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미션 - 죽어야 하는 남자들
야쿠마루 가쿠 지음, 민경욱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누구에게나 삶은 중요하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은 또 예측하기 어려운 게 우리네 일생이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 죽음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진행되고 있어도 아직은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일이니까 지금에 충실하라는 까르페디엠이 아니더라도 당장은 걱정하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이 소설의 두 남자가 처한 현실이 내게 막상 적용된다면 소름끼치고 세상은 잿빛으로 뒤덮일 것만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젊은 신이치는 주식에 손을 대 많은 돈을 벌어 일하지 않고도 평생을 즐기다 살면 되는 남자이다. , 부럽다. 이 인간아... 질투나려다가도 과거 사고로 인해 청각을 상실하여 지금은 보청기를 끼고 다닌다는 약점에 신은 모든 걸 다 베풀지 않는구나란 생각이 든다. 그런 그에게도 사랑하는 여자 스미노가 있다. 어려서부터 친구였다가 대학에서 봉사동아리 회원으로 가입해 만나서 사귀는 사이였는데 사랑을 나누다 처음으로 살의를 느끼게 되면서 헤어졌었다.

 

 

누구나 부러워할만 한 재력과 잘생긴 외모에 여자들이 접근하지만 말 못할 살의 충동이 번번이 그의 발목을 잡고 급기야 실제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다시 재회한 스미노와 관계를 회복하려 했으니...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돌싱이 된 스미노는 신이치에 대한 어떤 죄책감으로 그와 마지막을 함께 하려 하는데 이때 신이치는 죽을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이었다. 한편으로 역시 암에 걸려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형사 아오이라는 중년남자가 있다.

 

 

일에 빠져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이 남자는 아내가 병에 걸려 죽어가던 순간에도 곁을 지키지 못했으니 아이들에게 외면 받고, 고집 센 성격 탓에 경찰조직에서도 소외당하던 사람이다. 신이치가 억제할 수 없는 살인충동으로 여자들을 성관계 시도 중에 교살하고 나자 범인을 죽기 전에라도 반드시 잡고야 말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도 무리하는 바람에 몸이 더욱 만신창이가 되어 간다.

 

 

두 사람의 광기어린 파국은 어느 정도 공감할 수가 있었다. 신이치가 어떤 계기로 그런 마수에 발 담그게 되었는지 후반에서야 알게 된 그의 어린 시절, 다소 충격적이랄 수도 있는 그런 상황들이 막장에다 분명히 삐뚤어 질 수밖에 없는 토대였던 것만은 확실하다. 나에게도 신이치 같은 극단적인 집착과 광기는 아니지만 병적인 어떤 구석이 있어서... 그리고 아오이를 보더라도 누군가의 행복과 안전은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과 포기가 있어야만 성립될 수 있음이 참 아프게 느껴진다. 살면서 다함께 평등할 수 없고 다 함께 손을 잡을 수가 없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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