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시대의 '읽기'> 이것이 이번 호의 기획이다. 세상이 많이도 변했다. 읽기의 방식도 매체도 변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읽기 분야에서는 아직도 책, 책, 책 한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성토한다. 그런데도 책은 무지하게 많이도 발간된다. 우리나라에 발간되는 책들이 나무의 목숨값을 하고 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이 많은 책들 중에 단 한 사람에게도 읽히지 않고 사라지는 책이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환경오염만 시키는 책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손한 생각.

 

  책은 읽지 않는다. 그러나 읽기는 많이 한다. 읽을 수밖에 없다. 읽지 않고 이 세상을 살아가기는 힘들다. 생각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글들이 뽁뽁 올라온다.

 

톡톡 올라온다. 읽어달라고. 긴 글도 아니다. 짧은 글들이 세상을 휘젓고 다닌다. 그 글들을 잡아 자신의 마음 속에 간직하기보다는, 그 글을 다른 사람의 눈으로 실어 나른다.

 

날아다니는 글들. 엄청난 읽기 시대다. 그런데도 책을 잘 안 읽는다는 말이 나온다. 민들레 111호에서는 이 점을 짚는다. 안 읽기는? 읽기 방식, 매체가 바뀌었는데... 예전의 고루한 책 읽기만을 읽기에 넣으면 안 되지 하면서.

 

그렇다고 예전의 읽기를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의 읽기 역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 소개된 것처럼 예전의 낭송하기를 지금 실천하는 읽기 모임도 있으니 말이다.

 

글을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읽는 것, 글읽기가 신체활동이 되는 것, 하여 머리로만 깨우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도 깨우치는 것, 그런 읽기... 예전의 읽기를 현대에 도입한 읽기.

 

다만, 이런 읽기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대의 삶에서 한 발 비껴서야 한다. 시간을 분초 단위로 쪼개 사는 삶이 아니라 온 시간을 사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런 삶 속에서 읽기는 신체 활동이 될 수 있다.

 

특히 학생들에게는 이런 읽기가 필요하다. 글을 읽을 때 그 소리들이 자신의 몸 속에서 울리는 것을 느끼는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시간을 빼앗아가는 행위는 이제 멈춰야 한다.

 

세계 최장의 공부 시간은 자랑거리가 아니다. 아이들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 시간을 때운다. 학교에서는 학원 숙제를 하고, 학원에서는 건성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다시 집에서는 숙제, 숙제... 곰곰이 생각하지 않고 베끼기 바쁘다.

 

이러는 틈틈이 친구들과 글을 주고받는다. 문자를 주고 받음, 빠르게 가볍게 읽기. 깊이 생각하지 않기. 상대의 의도 파악하기보다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뜻만 생각하기.

 

이게 요즘의 읽기다. 이런 읽기를 통해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발췌하는 능력만 우세해진다. 그렇다. 모든 읽기는 '나'를 위한 읽기가 된다.

 

'남'과 '나'를 소통시켜 '우리'라는 공동체로 가는 길에 읽기가 있지 않다. '남'을 '나'에 종속시키는 길에 읽기가 있다.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요즘 읽기에서는.

 

학생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어른들의 읽기, 정치인들의 읽기는 더욱 문제가 많다. 이들은 뉴미디어를 자신들에게만 유리하게 사용한다. 참으로 편리한 읽기다.

 

읽기에 자신의 온몸을 투여하는 일은 없다. 그것은 시간낭비일 뿐이다. 그렇게 하는 사람은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그게 요즘 시대다. 그런 시대의 읽기다. 그러나 이대로만 가다가는 공멸한다.

 

민들레에서는 이런 읽기를 비판하고 있다. 읽는다는 행위는 살아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읽기가 꼭 책일 필요는 없다는 것.

 

한 발 더 나아가면 우리는 사람읽기를 해야 한다. 삶읽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급속도로 변해가는 세상에서는 더더욱 사람읽기, 삶읽기가 필요하다. 그런 생각을 하게 해주고 있다.

 

이 점에서 이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왜 [민들레]를 만드는가 물으신다면'이라는 글은 의미가 있다. 바로 누군가는 [민들레]를 통해 사람읽기, 삶읽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들레]가 의미 있는 것이다.

 

'읽기'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진 민들레 읽기... 교육이 제 자리를 찾아가기를 기대하면서 읽는 민들레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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