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물에만 살지 않는다


물고기는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데

나무에 올라서는 물고기를 구할 수 없다는데

깊은 산 속 절에는 물고기가 산다

쇠가 되어

나무가 되어

바람과 함께

잠든 이 정신을 깨운다

순수의 시대로

사람들을 되돌아가게 한다


태고적을 잊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들 집에 물고기를 매달아 놓는다

문 앞에 창문 앞에

가끔 태고적 순수함을 잃었을 때

문을 열면 들어오는 바람에 물고기는

온몸을 맡겨 헤엄치면서

자연을 벗어나면 안 된다고

우리를 물가가 아닌

산 속으로 데려간다


집 안에서

자연 속에 퍼지는

풍경 소리를 듣고

정신을 깨우는 목어 소리를 듣는다


이제 물고기는

물에만 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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