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인문학 - 도시를 둘러싼 역사 · 예술 · 미래의 풍경
노은주.임형남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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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나라는 시골보다는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도시라고 할 수 없는 곳이 그다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이렇게 우리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삶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리고 도시와 떨어진 삶을 상상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생겼겠는가. 대다수 사람이 도시에서 살다보니, 도시에서 벗어나 사는 사람이 특이하다고 여겨지는 사회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도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까? 그냥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뿐 아닌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역사나 문화, 미래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살아갈까. 아니다. 기껏 생각해 봤자,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이 언제 되나 하는 생각과 집값이 얼마더라 하는 생각 정도에 머물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러나 도시에는 많은 것들이 녹아 있다. 많은 것들이 도시라는 공간에 모여 함께 존재하고 있다. 그러니 도시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은 인문학과도 관계가 있다. 건축과 인문학이 관계를 맺듯이 도시 역시 인문학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책 제목이 '도시 인문학'이다.


도시를 둘러싼 역사, 예술, 미래의 풍경이라고 하는데, 많은 도시들이 지니고 있는 역사나 문화, 예술, 미래의 모습을 간결하고도 쉽게 전달해주고 있다.


읽으면서 여러 도시의 특성을 알게 되었고, 또 많은 건축가의 이름을 듣게 되었는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건축가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받았으니, 다양한 건축가들의 기법이 도시에 녹아들었다고 할 수 있다.


'경험은 가장 훌륭한 건축가의 자산이며, 시간은 가장 훌륭한 건축의 재료다.' (55쪽)는 말이 있다. 이 말을 건축가나 건축에 적용하는 것을 넘어서 도시에 적용해도 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경험들이 도시에 농축되어 있고, 시간이 도시에 스,며들어서 한 도시를 만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경험과 시간이 녹아 있는 도시는 우리에게 자기만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그런 경험, 시간을 잃은 도시는 아무런 감명을 주지 못한다. 


과거 건축물들, 문화유산들을 지키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들은 과거의 유물로만 존재하지 않고 현재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또 우리들을 미래의 삶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도시는 과거와 미래가 현재에 공존하는 도시라고 해야겠다. 과거의 유산으로만 지내는 도시가 아닌, 또 미래의 모습만이 펼쳐지는 도시가 아닌, 현재에 과거와 미래가 함께 존재하는 그런 도시...


우리 삶도 마찬가지 아닌가. 현재 삶에 과거와 미래가 녹아들어가 있으니... 이런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 역시 그래야 한다.  


이렇게 도시 인문학 책을 읽다보니 자연스레 학교 건물이 떠올랐다. 도시건 시골이건 어느 곳이나 학교는 있다. 그런데 이 학교 건물이, 요즘은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천편일률적이다. 옛날 학교 건물은 더 그렇다. 그리고 한번 지어진 학교 건물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마치 과거 유물로만 남으려는 듯.


또 내부 구조도 비슷하다. 특색이 없다. 자신만의 경험, 시간이 학교 건물에는 들어 있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도시 역시 비슷할 수밖에 없다. 거의 비슷한 구조와 형태의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곳이 신생 도시들 아닌가.


학교에서부터 도시까지, 너무도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져 가고 있는데, 이는 도시의 인문학적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문학이란 남들을 똑같이 따라가지 않고 자신에 맞는 방식을 만들어가게 하는 학문 아니던가. 그러니 다른 나라 도시들을 소개한 이 책 '도시 인문학'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도시는?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뒷맛이 씁쓸해지고 있으니...


우리나라 도시들도 앞으로는 과거와 미래가 현재에 스며드는 그런 도시가 될 수 있도록 경험과 시간이 녹아들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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