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의 하루
홍남권 지음 / 파코디자인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학교에서 역사공부를 할 때 안시성 싸움을 배운 적이 있다. 안시성 싸움은 우리 역사에서 고구려가 중국 당 태종이 거느린 수십만 대군을 무찌른 통쾌한 전투로 기록된다.

서기 645년(보장왕4년) 수나라가 고구려와의 싸움으로 패해 기진맥진 할 때 아버지 이연과 함께 당나라건국을 주도한 당태종 이세민은 중국의 가장 위협적인 고구려를 칠 기회를 엿보다가 드디어 정병 10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에 쳐들어왔다. 요하 일대의 개모성, 비사성, 요동성, 백암성을 차례로 함락시키고 안시성을 공격하였다. 고구려의 실질적인 지도자 연개소문은 고구려의 전략적 요충지인 안시성을 구하기 위해 고연수. 고혜진에게 15만 명을 주어 출병하였으나 수년간 전쟁으로 단련된 당나라 군대에 패배하였다. 안시성은 고립무원, 당나라의 군대와 마침내 최후의 일전을 벌이게 되었는데, 안시성의 혈전은 3개월여에 걸쳐 치열한 대접전으로 진행됐지만 성은 끝내 함락되지 않았다. 안시성 싸움의 승리는 성주 양만춘의 전략과 뛰어난 지도력에 힘입어 승리를 한 것이다.

안시성 싸움에는 당시 중국과 우리나라를 주름잡았던 수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중국 제일의 군주로 평가받는 당 태종, 고대 최고의 정략가로 꼽히는 연개소문, 안시성을 지켜낸 안시성주 양만춘 등이다. 하지만 양만춘이라는 이름은 야사에는 등장하지만 정사에는 찾아볼 수 없다.

소설 `안시의 하루`는 한ㆍ중ㆍ일 삼국의 사료와 한시를 적절히 활용해 고구려의 숨결이 살아 있는 안시성을 재조명한다. 당 태종은 왜 토산까지 쌓아가며 안시성을 차지하려 한 것일까, 안시성에 그 무엇이 있었기에, 그 누가 있었기에 당 태종 이세민은 그토록 안시성을 원했던 것일까. 소설은 1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았던 문제에 다가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안시(安市)의 성주, ‘하루’, ‘봄’을 의미한다는 하루는 ‘만춘(萬春)’의 이름이기도 하다. 안시성을 일으키고 지켜온 고구려의 어머니, 평강공주와 그 소박한 궁의 모습, 백성의 삶을 우선하는 정치, 자원의 이성적인 관리는 엄청난 정예의 적군을 소수의 응집된 양민들의 힘이 방어하고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도자의 솔선하는 리더십은 손녀인 하루에게 그 전통과 지혜를 엄하게 이전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 책에서 계백과 온달은 각각 왕자와 귀족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양만춘도 우리 상식에서 한참 벗어난 새로운 인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타로를 따라가며 읽는 재미는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특히 안시의 하루에는 사라져버렸거나 사라지고 있는 우리 옛말을 자주 등장시켜 고구려 시대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소설 제목인 하루라는 단어도 고구려 말로 ‘봄’이라는 뜻이다.

1500년간 회자되지 못한 안시성의 전투, 50만 대군이라는 어마어마한 당군을 이겨낸 안시성의 위대한 승리는 오늘 우리가 다시 봐도 무모한 전투였으나 용맹한 안시성 사람들은 해내고 말았다. 이 소설은 중국이라는 그늘에 가려서 빛을 보지 못한 조선시대의 억압된 감정을 뚫기 위해 그 이전의 용맹했던 우리 조상들의 기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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