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0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20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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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읽었던 책이 철학이었던 탓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자신이 너무 가벼운 사람인가 살짝 자책을 했다. 실제로 나는 귀가 얇고 생각 또한 깊지 못해 상황이나 누군가의 설득에 흔들리기도 한다. 왜 나는 철학이나 인문학 서적에서 큰 감동을 받고 힘을 얻으면서 매년 이 책을 읽는가? 가벼움과 무거움의 양 극단에 서 있는 내가 중심을 못 잡는 느낌이다.

보통 년 말이나 연 초에 읽었는데, 올해는 늦은감이 있다. 사실 올해는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나의 연례행사이기에 도서관에서 대여를 했다. 감동적이지 않았으나 공감을 많이 했고 상업적인 특색이 많은 줄 알았으나 현 시대를 잘 읽어냄을 부인할 수 없었다. 제목 그대로를 잘 담아내는 책임을 부인할 수 없는데 해마다 느끼는 것은 지나치게 영어가 많다는 것, 신조어도 너무 많고, 영어와 한글을 섞어서 만든 국적불명의 단어가 많아 불편하다는 것이다.

해마다 그 해 띠를 가지고 트렌드를 설명하는데 올해는 쥐띠라서 Mighty Mice였다. 물론 이 방법이 창의적일 수 있으나 이 제목 외에도 한 문장 안에 수 없이 많은 영어를 한글로 써 놓았다. 정말 이러다가 한글이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생긴다. 난 영어를 전공하고 나서 애국자가 된 듯하다. 순 우리말도 예쁜게 너무 많은데, 비전공자들까지 모두 영어를 사용해야 있어 보인다 생각하는 것인가? 철자와 발음이 다른데도 한국식으로 써 놓은 것은 순간 고민을 해야 이해가 될 정도이다. 물론 전공자인 나에게는 영어를 사용한 신조어에 대한 이해가 더 쉬운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한글에 대한 자부심은 어찌 해야 하는가?

멀티 페르소나, 편리니엄, 업글인간, 팬슈머, 스트리밍 라이프 등등의 단어가 2020의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어쩌면 이미 진행중이라서 부인할 수 없기도 했다. 나 역시 시대의 조류에 편승하고 있는 가벼운 사람이라 모두가 새로운 내용은 아닌데 막상 나의 모습을 책에서 읽으니 슬픈 것도 있었다. 감성적 변비를 앓고 있는 현대인에게 감성 인공지능의 활약과, 면대면 표현이 어려운 현대인들에게 이별/퇴사 대행 서비스를 해주는 비대면 대행 서비스는 과연 장점만 가져다 줄 것인가? 관계에 대해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액정화면이 공간보다 매력있게 보이는 시대에, 이제는 적자생존이 아닌 특화생존으로 공간, 액정, 상품, 기업들이 각자 몸부림을 치고 있다.

나도 살아남기 위해 이 책을 읽는지도 모른다. TV를 없애고 안본지 오래 되어 혹시나 내가 시대의 흐름에 둔감해지지 않을까 염려했던 적이 있었다. 습관처럼 읽었던 책이고 유익한 점이 있는건 사실이나,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읽게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시대의 흐름을 놓칠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아님 유행에 편승하려는 가벼움일까?

이제는 ‘독서’가 아닌 ‘청서’가 시장이 움직임다는 표현에 쿵하는 느낌은 무엇일까? 나는 과연 언제까지 종이책에 집착할지 모르겠다. 무조건 트랜드를 따라갈 수 없으나 거스르기도 쉽지 않을 날이 오리라.

내년에는 이 책을 안 읽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나, 불편해 하면서 또 읽겠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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