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 - 배신과 왜곡이 야기한 우리가 모르는 진짜 세계사
나타샤 티드 지음, 박선령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버크백 런던 대학교에서 정신건강과 젠더와의 관계, 여성 운동의 역사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일부 역사적 주체에 의해 지워진, 혹은 과소평가된 이야기들에 관심이 많으며, 일반 대중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역사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2022년 스코틀랜드 역사 환경 전시회 '이야기의 해' 기획에 참여했으며 더 많은 사람들과 역사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을 보겠습니다.



'갈리아 전기'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갈리아 전쟁을 기록한 책으로 유명한데, 그가 이 책을 집필한 진짜 이유는 개인적인 이익 때문이었답니다. 정치권력을 유지하거나 오르기 위해선 돈이 많이 필요했고 카이사르는 갚을 돈이 엄청났습니다. 갈리아 지역과 전쟁을 하면 그 지역의 재물과 노예무역으로 부채를 갚을 수 있겠다는 판단에 공격할 이유를 찾았고, 마침 헬베티는 서쪽으로 이주하기 위해 로마가 지배하는 땅을 지나갈 수 있도록 요청했습니다. 카이사르는 거절했고 헬베티는 다른 경로를 찾기로 했으나 그와 그의 군대는 헬베티를 공격해 전멸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카이사르는 상당한 부를 축적했고, 자기만의 승리 공식을 발견합니다. 로마 공화국에서 정치가로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이 전쟁을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로마인에게 유익한 것처럼 보이도록 '갈리아 전기'라는 보고서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카이사르의 거짓 주장은 역사적으로 사실로 받아들여져서 20세기 중반까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 보고서 중 하나로 칭송받았습니다. 역사학자들이 카이사르의 거짓말을 알아차리게 된 건 그가 사용한 숫자였고, 이 조사를 계기로 그가 한 주장의 모든 부분이 역사적인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교모한 거짓말이 들통나기까지 2000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많은 국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자신들의 소수집단 구금 및 추방을 위해 인구 통계 데이터를 사용했음을 투명하게 밝혀 왔지만 미국은 침묵했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에 들어서자 일본계 미국인 공동체 안에서 그들이 받은 처우에 대한 인정과 보상을 요구하는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마고 앤더슨과 윌리엄 셀처라는 두 학자가 인구조사국 기록 보관서에 대한 심증적인 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인구조사국이 기밀 정보를 오용해 일본계 미국인 개개인의 시민권을 탄압하고 억류했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인구조사국은 이 사실을 60년 이상 부정했으나, 결국 2000년에 미 인구조사국 국장이 인정하면서 마침내 사과했습니다.




어릴 때 우리가 배우고 알고 있는 역사는 진실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 가르치는 역사를 비아냥거렸고, 진실을 알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을 불쌍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진실하지 않은 역사를 우리도 배우고 있음을 알았을 때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다른 면을 이야기하지 않고 지나간 역사들을 들추는 교양 프로그램에서 진실의 한 조각을 보고,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자부한 우리나라에도 편파적으로 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역사는 필연적으로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우리도 눈먼 사람과 다름없었음을 느꼈습니다.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에는 이데올로기, 종교, 제국의 흥망성쇠를 아우르는 참혹한 거짓말을 50가지 담았습니다. 어떤 거짓말은 수 세기에 걸쳐 진실로 믿어왔고, 어떤 거짓말은 지금까지도 영향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고대의 초기 거짓말부터 중세에 발전된 거짓말과 근대 초기의 음모론과 위조, 19세기의 저널리즘, 20세기의 프로파간다와 가짜 뉴스까지 다양한 거짓말의 모습을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계사를 바꾼 거짓말의 실체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거짓말에 의문을 가지고, 그것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들이 의문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지금까지도 거짓말의 역사를 그대로 진실로 알고 살아왔을 것입니다. 눈먼 사람이 아닌 눈 뜬 사람이 되게 해준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 자신부터 의문을 가지고,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겠습니다. 온갖 글들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더욱 요구되는 습관이라 생각합니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지원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