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시에 집을 나서 되돌아 온 시간이 오후 여섯시 삼십분.  

식사시간과 잠시 쉬는 시간 외엔 계속 안장에 있었다. 

그 덕분에 온통 뻐근함이 자리하긴 하지만 이렇게 종일을 허대기는 실로 간만의 일이라  

즐거움이 몇 배가 되었음에는 두 말도 길다.

나에게서 자전거란 인생을 아름답게 해주고, 옆에 있는, 심지어 스쳐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서 한껏 안아주고 싶게 만들고, 살아있는 것이 고맙고, 더욱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의지를  

듬뿍듬뿍 북돋아 주는 것, 한없이 나의 여린 감성을 up up시켜주는 것, 그것이다. 

하루를 돌아서 와도 이렇게 의지가 충만해지거늘, 이 대한민국을 한바퀴 돌기라도 하면 

애틋한 애국자가 될 것은 분명하고, 불가능은 없다라는 사기충천의 의지를 불끈불끈 새기게  

될지도... 

대한민국 일주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지면 난 애국자가 되기 위해 나설 것이다.  

LA공항 입국 심사대에서 전(all)모니터들 후면에 새겨져 있던 SAMSUNG로고를 보고 저절로  

나라사랑의 뿌듯함이 일던 기억이 있다. 삼성은 한국제품이고 난 그 한국사람임을 그 모니터  

앞에 앉아 있던 직원에게 아주 함박웃음을 띄며 안되는 영어로 기어이 묻지도 않은 설명을  

자진해서 했었다. 나라사랑, 애국자란 그리 되는 것이두만!

이 나라를 사랑하고 아끼고 존경하고 싶다. 애국자가 되고 싶다. 이 세상의 그늘을 비추는 빛이 

많은 나라, 대한민국을 보고 싶다. 그러한 많은 빛을 곳곳에서 보기 위해 자전거 일주를 하고  

싶다.  

가을, 갑자기 달려든 이 가을은 그야말로 자전거를 위한 계절이다. 

한껏 흐드러진 코스모스길을 2주 후에 다시 찾기로 했다. 그때쯤이면 황금들판도 같이 하리라. 

출렁이는 바다와 울창한 산을 함께 할 수 있는 도시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것이 포항의 가장 

큰 장점임을 포항시장은 알까?

이러한 큰 장점을 알리기 위해선 자전거 일주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빛축제도 좋겠지만, 꾸미지않은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문화상품이  

아닐까?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 포항으로 사람들이 몰려 든다면 참 좋겠다. 달리다보면 출렁이는 

파도가 보이고, 달리다 보면 수려한 경관의 산들이 우뚝 서 있는 아름다운 도시, 그래서 나처럼 

자전거로 삶의 의지를 다지게 된다면 그보다 더 큰 여행의 가치는 없을 것이다. 

여행에 그다지 돈이 많이 들지 않는 문화상품. 숙박은 포항의 각 가정과 연계해서 '정'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진다면 참으로 바람직한 여행이 아닐란가! 

'인생은 아름답기만 해'에서 '애국자', '자전거 일주 도로'까지...ㅋㅋ 간만의 종일 라이딩으로

이렇듯 거창해지니 자전거가 주는 즐거움과 사기충천을 가히 알만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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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10-09-29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사진.... 다음번엔 꼭 카메라를 챙기자!
 

자전거 일기를 사진과 함께 어서어서 올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언제나 될까? 

기림사, 덕동댐, 운문사...다시 달려보고 싶은 긴긴 길들... 

벌써 마음은 아름다운 가을 단풍길을 달리고 또 달리며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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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4

나이를 먹어 좋은 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그렇습니다.

이젠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말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 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문득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학대가 일어날 수도 있고 비겁한 위인과 순결한 배반자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한다고 꼭 그대를 내 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잘못된 사랑은 아닐까?

나이를 많이 먹은 지금 나는 고개를 저어봅니다

잘못된 것이었다 해도 그것 역시 사랑일 수는 없을까요?

그것이 비참하고 쓸쓸하고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현실만 남기고 끝났다 해도  

나는 그것을 이제 사랑이었다고 이름 붙여주고 싶습니다.  나를 버리고.......  

인간의 기억이란 이토록 끈질기며 이기적이란 것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다만 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직 다 용서할 수 없다 해도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다행입니다

우리 생애 한 번이라도 진정한 용서를 이룰 수 있다면 그 힘겨운 피안에 다다를 수 있다면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 때로는 그것이 추억이 될 테지요

삶은 우리에게 가끔 깨우쳐 줍니다

머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마음이 주인이라고.......

- 공지영의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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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7.25 

이번주는 아예 손님치는 주가 된다.

두번째 귀한 손님을 무사히 치고 나니 맘이 홀가분해져서,

또한 구름이 걷혀가고 있는 듯 보여서 청조에게 전화를 건다.

 

'나가자!'

'그래, 달리자!'

 

비온 뒤라 너무 상쾌하다.

잘 나왔다.

 

오늘 새벽에 북부 바다를 달리던 맛과는 너무 다르다.

북부바다의 새벽은 여름이 되니 많이 실망스럽다.

역시 흥해 수련장가는 길은 너무 맘에 드는 길이다. 그저 좋기만하다. 룰루랄라~~

 

그런데 중앙고 뒷쪽으로 넘어가니 제법 빗줄기가 굵어진다.

되돌린다. 흙사랑쪽으로 go go~~

 

우와~~

굵은 소나기가 퍼 붓는다.

자전거가 다시 깨끗하게 씻긴다.

흥분이 되어서 청조에게 말하는 목소리가 자꾸 높아지고 커진다.

청조는 처음 맞이하는 소나기 라이딩, 아마 두고두고 이야기거리가 될꺼라!

 

잠시였지만 와~~~ 신나는 소나기 라이딩!!

모든게 홀라당 다 젖었다. 마음까지도~~~ 유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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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4.21 

오늘 아침엔 아주 조용하고 차분한 음악이 듣고 싶었다.

 

내가 잔차질하는 이유는 '즐거움과 낭만, 여유'를 위한 행복을 쫓아감이다.

 

산속에서 간혹 코끝을 스치는 향기로운 냄새에 취할 것 같았지만,

그 속의 맑고 상쾌한 공기, 시원한 바람에 가슴이 서늘해졌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수려한 경치, 분명 산 속인데 그를 에워싸고 있는

광활한 바다의 웅장함에 그만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지만, 그렇지만......

 

이 모든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엔 그 좁디 좁은 산길이 주던 아슬아슬함, 불안함과 긴장감에

애간장이 다 녹아서 차라리 그 아름다움쯤은 그만 포기해도 좋았었다.

 

이건 나에겐 분명한 intense라이딩이었고, 나란 사람은 애초에 이걸 즐길만한 체력도, 담력도,  

배짱도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마이다스씨 말대로 '뿌듯함'은 이내 집으로 되돌아오는 차 안에서 뭉실뭉실 피어나고

'완주했다'는 사실만 자꾸 부각되어지는거다. 내가 그곳을 다녀온거다. 내가, 내가...

마음은 계속 미소질을 한다.

 

'천천히, 천~천히'라는 말로 호흡을 뱉고 마시고를 반복하면서 나는 오르막을 오를 수 있었고,

그러면서 삶과 연결을 시켜보기도 했다. 당분간 나의 생활은 이 매력적이고 근사한 말을  

따라가보기로 한다. '천천히, 천~천히, 넘어지지 않을 만큼만!'

 

마이다스씨의 '천천히~'가 없었다면 오늘의 완주는 결코 내 것이 아니었을것이다.  

신나게 달릴 수 있었을 하루를 꼬박 내어주신 마이다스씨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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