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한 산책 문학과지성 시인선 281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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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처롭게 쓸쓸하기도 한 이미지들.

- 다른 세상은 없다, 이 세상밖에 없다
오직 여기밖에 - 갇힌 사람 중

- 나는 두 눈 벌겋게 뜬 채
쩍쩍 갈라져 해체된다
해체되어
바짝 마른 해일에 휩쓸린다
우수 없이 갈망 없이, 속절도 없이 - 황사 바람 2 중

2023. apr.

#자명한산책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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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이미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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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상을 수상하는 작품들을 보면
문학적 의미와 성취는 물론이고
지금 이 순간 이야기해야 할 것들의 소재들이 틀림없이 등장한다.

여성의 이야기, 노동의 이야기, 소수자의 이야기, 장애의 이야기
그리고 돌봄 노동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렇지 않은가 싶다.

이미상의 소설에서 환영받지 못한 막내딸의 존재는
대한민국의 노년을 부양하고 돌보는 이들의 삶이 얼마나 지워져 있는지 새삼 느끼게 한다.

대장작인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도 좋았고,
요카타와 버섯 농장도 좋았다.

요즘 문학동네의 신간들에 코멘터리 북이 별책으로 나오는데(한국문학) 이것도 좋은 기획인것 같다. 사는 책에 딸려있다면 꼭 받고 있다.

- “네가 못해서 그래.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내는 건 소신이 아니라 능력의 문제야. 할 줄 아는데 안 하는 거랑 못해서 못하는 건 깔이 다르단다.”
“언니.”
동생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못해서 못하니까 좋은 거예요. 무능해서 귀한 거예요. 잘하는데 억지로 안 하는 사람은 반드시 흔적을 남겨요. 자기 절제라는 고귀한 희생에는 어쩔 수 없는 인위가 묻어난달까요? 하하하. 세상이 그렇게 공평하답니다!” - 11, 이미상 ,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 환영받지 못한 막내딸. 처지는 자식. 결혼하지 않고 부모와 살며 무상으로 가사와 돌봄과 간병 노동을 제공하고도 끝까지 용돈말고 자기 재산은 갖지 못한 사람. 종합병원 진료일이면 부모가 비굴한 얼굴로 거실 한 번 자기 얼굴 한 번 보며 “그래도 나 죽으면 이거 다 네 거 아니겠니” 거짓말하는 꼴을 봐야 했던 사람. 다 알면서도 “엄마, 가요” 웃고 말던 사람. 이따금 수틀리면 가출하곤 하다가 아예 사라져버린 집안의 사고뭉치. 고모의 마지막 모습은 이랬다. 엄마를 모시고 종로 3가역 9번 출구에서 종로 12번 마을버스를 기다리다 사라져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 15, 이미상,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 잃음을 연습한다. 안 잃을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믿지 못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지금부터 잃음을 연습해버릇하지 않으면 못 받아들이지 않을까. 작년에 할 수 있었던 일을 올해 못하게 되었을 때 치미는 화에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까. 어떻게든 더는 안 뺏기려고, 오로지 그 방법만 짜다가 인상이 아주 더러워지지 않을까. 삶을 ‘잃음’쪽으로 돌리지 않으면 나보다 먼저 그 대열이 속한 이들을 미워하고 피하고 마치 나는 영원히 그 일원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듯 오만을 떨게 되지 않을까. 글은 몇 살에 못 쓰게 될까? 아는 언제 문학을 잃을까. 나는 왠지 무언가를 포기해야지만 아주 소중한 것의 상실을 지연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낀다. - 71, 이미상의 자전 에세이, 코멘터리 북
2023. apr.

#제14회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이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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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아담 미친 아담 3부작 3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소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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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크가 환희 이상이라는 알약에 인간 말살 바이러스를 집어넣어 인류의 멸종을 꾀한 것은 하나의 은유. 크레이크는 한 명의 개인이 아닌 이 세상의 복잡한 이익 추구를 위해 행한 모든 것과 그 결과들.
한 명의 미친 과학자의 소행으로 세상이 무너진다는 건 어쩌면 더 소설같은 이야기니까.

적들과의 싸움에서 돼지구리들과 연합하고 크레이커들의 도움을 받는 정원사 집단. 상상하면 그림이 정말 묘하지 않은지.

젭과 토비가 비로소 행복해지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토비. 경청하는 크레이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고 정말 재밌다.

든든한 조력자로 성장하는 블랙비어드가 이제 쓰여질 이야기는 토비 이야기라고 하는 장면이 마지막이어서 너무 만족스러웠다.

- 토비는 자신이 해 냈어야 했던 행위를 젭이 결정권을 가진 지도자로서 대신 수행하는 이런 백일몽을 끊어 내야 한다. 그녀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합류해야 한다. 수리할 수 없는 것들을 수리하고 수선할 수 없는 것들을 수선하며 처형해야 하는 것들을 처형하라. 직책을 수행하라. - 64

-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실제 이야기’가 있다. 그다음에는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서 제외시킨 부분이 있는데, 그것 또한 이야기의 일부다. - 116

- 토비는 그 모든 걸 믿었단 말인가? 나이 많은 필라가 들려준 옛날 이야기들을? 아니, 정말로 믿지는 않았다. 그런 이야기들을 전적으로 믿었던 건 아니다. 아마도 필라 역시 그런 말을 완전히 믿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는 희망을 준다. 왜냐하면 죽은 사람들은 완전히 죽어 버린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희미한 방식으로, 조금 더 어두운 어딘가에서. 하지만 산 자들이 그런 메시지들을 인식하고 해독할 수만 있다면 여전히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어둡다 해도 어둡 속에서 목소리가 울려 나온다면 소리 하나 없는 침묵의 공간보다는 더 낫기 때문에 사람들한테는 그런 이야기들이 필요하다고 필라는 언젠가 말했다. - 316

- 자, 오늘 밤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여러분은 젭이 저기 앉아있는 게 보이죠? 그러니까 여러분은 젭이 그곳에서 안전하게 빠져나왔다는 걸 벌써 알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젭도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주 행복해 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저렇게 웃고 있는 거예요. 더 이상 기침도 하지 않네요.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말해 줘서 고마워요. 난 무척 행복해요. 왜냐하면 내가 나쁜 꿈을 꾸지 않고 푹 자기를 여러분이 바라기 때문이에요.
여러분도 안녕히 주무세요.
네, 잘 자요.
안녕히 주무세요!
이제 됐어요. 안녕히 주무세요라는 말은 그만해도 돼요.
고마워요. - 339

- 나는 아담1의 추론을 따라갈 수 있어요. 그러니까 그런 의미에서 그가 날 세뇌시켰다고 말할 수 있겠죠, 맞아요. 하지만 ‘신념’의 문제에 이르면 나도 그렇게 확실하지는 않아요. 물론 아담1의 말을 따른다면 ‘신념’이란 게 뭐겠어요. 그건 단지 부정적인 생각들을 기꺼이 유보하는 거잖아요?- 463

- 글쓰기라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인가? 사람의 영혼에게서 나올만한 목소리란 말인가? 만약에 영혼에게 목소리가 있다면 말이다. 만약에 그렇다면, 어째서 그녀는 어린 블랙비어드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 분명 크레이커들은 그런 것이 없을 때 한층 더 행복할 텐데. - 576

- 젭이 잠시 동안 말을 멈춘다.
만약에 말이지, 내일 우리 두 사람 모두 살아서 돌아온다면 모닥불 앞에서 하는 의식을 하면 어떨까? 녹색 나뭇가지를 들고서.
토비가 웃음을 터뜨린다.
그런 행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공허한 상징이라고 말하지 않았나요?
심지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공허한 상징이라 해도 어떤 때에는 뭔가 의미를 지닐 수도 있잖아. 당신은 날 거부하는 거야?
아니요. 토비가 말한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요? - 681

- 블랙비어드가 말한다. “이갸기를 하는 건 힘들어요.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쓰는 건 분명 더 힘들 거예요. 아 토비, 아주머니가 그 일을 하는 게 너무 피곤해서 하기 힘들면 다음에는 내가 이야기를 쓸게요. 앞으로는 내가 아주머니의 조력자가 되겠어요.”
“고마워. 정말 친절하구나.”
블랙비어드는 새벽과도 같은 미소를 짓는다. - 759

- 블랙비어드는 이제 자기만의 일기장을 갖게 되었다. 라고 토비는 쓴다.
나는 그에게 그가 사용할 펜과 연필 한 자루를 주었다. 그가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알고 싶긴 한데 캐묻고 싶지는 않다. 블랙비어드는 이제 크로제만큼이나 키가 자랐다. 그에게서 벌써 푸른색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성인이 될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할까? - 764

- 이 새로운 글을 나는 토비 이야기라고 부릅니다. - 777

2023. feb.

#미친아담 #마거릿애트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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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싱크 하이웨이 문학과지성 시인선 562
박지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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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이....
연탄재는 일단 발로 차고 본다
여서 책장을 펴자마자 기분이 별로였다.

전방의 노루 같은 것 쳐버릴 수도 있다는 싯구도...
참 별로다.

의중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전에 찬물벼락같은 느낌이라 집중이 잘 안된다.

2023. mar.

#립싱크하이웨이 #박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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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맞추기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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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을 맞추는 것은 그저 하나의 소재일 뿐,
이 이야기는 87분서의 형사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또 언제 나오려나 이 시리즈가...

- 87분서의 모든 형사들은 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반은 실은 그저 즐거움을 위해 - 경찰과 도둑 간에 벌어지는 게임의 재미를 만끽하기 위해 벌어진다고 믿고 있었다. 범행 동기가 금전적인 이익 때문일 거라는 생각은 잊어버리시라. 치정도, 적개심도, 반항심도 잊어버리시라. 그저 경찰과 도둑 간의 게임일 뿐이니. - 223

2023. mar.

#조각맞추기 #에드맥베인 #87분서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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