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세계가 끝날 무렵 - W-novel
아야사카 미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친구의 추락 사고를 목격했다는 트라우마 때문에(누군가는 떨어진 사람이 너였어야 했다고) 운둔형 외톨이가 된 열네 살 소년 와타루가 있다. 일본말로는 히키코모리라고 부른다지. 와타루는 그날 이후로 학교도 안가고 자기 방에만 틀어박혀 좋아하는 만화나 애니로 시간을 때우게 된다. 결혼한 형이 형수와 조카를 데리고 집에 놀러 와도 억하심정에 가족끼리의 화기애애한 대화에도 못 끼고 있어서 참 안쓰럽더라는.

 

 

형은 모든 면에서 자기보다 뛰어나서 친화력도 만점이라 사람들에게 인기도 많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들 둘을 두었는데 형제가 이리 다르니 얼마나 속 터질까. 부모님의 울컥하는 심정과 고통. 자신들이 낳은 자식이니 마음대로 절연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어떻게든 안고 가야하지만 형이 찾아올 때 말고는 웃음실종인 이 상황들을 마냥 지켜보아야 하는 걸까? 그래도 이런 와타루를 위로하는 형이나 형 친구인 마이코 누나(이 누나는 뽀얀 속살에 미녀인 듯, 와타루가 예전에 잠깐 좋아한 적 있다지)와 와타루의 학교친구인 다이고군과 가나양이 있어 그나마 든든하다.

 

 

어느 날, 무심코 인터넷에 회원가입해서 추리소설을 심심풀이로 써 올리자, 무섭고도 놀라운 반응들이 실시간 댓글로 넘쳐나더니 조회 수 폭등하여 인기를 얻게 된다. 역시 덕후의 덕질 놀이가 빛을 발한 순간이랄까,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소설에서의 살인 사건과 흡사한 살인이 실제로 발생하고 무해한 소설이라는 악평과 잼나다는 호평이 엇갈리면서 어떻게 알아냈는지 실제로 협박전화가 걸려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누군가는 와타루를 위험에 빠뜨리려 했다.

 

 

현실과 소설이 교차하는 전개. 누가 범인이고 왜 이런 짓을 벌이는지. 정체는 막연하지만 늘 그랬듯이 찍었더니 맞더라. 그렇게 운둔형 외톨이가 자신만의 방식과 용기를 내어 세상과 다시 쌍방향 소통을 시도하려 했다는 의지와 변화만으로도 작은 희망과 감동을 발견할 수 있다. 대단한 음모가 숨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성장소설이라고 하겠다. 결국 밖으로 나오게 되기까지의 과정에는 본인의 결단이 제일 중요하고 주변인들은 약간의 도움을 제공할 뿐이다라는 자명한 사실에 무릎을 탁 치면서 창작의 힘은 위대하구나. 글쓰기의 중요성을 깨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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