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points : 10 Old Ideas In a New World (Paperback)
Svend Brinkmann / Polity Press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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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순간이 행복하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작가는 ‘행복’이 가장 고귀한 가치는 아니라고 했다. 난 나의 행복을 위해, 즉 유의미한 삶을 위해 공부를 버리고 다독을 택했는데 행복과 유의미한 삶은 별개라고 일침을 놓았고, 특히나 내가 불안하게 흔들릴 때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도움을 얻곤 했는데 이것에 대한 비난도 있다. 책을 마치니 공감이 간다. 책을 책 자체로 사랑해서 즐겁게 읽어야 하는데, 뭔가를 피하고 내 행복의 수단으로 책을 선택했던 것이다. 작가의 주 메세지에 따르면 책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했다. 모든 것이 수단화가 됨을 비판하고 있다.

책 전반에 수도 없이 반복되는 단어들이 있다.
instrumentalization, an end in itself(per se), meaning of life, meaningful, intrinsic value, purpose, duty, morality, responsibility 등의 단어들이 일관성있게 반복된다. 수치화, 정량화, 측량, 손익계산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숙고할 시간을 제공하는 소중한 책이다. 심지어 사람마저 사람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하는데, ‘인적 자원’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게 사용하며 쓸모나 소용을 따지는 것에 익숙해졌다. 나조차도 어딘가에서 유익한 사람이 되어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나? 내가 수단으로 전락된 것에 당연하게 길들여져 있었다.

배우 Woody Allen의 삶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허무주의(nihilism)에 대한 반박으로, 소중한 것들이 수단화 된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으로 쓰여진 책이다. 우리 삶에 본질적인 가치(intrinsic value)를 제공하며 그 자체가 수단이 아니라 목적(end)인 철학자들의 10가지 명언을 통해 우리는 유의미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삶의 방법으로 철학을 택하는 것이 수단화에 저항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가치있는 것에 대한 철학적 숙고는 그 자체로 내적인 의미가 있기에 철학적 삶은 의미에 대한 수단이자 목적이라면서, 철학이 수단이 되는 것에 대해 배수진을 치고 있다.

결론은 본질적인 가치를 지니는 활동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유의미한 삶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비록 도덕적으로 선한 의미있는 삶이 항상 자신의 행복과 복지를 가져다 주지 못하는 비극이 있을지라도. 이 책 전반에 걸쳐 작가가 우리를 안내하는 단어 중 독특한 것 중에 self-outsight라는 신조어가 있다.
Freedom is not just about self-insight, but also about self-outsight. (p.120)
철학자 Murdich의 Love에 관한 가치도 pay attention to another as another이다. 이런 이유로 작가가 자기계발서를 비난하는 것 같다. 자아실현, 자기애 등을 강조함으로써 자꾸만 나만을 바라보며 타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하는 자기계발서에 대한 대안으로, 밖으로(self-outsight) 또는 타인(another)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관계맺음을 통해 의무감, 책임감을 기르며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마지막 10. Death(Montaigne)도 매우 감동적이었고 독특한 접근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The Good, 칸트의 Dignity등은 놀라운 얘기는 아니고 어쩌면 당연한 것인듯 보인다. 선과 존엄은 어떤 대가나 쓸모가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야 하고 그것을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 그런데 죽음도 우리 삶에 의미를 던져 줄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유한한 삶을 산다는 것은 부담도 되고 위협도 되지만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죽음의 역설이 있다. 우리가 죽는다는 이유때문에 모든 것은 의미를 가진다. 불멸이 아닌 유한한 삶을 산다는 것은 더욱 더 우리가 도덕적인 삶을 실천하며 낭비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memento mori)’는 문구를 떠올린다는 것은 죽음에 대한 찬미가 아닌 삶 속에서 더욱 기뻐하며 감사하는 삶을 살게 할 수도 있다.

심리학도 수단화의 수단이 된 이 시대에 쓸모가 없다는 이유, 즉 수단화가 되지 않는다는 그 이유가 삶의 의미를 찾게 하는데 매우 유용하고 쓸모 있다는 역설이 진하게 와 닿는다. 내 생각을 많이 바꾸어 놓은 책이며 사람과 관계의 소중함을 알게 했고, 내가 늘 입버릇처럼 내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고민했는데 이에 대한 방향 정리가 필요함을 느꼈다. 그리고 내 삶이 이대로 행복한가에 대해서 자꾸만 생각하고 집착하는 것이 의미있는 삶과 반드시 연관이 깊지 않음도 알게 되었다. 역시 철학 속에 답이 있었다.

Only the useless is useful in helping us discover meaning. (p. 13)
Every ‘is’ has a built-in ‘ought’. (p. 37)
Everything had either a price or dignity. (p. 40)
We are only something because of our relations with other. (p. 68)
Everything has meaning because we die. (p. 124)
Mortality is a prerequisite for morality. (p.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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