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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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좀 성향이 다른 소설들이 실려 있다. 성향이 다르다고 해도 공통점을 찾으라고 하면 찾지 못할 것도 없다. 어차피 우리네 인생이란 거기서 거기 아니던가. 다 다른 인생이지만 다 비슷한 인생이기도 하다.


소설 역시 마찬가지다. 인생을 글로 표현한 예술이 소설이니, 소설들도 공통점을 지닐 수밖에 없다. 물론 공통점을 통한 다른점을 보여주는 소설이 좋은 소설일테지만.


사람이 사람을 만나 얼만큼 이해할 수 있을까? 사실 잘 이해할 수 없다. 첫소설에서 그런 미끄러짐이 잘 나온다. 미끄러짐이라기보다는 자신들에게 최고의 순간이었던 때, 그때는 비록 그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자꾸만 마음에 남아 있던 장면. 그런 장면들을 보여준다. 두번째 소설 '깊은 밤, 기린의 말'에서도 마찬가지다. 


말을 잘 못하는 아이, 그러나 기린이라는 소리에 웃음을 짓는 아이. 이 아이에게는 기린이라는 말이 최고의 순간일 수 있다. 남들은 몰라도 자신에게는 최고의 순간. 그 순간은 영원히 간직된다. 삶에서 언제든지 불러낼 수 있는 순간이 되니.


소설집 제목이 된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이 그렇다. 이모, 미국에 간 이모. 엄마와 이모의 말이 다르지만, 그래서 이모를 잘 모르지만, 이모에게도 한창 때가 있었음을. 그때가 이모 인생에서 가장 아름웠던 순간이었음을.


빗소리를 들으며 음계의 미에서 솔까지... 도에서 시도 아니고, 미에서 솔이다. 짧은 순간이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이 바로 인생에서 정점에 이른 때일 수 있다.


어쩌면 짧아서 더 아쉬운, 그런 한창 때. 그런 순간을 작가는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이라고 표현했다. 그런 순간을 남들이 알 수 있을까?


그 순간을 겪은 사람이 이야기해줘도 사실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할 뿐이다. 그렇지만 당사자에게는 가장 좋은 시절, 마음 속에서 영원히 지우지 못할 그런 순간이 된다. 그러니 남의 인생을 안다고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제목도 특이한'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이라는 소설을 보면 엄마에게 어떤 순간이 가장 좋았던 순간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남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최고의 순간. 그 한창 때. 그런 순간으로 돌아가기는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모두들 자신에게 최고였던 순간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그런 사실로 인해서 인생은 조금 더 풍요로워질 수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김연수 소설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의 어려움보다는, 누구나 다 자신의 인생에서 한창 때가 있었음을 느꼈다.


비록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신에게는 최고의 순간이었음을, 그 한창 때가 누구나에게 다 있음을 이 소설집을 통해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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