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그럴 나이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나윤아 외 지음 / 우리학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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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보통 중2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도 하고 사춘기라고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중2병이라고도 한다. 중2병이라는 말은 쓰지 말자는 움직임이 많아서, 가급적 그 말은 쓰지 않으려 하지만 여전히 그 말을 쓰는 사람도 있다. 사실 중2가 병은 아니지 않은가. 


[열다섯, 그럴 나이]라는 제목으로 다섯 편의 소설이 묶였다. 열다섯에 겪음직한 일들을 소설을 통해서 보여주고, 이 나이 대의 사람들이 읽으면서 자신만이 아니라 많은 열다섯들이 그런 일들을 겪고, 또 고민하면서 지낸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열다섯에 무엇을 고민하는가?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꿈꾸고(영웅-히어로),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소통을 하며(스마트폰을 이용한 SNS-톡방), 자신의 현재 모습에 실망해 다른 삶을 꿈꾸기도 하고(이번 생은 망했어-이.생.망), 사이버 세계에서 뜻하지 않게 피해를 입게 되기도 하며(몸캠피싱), 친구관계로 고민을 하기도(인싸) 한다.


아마도 청소년기에 영웅을 꿈꾸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웅이란 세상과 동떨어진 특출난 존재가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보통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서 영웅을 발견할 수 있을 때, 그럴 때 공상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로 넘어올 수 있음을 첫번째 소설, 탁경은이 쓴 '캡틴 아메리카도 외로워'에서 만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삶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 그럼에도 무언가 조금이라도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영웅이 아닐까 하는, 그럼에도 그런 영웅은 외로울 수밖에 없음을 소설이 보여주고 있다.


그런 외로움을 견뎌내고, 자신이 바라는 삶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사람을 만나는 나이, 그 나이가 열다섯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에 수시로 울리는 까톡, 까똑 소리. 아마 하루에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은 그 소리를 들을 테다. 요즘 열다섯 살 사람들은. 하지만 과연 그 카톡으로만 소통이 잘 될까?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카톡으로 대화하는 세상이 과연 좋기만 할까?


이 카톡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선주가 쓴 '앱을 설치하시겠습니까'에 나오고 있다. 누구나 편하게 쓰는 카톡 앱을 깔지 않은 사람이 있을 때 소통방법? 편한 앱인데 굳이 안 깔겠다고 하는 아이를 이해 못하는 아이들. 또 그때만 깔고 지우면 되는데도 깔지 않는 아이. 과연 어떤 아이에게 감정이입을 해야 할까? 


소설은 끝부분에 반전이 있다. 단지 앱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임을, 남들과 함께 어울리는 법을 잃어가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고 있지 않나 한다. 꼭 열다섯의 문제는 아니다. 이는 지금 사회관계서비스망(SNS)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열다섯의 고민을 넘어 우리 모두의 고민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현재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당연하다. 청소년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에 불만이 많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저런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한 때.


자신이 한껏 초라해 보이고 다른 사람은 다 멋있어 보이는 그런 때, 그런 때 보이는 모습을 환상을 동원해 범유진이 '악마를 주웠는데 말이야'란 소설로 썼다.


악마가 소원을 들어준다. 고전에서 많이 나오는 설정을 활용했다. 그리고 그 소원이 결국은 자신의 본 모습을 사랑하게 한다는 결말로 나아간다.


그렇게 부러워하는 다른 사람의 삶도 알고 보면 저마다의 고민과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소설이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라고, 자신에게서 출발하라고, 하지만 그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악마를 동원해서라도 다른 존재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은 자신에게로 돌아올 수밖에 없고, 이번 생은 망했다고 말해도, 그 생이 바로 자신의 생이니, 여기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하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부작용이 속출했는데,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사람을 속이고 괴롭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소위 '피싱'이라고 하는 일들. 보이스 피싱은 잘 알려져 있는데 몸캠피싱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에 많이 붉어져서 아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이 몸캠피싱이 청소년들에게 행해진다는 사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가해자보다는 피해자가 더 고통받는 현실, 그런 현실을 나윤아가 '악의와 악의'라는 소설로 썼다.


현실적이다. 누구에게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더 의미가 있다. 청소년들에게 경각심을 준다기보다는,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지녀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고 있다.


악의로 가득한 세상에서도 선의를 지닌 사람은 있는데, 청소년기에 세상에 대해서 지녀야 할 마음은 악의로 가득찬 세상이 아니라, 선의가 넘치는 세상이어야 한다.


어려울 때 누군가 손을 내밀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의 악의에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다.


무엇보다 소설은 행복한 결말을 내지 않는다. 몸캠피싱이 쉽게 해결되지 않음을 소설이 보여주고 있는데, 그럼에도 바로 그런 일이 터졌을 때 대처하는 마음 자세가 중요함을, 세상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음이 중요함을 이 소설에서 느낄 수 있다.


마지막 소설은 청소년기에 가장 중시하는 친구 관계다. 서로 웃고 떠들고 함께 하는 친구 사이지만, 과연 그들은 서로를 잘 알고 있을까?


늘 아이들 중심에 있는 아이가 어느날 사라져 버리고, 그 아이를 중심으로 모여 있던 아이들이 정작 그 아이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음을 우다영이 '그 애'라는 소설로 펼쳐보인다.


또 소설을 읽다보면 친구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게 된다. 내 주장보다는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친구 관계가 좋음을.


즉 친구를 잘 사귄다는 말은 상대의 마음을 읽을 줄 안다는 말이고, 소설은 사라진 그 애를 통해서 그런 자세를 가르쳐준다.


이렇게 다섯 편의 소설들이 열다섯에 겪을 만한 일들을 다루고 있다. 아마도 청소년들이 읽으면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청소년들이 읽으면서 자신들의 모습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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