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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ㅣ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1
제니 한 지음, 이지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5월
평점 :
오랜만에 로맨스 소설을 읽었더니 감성이 2% 업 된 것 같다. 뜻하지 않은 기습작전에 번개같이 달려들었더니 어느새 난 정신없이 코를 박고 사랑의 향기에 킁킁하고 있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작년에 이미 넷플릭스에서 원작의 첫 번째 이야기로 제작 방영되어 꽤나 인기를 얻은 듯 한데 소설을 읽고 나면 영화도 세트로 보고 싶은 마음이 덩달아 생기긴 한다. 아무래도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한국계 미국인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게 주효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라 진은 올해 열여섯 살이다. 그녀는 아빠, 마고 언니, 여동생 키티 이렇게 셋이 한가족인데 한국인이었던 엄마는 어렸을 때 병으로 돌아가셨다. 라라 진은 평소 학교에서는 인기가 그다지 없는 평범한 여학생인데 남자들에게 결코 보내지 않을 러브레터를 써놓고 혼자 비밀리에 간직하는 고상한 습성이 있다. 그게 다 아직 제대로 된 남자 경험이 없어서 그런 건데 로맨스에 대한 요상한 상상만 하다 결국 짝사랑으로 막을 내리고 말기에 상대남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아, 그런데 큰 문제가 터져버렸다. 분명 나만 알리라고 꽁꽁 숨겨둔 러브레터가 그 남학생들한테 몽땅 발송되어 버린 게 아닌가! 이런 쪽팔리고 부끄럽게시리... 이 무슨 일이람. 편지를 받은 남자들이 차례대로 라라 진을 찾아와선 서로가 황당한 상황에서 니가 나에게 이런 감정이 있었다니, 왜 말 안했니? 라고 추궁하게 되자, 아냐 이미 끝난 일이야 라고 뒤늦게 태연한척 해봐도 남정네 마음에 봄바람 불어넣고 이러면 다냐?
그래서 그녀에게 마음을 고백한 두 남자가 있었으니 한 사람은 마고언니의 전남친인 조시 오빠. 언니가 스코틀랜드 대학 진학을 위해 결별 선언하자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던 순정남. 다른 한 명은 여친과 밀당 한다고 라라 진과 거짓 커플 계약을 맺고 쇼하는 바람둥이 피터. 조시 오빠를 원래 좋아하였으나 마고 언니가 돌아오면 다시 맺어질 거라는 예상 때문에 마음을 어쩔 수 없이 접는 라라 진이 애석했다.
라라야, 니가 어려서 아직 남자보는 눈이 없구나. 조시 오빠 같은 자상한 남자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훨 나은 건데 나쁜 남자에 빠져드는 소녀의 심리는 어쩔 수가 없는 걸까, 싶다가도 이 시리즈의 첫 번째니까 결말까지 가야 이 로맨스가 어떻게 마무리 될지 알게 되겠지. 암튼 상큼발랄한 분위기는 날 들뜨게 하고, 미국인이지만 김치, 보쌈, 요구르트를 즐기는 한국식 생활에 친근감마저 들어 입가에 미소 짓게 만들었다. 문득 영화 <기생충>에서 과외 오빠에게 홀딱 반해 버린 이선균의 딸이 생각나서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