가며 읽는 재미는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특히 안시의 하루에는 사라져버렸거나 사라지고 있는 우리 옛말을 자주 등장시켜 고구려 시대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소설 제목인 하루라는 단어도 고구려 말로 ‘봄’이라는 뜻이다.

1500년간 회자되지 못한 안시성의 전투, 50만 대군이라는 어마어마한 당군을 이겨낸 안시성의 위대한 승리는 오늘 우리가 다시 봐도 무모한 전투였으나 용맹한 안시성 사람들은 해내고 말았다. 이 소설은 중국이라는 그늘에 가려서 빛을 보지 못한 조선시대의 억압된 감정을 뚫기 위해 그 이전의 용맹했던 우리 조상들의 기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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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나비 날아가다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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쪄 죽을 것 같은 공포의 날씨,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 닦아도 딱아도 계속 흐르는 땀... 솔로가 되어 혼자 방구석에서 컴퓨터를 끄적이고 있는데, 친구 셋이서 군산으로 여행을 가자는 전화가 왔다. 그러나 그냥 셋이서 재미있게 갔다 오라고 하고 나는 [미친 나비 날아가다]와 만나 데이트를 하려고 책을 집어 들었다. 친구들과 여행을 하느니보다 책을 읽는 것이 더 즐겁고 행복할 것 같다.

[미친 나비 날아가다]는 홍경래와 김삿갓의 삶을 조명한 책이다. 홍경래와 김삿갓은 비슷한 시대적 상황에서 상반되는 삶을 살았다. 19세기 초 세도가들의 폭정과 비리가 만연한 세상에서 사회를 변혁할 꿈을 꾸며 10년간의 준비를 거쳐 난을 일으킨 홍경래가 현실 전면에 섰던 인물이라면 김삿갓은 그 반대의 경우다. 세도 가문인 안동 김씨의 일원이었음에도 현실 정치에는 조금도 발 담그지 않고 20세 이후의 모든 삶을 방랑으로 마무리한 이가 바로 김삿갓이다.

주인공은 김삿갓으로 널리 알려진 김병연(金炳淵)이다. 순조가 어린 나이에 왕위에 등극했고 그로 인해 외척들이 권력을 잡던 시기였다. 영월에 살던 20살 나이의 김병연이 영월군의 동헌인 관풍헌에서 열린 백일장에 응시하여 정시(鄭蓍)를 충신으로, 김익순(金益淳)을 반역자로 비판하고 조롱하는 글을 써서 장원급제를 했다. 그러나 이 글은 김병연이 동가식 서가숙 하면서 항상 큰 삿갓을 쓴 채 방랑하는 나그네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되 버렸다. 시제에 나오는 김익순은 그의 친 조부였다. 결국 김병연은 할아버지를 지탄한 죄책감과 폐족자에 대한 멸시 등 현실의 부조리, 운명에 대한 회의 속에서 처자식을 둔 채 부평초처럼 떠도는 인생살이를 선택하고 만다. 김병연의 고뇌와 어찌할 수 없는 선택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그로 인해 김병연의 가족들이 평생을 두고 겪었을 외로움과 힘들었을 일상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남양 홍씨인 홍경래는 몰락 양반으로서 선친이 평안도로 이주하여 터전을 잡게 되었는데 서북인은 등용하지 말라는 당대의 정책으로 벼슬이 좌절되자 세상을 바꿀 것을 결심하고 10년의 준비를 하여 행동으로 옮긴 급진적 인물이다.

이처럼 난세에 탄생한 극단적인 두 사람과 일족의 권세를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안동 김씨 세족, 힘이 없는 임금 순조, 힘 앞에 비굴한 김익순, 홍경래의 난에 편승하는 무리들의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지금도 혁명을 꿈꾸는 사람,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변혁을 꿈꾸는 사람, 자신의 이익만 찾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시류에 편승하는 사람, 옳건 그르건 나약하게 기대는 사람, 현실을 벗어나 재야에 묻히는 사람, 비리에 눈 감는 사람, 조용히 숨죽이며 시대를 견디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인간들의 삶이 존재한다.

조정을 타파하고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했던 홍경래의 급진적 진보나,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현실의 부조리와 모순에 속하게 되었음으로 현실을 완전히 벗어나 가족에게 또 다른 상처를 안긴 김삿갓 외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보면서 우리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지혜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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