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의 자서전 - 시로 쓴 소설
앤 카슨 지음, 민승남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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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좋다는데...라며 다시 선택해 읽어본다.
여전히, 전체적으로는 그다지 감흥이 없다.
다만, 나를 통과해가는 문장들이 자주 툭 튀어나온다.
그것이 책 읽는 속도를 늦춰주는 점.

다시 읽고 난 후, 음미하게 되는 지점들이 이 책의 앤 카슨의 매력인가?

- 말들이 약동한다. 우리가 허용하면, 말들은 스스로 하고 싶어 하고 해야 하는 걸 한다. - 7

- 다른 인간과 대립함으로써 자신의 행위들이 명확해진다. - 62

- 사람들에게 삶은 하나의 경이로운 모험이다. - 135

- 게리온은 불안이나 슬픔 같은 감정 상태에는
단계가 있지만 권태에는
단계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대단한 존재는 될 수 없을 거야. - 206

2024. oct.

#빨강의자서전 #앤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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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삼사라 서 세트 - 전2권
J. 김보영 지음 / 디플롯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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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름들과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언어들.
때문에 이야기로 진입하기까지 걸음은 더디지만 어렵게 읽을 이야기는 아니다.

어두운 욕망들에 대항하는 사람, 퇴마사의 이야기다.

현대적이며 역사적인 시간의 연속성 위에 존재하는 캐릭터들이 흥미롭다.
다만, 서사를 강조하기보다는 씬의 묘사, 전투 장면들이 들어가다 보면 집중력이 흩어진다.
웹 소설로 쓰였기 때문인지??
물론 판타지 특성상 전투 장면을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긴 좀 그랬겠지?

서사를 더 재밌게 느끼는 독자는 잠시 덜컥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애니메이션으로 본다면 훨씬 재밌을 듯도 싶다.

그러고 보면 심소에서의 전투라는 점은 클램프의 결계 안 전투와 비견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김보영의 인터뷰에 보면 아주 상관없는 생각은 아닌 것도 같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가 전사로 성장하는 이야기는 흔하지만 늘 통쾌하고 속풀이 되는 이야기니까.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좀 텀을 두고 2권을 읽었는데 계엄 상황이 진행되는 와중에 불의가 바로잡아지지 않는 답답한 시점에 읽게 되었는데.... 첫 장면이 4.3의 장면들이라서.... 무척 우울했던 기억도 생기고... 그랬다.

- 네 유전자는 태고의 바다에서부터 온 거야. 너는 모든 진화를 거치고 모든 생명을 다 거쳤어. 지구의 역사와 함께 해왔어. 태고의 영혼이 모두 네 몸에 남아 있어. 그때부터 살아온 전체가 다 너야. 자신을 함부로 하찮게 여기지 마. - 483

- 왜냐하면 네가 정의가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타인을 불의라 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정의가 된다.- 719

- 왜....? 왜.....?
그토록 갈망하던 해방이 오지 않았는가. 모멸과 학대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는가.
...... 학대에서 벗어나기를 바란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을 학대한 자들과 똑같은 자리에 서기만을 바랐는가? 당한 그대로 군림하기만을 바랐는가? 지배하고 학살할 힘을 손에 쥐기만을 바랐는가?
마음이 부서졌다.
(...)
인.간.따.위.이.제.지.쳤.다.
선혜의 마음 안에서 음산한 소리가 들려왔다.
지.긋.지.긋.하.다.인.간.이.란.동.정.할.가.치.조.차.없.다.
뭘.위.해.지.금.까.지.싸.웠.는.가.다.소.용.없.는.짓.이.었.다.
'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 12

- '그런데 집 지키는 카마가 왜 호랑이 모습이지?'
수호는 살랑살랑 흔들리는 추이의 꼬리를 보며 생각했다.
그 속내를 읽었는지 추이가 가볍게 웃으며 덧붙였다.
"전통적으로 고양이는 사람보다 집을 사랑하는 법." - 44

- "이 나라의 마구니들이 써온 흔한 전략 중 하나다. 그래서 그들은 토건족과 결탁하여 산을 깎고 집을 허물고 오래된 것들을 부순다."
마호라가가 말했다.
"그렇게 오래된 것들이 부서지면 사람들의 마음도 같이 부서진다. 이 거리의 오래된 건물은 이미 다 사라졌고 남은 건물은 이 집뿐이야. 이제 여기마저 무너지면 이 거리의 심소 경계가 무너진다."- 59

- "우리의 눈은 세상을 다 보지만 오직 자기 자신만은 볼 수 없다. 그것이 모든 사람의 맹점이다."
"......"
"그 누구도 자기 자신은 보이지 않아."
"......"
"수호, 그러니 만약 네가 네 마음에서 어둠을 보았다면."
마호라가는 잠시 말을 끊었다.
"그 어둠은 네가 아니다." - 253

- "바루나,"
지귀가 애원했다.
"살아가자."
"......"
"우리가 무엇에서 비롯되었고 어디서 생명을 얻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우리가 어떤 존재든, 우리는 살아 있으니 살 권리가 있어." - 686

- "여기 사는 사람들 모두 네 가족이고 친구야, 수호."
"......"
"이 거리에 네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수호는 눈을 크게 떴다. "너는 혼자였던 적이 없어. 지금도. 지난 어느 생애서도. 앞으로의 어느 생애서도 그럴 거야." -863

2024. dec.

#사바삼사라서 #J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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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픈 것이다 위픽
J. 김보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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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게, 치고 가는 무엇이 있다.
장례식 배경에, 엄마의 죽음에 이르는 투병 상황... 나에게는 아무래도 지뢰 같은 소재다.
양친을 병으로 떠나보낸 입장에서....

리얼리즘... 이라고 밖에 표현 할 수 없는 장례식장의 풍경이 좀 우습기도 하고...

늘 좋은 작가지만, 더하여 소재로 떠올린 것을 이렇게까지 쫙 펼쳐 보이는 글을 쓴다는 것에 늘 경이롭달까.

우리 안의 각색의 믿음들, 어리석고 무지해 보일 경우도 많지만, 한 인간에게 그것이라도 위안이라면 그걸 비난할 순 없다 생각하지만, 역시 참견과 오지랖의 영역이 된다면...
결론적으로 주책 맞은 사람은 돼지 말아야 한다는 큰 교훈이 있다. ㅋ

외려 속 없어 보이는 주변 인물의 사소한 행동과 말이 어떤 경우엔 철퇴 같기도, 포근한 미풍 같기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인간의 다양한 측면이기도 하겠지.
그 사실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이야기다.

- 지금도 궁금해하곤 한다. 왜 우리는 그토록 긍정적이었을까. - 24

- "얘야, 나는 그때 구원받았단다. 이 은총을 나 혼자만 받고 싶지 않구나.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이 나눌 수만 있다면 좋겠어."
큰아버지는 땅이 꺼져라 푹푹 한숨을 쉬었다.
"너도 딱 한 번만 겪어보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거다."
순간 벼락처럼 저항감이 일었다. 이 사람의 내면의 무대 앞에 펼쳐진 가상의 군중이 거슬렸다. 내가 상주인 줄도 모르고, 내가 엄마를 잃은 사람인 줄도 모르는 이 늙은이의 경망스러움이.
"한 번만, 한 번만이라도 내가 본 것을 볼 수 있다면."
"매일 봐요."
나는 충동적으로 내뱉었다. 큰아버지는 내 말을 들을 마음이 없었기에 "그 기적을, 신비를" 하며 말을 잇고 있었다.
(...)
큰아버지는 뭘 이해했는지 몰라도 알겠다는 듯 내 등을 두드렸다.
"지금은 큰아버지 말이 귀에 잘 안들어오겠지만, 잘 새겨듣다가, 언제든 아, 그때 큰아버지 말이 그 뜻이었구나, 싶어질 때......"
아,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이 사람은 너무나 잘 살아온 것이다. 그래서 오만해진 나머지, 신비가 얼마나 헤픈지 모르는 것이다.
세상이 불가해로 이루어져 있음을 믿어본 적이 없기에, 일생 딱 한 번 찾아온 비현실을 저 혼자에게만 쏟아진 은총인 줄로만 안다. 홀로 선택받은 자라는 증명인 줄로만 안다. 세상에 부품처럼 딱딱 맞아 들어가며 일생 한 줌의 의심도 혼란도 없이 살아온 이 사람으로서는, 일생 딱 한 번 찾아온 불가해를 해석할 방법이 그뿐이었던 것이다.
기이는 흔해빠진 것이다.
잡풀처럼 무성하다 못해 경이마저도 주지 않는다. 널려 있다 못해 진부한 것이다. 그러므로 기이에 삶을 침해당할 이유도 없으며, 신비를 접했다고 현실의 삶을 굳이 새로이 해석할 까닭도 없는 것이다. - 69

- 내가 물끄러미 보자 민재가 나를 가리키며 말했했다. 
"아, 의미 부여하지 마라. 거짓말이란 뜻은 아니고. 참말이다. 그런데 나한테만 참말이다. 너한테는 아무 의미도 없다. 무슨 말인지 알겠냐. 됐다, 몰라도 된다."
그 말에 맥이 탁 풀렸다. 마음이 누그러졌다. 신기하기도 하지. 이리 간단히도 사람에게 정이 붙다니. - 75

2024. oct.

#헤픈것이다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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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생활백서, 어두운 숲을 지나는 방법 폐교생활백서
로서하 지음 / 드루이드아일랜드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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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이드의 가족으로 폐교 생활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궁금.
마음이 통하는 동반자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책을 보면 느낄 수 있다.

불편하지만 문득문득 찾아오는 평화로운 순간을 즐긴다거나, 멧밭쥐도 흐린 눈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

- 행복은 찾아 떠나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선 자리에서 발견해야 하는 거였어요. - 179

2024. oct.

#폐교생활백서 #로서하 #어두운숲을지나는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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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생활백서, 아주 많이 부족한 희망찬 하루 폐교생활백서
프로개 지음 / 드루이드아일랜드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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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글이 여유롭게 배치되어 있어 쉽게 금방 읽을 수 있다.

오랫동안 봐온 프로개의 문장은 낯섬이 전혀 없어 친근하고..

주작, 현무, 백호, 청룡... ㅋㅋㅋ
주작이들 어쩜 그렇게 잘 키웠을까 싶게 오종종 거리는 모습이 선하다.
부화율이 높지 않다더니... 죄다 태어나는 게 신기할 지경.

동물의 숲 같지 않냐는 부러움도 사지만, 폐교 생활이 만만찮은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지점이 많다.
그럼에도 모조리 키워버리는?? 드루이드의 기운은 과연 놀랍지 않은지. :)

2024. oct.

#폐교생활백서 #프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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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ejohn 2024-11-25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헬피토레스님?

hellas 2024-11-25 20:38   좋아요 0 | URL
???? 그게 누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