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칼을 거두고 평화를 그려라 - 반전과 평화의 미술
박홍규 지음 / 아트북스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예술은 우리 인간의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그 중에서 미술은 특히 우리의 눈을 통해 마음을 울린다는 점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와 함꼐 한 예술인데...

 

오죽했으면 선사시대에도 동굴에다 그림을 그려 넣었거나, 자신들의 무덤 속에 그림을 그려 넣었겠는가. 그만큼 미술은 삶과 죽음에서도 우리와 함께 하는 예술이었다.

 

그렇게 삶과 동떨어질 수 없는 미술이 현대에 인간들이 겪은아니 인류가 겪은 전쟁에 대해서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으리라 추측을 할 수 있는데...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최초의 전쟁 기록으로 남아 있는 기원전 1496년 이래 3500여 년에 이르는 동안 전쟁이 없었던 해는 불과 244년에 불과하고, 나머지 3250여 년은 인간이 흘린 피로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7쪽) 

 

고 하고 있으니, 전쟁은 우리와 늘 함께 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잠시 잊을 수는 있었겠지만 결코 헤어지지는 못하는 존재처럼 말이다.

 

꼭 죽음과 삶처럼 전쟁과 평화도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인간의 역사가 이렇게 이루어졌다고 해서 전쟁이 인간의 삶에서 필수라고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전쟁이 없는 역사를 꿈꾸어야 하고, 또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모든 전쟁은 나쁘다. 어떤 전쟁도 찬양되거나 기념되거나 추억되어서는 안 된다. 어떤 전쟁에 대해서도 합리화나 정당화나 역사화는 있을 수 없다. 모든 전쟁은 악이다. 죄악이다. 전쟁은 인간이 저지르는 모든 악의 근원이다. 전쟁의 본질은 잔인함이다. 전쟁은 오직 파괴이다. 아니 인간을 개처럼 죽게 하는 가장 비인간적인 파멸의 심연이다. (277쪽)

 

전쟁이 시작되면 지옥의 문이 열린다. 아무리 전쟁이 정당하더라도 그것은 부당한 평화보다 못하다. 어떤 전쟁도 정당할 수 없고, 어떤 평화도 부당할 수 없다. (278쪽)

 

이렇게 이 책의 지은이는 말하고 있다. 인간의 문명이 점점 발달해 오면서 전쟁의 위협이 사라지기는 커녕 대량 살상의 위험, 멸망의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는 이 때 전쟁에 대해서, 어떤 전쟁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지은이의 말은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온다.

 

아직도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지 않은가. 그런 전쟁으로 우리네 삶은 얼마나 피폐해지고 있는가.

 

이런 전쟁에 그림으로 맞선 화가들이 있으니, 그것은 아마도 전쟁이 시작된 이후 전쟁에 맞선 평화의 움직임이 만들어졌듯이, 전쟁을 찬양하는 화가들에 맞서 평화를 주장한 그림을 그린 화가들이 있었으리라. 

 

근대 초 자크 칼로의 전쟁 판화를 비롯하여 스페인시민전쟁의 [게르니카]에 이르기까지, 반전과 평화의 미술은 한 장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위대한 전통을 형성했다. (8쪽)

 

이렇게 반전, 평화 미술은 인간의 역사에서 당당하게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미술들이 많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 잘 소개되지는 않았다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이 책은 그 동안 우리에게 그다지 자주 소개되지 못한 반전과 평화의 미술을 소개하기 위해 씌오졌다. 그런 작품들은 전쟁의 역사만큼 길고 전쟁이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만큼 그 폭도 넓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미술을 통해 전쟁의 비극에 대해, 평화의 소중함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 (8쪽)

 

그래서 지은이는 세계 미술사를 통해 반전과 평화를 담은 그림을 그린 화가들과 그들의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작가의 절절한 바람을 담아 소개하는 화가들과 그들의 그림이 울림을 준다. 우리네 세상이 평화로 가득한 세상이 되기를 함께 바라게 된다.

 

반전 평화 미술은 진정한 사실주의, 진실한 민중예술, 참된 민주예술이다.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것만이 진실이다. 그 진실에 어긋나는 모든 가식이나 허위를 고발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자 반전 평화 미술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279쪽) 

 

그러한 반전 평화 미술은 우리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평화롭지 않은 세상이 인간을 얼마나 불행하게 하는지를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기에 이런 그림들이 우리에게 다가오면 우리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게 된다.

 

결국 화가들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자신만의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진정한 예술가란 사회를 벗어날 수 없음을, 그래서 우리의 삶을 더욱 평화롭고 풍요롭게 하는 화가들이 진정한 화가임을 이 책은 잘 말해주고 있다.

 

여기에 순수-참여 논쟁이 끼어들 틈이 없다. 도대체 무엇이 순수란 말인가? 사회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는 것이 순수라면 그것은 가장 정치적인, 불의에 종사하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진정한 순수란 불의한 현실을 거부하는 것, 그것이 바로 순수고, 그러한 순수는 참여일 수밖에 없는데, 순수-참여 논쟁이 왜 일어난단 말인가.

 

하여 이 책은 이러한 순수-참여 논쟁을 배제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를 추구하는 그림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자크 칼로로부터 시작하여 현대에 베트남 전쟁을 다룬 화가들까지 다양한 화가들과 그림을 다루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그림은 한 권의 책이 될 필요가 있다고 하여 빼고 있는데, 우리나라만을 다룬 그림도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반전 평화 미술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사실이 현대가 아직도 전쟁의 참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되어 슬프기도 하지만... 언젠가 이런 반전 평화 미술이 역사의 한 장으로 물러나길 기대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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