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관계를 지치게 하는 것들
라파엘 보넬리 지음, 송소민 옮김 / 시공사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안톤 슈낙의 수필이 생각나는 제목이다. "우리의 관계를 지치게 하는 것들"이라는 제목이. 떨어지는 낙엽이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속절없이 떨어져버린  수많은 목숨들이, 특히 어린 목숨들이 나를 슬프게 한다. 아직도 생사를 알 수 없는 그들이 나를 슬프게 하고, 나를 지치게 한다.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나를 지치게 하고, 총체적인 무능을 드러내는 정권의 대응이 나를 지치게 한다. 정말로 지치게 한다.

 

더 나를 지치게 하는 것은 이 책에 나와 있는 대로 책임에 대해서 남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는 책임자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 양, 오로지 잘못은 밑에서 소수의 살기 힘들었던 사람들의 무책임에서 도래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즉 권리가 많아질수록 책임도 많아짐을 생각하지 못하는 그들이 나를 무척 지치게 한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니, 이 책대로 한다면 이렇게 고위층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도 책임전가에 불과하다. 결국 나를 지치게 하고 있을 뿐이다. 즉, 내가 나를 지치게 하고 있다. 나 역시 책임이 있음을 인식해야만 하는데...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그래, 최소한 내 책임은 인정하자.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 이것이 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다.

 

세상이 더럽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나를 오해해도 내가 지치지 않는 방법은 바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나를 바로 보는 것. 모든 일의 일차적인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것, 그래서 나를 거리를 두고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출발점이다. 이렇게 거리를 두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요소가 바로 유머다.

 

유머, 웃음, 이 웃음은 작동이 되는 순간 나를 나에게서 거리를 두게 한다. 나를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한다. 이렇게 거리가 두어진 나... 여기서부터 출발한다면 나를 지치게 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초는 마련한 것이리라.

 

그 다음에 생각해야 할 것이 내 행동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가 '배-가슴-머리'라는 사실이다. 배는 본능이라고 한다면 배에 중점을 두는 행동은 나에게서 거리를 두지 못하는 행동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머리에 중점을 두면 머리는 이성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감정이 배제된다.

 

감정이 배제된 행동은 합리적일지는 몰라도 마음을 편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즉 머리에만 집중을 하면 나는 더욱 지치게 된다. 아니, 나는 지치지 않을지 몰라도 다른 사람을 매우 지치게 한다. 내 주변의 사람들이 지친다면 결국 그 피곤함은 나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가슴이다. 이 가슴은 배와 머리를 종합한다. 그래서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서는 가슴에 중점을 두는 생각, 생활을 해야 한다. 이렇게 가슴에 중점을 두는 생활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나를 지치게 했던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용서는 내 삶을 행복하게 복원해주는 힘을 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용서할 수 있는 능력은 복원력을 향상시킨다." (356쪽)

 

이 때 복원력은 오뚜기에 비교하면 오뚜기의 탄력성이다. 이러저리 흔들려도 쓰러지지 않고 곧 중심을 잡는 탄력성... 이를 심리학에서는 '안정성'이라고 한다는데...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배로 따지면 '복원력'이다.

 

이런 탄력성, 안정성, 복원력이 확보된 삶은 행복은 삶을 살 수 있다. 이런 능력을 지닌 사람은 남을 용서할 뿐만 아니라 자신도 용서할 수 있다. 이는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집착은 남에게도 자신에게도 나타나니, 집착을 벗어난 삶. 그것이 바로 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이 책은 이런 방법에 대해서 많은 사례들을 통하여 이야기해주고 있다. 심리학 책을 읽는 이유는 이것이지 않을까. 단지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삶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그 점에서 이 책은 나에 대해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내 삶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주고 있다.

 

그래, 세상이 아무리 어지럽고 힘들고,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힘들게 해도... 문제는 늘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 나를 직시하고 나를 언제든지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는 탄력성을 확보하는 일, 그래서 웃음부터 시작하는 일... 이 책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제 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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