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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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던 용인에서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이 일어났었다. 1987년 8월 29일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에 위치한 오대양(주)의 공예품 공장 식당 천장에서 오대양회사 대표 박순자씨와 가족, 종업원 등 신도 32명이 손이 묶이거나 목에 끈이 감긴 채 집단 자살,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이었다. 수사결과 오대양 대표 박순자는 1984년 공예품 제조업체인 오대양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종말론을 내세우며 사교 교주로 행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순자는 자신을 따르는 신도와 자녀들을 회사내 집단시설에 수용하고, 신도들로부터 170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사채를 빌려 쓴 뒤 원금을 갚지 않고 있던 도중 돈을 받으러 간 신도의 가족을 집단폭행하고 잠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집단자살로 추정됐을 뿐 원인이나 자세한 경위에 대해서는 상세히 밝혀지지 않은 채 수사가 마무리되었다.

소설가 하성란 씨가 10여년 만에 출간한 장편소설 ‘A’(자음과모음)는 이 전대미문의 사건을 소재로 빌려와 그 내막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파헤친다. 소설은 한 시멘트 공장 기숙사에서 24명이 동시에 사망하는 의문의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 현장에 있었던 유일한 생존자인 '나'와 진실을 추적하는 신문기자 최영주를 통해 참혹한 사건의 비밀이 드러나는 과정을 그리는데 배경이 2000년대여서 오대양 사건과는 형태만 비슷할 뿐 많이 다르다.

<에이>의 화자 ‘나’는 떼죽음의 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물이다. 소설은 그 ‘나’가 자신이 암흑 속에서 듣고 겪은 그날의 일을 되풀이해서 글로 옮기는 부분과, 사건이 벌어진 지 몇 년 뒤 ‘나’를 비롯한 ‘신신양회의 아이들’이 재회하여 공동체 생활을 통해 신신양회를 재건하는 부분으로 크게 나누고 있다.

신신양회를 재건한 이들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통하는 신신양회 대표 아래 또래의 많은 여성들이 모여 여인들만의 공동체를 꾸려간다. 이곳의 여인들은 ‘A’가 봉투에 찍힌 편지들을 마음에 드는 남자들에게 보내 공동체 삶을 권유한 뒤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 그들의 ‘정자’만을 자궁에 심어 ‘아비 없는’ 아이들을 낳아 남편이라는 존재 없이 건강하고 현명한 아이를 키우며 여인들끼리 평화롭게 사는 공동체를 꿈꾼다. 여인왕국 'A'의 꿈을 이뤄줄 만한 남자들을 골라 주홍글자 'A'의 이름으로 편지를 보내고 접근해 그들 모르게 아이를 낳아 기른다.

이 공동체가 파경에 이른 것은 ‘어머니’라는 이름의 권력자가 지나친 탐욕을 부렸기 때문이고, 엄마들을 집단 자살로 잃고 난 2세들이 다시 꾸린 두 번째 신신양회 또한 ‘기태영’이라는 구성원 대표가 무리하게 사업 확장을 꾀하면서 점점 몰락의 길로 접어들게 되고 그 후 신도 32명이 시체로 발견된다. 그것으로 신신양회의 화려했던 시절은 막을 내리게 된다. 누가 왜 신신양회를 무너뜨리려고 했는지 그 이유는 지금까지도 숙제로 남아 있다. 작가는 “이번 소설은 오대양 사건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는 풀리지 않은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그려보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왜 그들이 집단 자살을 하였는지, 그 여인들의 아이의 아버지는 누구였는지, 사건의 진실을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더위 속에서 읽은 책이 이해가 되고 재미가 있어야 보람이 있는데 이해가 되지 않고 머리만 복잡하니 너무 허전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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