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모델 - 화가의 붓끝에서 영원을 얻은 모델 이야기 명화 속 이야기 5
이주헌 지음 / 예담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다.

 

그 유한성이 우리를 현재에 매달리게 하는지도 모른다. 아니 유한성이 우리를 영원에 매달리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한하기 때문에 지금 잘 살기를 원하지만, 마찬가지로 유한하기 때문에 자신이 영원히 남아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기도 하다.

 

영원히 남는 방법.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듯이 무언가 남겨야 영원을 얻는데, 이 책에는 그림으로 자신들을 영원히 남긴 화가와 모델이 등장한다.

 

화가는 모델을 그림으로써 그 그림으로 영원하게 되고, 모델은 그 그림 속의 인물로서 영원하게 되는데, 이런 화가와 모델의 관계를 세 부류로 나누어서 설명을 하고 있는 책이다.

 

1부는 정염의 거울에 그대를 비추다라고 하여 화가와 모델이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했으나 세상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관계가 된, 소위 말하는 불륜이 된 그런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모델이 화가의 앞에 서는데, 이것이 순간적인 것이 아니고 지속적일 때 어찌 사랑의 마음이 싹트지 않을까. 남녀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만남이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사랑의 관계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사회적 통념과는 다르게 나타난 것이 바로 1부에 나오는 화가와 모델의 관계이다.

 

불꽃같은 사랑, 운명같은 사랑, 어쩔 수 없는 사랑이라는 말이 어울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들 이외의 다른 사람들이 느꼈을 고통은 어쩔 수가 없다. 참...

 

그래도 작품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었으니, 이들의 사랑이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고... 이 중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람들은 로댕과 까미유 클로델이니...이들의 관계가 다른 화가와 모델에게도 나타났다고 보면 된다.

 

2부는 아내, 그 사랑의 이름으로라고 하여 모델이 화가의 아내인 경우다. 이들의 사랑은 불꽃같은 사랑이라기 보다는 잔잔한 물결 같은 사랑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물결이 그들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지만 말이다.

 

여기서 가장 마음을 울리는 사랑이 바로 모딜리아니와 잔 에뷔페른의 이야기다.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하고 함께 지내지만, 화가인 모딜리아니가 죽자 아이를 임신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투신 자살한 잔 에뷔페론의 이야기는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도 하지만, 이들의 이런 이야기로 인해 그들의 작품이 영원성을 얻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작품 속에서도 생생히 살아있지만, 이야기로도 살아있는 화가와 모델의 관계이기도 하다.

 

3부는 영감의 씨줄, 동행의 날줄이라고 하여 불륜도 아니고, 부부도 아닌, 그러나 화가와 모델로 서로에게 도움을 준 그런 관계들을 살피고 있다.

 

특이하게 맨 마지막에 프리다 칼로 편에서는 모델이 바로 자신인 칼로라고 하고 있는데, 하긴 칼로의 삶을 보면 자신의 그림에서 칼로만큼 중요한 인물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화가만을 기억하고, 그림 속의 인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지만, 그림 속의 인물은 모델로서 영원성을 획득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요즘은 미술관에서 박물관에서 특별대접을 받으며 보관되고, 전시되고 있으니 이들의 생명은 영원히 지속되리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림이 존속하는 한 화가 역시 영원성을 얻는다. 화가는 모델에게 영원성을 부여했다고 하지만, 마찬가지로 모델도 화가에게 영원성을 부여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화가와 모델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원성을 주는 그런 관계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명화라고 하는 작품에서는.

 

영원성. 인간이 추구하고 싶어하는 것이지만, 그 영원성을 어떻게 획득하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적어도 안 좋은 쪽으로 영원성을 획득하는 것보다는 좋은 쪽으로 영원성을 획득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림을 보며, 그림을 통한 화가와 모델의 영원성만이 아니라, 그 그림을 보는 나의 영원성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