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가들
정영수 지음 / 창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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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심드렁하고, 타인을 신용하지 않으며 세상의 불합리에 분노하는 자기연민에 빠진 화자들이 등장한다.
어찌보면 성욕이 배제된 홍상수적 캐릭터, 다자이 오사무적 캐릭터 같기도 하지만 인간의 무쓸모함을 툭툭 내뱉는 방법으로는 나쁘지 않다.

어떤 특별한 사건이나 의미 없이 요상한 심드렁 흡인력이 있는 단편들이다.


-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언젠가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은 사실이다. 공부를 계속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정작 책장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을 보았을 때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몰랐다. 언제나 그뒤엔 죽은 걸들이 있었으니까. 살아 있는 것들은 바깥에 있고 이 안에는 늘 죽은 것들이 있었다. - 13, 레바논의 밤

- 우리의 삶은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상 모든 것이 우연이기 때문에 우연이라는 단어 자체가 정말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세상이 생겨난 이래 일어난 모든 일은 우연이다. 이 간결하고도 명백한 명제를 따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 86, 여름의 궤적

- 우리는 이미 엎어져 이쓴 쓰레기통에, 그것도 헛발질만 계속하고 있는지도 몰라. - 121, 음악의 즐거움

- 내가 영화감독이나 건축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했다면 또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런 진취적인 목표가 없었다. 그저 읽고 싶은 책이나 읽으며 굶어 죽지 않고 살아가는 게 나의 소망일 뿐이었다. - 142, 특히나 영원에 가까운 것들

- 나는 곧잘 지겨워하는 편인데 어느 정도냐면 벌써 인생에 질려버렸다. 사는 건 참 지긋지긋한 일이다, 라는 생각을 자주한다. - 작가의 말 중
2019.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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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루페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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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의 재미가 있다.

해피엔딩으로 짝짝 박수치고 끝내는 엔딩이 아니라서 더욱 좋았다.
젠더에 대해, 인종에 대해, 무척 배려가 되어 있는 착한 이야기.

사실 꼿힌 부분은 에이제이의 싫어요 리스트인데, 혼자 사는 편이 확실히 수월할 이 사람에게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 (그 중 가장 공감한 싫어요는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였다 무릎치며 공감함)

한명씩 빈틈을 메꾸듯 삶을 채우며 등장하는 맞춤 가족이야기는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더하여 미국 문학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도 읽는 재미에 더해진다.

- 하여간 나는 수집용 책들은 질색이야. 죽은 종이 뭉치에 다들 왜 그렇게 환장하는지. 중요한 건 거기 담긴 생각이라고, 이 사람아. 그 문장들. - 54

- 마야. 우리가 스무살 때 감동했던 것들이 마흔 살이 되어도 똑같이 감동적인 건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야. 책에서나 인생에서나 이건 진리다. - 57

- 때로는 적절한 시기가 되기 전까진 책이 우리를 찾아오지 않는 법이죠. - 119

- 장편소설도 분명 그 나름대로 매력적이지만, 산문 세계에서 가장 우아한 창조물은 단연 단편이지. 단편을 마스터하면 세상을 마스터하는 거야. - 297


2019.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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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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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해서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지구에 와야만 했다는 외계인.... 을 누가 말림, 그런 사랑을...ㅋ

개정 출간되어 기쁘게 사 읽는다.

달달한 우주적 로맨스.

다만 이전에는 혐오스럽다고 여겼던 인간 남친 경민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불확실하고 불성실한 경민은 타고나길 자신의 쾌락에 몰두하는 사람, 그런 점은 딱히 나쁘다고 할 수 없지 않나... 하는 나의 변심.

이 소설이 구글에선가 여튼 어디엔가에서 외설 소설 카테고리에 있었다는 해프닝을 들었고 ㅋㅋㅋㅋ 그에 대해 ‘외계설화’의 준말일 것이라 주장했다. :)

- 상호간에 신뢰가 없는 사회였다. 윗세대가 완전히 망쳐버린 것을 우리 세대가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일단 한 사람의 신뢰를 얻자. - 98

- 그거 알아? 내가 너한테 반하는 바람에, 우리 별 전체가 네 꿈을 꿨던 거? - 101


2019.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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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외로움을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김고요 지음 / 별빛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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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깊이 새겨진 나르시즘.

중간에 오탈자를 발견했다. 다른 장르보다 시의 오탈자는 치명적인 듯.
맥락의 이해에는 크게 지장이 없는데 감상의 맥은 확 잘려나간다.

- 시가 뭔지 모른다
그저 어떤 말로도 마음을 설명할 수 없음을 안다
언어 앞에 무기력해질 때마다 썼다 - 시인의 말

- 칫솔의 방향 따위에도 쉽게 마음이 아팠다
다만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거울이고 싶었다
오로지 너로만 대체될 뿐이다 - 거울 중

- 몸 밖으로 터져 나갈 수 있는 꽃들이 부러웠다
나는,
꽃이 아니다 - 사월 중

2019. jul.

#김고요 #나의외로움을궁금해하지않는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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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문학동네 시인선 86
김상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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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너무 와닿은 시들.

김상혁 시인의 시들이 더더 읽고 싶어졌다.

<십일월>과 <나의 여름 속을 걷는 사람에게> 두 시가 특히나 좋다.


- 한 떠돌이 부부가 마을로 흘러들었다.
그들은 주민 가운데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외곽, 아슬아슬한 암벽 밑 울퉁불퉁한 황무지에 집을 지으려고 온 마을에 아부했고 겨우 집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허락한 주민 가운데 그 누구도 땅의 주인은 아니다. 주인은 나중에 온다. 군대와 함께. 부부의 영혼과도 같은 그 집을 무너뜨리러 온다. - 시인의 말

- 먹는 기쁨, 보는 기쁨, 생각하는 기쁨.
영혼의 기쁨 같은 건 없다.
그렇대도 기쁜 영혼 같은 건 있으면 좋겠다. - 기분의 왕 중

- 여전히 귀를 기울인 채로
왼손에 쥔 어둠이 무거우면 오른손으로 그것을 옮겨 쥐다
그런 반복을 이 순간에도 몇 번씩
그렇게 입가를 문지르고 빈주먹을 쥐다 펴고 귀를 기울이고
너희가 맞구나, 너희가 아니구나,
죽은 친구들과 떠난 아이들을 떠올리다 - 맞다, 아니다 중

- 우리는 너를 위해 너무나 오랫동안 기도하다
도무지 신 같은 건 믿을 수 없게 되었다 - 아들에게 중

- 자네의 그림에는 풍경과 생각이 섞여 있어 언덕을 그리고 나면 떠오르는 소리를 거기에 색으로 입히지 어제의 붉은 언덕을 오르던 사람이 오늘의 검은 언덕을 내려가는 식이라네 왜 석양을 바라보는 일은 눈을 감는 일보다는 항상 덜 슬픈가 - 십일월 중

2019.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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